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가 도쿄에서 찍은 사진을 보다가 문득 그 형상을 제대로 볼 수 있는 건 바라보는 시선 뿐만 아니라 그 빛과 어둠 간격을 측정할 수 있는 능력에도 좌우되지 않겠는가 싶었다. 같은 풍경을 바라보는 데도 모두 다 다르게 바라보는 그 차이들, 동일성이 한가운데 놓여짐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건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도. 올해 사람들 사이를 헤매면서 그런 생각을 자주 했다. 왜 쟤는 쟤를 저토록 싫어할까? 그렇게나 좋아했으면서. 물론 인간관계에서 사계절이 존재한다는 친구의 룰을 적용해보았지만 이해할 수 없었다. 증오가 아니라 혐오라 더 그렇게 느꼈다. 나는 그게 신기했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흐르는 내 마음을 보았다. 좋아했지만 싫어졌다. 싫어졌는데 좋아하는 척_ 연기를 하는 건 우스운 짓이다. 더구나 그게 우정이라는 관계에서 그러하다면. 아마 그게 내 마음을 들여다보기 시작한 첫 척도일 거다. 나는 싫어졌는데 좋아하는 척_ 이게 싫은 거로구나 알았다. 사랑하지 않는데 사랑하는 척_ 이 짓도 신물난다. 그렇게 해서 나는 전혀 예측할 수 없는 마음의 파도를 겪었다. 어디에 닿을지 알 수 없지만 그래도 일단 이 파도에 몸을 맡기도록 하자. 그게 나답다는 걸 깨달았다. 깨닫고난 이후로 마치 하늘이 도와주듯 여러 가지 일들을 겪었다. 나는 그동안 유물론자인 나 자신을 잠깐 어디 서랍 안에 넣어두었다. 그리고 내내 하늘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걷는 내내 했다. 때때로 나도 알지 못하는 내 마음이 보이면 보여달라 기도를 하듯 걸으면서 내내 하늘을 바라보며 청했다. 도쿄에서도 서울에서도. 한여름 내내 걸으면서 뜻하지 않게 살이 쭉쭉 빠졌고 주변에서는 어디 아픈가 하는 소리를 종종 들었다. 그리고 이내 마음을 정했다. 정한 마음이 그 이후를 보여줄 것이다. 더 이상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인연이라는 단어는 자주 사용하지 않으려고 하는데 이 정도 살아보니 나는 인연이라는 말을 좀 믿게 되는듯. 인연인 이들과는 어떤 식으로든 만나서 시간을 보내며 서로를 알게 되고 결국 인연이 아닌 이들은 스쳐지나갈 뿐이다. 우리는 서로를 보지 않는 척 하면서도 모조리 보고 있고 그 바라봄 중에 어떤 식으로든지 인식은 이어진다. 그게 결국 침묵과 소통이라는 결론으로 다다를뿐. 가을비 오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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