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일전쟁 - 역사가 망각한 그들 1937~1945
래너 미터 지음, 기세찬.권성욱 옮김 / 글항아리 / 2020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실 우리에게 중일 전쟁은 크게 주목 받은 전쟁이 아니다. 우리가 치열한 독립 운동을 하긴 했지만 해방을 맞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태평양 전쟁에서 일본이 미국에 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본의 진주만 공격 이후로 미일 전쟁에 관심을 많이 쏟았지 그전의 중일 전쟁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 했다. 그러나 일본이 태평양 전쟁을 일으키게 된 것은 중일 전쟁에 기인한다는 것을 많이 알지 못한다. 


중국에 발목 잡힌 일본이 전세를 역전시키기 위해서 미국에 대해 전쟁을 일으키게 되었고 그것은 패망의 지름길 이었던 것이다. 분명 일본은 미국의 국력이 자기들보다 월등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전쟁을 일으켰다는 것은 원래 계획이 어그러졌고 그 계획을 망가뜨리게 된 것이 바로 중일 전쟁에서의 중국의 격렬한 저항이다. 


우리에게는 태평양 전쟁을 일으키게 된 주요한 원인이 무엇인가를 알아야 할 필요가 있고 그런 연장선상에서 중일 전쟁을 알아야 한다. 무엇보다 당시 중국 국민당 정부의 항일은 우리 독립 운동사에서도 중요한 부분이기도 하기에 그동안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이 전쟁에 대해 더 자세히 들여다봐야 하는 것이다.


최근에 중일 전쟁의 전쟁사적인 면에서 그 상황을 상세하게 알 수 있게 하는 책이 있어서(중일전쟁,권성욱지음) 묻혀진 전쟁을 일깨워줬다면 이번에 나온 책은 당시 중국의 정치사적인 면에서 중국이 어떻게 일본에 대항했고 무능의 상징이었던 장제스가 어떻게 전쟁을 수행했는지를 흥미롭게 이야기해주고 있다. 그런데 우리가 그전에 일반적으로 알고 있었던 편견들을 깨는 내용이 많다.


만일 이 책의 부제를 짖는 다면 '장제스의 항일 일지'라고 할만큼 전체적으로 장제스의 대일전 수행에 관한 내용이 중점적인데 중일 전쟁의 실질적인 주인공이기에 그럴 수밖에 없을꺼 같다. 많은 사람들이 장제스는 쑨원을 이은 국민당 최고 권력자였지만 부정과 부패를 척결하지 못해서 결국 중국 공산당에 패퇴, 대만으로 쫓겨간 독재자라고 알고 있다. 게다가 항일보다는 반공에 치중해서 일본에 고전한 지도자라고 한다. 반면에 중국 공산당은 치열하게 반일 투쟁에 나서서 결국 중국을 구해냈고 그것으로 인해 중국의 주인이 되었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장제스가 반공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결코 항일에 소홀하지 않았음이 밝혀지고 있다. 오히려 소극적인 국공합작이 아니라 적극적인 국공합작을 통해서 반공을 잠시 접어두고 항일에 집중했음을 이 책에서 잘 알려주고 있다. 그야말로 온 힘을 다해서 일제와 싸웠던 것이다. 그가 정책상의 실수도 많았고 황허강 제방 붕괴와 같은 일을 통해 수십만명의 목숨을 앗아갔던 일을 저지르기도 했지만 그가 일제에 협력하고 굴복하였다고 하는 것은 사실이 아님을 이야기 한다.


사실 일본은 우리나라를 식민지화하면서 대륙으로 진출할 교두보를 마련하였고 1차 세계 대전에서 승전국으로 짭짤한 전리품도 챙기면서 아시아의 신흥 강대국으로 발돋움하고 있었다. 그에 반해 중국은 신해혁명으로 전제 정치가 종식되고 민주주의 정부가 들어섰으나 거대한 대륙을 정치적으로 통일하지 못하고 전국 각지에 군벌들이 통치를 하는 일종의 전국 시대가 되었다. 장제스의 노력으로 점차 안정적인 국가를 만들고 있었긴 하지만 여전히 강력한 군벌은 존재하고 있었고 그들을 그냥 힘으로 권위로 억누르고 있는 형국일 뿐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은 1931년 만주 사변을 통해서 만주를 통째로 집어 삼켰다. 이때 장제스가 일본과 평화를 선택한 것을 두고 그 뒤 내내 굴복했다고 하는데 그때는 일본의 그 정도에서 저지시킬려는 의도였을 것 같다. 만주를 완벽하게 통제할 힘을 갖고 있지 않았던 장제스 정부로서는 만주을 잃는다고 해도 일본을 거기에 묶어두려고 했을 것이다. 그러나 일본은 만주가 아니라 대륙 전체를 원했고 만주 사변에 이어서 결국 중일 전쟁을 일으키게 된다.


중일 전쟁이 단순히 중국과 일본과의 전쟁이 아닌 것은 몇 년뒤 일어나는 제 2차 세계 대전과 연결이 되기 때문이다. 독일의 동맹이었던 일본이 중국을 점령하고 영국과 프랑스의 식민지가 있던 인도차이나까지 지배력을 넓힌다면 독일의 유럽 침략은 더 수월해질 터였다. 거기에 불가침 조약을 맺어놓고 독일에 뒷통수를 맞은 소련이 온 전력을 유럽에 집중하는 사이, 일본이 만주를 놓고 건곤일척의 승부를 벌이던 오래된 숙적 소련의 시베리아를 침공한다면 세계는 독일과 일본이 지배하는 형국이 될 판이었다. 


이런 시나리오를 정면으로 뭉개버린 것이 중국이다. 중국이 초전에 일본군에 밀린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으로 망한 것은 아니었다. 계속해서 내륙으로 도망가면서도 전열을 정비하고 일본에 항전할 준비를 했다. 그 결과 일본은 부분적으로 전투에 이기긴 했지만 결코 전쟁에 이기지 못했다. 중국 대륙의 많은 부분을 점령했지만 그것은 불안한 차지였고 언제 중국군의 반격이 있을지 몰랐다. 이렇게 중국군이 수십만의 일본군을 잡아두고 있었기에 유럽의 전선은 회생할 시간을 벌게 되었고 일본은 부족한 군수물자의 확보를 위해서 인도차이나로 진출을 하게 된다. 이것이 미국의 심기를 거스르게 되고 미국의 압박에 진주만 기습을 단행하게 된다.


2차 대전에서 소련은 독일의 침공을 받아서 수백만명의 사상자를 내는 큰 희생을 했다. 그런데 소련의 희생은 기억하면서 또 다른 전장에서 장제스의 중국이 겪은 큰 고통은 잘 모르는것 같다. 난징에서의 대학살을 포함해서 수많은 중국인들이 일제의 침략에 희생되었다. 그들의 희생 덕분에 일본은 중국에서 벗어날 수 없었고 기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미국에 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과장해서 표현한다면 일본과의 전쟁에서 일을 다 한것은 장제스의 중국 국민당정부였다. 국공합작의 한 축인 공산당은 항일보다 국민당정부를 무너뜨리는 것이 더 우선순위였다. 그들이 항일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과는 달리 그들은 일제에 대한 항거가 강하지 않았다. 일본과의 전쟁에 많은 힘을 쏟은 국민당 정부는 곧 이어진 내전에서 힘을 비축한 공산당에게 패퇴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중일 전쟁은 단순한 전쟁이 아니다. 세계사적인 면에서 여러가지 복잡한 상황이 겹치고 여러가지 의도한 것이 합쳐져서 일어난 전쟁이다. 그러나 이 전쟁이 2차 세계 대전의 시발점이라는 지은이의 주장이 동의가 될 정도로 중요한 전쟁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우리에게는 이 전쟁 이후로 강제징용이나 징집, 위안부 등 큰 시련을 겪게 되는 시초점이 되었고 태평양 전쟁으로 확대되면서 결국 해방으로 이어지게 되는 역사적 흐름의 큰 분기점이 되는 점에서 더 많이 알아야 할 전쟁이라는 생각이 든다.


책은 당시 상황을 잘 분석해서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전쟁을 책 한 권으로 정의내리기는 어렵겠지만 전체적으로 어떤 전쟁이었고 어떤 의미를 갖게 하는가에 대한 의문에 답을 하기에는 충분하게 쓰여졌다. 번역도 어렵지 않게 잘 되어서 이해하기 쉽게 되었고 역주를 통해서 더 상세하게 상황을 알게 되었다. 참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전쟁인데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관련된 책이 잘 없었는데 이 책으로 중일 전쟁의 참 모습을 알 수 있어서 좋았다. 위에서 말한 동일한 제목의 책과 함께 읽는다면 상호보완해서 깊이 있게 전쟁을 들여다 볼 수 있을꺼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리 역사문화사전 - 알아두면 잘난 척하기 딱 좋은 잘난 척 인문학
민병덕 지음 / 노마드 / 2020년 4월
평점 :
절판


일제가 우리에게 끼친 패악은 뭐 한두가지가 아니지만 근본적인 것은 과거와의 단절이다. 수백년 동안 내려온 삶의 방식을 일제가 자신들의 방법으로 강제한 결과 옛사람들이 어떻게 살았는가를 알 수 없게 되버렸다. 압제 시절이 없었다면 자연스럽게 익히고 알았을 일인데 그냥 옛날일로 생각하고 만다. 다행히 잊혀졌던 소소한 역사들을 퍼즐 맞추듯 하나씩 하나씩 찾아서 전체전인 우리의 옛 모습을 복원하고 있는데 이 책이 그런 역할을 하는 듯하다.


제목이 역사문화사전인데 그야말로 옛날 사람들은 오늘날과 어떻게 다르게 살았는가에 대한 총제척인 보고서다. 결론부터 말하면 형태는 다를지언정 비슷하게 살았다고 말 할 수 있었다. 우리가 생각하지 못했던 제도나 풍습이 옛날의 그 시절에도 많았던 것이다. 첨단산업이 발달하고 옛날에 치환될 수 없는 기기들이 나와서 삶의 모습이 달라지긴 했어도 사람들 생각하는 건 예나 지금이나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게 한 내용이었다.


책은 여러 분야에서 우리가 몰랐던 일들을 다루고 있는데 짧게 짧게 여러편을 소개하고 있어서 아무 쪽이나 펼쳐서 읽으면 재미있을 부분이 많다. 그렇게 해서 첫번째로 본 부분은 코끼리다. 이 동물은 우리나라에서는 살지 않는데 어떻게 살았을까. 답은 외국과의 교역때문이다. 아마 조선 이전에 시대에도 있었을지도 모르는데 이미 조선에서는 초기 태종때 있었는데 이 이상한 동물은 쓸곳은 별로 없는데 먹는 것이 많아서 천덕꾸러기였다고 한다. 이곳 저곳을 떠돌아 다녔다고 하는데 어디서나 환영받지 못했다고 한다. 코끼리를 소 대신에 농사에 썼으면 더 많은 코끼리가 수입 될 수도 있었을꺼란 생각도 들었다.


우리나라는 인쇄술로 유명하다.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 생산국이기도 한데 손으로 써서 만든 필사본이 발달해서 목판 인쇄술이 발명이 되었고 이것이 금속 인쇄술로 발전된 것이다. 많은 서책들이 발간이 되었는데 직지심경을 제외하고 현존하는 책이 없다는 것이 아쉽다. 관공서나 돈 있는 개인이 소수로 책을 출판했기때문에 오늘날과 비슷한 출판 산업은 발달하지 못했다. 그러나 조선 후기 매매를 목적으로 간행된 방각판이 나왔다고 한다. 이때 나온 출판물로는 서당의 학습용 서적이나 여러 소설류가 있었는데 뛰어난 인쇄술을 발판으로 진작에 산업화를 했다면 우리의 국력이 일찍 부강해졌을꺼란 아쉬움이 있었다.


책은 재미있다. 알고 있는 부분도 많고 새로 알게 된 부분도 많았다. 우리나라의 저력을 느끼게 하는 부분도 있었고 역사 발전을 후퇴시키는 여러 부분들도 있어서 아쉬움도 있었다. 전체적으로 지나간 시대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시켜주는 내용이 많았다. 물론 이 책으로 앞 시대 사람들의 삶을 다 알 수는 없겠지만 어떻게 삶을 이어갔는지 대략적으로 상상 할 수 있는 것이다. 몇시부터 몇시까지 일하고 무엇을 먹고 볼일은 어떻게 보며 결혼이나 휴가 같은 우리가 실제 매일 마주치는 문제들을 과거의 사람들은 어떻게 대처했는가를 잘 알려주고 있어서 흥미로왔다.


시리즈는 잘난 척 하기 좋다고 하지만 너무 짧아서 잘난 척 하긴 어렵겠고 지식에 대한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자극이 되기엔 좋은 책 같다. 이 책에서 흥미를 가진 부분을 더 자세히 공부하게 되는 기회가 될 수도 있을꺼 같다. 이리저리 머리 아플때 아무렇게나 펴 놓고 읽다보면 빠지게 되는 그런 책이라서 좋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둠의 눈
딘 쿤츠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20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딘 쿤츠는 묵직하면서도 속도감있는 글을 잘 쓰는 작가라서 그전부터 주목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정말 대박을 친 작품을 냈다. 그런데 사실 이 작품이 지금 나온것이 아니라 무려 40여년전 1981년에 나온 책이라고 한다. 1981년이면 우리나라에서 막 칼라텔레비젼이 나와서 신기해하던 세상이었다. 아무리 상상력이 뛰어나다고 해도 그때 이미 이런 생각을 했다는 사실이 정말 놀라울 뿐이다.


이야기는 어린 아들을 잃은 한 어머니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라스베이거스에서 유명한 무용수이자 안무가인 티나는 어느 날 아들인 대니를 사고로 잃고 만다. 남편과의 사이가 좋지 않아서 결국 이혼까지 했던 터라 그녀에게는 아들이 최고의 삶의 희망이었다. 이제 그 희망이 사라진 것이다. 살아가기 위해서 라스베이거스의 쇼에만 집중하던 그녀에게 이상한 일들이 일어난다. 집안의 물건이 들썩들썩거리고 알수없는 악몽까지 꾼다. 이것이 모두 아들을 잃은 것에서 오는 망상이라고 여겼던 티나. 그러나 이 이상한 일들은 계속된다. 칠판에 글이 써지고 컴퓨터에서 이상한 글들이 출력되고.


서서히 이 일들이 심상치 않다고 여긴 티나. 그러나 아무도 그의 말을 믿지 않고. 그리고 이것이 대니의 신호가 아닐까 생각을 한다. 사실 사고로 죽었다는 것만 알지 시신을 확인하지 못했던 터였다. 아들이 살아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명확한 증거가 없다. 그러던 중에 변호사인 엘리엇을 알게 된다. 다정한 그에게 빠져들던 티나는 아들이 살아있을지도 모른다는 속내를 털어놓는다. 하지만 아무리 그녀에게 마음이 있던 엘리엇이라고 해도 그것에 동의할 수는 없는 법.


그러던 중에 티나의 전 남편인 마이클이 살해된다. 이어서 엘리엇과 티나에게 죽음의 마수가 뻗어온다. 이것은 국가 기관이 개입한 일이라는 것을 짐작하게 된다. 마침 엘리엇이 변호사 이전에 정보원이었던 이력이 있어서 엘리엇의 주도로 정체모를 집단의 추격에서 도주를 하게 된다. 그리고 아들이 사고를 당했던 곳으로 가게 된다. 과연 대니는 살아 있을까.


요즘 시점에서 보면 조금 밋밋할 수는 있지만 40년전에 쓰여진 작품이라고 생각하면 상당히 밀도있는 이야기이다. 미스터리와 스릴러 그리고 초자연적인 이야기가 함께 버무려 있다. 초반에는 상황 설명이 있어서 조금 느리게 진행되지만 중반부터 이야기가 긴박하게 이어지면서 속도있게 전개된다. 단 4일동안에 일어난 일이라서 더 밀도감이 있다.


이 이야기는 최근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서 더 주목받는 책이다. 그동안 출간되지 않다가 책 내용중의 특별한 부분과 관련해서 출간이 되었는데 사실 그 부분은 그리 비중이 크게 차지하는건 아니지만 소재가 독특하고 이번의 사태에 관련이 있다는 것이 흥미롭다.


이 책으로 딘 쿤츠라는 작가의 이름이 더 알려질꺼 같다.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유명세에 비해서 많이 알려지지 않았는데 이번에 많이 각인이 될꺼 같다. 아주 속도있는 작품은 아니지만 여러 장르의 특징을 잘 합친 재미있는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991 - 공산주의 붕괴와 소련 해체의 결정적 순간들 마이클 돕스의 냉전 3부작
마이클 돕스 지음, 허승철 옮김 / 모던아카이브 / 2020년 3월
평점 :
품절


어렸을 때 미소 대립은 매일 뜨는 태양처럼 늘 존재하는 상황이었고 그것이 흔들릴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었다. 북한과 현실적으로 대립하고 있어서 많이 의식하지 않아서 그렇지 미소 냉전은 지구 멸망 끝까지 갈 것 같았다. 그러나 그 냉전이 끝났다. 그것도 하루아침에.


초기 자본주의의 여러가지 큰 문제점으로 인해서 사회주의나 공산주의는 어찌 보면 필연적으로 등장할 수 밖에 없었다. 막 산업혁명이 시작되면서 사람들이 인간이 아닌 자본가의 소모품으로 전락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하든 그것을 타파하기 위한 사상이 나올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것이 마르크스의 공산주의 이론이고 이것이 실제적으로 출연한 것은 바로 소련이다. 러시아 황실의 무능과 폭정으로 혁명이 일어나고 결국 붉은 군대가 소련을 세웠을 때 모든 세상은 곧 공산화가 될꺼라 믿었던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나 공산주의 이데올로기는 오래갈 수 없는 상상의 체제였다. 인간 기본의 의식인 '욕망'을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마 소련이라는 덩치 큰 국가에서 나타나지 않았다면 이토록 오래가지는 않았을 것이다. 소련이었기에 그나마 버틴 거지 아니면 벌써 무너졌을 것이다. 이 체제는 처음에는 효율적이고 생산적이어서 모두에게 만족감을 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개인 한 사람 한 사람의 인간성을 존중하지 않는 시스템은 결국 모두에게 불만을 갖게 하고 그것이 합쳐질때 무너지게 되어 있다.


이 책은 그런 소련의 냉전이 어떻게 진행되고 어떻게 망하게 되는지에 대한 상세한 다큐멘터리다. 이미 시리즈 1편과 2편을 통해서 냉전의 시작과 중간을 잘 알 수 있었는데 이 책은 시리즈의 마지막으로 냉전이 끝나기 전 시점부터 끝날때 까지를 알려주고 있다.


미국이 70년대 베트남 전쟁의 수렁에 빠져서 허우적 대다가 겨우 겨우 발을 빼는 것을 봤으면서도 소련은 똑같이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했다. 문제는 소련은 소련이지 미국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아무리 군사력이 강해도 기본적으로 미국에 비해서 재정적인 면이 약할 수 밖에 없다. 그런데도 밑도 끝도 없는 전쟁에 휘말리게 된 소련은 이 전쟁으로 인해서 수많은 사상자와 함께 체제 붕괴의 서막을 열게 되었다.


한편 점점 더 서방과의 경제적 격차가 벌어지고 전쟁으로 인해서 경제 상황이 더 악화되면서 이 난국을 타개 하기 위한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었다. 소련 최고 지도자인 서기장은 흐루시초프 이후로 늙은 통치자들이 지배했는데 소련 몰락의 기세를 막을 능력은 없었다. 그중 안드로포프가 개혁의 뜻을 보이긴 했지만 얼마 못가 사망하고 실제적인 개혁은 고르바쵸프의 시대가 와서야 이루어졌다. 농업쪽에서 일도 했었던 고르바쵸프는 소련의 생산성이 형편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고 소련의 안에서 부터 망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제 소련의 앞날은 개방과 개혁뿐이라고 여겼던 이 젊은 서기장은 미국과 군축을 협상하고 여러 서방세계와 협력을 다짐했다. 절대로 교류하지 않을 것 같았던 우리나라와도 외교 관계를 수립하고 서울 올림픽에 참여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누가 알았으랴. 소련을 살리기 위해서 개방을 했던 것인데 결국 그것 때문에 해체가 되고 말았다는 것을. 


수 십년 동안 인민을 억압하고 민주주의 이론을 말살했던 소련에서 급속한 개방 개혁은 다른 결과를 일으켰다. 폴란드는 자유 노조를 결성하고 공산당을 몰아낼려고 했고 다른 동구권 국가들도 소련의 눈치를 보지 않고 기지개를 펼치게 되었다. 서방의 지원으로 경제를 살리려고 했지만 이미 망가진 소비에트식 경제는 소생하기 어려웠고 모든 사람들에게 불만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고르바쵸프에 반감을 가진 공산당 내부와 군부의 협력으로 반란이 일어난다. 하루아침에 고르바쵸프는 실각하고 옛 체제로 돌아가는 듯 싶었다.


그러나 비록 경제 재건에 실패를 하긴 했지만 고르바쵸프가 뿌린 개방 의식은 소련 국민들이 쿠데타를 인정하지 않게 했다. 옐친을 중심으로 한 국민의 단합된 힘으로 반란을 진압하게 되었고 고르바쵸프는 돌아왔지만 옛날의 힘을 잃게 되었다. 그리고 1991년 12월 25일 크리스마스에 공식적으로 세계 최초이자 최대의 공산주의 국가가 종말을 맞게 된다. 


책은 미소 냉전이라는 큰 틀에서 소련이 어떻게 변모해나가고 어떻게 몰락하게 되었는지를 흥미롭게 잘 설명해주고 있다. 지은이가 소련 주재 미국 기자인데 역사의 순간에서 직접 겪은 일들과 여러가지 자료들을 잘 배합 해서 바로 앞에서 보는 듯이 상세하게 잘 재현해 냈다.

냉전이라는 오랜 기간의 일들을 한번에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여러가지 알아야 할 사실들이 많아서 쉽게 알 수 없는 역사인데 기자답게 중요한 핵심적인 일들을 중심으로 현장감있게 잘 표현을 해서 냉전 시대는 어떠했는지를 잘 알 수 있게 했다. 제정 러시아를 이은 소련 이라는 나라의 역사를 딱딱하게 나열하는 역사책이 아니라 어떨때는 르포같고 어떨때는 다큐같은 느낌을 주면서 소비에트 냉전의 시작과 끝을 잘 풀어낸 역작이다. 번역도 매끄러워서 이 시절을 알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시리즈 괜찮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삼국지 첩보전 2 - 안개에 잠긴 형주
허무 지음, 홍민경 옮김 / 살림 / 2020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삼국지에서 가장 클라이막스는 어디일까. 보통 적벽대전을 말하는 사람이 많은데 일리있는 말이다. 적벽대전을 통해서 위가 대패하면서 오와 촉이 홀로서기를 할 수 있는 시간을 벌었고 이야기 자체가 흥미롭고 재미있는 구석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삼국지의 최고 중요한 순간은 바로 관우의 죽음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위촉오 세 나라의 군주는 다들 나름의 이야기가 있고 또 나름 영웅들이긴 한데 밑바닥에서부터 올라온 유비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많다. 결과적으로 조조를 무너뜨리지도 못하고 결국 조조의 후신에 의해서 촉이 멸망하긴 하지만 유비,관우,장비 이 세 사람에 심정적으로 동조하는 면이 많은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형주를 홀로 지키다가 결국 오나라에 의해 죽게 되는 관우 부분이 삼국지 통틀어서 제일 슬프고 중심되는 부분이다. 어떤 사람은 관우의 죽음과 함께 이성을 잃은 장비와 유비의 모습으로 인해서 더 이상 안 읽는다고 하는데 실제로 촉나라 전력의 큰 부분을 차지하던 형주를 잃음으로써 촉한은 성장 가능성을 잃어버리고 그저 수성의 위치만 있을수 밖에 없었다. 


형주는 오나라로 진출하기에도 좋았고 위를 공격하기에도 좋았던 지리적으로도 요충지였고 생산물자도 풍부하고 그것을 옮기기에도 좋은 전략지였기에 그것을 잃은 것은 큰 손실이었던 것이다. 무엇보다 한날 한시에 죽자고 맹세한 유비,관우,장비 세 사람의 운명이 이것으로 끝나게 되는거나 마찬가지여서 형주 관우의 이야기가 삼국지 최고의 중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1부에서 정군산 전투의 패배로 귀신첩자인 '한선'을 잡기 위해서 전력을 기울인 위. 당시 각국에는 정보기관이 있었으니 위에는 진주조, 촉에는 군의사, 오에는 해번영이라고 불렸다. 이들이 한선의 정체를 밝힐려고 무척이나 애를 썼으나 그 행방을 알 수는 없었다. 그 와중에 위의 진주조에서 활약했던 '가일'은 위나라에서 죽을 운명이었으나 뜻밖에 한선의 도움으로 오나라로 오게 된다. 자신이 잡으려고 했던 상대에게서 구원이라. 그러나 가일은 해번영으로 와서 새로운 삶을 살기로 하지만 적국의 첩보원이었던 가일에게 어딘지 싸늘한 느낌이다.


그러던 와중에 오나라 내부의 암투가 있게 되고 우여곡절끝에 가일은 형주로 가게 된다. 거기에서 오나라 장수 감녕의 암살 사건과 관련해서 조사를 벌이다가 일이 발생하면서 간자로 찍혀서 또 도망자의 신세가 된다. 그리고 형주를 둘러싸는 짙은 암흑의 구름. 오나라 손권의 형주에 대한 야심이 펼쳐지게 되고 관우는 혼자서 대적을 맞이하게 된다. 이 상황의 배후에 한선이 자리잡고 있고...과연 한선은 누구의 편이며 무엇을 얻으려고 하는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삼국지의 이야기에 실제로 있었던 역사적 사실을 접목하고 큰 설명없이 지나갔던 여러 배경들을 상세하고 치밀하게 복원함으로써 삼국지와는 또다른 결의 재미를 주는 책이다. 역사적인 내용이라서 역사 소설이면서 첩보의 이야기를 담아서 첩보 소설이기도 하다. 그리고 궁극적인 주인공인 '한선'을 쫓는 이야기라서 미스터리 소설이기도 하다. 삼국지라는 것과 관련없이 삼국시대가 배경인 미스터리 첩보물이라고 생각해도 좋을 듯 하다. 


삼국지에서 큰 전투 위주로 넘어가서 상세한 전개 과정이 궁금했는데 이 책을 통해서 그런 전투가 어떤 상황에서 이루어지고 전개가 되는지 잘 알 수 있어서 좋았던 책이었다. 아무래도 삼국시대가 배경이고 삼국지 이야기가 주요 내용인 책이라서 삼국지를 아는 사람이 읽으면 더 흥미롭게 읽을 책이다. 삼국지를 이렇게도 해석해서 낼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재미있게 읽을 새로운 스타일의 삼국지다. 과연 '한선'의 정체는 밝혀질까. 뒷 편이 궁금해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