웬만큼 음악을 좋아하지 않고는 장당 3~4만원씩 하는 음반을 구입하긴 어려울 것이다.
두 장 가격이 7만원이 넘는 음반을 큰 맘 먹고 구입 하였다.
이번에 독일 그라모폰 본사에서 직접 제작한 음반은 놀랍게도 오리지날 원본 테이프를 통해
과거의 스탬프 방식으로 찍어낸 LP 음반이다.
사진은 겉 포장 비닐에 붙은 안내 광고 스티커이다.
흔히 요즘 통용되는 초반의 개념은, 마치 빈티지라는 용어가 과거의 올드 명기가 아니라 오래된
오디오기기 전체를 통칭 하는 대명사가 된 것처럼, 복고 붐을 타고 새롭게 찍어낸 리이슈 반이
이전의 아날로그 시대에 녹음되어 찍어낸 당시의 발매 반 전체를 가리키는 말이 되었다.
하지만 아날로그 시대를 진하게 겪었을 –아마도 백판 이라 부르는 해적판에 만족하며 음감에
만족하던 세대- 그런 세대에게 초반이란 처음 스탬프로 찍어 내기 시작해 대략 5천 번 대 까지
찍어낸 음반을 초반이라 불렀을 것이다.
염화비닐을 가운데 두고 위아래 동판으로 압착해 내리 눌러 찍다보면 자연히 음골이 새겨긴 동판의
음원골(그루브)은 미세하게 뭉개지기 시작하여 대략 5천장 이후 부터는 음의 미세한 차이가
나타나게 마련이다.
리이슈반(재 발매반)이라 하더라도 초반에 해당될지 어떨지는 장담 할 수 없는데, 이 음반은 뒷면
아래에 번호가 매겨져 있는 완전한 초초반에 해당하는 셈이다.
3천 장을 찍어내는 한정 반으로 보이는데 내게 주어진 음반은 911번 째 찍어내는 음반으로 보이나
글씨를 추정해 보지 않고는 정확히 알기 어려운 숫자라서, 다만 앞에 0자는 확실하니 천번 이내에
해당하는 음반은 확실해 보인다.
3천장 한정 반을 구입가의 절반가로 곱해 보면 약 1억원 정도 계산이 나온다.
사진은 뒷면 아래에 적힌 모습이다. 포장은 밀봉이 아닌 찍찍이 같이 뜯는 형태이다.
그루브의 음원이 뭉개지지 않아 바늘의 접촉면이 넓고 깊어 소리가 더 또렷하고 확실하며
좀 더 크게 나오는, 처음부터 찍어서 통상 5천장 이내로 찍은 음반 -------> 초반의 초반
더군다나 이 음반은 180g 짜리로 중량반이라 불리는 현대의 일반적 lp보다 두꺼운 판이다.
두꺼우면 판 자체의 진동이 그만큼 억제 되어 음이 더 분명해지는 차이가 생긴다.
현대의 일반 음반을 스태빌라이저로 눌러 진동을 억제하는 것에 비교해도 중량반의 음질이
더 낫다고 해야 할 것이다.
요즘은 리이슈반, 즉 재 발매 반 이전에 처음 취입 때 나온 음반을 초반이라 부르니 이 음반은
초반의 초반이니 초초반이란 말도 가능할 것이다.
엘비라 마디간 이란 영화를 통해 시종 일관 흐른 피아노 협주곡 21번의 2악장!
영화 속 삶에 지쳐 둘이 자살하기 직전에 쏜 권총의 총성 다음에 2악장의 곡이 연주 되었다면, 아마도 나비를 잡다가 하늘나라로 간 처자의 영혼이 행복을 찾아 하늘로 날라가는 느낌이 더 났을텐데 하는 생각과, 마로니에가 불러 알려진 칵테일 사랑에 나오는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1번 그 음악을
내 귓가에 속삭여 주면~~’이란 내용도 이 피협 21번 2악장이 모티브 일 것이다.
2악장 시작 후 4~5분 지난 다음부터 연주되는 느릿한 피아노 타건에, 그 타건 음 뒤를 받쳐주며
오케스트라의 화음이 물감이 번지듯, 마치 피아노라는 붓이 음을 묻혀 하늘이라는 화폭에 찍을 때
순간적으로 번지는 수채화적 느낌은 음의 색채감이라 표현할 때, 그 느낌은 이 굴다와 아바도 협연이 비교적 가장 잘 재생해 내고 있다고 할 것이다.
엘비라 마디간에 삽입된 오리지날 Geza anda의 연주도 다른 연주자 몇몇의 음반들도 이런 음악의
수채화적 색채감을 굴다, 아바도 협연만큼 느끼게 해주지 못하고 있다.
그러므로 내게는 명반인 굴다의 연주를, 그루브가 깊게 새겨진 초창기 초반으로 그것도 lp로 구할
수 있다니 7만원 대 돈은 아깝지 않다.
만약 SACD급 음원으로 리마스터링 되어 나온다면 이 역시 앞 뒤 가리지 않고 서둘러 구할 것이다. SACD급 같은 좋은 디지털 음원이 있는데 굳이 요즘 불어대는 LP 광풍으로 가격만 잔뜩 올려 놓을
필요가 있느냐는 말도 곁들여 하고 싶은 말이다.
저 초초반도 결국은 바늘이 긁어대면서 잡음이 나올텐데, 질 좋은 디지털 음원은 수 백번 수 천번
재생을 해도 잡음하고는 굿바이 이니, LP를 처음 입문할 세대는 어설픈 LP 열기에 편승하기 보다
디지털 음원에 충실하길 간곡히 바라고 싶다.
나머지 피아노협주곡 20번은 어떤가!
스탈린이라는 독재자가 품은 카리스마와 고독의 결단이라는 공감을 해보는 그러한 감상의 시간
만 으로도 구입과 감상의 가치는 생길 것 같다.
이 음반은 더블 자켓이라 통칭하지만 정확하게는 게이트 폴더 자켓이라 불러야 올바른 표현이다.
가운데로 접혀서 두 장이 되는데, 자세한 발매 설명서가 포함이 되어있다.
초반의 가치를 잘 살리기 위해 가운데 스핀들 부분까지 톤암이 가지 않게 중간 정도까지만 음골을
새긴 것도 음질을 배려한 것으로 보인다.
톤암의 카드리지는 가운데 구멍 부로 가면서 트래킹 상 정확한 트래킹보다 약간 치우침이 발생하여
음의 왜곡이 미세하게 날 수 밖에 없어서, 카드리지와 스핀들 중심 간의 리니어 트래킹 수치를 정확히 맞추고, 안티스케이팅도 잘 맞춰야 한다. 리니어 트래킹 방식의 턴테이블 만이 트래킹 에러 발생이
없는 완벽성을 갖추었다지만 범용성과 고급화에서 발전하지 못하였다.
사진은 아날로그 침압계와 중국산 디지털 침압계인데 디지털 침압계의 경우 사용은 간편하지만, 내부 재질이 철이 되어 있어 멋 모르고 MC 바늘 같은걸 재려고 올려 놓다가는 카드리지 자석에 의해 바늘이 짓눌리며 저울에 척 달라붙는 기겁할 상황도 생긴다.
저 침압계는 내부를 다 뜯어 철 부분은 모두 일루미늄으로 개조해 놓은 상태로 쓰고 있다.
안티스케이팅을 위해 수평계를 구하고, 적정 침압을 맞추기 위해 침압계를 구하는 극성스런 면모로
음반을 재생한다 해도, 어째든 중간 이후 나타날 미약한 왜곡성 까지 고려해 -그로써 음원을 중간까지만 배려해 만들고- 제작한 성의는 독일다운 정확한 전통이 엿보인다 해야 할 것 같다.
아직 음반을 재생해 보지는 않았는데 이유는 아직 장착하지 않은 MC-2000 오토폰 바늘에 좋은 승압 트랜스를 걸어줘야 격에 어울릴 것 같아서 이다. 파트리지9708 이나, 피어리스221Q, 코터MK2-L 정도는 못 가더라도 오토폰 T-3000, 5천 정도는 매칭해 줘야 음반에 대한 예의일 것 같다,
언젠가 잡음은 무척 심하지만 비발디 4계를 녹음한 데카사 초초반 소리를 듣고 깜짝 놀랐던 생각을
하면 그라모폰의 소리는 어떨까 희망과 기대감으로 느긋하게 기다려 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