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판스타 - 이희재 단편집
이희재 지음 / 글논그림밭 / 2001년 7월
평점 :
절판


책상위에 꽉 차있는 큰 모니터와 여러대의 컴퓨터,  각종 장비며 널려져있는 자료들과 함께

종이의 시체들.. 지금 내주위를 이렇게 찬찬히 둘러보고 있다. 아! 많은 종류의 필기구가 꽂힌 연필꽂이를

빼놓았군..컴퓨터 본체에 가지각색으로 붙어있는 포스트잇과 아무렇게나 스카치테잎으로 붙인

메모용지.. 탁상용 달력에 동그라미가 몇개씩 제멋대로 그려져있고 빼곡히 적혀있는 일정들..

피트병을 반으로 자른 재떨이에서는 쓴맛들이 올라오고,  녹차를 하나가득 우려내어서 먹는 플라스틱

병은 이미 바닥을 드러내놓고 있다.

이책은 이렇게 자질구레한 일상을 돌아보게 한다.  웃음을 흘리는 아가씨의 얼굴에서도 어딘가 애처로와

보이고 위태위태하다.  새벽길의 청소부의 모습에서는 삶이 너무 잔인하여 비장함마저 느껴진다.

또한, 물을 찾는 아버지에게 소주와 새우깡을 건네는 어린자식의 손에서는 아버지의 비밀이 느껴진다.

작가지망생의 필명인 김중배 라는 이름에서는 뒷통수를 맞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많은 모습들이 지금 내가 읽었던 이책 속에서 각자의 몫을 다하고 있다. 감동이라는 말로는

표현될 수없는 이, 가슴께가 뻐근한 느낌이 있다. 내주위를 돌아다본것은 내가 지금 발 붙이고 있는

제일 작은 공간이기때문이다. 조금더 나아가 가족들을 돌아다보았고, 그리고 이웃들을 돌아다 보았다.

시계바늘이 재깍 하고 넘어가는 소리가 아주 선명하게 들리는 이시간마저도 소중하게 느껴졌다.

책을 읽으며 드로잉선이 구불구불한것이 아마도 작가의 캐릭터일거라고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손이 떨려 바른 선을 작가는 그리지 못한다고 한다.  만화를 그린것이 아니라 이작가는 나를 그렸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선을 둥글려서 마무리를 지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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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키웨이 2004-07-02 0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인 줄 모르고
술이야기네? 오호!
하면서 막걸리 마시러 왔더니만 ^^

두심이 2004-07-02 0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같이 비오는 밤에 자신의 얘기를 돌아보며 누군가 이렇게 제게 말을 걸었습니다.
막걸리 한잔하시죠.. 거기에 같이 동참하시렵니까?

코코죠 2004-07-02 04: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줍게) 저도 한 사발 주시면, 안될까요?

밀키웨이 2004-07-02 04: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즈마님이랑 같이 합석해도 될까요?
초면이지만...(물론 이름이야 너무너무 자주 들었더랬지요. 오즈마님의 백권읽기에 저는 또 위기의식을 느끼기도 했구요. 이렇게 사는 사람도 있는데 너는 뭐시냐! 그런...^^)
그래도 즐거운 술자리가 될 거 같네요

반딧불,, 2004-07-03 1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쉽네요..
한참이나 지났군요.
저도 한 잔 덩달아 마시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