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에서 드라마를 봤다.

4부작짜리 BBC 영국드라마 유 돈 노우 미

그냥 짧아서 빨리 볼 수 있겠다 하고 아무 생각 없이 틀었는데 원작 소설이 있는 드라마였다.

검색해 보니 번역본은 없구만. 있어도 안 읽을 것 같지만^^

살인죄로 법정에 선 주인공이 직접 자신을 변호하면서 사건이 어떻게 된 것인지 이야기를 하는 내용이다. 유죄인 증거가 아주 명백한데도 이것을 뒤집을 만한 진짜 이야기가 있다고 주인공은 주장하는데...과연 진실은?...

이 드라마 다 본 결과 매우 속이 답답하다. 아니 열린결말이라니!!!!!!

내가 제일 싫어하는 열린결말! 어쩌라고!!!! ㅠㅠ

 


하지만 이 드라마에서 인상적인 장면이 있었는데 바로 책을 읽는 캐릭터 카이라가 등장하는 장면이었다.

히어로가 카이라를 보고 첫눈에 반한 장면이 바로 이거다.



버스에서 책을 읽는 카이라. 히어로는 이 모습에 반한다. 




여기는 카이라의 집. 책이 가득가득.



바닥에도 쌓여있고



침대를 책으로 둘렀다ㅋㅋㅋㅋㅋㅋ




물론 소파에도 책이 가득


집에 여기저기 책이 쌓여 있는데 나는 왜 저걸 보면서 기분이 좋은거지?

책 저렇게 쌓아 놓은 것도 그런대로 예뻐 보이기도 하고... 그렇다고 따라하면 안돼!! 저건 드라마 세트장이라고!!!!ㅋㅋㅋㅋㅋㅋ


틈만나면 책을 읽는 모습이 나오고 죽을 위기에 처해있는데도 책에 빠져들어 읽는 캐릭터가 아주 인상적이었다.

아마 카이라는 최악의 환경 속에서 책이 있었기 때문에 살아갈 수 있었을 거다. 

카이라에게는 책이 현실을 잊게 만드는 도피처였다. ㅠㅠ



어휴 닫힌 결말이었으면 아주 재밌다고 했을텐데... 4부작인데 열린결말. 에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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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4-10-04 17:1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오 제 집인줄 알았습니다!! ㅋㅋㅋ
저는 이십년이상 지하철 안에서 책을 읽는데-오늘도 읽음- 아무도 저에게 반하지 않던데요....(먼 산)
거래 은행 지점장 님께서 ‘지하철 안에서 출근길에 봤는데 책 읽고 있더라‘는 말씀만 한 번 하신 적이 있습니다.
왜죠?

잠자냥 2024-10-04 17:56   좋아요 1 | URL
그건 너라서….🤣🤣🤣

망고 2024-10-04 23:38   좋아요 0 | URL
아 다락방님ㅋㅋㅋㅋㅋㅋㅋㅋ근데 저 드라마에서는 책 읽을때 항상 고개를 숙이지 않고 책을 눈높이에 들고 보더라고요? 혹시 다랑방님 20년동안 고개를 숙이고 책을 보신거면 자세가 잘.못. 되셨습니다! 앞으로는 얼굴을 들어주세요 그러면 누군가 나타나 현실 로코 한편 찍으실지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4-10-04 20:21   좋아요 1 | URL
잠자냥 님/ 내가 뭐, 왜!! 😡

망고 님/ 음.. 제 잘못된 자세 때문이었군요. 이제 자세를 좀 바꿔보겠습니다!! 😤

독서괭 2024-10-04 19: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저 20살에 지하철에서 책 읽다 내렸는데 남자가 따라와 차마시고 했던 기억이 떠오르네요 ㅋㅋ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습니다만 ㅋㅋ
망고님 보신 영화속, 저 방에 버섯처럼 책이 자라고 있는 걸 보니 <우아한 연인> 떠오릅니다!

망고 2024-10-04 19:48   좋아요 1 | URL
어머나🤭 독서괭님 차마시고 끝이었어요?ㅎㅎㅎ 아 이런 드라마같은 일이ㅋㅋㅋㅋㅋㅋ
<우아한 연인> 안 읽었는데 그 책도 책쌓아 놓는 책벌레 이야기인가요? 흥미가 돋는군요🤔

독서괭 2024-10-04 19:52   좋아요 1 | URL
거절했으므로 차 안 마셨습니다 ㅋㅋ
우아한 연인 여자주인공 방에 간 남자가 버섯처럼 자란다고 표현했던 것 같아요 ㅋㅋ

망고 2024-10-04 20:12   좋아요 1 | URL
ㅋㅋㅋ그러셨군요~ 20살때의 독서괭님도 지금처럼 책을 많이 읽으셨나봐요 전 노느라 책과 멀어지던 20살이었는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책이 버섯처럼 자란다는 표현 왠지 신비로운 느낌입니다 스머프마을 생각도 나고ㅋㅋㅋㅋㅋ

다락방 2024-10-04 20:20   좋아요 2 | URL
꺅 >.< 독서괭 님!! 남들 반하게
하는 여자로군요!! 꺅 >.<
 

갑자기 가을이 온 느낌이다.

이제는 덥지 않아서 좋긴하지만 시간이 가는 건 섭섭하다.

여름동안 더워서 모아둔 살ㅋㅋㅋ을 좀 흩어놓기 위해 덥지도 춥지도 않은 이 계절에 운동을 해야한다는 생각에 산책을 했다.



산책길이 파랗구만


 

축축 쳐진 버드나무 보면서 산책




물로 난 계단은 좀 무서워 보여서 사진만 찍었다ㅋㅋㅋㅋ



눈부신 산책길



걸었는데 땀도 안 나고 상쾌했다.





집 감나무에선 감이 노릇노릇 익어가고 있다. 진짜 가을이구나.







요즘 읽고 있는 책. 

100년전 원숭이에 대한 이해 없이 원숭이 100마리를 그저 풀어놓아서 서로 살육극을 벌인 멍키힐 실험은 명백히 잘못된 실험이라 이미 학계에서는 무시하는 실험결과라고 한다. 그런데 그것을 빗대어 자연상태에서 잔인해지는 원숭이를 봐라 사람도 저렇다 사람의 본성은 원래 악하다 라는 주장을 펼치는 무리들이 많다는 거다. 주로 인문학에서 그리고 문학에서.

이 책에서는 멍키힐 실험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을 골딩의 "파리대왕"을 비판하는 대목이 나온다. 꽤 흥미진진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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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4-09-25 21: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렇게 산책하기 좋은 길이 있고, 집에 감나무도 있고 책도 있고 망고님 완전 부자였군요. 옆에 빌붙어야겠다는 생각이.... ^^

망고 2024-09-25 23:01   좋아요 0 | URL
요즘 날씨가 정말 산책하기 좋잖아요 여름에 못 하던 걷기 운동을 요즘 몰아서 하고 있습니다. 오랜만에 저 산책길에 나가봤더니 너무 좋더라고요ㅎㅎㅎ사실 저희집에 감나무 두그루 있습니다(자랑질^^ㅋㅋㅋ) 책은 바람돌이님이 훨씬 부자이실듯. 저는 서재분들 책탑과 책장샷 보면 아주 하층민 수준입니다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4-09-25 22: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파리대왕 비판하는 부분 좀 궁금하네요? 🤔

망고 2024-09-25 23:09   좋아요 1 | URL
막 여러페이지 할애한 건 아니고 몇문장으로 언급해요. 저 멍키힐의 원숭이 실험은 수컷을 암컷보다 훠훨씬 많이 푸는 부자연스러운 환경을 만들어 놓은 잘못된 실험인데 그 충격적인 학살극이 인간에 대한 본성이라고 과잉 해석하는 사례들이 많다고 저자는 주장해요. ˝파리대왕˝도 그것에 영향 받았다고 하고 여러 문학작품들을 나열해요. 영장류도 그렇고 인간도 그렇고 폭력을 피하고 서로 도우려는 습성들을 보이는데 그런 부분들은 싹 무시하고 최악의 상황만 본다고요. 주로 그런 악한 인간 본성에 동조하는 학자들은 남성이 많았다는 부분도 흥미롭고요. 반대를 주장하는 여성 학자들을 엄청나게 비난해대기도 했다하고... 저는 이 책과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가 비슷한 주장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아직 극초반만 읽고 있어서 확실하진 않지만~

독서괭 2024-09-26 12:53   좋아요 1 | URL
오오 망고님 정말 흥미로운 내용이네요!! 멍키힐 실험도 처음 들어봤어요.

독서괭 2024-09-26 12: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진이 아름답네요~~ 요즘 정말 산책도 달리기도 어떤 야외활동도 하기 좋은 날씨입니다^^ 이 가을 조금이라도 길었으면..

망고 2024-09-26 13:03   좋아요 1 | URL
날씨가 너무 좋아서 그냥 보내기에 아깝다는 생각까지 들어요ㅎㅎㅎ올겨울 엄청 추울거라고 경고하는 학자들이 있던데 넘 쫄려요 추위 싫어요ㅠㅠ 가을이 계속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숲은 깊고 아름다운데 - 동화 여주 잔혹사
조이스 박 지음 / 제이포럼 / 2024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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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속 용에게 잡혀간 공주 이야기 해석에 무릎을 쳤다 원래 용과 공주는 한몸인데 왕자가 연약한 예쁜 공주만 구출하는 이유는 가부장제에서 용처럼 용맹하고 제멋대로인 여자는 용납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뜨개질은 이야기를 짓는것을 상징하고 기존세계에 대항하는 무기일 수 있다는 것도.넘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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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4-09-24 07: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용 부분을 재미있게 읽으셨군요! 저는 백설공주가 재미있었어요. 속시원히 긁어주는 것 같아서요. 후훗.

망고 2024-09-24 13:07   좋아요 0 | URL
저도 백설공주가 여성의 대상화에 대한 이야기라는 것도 속시원했어요 어릴때 백설공주 읽으면서 뭔가 묘하게 기분 나쁘다 하는 부분들이 있었는데 이 책 읽으니 왜그랬는지 알겠더라구요😄
 

이 책은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10번째 장편소설이다

처음 올리브 키터리지를 읽고 나서 너무 감동을 받아서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소설을 모두 다 읽어봐야겠다고 다짐했던 때가 떠오른다. 그 후 나는 정말로 올리브 키터리지이전과 이후의 스트라우트가 쓴 소설들을 다 읽어 버렸고, 아직 번역되지 않은 소설을 기다리지 못 하는 조급증에 시달리게 되어 원서를 사서 읽어야 직성이 풀리는 지경까지 이르렸다. 그래서 이 책도 따끈따끈한 신간이 나오자마자 당장 읽고 싶어서 한 달 전 예약주문까지 해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여기서 집고 넘어갈 문제는 내가 영어를 엄청 잘 해서 이 작가의 원서를 읽는 게 아니라는 거다. 읽어보면 알겠지만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는 아주 쉬운 문장과 단어로 소설을 쓴다. 마치 동화책을 읽는 것 같이 읽어나가는 게 많이 어렵지 않다.

하지만 그 간단하고 쉬운 문장으로 켜켜이 쌓여가는 이야기가 마음 속 깊이 울림을 주어서 엄청난 작가라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 이번 소설도 그랬다.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책탑 자랑ㅋㅋㅋㅋ



이전 소설 바닷가의 루시에서도 그런 기미가 보였지만, 이 소설에서는 확실하게 작가의 이전 모든 소설 속 캐릭터가 모두 등장해서 연결된다.

루시 바턴은 팬데믹 기간 중에 전남편 윌리엄과 뉴욕에서 메인주의 크로스비로 이주해서 살고 있고 밥 버지스와 주기적으로 만나서 함께 산책을 한다.

밥 버지스는 이미 버지스 형제에서 어떤 캐릭터인지 알고 있는 바, 하지만 스트라우트의 모든 소설들이 그렇지만 굳이 이전 소설을 읽지 않고 이 소설만 읽어도 밥 버지스에 대한 배경을 충분히 알 수 있다.

밥 버지스는 어린 시절 자신의 실수로 아버지가 죽었다고 믿으며 죄책감을 마음속에 품고 살아온 사람이다. 대학에서 만난 팸과 결혼을 해서 뉴욕에서 변호사를 하며 젊은 시절을 보냈고 팸과는 밥이 아이를 가질 수 없는 사람이라 이혼을 했다. 현재는 65살로 거의 반쯤 은퇴한 변호사고 15년 전에 유니테리언 목사인 마가렛과 재혼해서 메인주 크로스비에서 살고 있다.

루시는 나중에 올리브 키터리지를 만난 자리에서 밥을 죄를 먹는 사람이라고 표현한다. 타인의 죄를 흡수해서 그들의 짐을 덜어 주어 그들을 돕는 사람이라는 의미다. 마을에서 어려움에 쳐한 사람들은 밥 버지스를 찾아 가는 것 같다고 루시는 말한다.

이런 밥과 루시는 산책을 하며 대화를 나눈다. 일상의 자잘한 안부부터 마음속에 담고 있는 두려움 같은 깊은 이야기까지. 이 둘은 서로의 이야기를 귀담아 듣고 이해하고 공감한다. 밥과 루시 누구 한 사람이 이야기를 하면 다른 한 사람은 항상 “I hear you" 라고 말해 준다. 반면 루시와 밥이 함께 살고 있는 각각의 파트너인 윌리엄과 마가렛은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주지 않고 자신의 이야기만 하는 사람들이다. 이렇게 자신들의 파트너와 서로가 비교가 될 때 산책길의 교감은 밥과 루시의 사이를 더욱 친밀하게 만들고 감정은 자꾸만 깊어지게 한다.

 


한편 90살이 된 올리브 키터리지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이야기를 소설가에게 털어놓고 싶어 한다. 마침 마을에 루시 바턴이라는 소설가가 살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밥 버지스에게 연락을 해서 루시 바턴을 불러들인다.

스트라우트의 이전 소설들에서 올리브 키터리지의 성격을 알고 있다면 깐깐한 올리브가 내성적인 루시의 첫 인상을 그닥 좋게 보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역시나 90살이 되어도 올리브는 올리브였다. 첫 만남부터 루시가 쓴 회고록들이 자기연민에 빠져 있고 가난한 출신은 루시 혼자만이 아니라고 직설적으로 비판 하며 분위기를 어색하게 만든다. 그래도 루시에게 이야기를 해주긴 한다. 자신의 어머니가 결혼 전에 만났던 사랑했던 남자에 대한 이야기였다.

루시는 이 이야기를 듣고 기록되지 못 한 사람들의 슬픈 이야기라며 눈물을 비친다. 올리브는 자신의 이야기에 이토록 공감해 주는 루시를 첫인상과 달리 마음에 들어 하고 앞으로 계속 서로의 이야기를 공유하는 사이로 발전한다.


 

이야기를 하는 것. 그리고 상대방의 이야기를 잘 들어 주는 것. 이 소설 속에서 진지한 관계를 맺어 나가는 캐릭터들은 모두 이야기를 하고 이야기를 들어준다. 이야기에 공감해 주면서 서로에 대해 깊이 알게 된다. 그리고 이렇게 서로를 이해하고 알게 되면 그 자리에는 사랑이 들어선다. 밥과 루시의 산책길 대화가 그랬고 루시와 올리브가 기록되지 않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그랬다

그리고 이 소설을 이끄는 내용의 중요한 한 축을 차지하고 있는 밥과 매튜 비치가 나누는 이야기도 있다.

어머니를 살해했다고 의심받는 매튜 비치는 50대 중년의 나이에 어머니와 단 둘이 살며 친구도 없고 그 흔한 핸드폰도 없이 사는 남자다. 어느 날 채석장 인공호수에서 매튜의 어머니 시체가 발견되자 마을 사람들은 매튜를 의심하면서도 그가 어머니를 죽였다고 해도 그를 비난하지 않을 거라고들 한다. 그만큼 매튜의 어머니는 사람들에게 좋지 않은 평판을 듣는 인물이었다.

아버지를 죽였다는 죄책감을 내내 품고 있었던, 그러나 자신이 그런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었던 밥 버지스는 어쩌면 자신과 비슷한 아픔을 떠안고 살 수도 있는 매튜를 변호하기로 한다. 그러면서 밥은 매튜의 이야기를 듣게 되고 죽은 매튜 어머니의 이야기도 듣게 된다. 이 가족에게는 끔찍한 고통과 지워질 수 없는 상처, 말해지지 않았던 범죄의 이야기가 있었다. 그들의 사연을 알게 되자 밥은 매튜 뿐만 아니라 진짜 살인범, 그리고 매튜의 어머니한테까지도 연민을 느끼게 된다.

 

 

이 소설은 처음부터 밥 버지스는 자신이 그렇다고 생각하는 것만큼 자신을 잘 알지 못 하고 그의 삶은 기록될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믿지 않을 것이지만 그렇지 않다고 우리 모두가 기록될 만한 가치가 있다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가 이 소설 속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는 이렇게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우리들 기억 속에는 있지만 어디에도 기록되지 않은 사람들의 이야기 말이다.

하지만 그게 어떤 가치가 있을까? 루시는 이러한 질문을 던진다. 누구는 인생의 목적이란 영혼의 성숙에 이르는 과정이라고 말했지만 만약 성숙되기 전에 일찍 죽어버린 사람이라면 그 사람의 인생은 무슨 의미냐고. 올리브는 루시와 나눈 많은 이야기들을 이렇게 요약한다.

루시와 내가 공유했던 모든 이야기는 똑같은 것에 대한 이야기지. 사람들은 고통을 겪어. 그들은 살아가고 희망을 가지고 심지어 그들은 사랑도 하지. 그리고 그들은 여전히 고통을 겪어. 모든 사람들이 그래. 고통을 겪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는 거야.” (315)

밥이 장을 봐주고 가끔 이야기도 들어주는 노인 해슬백 부인은 밥에게 바람이 난 며느리 이야기를 들려준다. 어떻게 생각하냐는 부인에게 밥은 그건 인생이라고 그저 삶일 뿐이라고 답한다.

그저 사는 것 고통을 겪으며 죽을 때 까지 사는 것이 인생이다. 그것에 특별한 의미는 없다고 이야기하는 와중에 그럼에도 이 모든 이야기들엔 작은 씨앗이 싹트고 있다

우리가 비록 서로의 고통의 정수에 가닿지는 못 하지만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하고 이야기 듣는 중에 서로 이해의 싹이 트지 않느냐고. 그것이 외로움을 조금이나마 해소해주고 그렇게 서로가 조금이라도 연결되어 있다고 느낀다면 우리는 그런대로 살아간다고.

그래서 우리는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잘 들어 준다. 그리고 다시 이야기를 한다.

 

 

 

이 소설은 나에게 올리브 키터리지와 루시 바턴의 만남만으로도 큰 기쁨을 안겨주었다. 특히나 90살의 올리브가 거동이 불편하지만 여전히 쌩쌩하게 살아있고 여기저기 참견하고 다니며 이런 저런 사람에 대한 평을 거침없이 하는 부분을 읽으면서 얼마나 반가웠는지... 만약 다음 작품이 나온다면 그때도 올리브가 등장했으면 하고 바라게 된다. 스트라우트 작품에서 내 최애 캐릭터는 바로 올리브 키터리지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 소설에서는 밥 버지스와 루시 바턴의 우정을 넘어선 사랑이 위험하지 않게 조용히 진행된다. 각자의 파트너가 있는 상태에서 이 둘은 끌리지만 손 한번 잡지 못 하고 포옹한번 하지 못 하는 그런 사랑이다. 밥은 형에게 가서 엉엉 울면서 루시에 대한 사랑을 고백할 정도로 사랑에 빠지지만 밥은 바로 그가 밥 버지스이기 때문에, 그가 타인의 죄를 먹는 성품의 사람이기 때문에 다시 제자리로 밥 버지스로 돌아온다. 근데 생각해 보면 약간 어린애 같은 면도 있고 좋게 보면 동심이 있는 루시 바턴에게는 감정적으로는 무심해 보이지만 옆에서 챙겨주는 윌리엄이 딱 어울리는 쌍이지 않나... 하는 나의 개인적인 생각^^

어쨌든 65살 밥 과 66살 루시의 노년의 사랑도 콩닥콩닥 재밌었다.

 

 

이제 작가의 11번째 소설을 기다린다.

언제 나오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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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4-09-18 19: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우아~~ 망고님의 이야기 너무 좋아요. 한 번 읽었는데 읽자마자 다시 또 읽고 싶은 그런 글입니다. 같은 작가를 좋아한다는 건 어떤 걸까요? 가끔은 전, 아이돌 팬카페에 대해 생각하는데요 ㅎㅎ 계속 그 아이돌 이야기를 하고 싶잖아요. 근데 주위에는 그 이야기를 계속 흥미롭게 들어줄 사람이 없는거예요. 그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만! 그 이야기에 집중할 수 있죠ㅋㅋㅋㅋㅋㅋ망고님 페이퍼를 읽으면서 같은 작가를 좋아할 때의 기쁨과 즐거움을 느끼게 됩니다.

저의 첫 스트라우트 소설은 <에이미와 이저벨>이었는데요. 전, 그 때 그 소설이 좋기는 했는데, 뭔지 모르게 좀 ‘쎄다~~‘ 그런 느낌이 강해서요. 다른 책들도 큰 관심은 없었더랍니다. <다시, 올리브>를 읽고 스트라우트를 좋아하게 됐고요. 그 담에 <오, 윌리엄> 그리고 <바닷가의 루시>를 이어 읽었습니다. 전, 아직도 읽지 못한 스트라우트 소설이 꽤 많습니다. 제가 부러우실 겁니다.

올리브와 루시의 만남도 기대됩니다만, 밥과 루시가 어떤 마음으로 관계를 이어갈지 궁금하네요. <바닷가의 루시>에서 루시가 두번째 남편 데이비드랑 윌리엄 이야기를 교차해서 쓰잖아요. 전, 데이비드 같은 사람이 좋지만 그치만 윌리엄 같은 사람이 더 좋다..... 이런 복잡한 마음이 들었거든요. 그, 핑퐁 비유도 기억이 나네요. 노력으로 되지 않는, 그러니깐 운명적인 무엇이 있지 않나, 그런 생각도 들고요.
망고님 덕분에 더 큰 기대를 가지고 이 책을 읽을 수 있겠네요. 사실 3쪽 정도 읽었는데, 온 가족이 모여 있고 여기 저기 불려다니다 보니ㅋㅋㅋㅋㅋ 집중이 안 되서요. 아껴읽을만한 소중한 책이라 일단 좀 미뤄두었습니다.
소중한 빨간 글씨도 오늘이 끝이네요 ㅋㅋㅋㅋㅋㅋㅋ 행복하고 편안한 밤 되세요, 망고님!

망고 2024-09-18 20:23   좋아요 2 | URL
알라딘 서재에 계신 많은 분들이 이곳을 지키고 있는 이유가 책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재미 때문일거 같아요. 책 이야기를 이렇게 하고 또 읽어주는 분들이 계신 곳이 대체 어디일까요? 바로 여기지요ㅋㅋㅋㅋㅋ게다가 나랑 같은 책을 재밌게 읽었다고 하는 분들을 보면 얼마나 반갑게요.
아니 근데 단발머리님 아이돌 누구를 좋아하신거죠? 궁금ㅋㅋㅋㅋ
저는 빅뱅이후 아이돌을 잘 몰라요ㅠㅠ

제가 ˝올리브 키터리지˝를 읽고 너무 좋아서 스트라우트 소설을 막 검색해 봤는데 그당시에는 ˝에이미와 이저벨˝이 번역서로 없었어요. 마침 중고서점에서 90년대에 나온 ˝타인의 여름˝이라는 책이 있길래 사서 읽었죠. 바로 그게 스트라우트의 첫 소설 ˝에이미와 이저벨˝이었던거죠. 그당시 제목 무슨일일까요?ㅋㅋ 아참 신간에도 여전히 이저벨이 살아 있습니다. 올리브가 매일 찾아가요^^

밥과 루시는 특히 밥이 마음을 정리하는 부분은 깜짝 놀라실 겁니다. 생각지도 못 하는 식으로 불현듯 정리가 되거든요. 하지만 딱 그가 밥 버지스이기 때문에 그렇게 되는... 스트라우트는 자신의 캐릭터를 정말 잘 알고 있다고 감탄하게 되는 부분이었어요. 궁금하시죠? 헤헷
저는 이전 소설들에서 루시가 윌리엄과 있으면 안전하다고 느낀다는 부분이 좋았어요. 헨젤과 그레텔 비유가 생각이 납니다. 이 소설에서도 루시는 윌리엄을 그런식으로 받아들입니다. 하지만 윌리엄은 가끔씩 등장할때마다 그 존재감이...밉상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님 추석 바쁘게 잘 보내셨겠죠? 추석 이후 느긋한 독서 화이팅입니다.
좋은 꿈 꾸세요^^

페넬로페 2024-09-18 19: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망고님,
한 작가를 애정하는 모습이 넘 좋으네요. 저에겐 그 작가가 누군지 생각하게 합니다.
저는 ‘내 이름은 루시 바턴‘만 읽었는데
그 뒤로 어떤 순서로 읽으면 좋을지 좀 알려주세요^^

망고 2024-09-22 20:25   좋아요 1 | URL
˝내 이름은 루시 바턴˝ 읽으셨으면 그 후 ˝무엇이든 가능하다˝-->˝오 윌리엄˝-->˝바닷가의 루시˝ 이 순서로 읽으시면 됩니다. 올리브 시리즈를 읽으시려면 ˝올리브 키터리지˝-->˝다시 올리브˝ 이 순서로 읽으시고
˝에이미와 이저벨˝와 ˝버지스 형제˝ 까지 읽어 보신다면, ˝바닷가의 루시˝를 읽을 때 여기 나온 모든 인물이 등장해서 굉장히 반가우실 겁니다.
페넬로페님도 스트라우트를 분명히 좋아하게 되시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상해 봅니다.

다락방 2024-09-18 19: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스트라우트 소설 중에서 올리브 키터리지가 제일 좋아요. [올리브 키터리지] 너무 좋아서 아무데나 휙 펼쳐 읽고 그랬어요. 그런데 올리브 키터리지가 더 좋아진 건 [다시, 올리브]을 읽고난 뒤였어요. 이 표독스런 올리브가 나이들고 좀 더 유해진 것 같았거든요. 다시, 올리브에서 왜 그 2월의 햇빛 말하는 부분이요. 제가 그 부분을 정말, 정말 좋아합니다. 눈물날 만큼이요.
저도 그간 스트라우트 작품 다 읽어왔는데 지금 바닷가의 루시도 안읽고 있는데 이 책까지.. 점점 쌓이네요. 그런데 밥과 루시의 우정을 어떻게 그렸을지 정말 기대가 큽니다. 스트라우트는 그런 걸 기가 막히게 잘 쓰니까요. 아 행복합니다!!

망고 2024-09-18 20:40   좋아요 0 | URL
오오 맞아요 2월의 햇빛 부분 저도 좋아했어요. 스트라우트는 간단하게 배경과 날씨를 묘사하는데 그게 정말 딱 너무 제 마음 같이 묘사해서 감탄할때가 많아요ㅠㅠ 쉽게 쓰는데 깊게 들어간다고 할까...간단한 문장 한줄이 가슴을 막 후벼파기도 하고...ㅠㅠ 암튼 최고 입니다!
˝바닷가의 루시˝ 아직 안 읽으셨어요? 하긴 스트라우트 작품은 뭔가 마음이 조용해 질 때 읽어야 할 것 같아서 쌓아놓는 심정 저도 이해가 갑니다. 저는 ˝내이름은 루시 바턴˝을 읽고 한동안 그 다음 소설을 읽지 못 하고 있었어요.
밥과 루시의 관계는 분명 다락방님도 좋아하실 거 같은데... 이 둘이 이야기를 주고받으면서 나누는 사랑. 크흐...스트라우트 정말 절묘하게 잘 썼습니다. 기대하세요^^ 아니 근데 가만 생각해보면 이 둘 사랑이 그저 플라토닉해서 다락방님이 싫어하실 수도 있겠습니다 흠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4-09-18 21: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망고님 스트라우트 찐팬이시네요! 전 올리브키터리지랑 다시올리브 만 읽었는데 참 좋았습니다… 나머지도 읽어야지 해놓고 못읽고 있네용 ㅜㅜ

망고 2024-09-18 21:41   좋아요 0 | URL
제가 제일 좋아하는 올리브 시리즈 두권을 읽으셨군요^^ 이제 루시 바턴 시리즈를 읽어보시죠 독서괭님도 스트라우트 팬으로 끌어들여야지😁

바람돌이 2024-09-18 21: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제가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인물 중 가장 사랑하는 인물이 올리브예요. 그 이유가 망고님 글 보니까 바로 나오네요.
어떤 상황에서든 진실을 바라보는 직격탄을 날릴 수 있는, 그러나 상처를 보듬어줄줄도 아는 할머니 올리브 말이죠.
저도 엄청 궁금하지만 그래도 번역을 기다립니다. 기다린다는 건 또 다른 설레임이고 기쁨이거든요. ^^

망고 2024-09-18 23:38   좋아요 1 | URL
올리브가 말은 직설적으로 하기도 하지만 속은 또 여린 사람이잖아요? 게다가 열린 마음의 소유자이기도 해서 자신이 생각 못 했던 것을 누군가에게 들으면 그것에 대해 골똘히 생각하고 받아들이기도 하고요 매력이 넘치는 올리브 할머니 저도 참 좋아합니다😄
바람돌이님 설레임 가득 안고 이 소설 만나보시면 분명 아주 좋아하시게 될 겁니다!
 

봄에 마당 창고에서 태어난 애기냥들이 이만큼 컸다.



제법 늠름! 




감나무를 스크래쳐로 쓰는 현장 적발!

 

이제 녀석들 독립해도 될 것 같은데 아직도 엄마냥 젖을 먹는다.

커다란 녀석들이 언제까지 애기짓 할래?ㅋㅋㅋㅋㅋ




꽃 사진 없으면 섭섭하니까ㅋㅋㅋㅋ




이 꽃은 서양채송화다.

진짜 채송화는 아니고 꽃이 채송화같이 생겼다고 서양채송화라고 이름 붙인듯 하다.

진짜 이름은 포테리카...인지 포체리카 인지 암튼 그렇단다.

사실 이 꽃은 이웃집에서 주셨다.

아빠가 이웃에 꽃이 예쁘다 하고 보고 계셨더니 한움큼 뽑아 주셨다고ㅋㅋㅋㅋㅋㅋ

꽃이 참 귀엽고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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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24-09-16 15: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늠름하기론 소싯적 우리 망고 따라올 냥이 없지요!
천국의 망고도~ 망고님께서도 즐겁고 행복한 추석 잘 쇠세요~~
서양채송화가 알록달록 예뻐서 추석 분위기 물씬 납니다.^^

망고 2024-09-16 15:38   좋아요 1 | URL
ㅠㅠ 맞아요 망고가 성격은 느긋 말랑말랑 순한 아이인데 몸이 우람해서 참 늠름해 보였는데 말이죠ㅠㅠ아직도 망고를 기억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맛있는거 많이 드시고 행복한 추석 보내세요😄

단발머리 2024-09-17 07: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망고님 댁에 예쁜 마당이 있으니 이런 예쁜 사진이 가능하군요. 얼른 독립하면 좋겠지만 가까이에서 볼 수 있으니 그것도 좋네요.
순간 포착 망고님 찰칵 실력 덕분이지만요.
즐겁고 편안한 추석 명절 되시길요! 전 이제 근무하러 갑니다ㅎㅎㅎ

망고 2024-09-17 12:10   좋아요 1 | URL
엄마냥이가 왜소한데 제법 큰 애기냥들 젖 먹이는 걸 보면 안쓰러운 마음도 들어요ㅠㅠ 애기냥들이 귀엽긴하지만요...
단발머리님 추석에도 바쁘시군요ㅎㅎㅎ얼른 근무 마치고 편안한 연휴 보내시길요😆

자목련 2024-09-18 11: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귀여운 냥이, 화려한 채송화!
서양채송화, 정말 예쁘네요. 저는 처음 봐요^^

망고 2024-09-18 16:44   좋아요 0 | URL
저도 서양채송화는 처음 봤어요. 얼핏 보면 그냥 채송화 같은데 잎을 보면 채송화랑은 완전 다른. 색깔도 여러가지고 귀엽고 예쁜 꽃입니다.

그레이스 2024-10-03 11: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꽃들 사이 고양이는 부르노 릴리에포르스 라는 화가의 그림이랑 분위기가 비슷해요.
마이아트미술관 북유럽 회화전에서 보고 인상적이었거든요.
검색해보세요 ^^

망고 2024-10-04 12:28   좋아요 1 | URL
저 지금 검색해 보고 왔어요 그림이 따뜻한 느낌이 들어요 고양이들 특징도 참 잘 잡아내었고...아 그림 넘 좋네요 집에 걸어놓고 싶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