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영화로 읽는 정신분석 - 김서영의 치유하는 영화읽기 ㅣ 일상인문학 2
김서영 지음 / 은행나무 / 2014년 5월
평점 :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4/0131/pimg_7653511434174368.jpg)
정도껏 미쳐 날뛰면, 그러니까 적당히 티는 나지 않게, 그러면 그 안에서 존재에 걸맞게 살아갈 줄 알았는데 그러니까 그게 아니었던 거네요. 과하다 싶을 정도로 드러나는 문장들이 그다지 쓰게 다가오지 않은 건 잘난 척 전혀 없이 자신을 잘 알기 때문이었고. 읽고난 후, 정말 싫어하는 사람 하나가 사라졌다. 정확히는 내 삶과 내 생각 바깥으로 떠밀려 나갔다. 그는 한평생 결국 그렇게 살아갈 거 같아서_ 이제 다시는 마주하지 않을 거라서. 사람 하나를 완전히 잃는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알겠구나 싶어서 나는 융을 조금 읽기로 했다. 더불어 일렁거리던 불안감도 사라졌다. 쉬이 타자화시키고 경계를 긋는 이들을 그런 글들을 나는 저어한다. 물론 나 역시 자연스럽게 그러한 경우들 있다는 거 알고 있고. 아니까 고칠 수 있는 지점들도 있으리라 본다. 김서영의 강점이 뭔지 알겠네. 후에 마주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감사하다 말하고 싶다. 불안감을 없애는 글이라니, 그러한 마주침이라니, 그게 얼마나 불안해하는 존재에게 침묵의 위안이 되는지 저울로 잴 필요는 없어보이고.
조금 더 깊이 있는 김서영의 글을 읽고 싶어 하나씩 다운로드하는 중이다. 대학교 2학년 전공수업을 듣던 중 선생님이 영화와 영화를 뒤섞어 설명해주시면서 보이는 눈과 뜨고 있으면서도 보이지 않는 눈을 가진 차이가 얼마나 큰지 그걸 알려주셨는데 그때도 와 입을 벌리면서 넋놓고 있었는데 이번에도 역시. 개인적인 아쉬움이라면 지면이 너무 짧았어. 하고싶은 말들을 너무 몰아서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아서 그 아쉬움이 컸다. 개인적으로는 별 다섯개. 그 아쉬움에 별 하나 일부러 뺐다. 또 이런 글 써주시면 좋을 거 같은데 그때는 아주 길고 두껍게 써주시면 독자의 입장으로서는 만족스러울 거 같다. 그리고 이제 지젝을 슬슬 읽을 준비를 해야겠다. 하여 이 책을 단 한 문장으로 요약한다면 무어라 할 수 있을까.
존재에 걸맞게 살라_ 이다. 내 옷 아닌데 내 옷인척 내 몸에 억지로 끼워 입으려 그렇게 애쓸 필요 없다. 반백살을 앞에 두고 꼰대처럼 말하자면, 남의 옷 억지로 내 옷처럼 내 몸에 끼워 맞춰 입을 필요 없다는 거. 그러니까 백살 거의 다 된 할머니들이 자기 손녀들 앉혀놓고 하는 이야기 있지 않은가. 그냥 너 하고 싶은 거 다 해. 일단은. 할미가 살아보니까 그게 그렇더라구. 적당한 때, 적당한 타이밍 이딴 건 존재하지 않아. 그냥 너 하고 싶은 거 할 수 있을 때 다 해. 남의 눈치 볼 필요 없어. 걔네들은 너한테 관심 1도 없어. 그냥 너 좋은 거 너 웃을 수 있는 거 너가 땡기는 거 하면 돼. 내가 입고 싶은 옷은 따로 있는데 나를 빛나게 해줄 옷은 따로 있는데 다른 이들이 다 아름답다고 한 그 옷을 입기 위해서 고생고생을 하고 그 옷을 걸친다. 아 그래, 이게 나를 빛나게 해주는 옷이야. 라는 생각이 어느 시점에서 들까. 다른 이들의 시선 따위는 필요 없다. 거울을 통해 보이는 스스로를 바라보면서 이게 정말 내 옷이 맞나 라는 의구심이 든다면 당장 그 옷을 벗어던지고 알몸으로 있는 게 옳다. 김서영 작은 책 읽고난 후_ 떠올랐다. 존재에 걸맞게. 이 말. 각자 인생이다. 누가 누구에게 충고를 하고 누가 누구에게 보편성을 이야기하는가 어른인 척 꼰대처럼 말하는 거 보면 좀 위선자 같아서 나는 싫던데. 이렇게 말하면 내 동생이 작작 해라 그냥 아주 막 살기로 작정했지, 라고 하는 소리가 환청처럼 들린다. 어쨌거나 보편성과 평화를 찾는 건 그 이후야. 아 물론 제 말이 정답은 아닙니다. 타자화 싫어서 덧붙이는 거임. 꼰대처럼 이런 말까지 덧붙이고. 워낙 잘난 이들 많은 공간이라 추신처럼 덧붙임. 솔직히 제일 웃긴 건 쥐똥만큼 읽고 말하는 건 어마무시하다는 거, 경계 허물고 이거야말로 타자화의 끝판왕 아닌가 언제나 느끼던 바지만. 오랜만에 쓱쓱 읽었다. 내일은 정희진 선생님 강연 듣는 날, 할 일 다 끝내고 후다닥 합정역으로 날아가도록 하겠다. 선생님 책 다 읽지도 못하고 그냥 가겠네. 다시_ 김서영 읽으니 좋은 영화 막 보고싶은 마음 일어났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