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이라 게이튼스 컴북스 이론총서
조꽃씨 지음 / 커뮤니케이션북스 / 2024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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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이라 게이튼스를 완독 후 스피노자 관련서를 좀 질렀고 유일하게 번역되어 있는 [상상적 신체]를 펼쳤다. 오해와 이해는 우스갯소리로 한 글자 차이지만 1677년에 사라진 존재의 무신론이 내 심신에 미치는 영향이 꽤 지대하다. 호기심에 조금 더 알아보고자 한다, 상상적 신체에 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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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문장 하나가 머릿속에서 떠올랐는데 이 말은 그에게 하고 싶은 말은 아니고 예전에 내가 사랑했다고 착각했던 남자에게, 실제로도 그렇게 말을 하기도 하긴 했다.

Die Zeit wird zeigen, wer wen verloren hat.

올해 마지막 요가를 끝마치고난 후 각자 한 마디씩 돌아가면서 하자고 해서 말, 젊은 여성들부터 60대 초반의 여성들까지 대략 열댓명이 모여서. 저는 올해 본래의 저 자신에게로 많이 돌아갔습니다. 요가가 도움이 된 것 또한 사실입니다. 내년 역시 본래의 자신대로 자연스럽게 살아가려고 합니다. 너무 애쓰지 않으면서도 한편으로 애쓰면서 살아가지 않을까 싶습니다, 라고. 그게 2024년을 마무리하는 나의 마음이라는 것을.

스쳐지나가듯 알라딘 글을 두 편 읽었다. 소설 이야기를 한다고 하면서 모두 각자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구나_ 알았다. 무심하게 읽는 동안 모두 다 각자의 스토리텔링을 하는군, 의도하건 의도하지 않건. 아이리스 머독이 떠서 깜놀하며 아침 빨래를 널면서 들었다. 오랜만에 동생과 통화를 하며 갱년기 여성의 육체성에 대해서 또. 이야기를 듣던 동생이 폭소를 하면서 넌 정말 청소년 같구나, 라고 해서 악 하고 소리 질렀다. 윗집 아주머니가 얼마 전 민이랑 우연히 마주치면서 물었다고 한다. 언니랑 둘이 사니? 라고. 민이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엄마가 들으면 소리를 지르겠군, 했단다. 언니 아니라 엄마예요. 엄마. 하니 엄마가 무척 어릴 때 너 가지셨구나! 라고 하셨고. 그 이야기를 해주면 엄마가 또 소리를 지르겠군 했단다. 물론 민이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필러를 녹였다. 메일 정리를 하러 들어왔다가 2024년 마무리. 내일은 2025년이다. 공적으로도 사적으로도 2024년은 다사다난했다. 내가 살아있는 몸이고 살아있는 정신이라는 걸 알려준 몇몇 이들 있다. 그 사람이 아니었다면 가능하지 않았을 일들이고. 한동안 책에 파묻혀 지낼 거지만 내년이 되면 더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지낼 거라는 걸 안다. 달리기나 수영을 시작할지도. 딸아이와 약속한 시간이 다 되어 곧 일어서야 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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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같다면 2025-01-09 18: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누가 누구를 잃었는지 시간이 지나면 알 수 있을 것이다

헤어지고 나서 이 말로 나를 위로했던 기억이 있네요

수이 2025-01-10 09:25   좋아요 1 | URL
네 저두요, 근데 이게 마음이 더 강한 쪽이 하는 말 같아요. 저도 이제 보내줘서 지금은 아 후련해 이 마음입니다 🤗
 

‘상상적 신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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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그즈 첫 번째 소설 [가장 푸른 눈]은 백인의 잣대로 아름다움을 평가했던 흑인 공동체가 불러온 한 어린 흑인 소녀의 파멸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선생님은 백인들의 기준으로 탁월함을 판단하는 학계와 출판계에서 자기만의 문학적 가치를 어떻게 발전시켜나가셨습니까?

모리슨 [가장 푸른 눈]을 집필할 때 바로 그런 생각이 앞섰던 것 같습니다. 그러려고 시도하기도 했고요. 그 자체로 미적 완결성을 가진 작품을 읽고 싶었습니다. 그 자체로 미적 완결성을 가진 작품을 읽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구체적으로 생각하지는 않았지만요. 다만 백인들에게 모든 것을 설명하려고 애쓰지 않는 책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었어요. 독자가 백인이라고 상정하는 것을 출발점으로 삼고 싶지 않았죠. 나 같은 사람을 위해 쓴다고 생각하고 싶었어요. 그게 가능해지자 어떤 것들은 저절로 떨어져 나갔어요. 어떤 설명, 혹은 정의 내리기가 필요 없게 되었죠. 그리고 주제에 대해, 그러니까 그 소녀들, 그들의 내면과 나의 내면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게 되었어요. 어떤 면에서는 흑인 음악가들이 해온 것처럼 무엇이 가치 있고 무엇이 가치가 없으며 무엇이 구원받아 마땅한가에 대한 판단을 스스로 내릴 수 있게 되었지요. 바로 이것이 이 책의 동력이 되어주었습니다. 저는 남성이 쓴 굉장히 힘 있는 흑인문학을 상당히 많이 읽었지만 그 작가들이 남의 얘기를 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나를 계몽하기 위한 글은 아니었어요. 오히려 무언가를 해명하기 위한 글이었지요...... 그들은 이런 해명을 아주 중시했습니다. 리처드 라이트(1908-1960, 소설 [미국의 아들]을 집필한 미국 흑인 남성 소설가)는 "미국이 어떤 곳인지 제대로 보여드리죠"라고 말하고 싶어 했어요. (20-21)






개인적으로는, 올해 읽은 몇 권의 책 중에서 굳이 탑을 꼽자면 토니 모리슨의 [가장 푸른 눈]이 심장을 가장 두근거리게 만든 책. 심장에서 심장이 다시 펄떡거리고 그 펄떡거리는 심장에서 또 심장이 새로이 생성되고 그 혈관이 쭉쭉 뻗어나가고 그 사이로 피가 마치 파도처럼 춤을 추면서 이동을 하니 읽는 동안 정신이 혼미해질 정도였다. 얼마 전에 친구와 오래도록 술을 마시지 않고서도 길게 전화 통화를 했는데 그때 힌트가 되어준 게 누구는 누구를 궁금해하고 누구 글은 읽고 싶지도 않고 한때 아릴 정도였는데 지금은 뭐 노관심이고 그런 일상 이야기를 주고받다가 토니 모리슨의 인터뷰 글을 오늘 아침 읽다가 결국 카르마라는 게 생성이 되려면 이러한 것들이네, 알았다. 그건 또 어제 정신분석을 받고 온 친구가 들려준 이야기랑 겹쳤고. 마음이 저절로 가고 어디가 또 좋지 않을까 걱정되는 마음이 들고 별 거 아닌 일에도 신경이 쓰이고 그렇다면 그건 동시에 내 혈관이랑 겹치는 지점들인지라. 나이가 들어서 좀 좋은 건 하나하나 모조리 무게를 두지 않는다는 것. 업장소멸이라. 그럼 이쪽 뺨을 맞았으니 맞은편 뺨도 때리소서 하고 얼굴을 돌리는 게 업장소멸인듯 싶은데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20년이 가까워오는 시간 동안 그 업장소멸을 하려고 애쓴 건가 싶기도 싶었고 올해 일어난 사건들을 쭉 사후적으로 훑자니 또 업장소멸의 텐션이었던가 싶기도 싶은 것이다. 허나 따지고 들자면 업장소멸하기 위해서 태어났고 업장소멸하기 위해서 살아가고 업장소멸하기 위해서 죽는 거 같은데 깨달음의 길은 올곧게 한쪽 길인지라 이게 참 애매한 거지. 이것 봐, 애매하다고 하잖아, 깨닫기 싫은 거지. 우리 민이 표현대로 하자면 삐딱이 중의 삐딱이, 이 마음. 마음이 일어나서 하는 바가 아니면 애초에 그 마음으로 뭔가를 형성하지 않는 편이 세상에도 이롭고 본인에게도 이로운 거 아닌가 라는 스쳐 지나가듯 마주한 문장도. 슬렁슬렁 옷을 껴입고 나갈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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À ce désir de liberté

기다리는 동안 책을 딱 펼쳤는데 (내 책 아님, 이 정도 읽을 실력이 안됨) 이 구절이 확 눈에 들어왔다. 아쓰데지흐드리베흐떼_ 소리내어 말해보았다. 머리 다듬으러 미용실 가야 하는데 시간이 나지 않아 오늘 못 갔다. 슬슬 바람 머리가 되어가고 있다. 이리저리 확확 삐치면서 (왕곱슬) 굼실굼실거리기 시작한다.

한국에 잠깐 귀국한 언니랑 잠깐 안부를 주고받고 미국 가면 재워주세요 라고 했다. 언니의 다정한 반응에 잠깐 가슴이 뭉클거렸다. 하지만 언니가 아무리 다정해도 내 딸이랑 나랑 언니 곁에서 한달 내내 있으면 언니도 화내겠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며칠 전에 친구가 한 말이 뭔지 알았다. 오늘 이런저런 시간을 보내는 동안.

커피 마시면서 책 읽는데 옆에서 어떤 이들이 하는 이야기 우연히 듣다가 "시작하면 시작된다." 이 말 너무 좋지? 라면서 한 중년의 여성이 말했다. 그러니까 운명의 고삐가 누구 손에 달려 있느냐_는 이미 너도 알고 나도 알고 에브리바디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다.

걸음을 걷는 동안 다시 한번 그 말이 떠올랐다.

"시작하면 시작된다."

관계의 초반에 모든 것들이 시작되기 전에 이 모든 걸 감당하고 감내할 자신이 있냐고 물었을 때

가만히 침묵하고 바라보기만 했던 그의 눈빛이 떠올랐다. 그는 기억할지 모르겠지만 이런 말도 스치듯 물었던 적 있다. "인내심이 꽤 깊으신가요?" 라고. 다른 이들보다는 조금 더 깊은 거 같은데_라는 대답을 듣고 그렇다면 일단 합격점을 살짝 드리지요, 나 홀로 그랬는데 과정상, 결과적으로 봤을 때 그의 인내심은 내가 기대했던 것보다 다른 이들보다 조금 더 깊다고 그는 말했으나 잘 모르겠다. 나를 감당하려면 어마무시하게 인내심이 깊어야 한다는 사실을 미리 고지하고 싶었으나 그때는 이 관계를 시작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계속 주저했었기에. 참을성은 내가 더 깊은 거 같은데 흠.

살짝 살짝 조금 조금씩 다시 주저하듯 그 말을 떠올린다.

"시작하면 시작된다."

그 무엇을 어떻게 시작할지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그 말이 오늘 내내 귓가에 맴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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