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식사 후 사무실 멤버들이 앉아 과일을 깎아먹으면서 나눴던 말.

A "이제 조금만 기다리면 부산에서 서울까지 2시간만에 주파할 수 있대요."

나 "아, 그건 요즘 도룡뇽 소송이라고 그거 있지요? 지율스님이 단식하시는.... 그 천성산이 뚫려야 가능하답니다. 요즘 지율스님이 그것 때문에 단식을 하고 계시죠"

B "그런데 그 스님.. 의문이 드는 게 진짜 단식하는거 맞을까? 외부와의 접촉을 끊고 있다던데, 그리고 지금까지 몇십일을 단식한다는데... 그게 가능할까? 외부 접촉 끊는게 너무 수상하지 않아요?"

C "우리 신랑도 그러더라고요.. 저거 쇼 하는거 아니냐고... 사람이 어찌 저렇게 안먹고 살 수가 있냐고.."

B "맞아요.. 수상해요."

나 "지금 80 몇 일째입니다. 지금 육체는 거의 생물학적으로 볼 때 죽은 목숨이라고 합니다. 굶어 죽는 사람들, 굶어 죽는게 두려워서 일찍 죽는 거지, 스님처럼 죽을 각오를 하고 계신 분들은 정신력으로 버티고 있다고 봐야지요..."

D "전 단식하고 있는게 맞다고 생각하는데요... 맞는 것 같아요.."

소귀에 경읽기라고,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 앞에서 천성산이 어떻고, 도룡뇽이 어떻고 설교를 해본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그나마 이 자리에서 빨리 터널이 뚫려야지 경제적으로 이득이 된다며 스님을 탓하지 않은 것을 차라리 다행스럽게 생각해야 하는 건지...

 

내 인생은 나와 뜻이 맞는 사람들을 찾아 헤매는 과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의 생각이 보편적인 사람들의 생각과는 많이 달랐는지, 이른바 비주류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내 주위 사람들 사이에서 실망하고 나 혼자만의 성을 쌓고 지냈던 적이 많았다.

그나마 대학 시절은 나의 전성기였고, 중고등학교 시절과 달리 친하게 지내고 맘에 맞는 사람을 많이 만날 수 있는 분위기였다. 그렇지만 친하다는 것과 나와 생각을 같이 한다는 것은 여전히 달랐다. 지금까지도 자주 만나고 있는 대학 친구들은 나와 참 많이 다른 사람들이다. 정치 토론은 시도하지도 않을 정도로.... 그 당시 함께 신나게 활동했던 사람들은 지금 보니 나와 너무나 다른 견해와 생활방식을 가지고 있어 또 다시 좌절, 실망하고 발길을 끊었다.

직장 생활도 실망의 연속이었다. 어떻게 하면 성공적인 직장생활을 할까에 관심이 쏠려 있는 직장 사람들과 갓 졸업하고 여러 공상에 잠겨 있는 나는 어울리기가 힘들었다. 결국 공부를 한다는 핑계를 대고 비슷한 부류의 사람들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대학원으로 발길을 돌렸다. 대학원에서 만난 사람들은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었고 같은 책을 보며 공부를 했으며, 인간관계에 어느 정도 만족한다. 그러나 여전히 배고프다.

나와 맞는 사람들을 찾지 못한 원인엔 나의 게으름도 한 몫 할 것이다. 항상 내 주위에 필연적으로 있게 되는 사람들과의 관계 외에는 시야를 넓히지 못했다. 내가 찾아 나서지 못하고 내가 그런 사람들을 모으려 하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하기야 몇 번 시도를 해봤지만 나는 또 실망하고 도망가고 말았다.

그렇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인간의 관계에 있어서 난 완벽을 추구하고 있는 듯 하다. 나와 성격도 비슷하고 사상도 비슷하고 정치적 색깔도 똑같아야 하고, 추구하는 가치며 살아온 배경도 비슷하길 원하는 것이다. 그러나 세상에 그런 사람이 있기나 할까... 그리고 오히려 똑같은 사람이면 발전도 없고 재미도 없지 않을까? 참으로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사람 좋아할 줄 모르는 한 소심맨의 투덜거림이 아닐 수 없다.

그래도 이건 이론적인 이야기이고, 여전히 사람과의 관계에 배고프다. 그것이 알라딘까지 흘러 들어온 이유일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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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05-01-24 18: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옆지기가 단식하는 동안 참 많이 들었던 얘기지요.
옆지기는 소금 대신 1리터 물병에 된장을 푼 뒤 체에 걸러 물만 마셨는데,
이걸 시비를 걸며 단식이 아니라 다이어트 아니냐 농짓거리하는 인간 많았죠. -.-;;

물만두 2005-01-24 1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이런 게 얘기 거리가 된단말인가요? 이상한 사람들입니다. 보면 모르나 참... 화나네요...

깍두기 2005-01-24 19: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님의 수척하신 얼굴 사진으로 한번만 봤어도 그런 말 못했을텐데 말입니다.
안녕하세요? 처음 인사드리네요. 앞으로 가끔 놀러와도 되지요?

엔리꼬 2005-01-24 2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선인님/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더니요... 그런데 된장을 풀고 물만 마셔도 좋은가봐요? 잘 몰라서...
물만두님/ 충분히 얘기거리가 되고도 남습니다. 발끈하지 못하는 제가 한심할 뿐이지요...
깍두기님/ 반갑습니다. 자주 놀러 오세요... 자주 와도 글이 업데이트 잘 안되서 낭패를 보시긴 하겠지만요... 저도 이벤트 참가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