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연구하는 여인
아리아나 프랭클린 지음, 김양희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6월
평점 :
절판


요즘 인기있는 미국 드라마로 csi라는 드라마가 있다. 우리말로 하면 과학수사대쯤 될꺼다. 사건이 일어나면 과학적으로 증거를 분석해서 범인을 잡는데 도움을 주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다. 여러가지 증거들속에서 범인을 추적하는 건데 함깨 따라가는 재미가 만만치 않다.
그런데 여기 현재도 아닌 중세시대에 매력적인 법의관이 있었는데 그 이름 아델리아.
그것도 여성의사. 이 책은 이 아델리아가 그 시대로서는 최고의 법의학적인 지식을 동원해서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이야기이다.

그런데 서양중세에서 의사라는 직업과 여성의 사회적인 위치는 오늘날과는 큰 차이가 있었다. 암흑의 시대라고도 불렸던 시기인만큼 교회의 권위가 절대적이었던 시절이었는데 사람의 병은 오직 기도와 하나님의 은총으로만 고칠수있고 의술은 소용없는걸로 치부되었었다. 그리고 여성의 지위는 남성의 부속물정도로 여겨지고 있었는데 바로 그 낮은 신분의 여자에다가 성직자도 아닌 의사가 사건을 조사하게 되었던 것이었다. 그 자체가 사건해결이 험난함을 예고하는거나 다름없었다.

이야기는 중세 영국의 어느 마을. 갑자기 4명의 아이가 잔인하게 살인되는 사건이 연달아 일어난다. 아무도 그 범인이 누구인지 모르는 가운데 몇몇사람의 부정확한 정보와 이어져내려온 편견등으로 인해서 유대인들이 범인으로 지목되고 마을 사람들에 의해서 몇사람의 유대인이 살해당하고 거의 폭동을 일으킬 지경에까지 이른다.

이 사건을 위해서 3명이 파견되는데 위에서 말했던 여의사 아델리아와 유능한 수사관인 유대인 시몬, 그리고 아델리아를 보호하는 하인인 아라비아인 만수르. 하지만 실질적인 조사를 하는것은 시체를 검안하는 아델리아.였다. 지역 수도원장의 도움을 받아서 살해된 아이들의 시체를 조사하는 아델리아. 아델리아와 함께 여러가지 것을 조사하는 시몬. 그들의 노력에 의해서 조금씩 사건의 면모가 드러나지만 뜻밖의 일들이 일어나면서 아델리아는 고립무원에 빠지게 된다. 용의자는 많은데 증거를 잡아야 하는 아델리아. 하지만 또 다른 아이가 유괴되고 증거를 잡을려는 찰라 살인자와 마주하게 되는데...

기존의 법의학 내용의 소설들이 대부분 현재를 배경으로 삼았던것에 비해서 이 책은 11세기 중세의 시대를 삼아서 그 자체부터가 흥미있었다. 과연 그 시대에도 현재와 같은 해부학적인 능력으로 범인을 잡을수 있었을까. 이 책은 그런 의심을 단번에 날려버릴만큼 이성적이고 유능한 여의사를 그려냈다. 그녀는 살아있는 사람보다는 죽은 사람을 대하는게 더 익숙한 사람이었다. 잘 모르는것이 있으면 바로 해부를 해보고싶어하는 지적호기심이 무척 왕성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일반 생활에서는 어딘지 모르게 서투른 사람. 그런 캐릭터를 책에서 참 잘 그려냈다. 그리고 그녀를 돕는 여러 사람들의 묘사도 흥미있게 잘 그리고 있어서 마치 영화를 보는듯이 눈에 아른거릴정도였다.

사실 이책은 시대적인 배경이 중세인지라 지금처럼 화려한 추리적인 기법과 장치들이 등장하는것은 아니다. 범인도 깜짝 놀랄만한 사람도 아니고 어느정도는 추측이 될만한 사람이었다. 어찌보면 좀 단순하다고 여길만하지만 500쪽이 넘는 긴 이야기를 범인이 잡혀서 끝날때까지 팽팽한 긴장감으로 잘 유지하고 있었다.
드문드문 보이는 11세기 영국 사회의 모습을 보는것도 흥미로왔고 왕권과 신권의 대립등을 적절히 삽입해서 역사적인 호기심을 자극하는것도 재미있었다.
권력가의 임의대로 사적인 형벌이 행해지는 대신에 법에 의해서 합리적인 판단에 의한 벌이 내려지는 장면등은 세심한 자료 조사에 의한 고증같았다.

보통책보다 분량이 많아서 자칫 지루하지 않을까했지만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지은이의 역량이 그런것을 못느끼게 해주었다. 다만 범인을 잡는 과정을 좀더 긴박하고 빠르게 전개시켰으면 더 좋았을꺼란 아쉬움은 있었다.

책은 깔끔하게 잘 만들어졌다. 가끔 어색한 표현이 있긴 했지만 대체적으로 번역은 무난했고 두꺼운 책임에도 불구하고 제본도 튼튼히 잘된편이다. 가격도 적당히 책정된거 같았는데 표지 디자인은 그리 인상적이지 못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좀 있으면 휴가철인데 이 한여름, 매력적인 여의사와 함께 중세로의 추리여행을 떠나보는것도 좋을듯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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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OO
오츠이치 지음, 김수현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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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 공포영화를 별로 좋아하지는 않는다. 어릴때 할머니께서 해주시던 무서운 이야기에 너무 겁을 집어먹어서 그런지 나이들어서도 공포물은 그리 잘 보게 되지 않았었다. 특히 피가 난자하는 그런 영화는 돈주면서 보자고 해도 안 보는 성격이다. 하지만 그런 영상물과는 달리 소설은 그리 어렵지 않게 읽는데 일단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무서움이 덜해져서 그럴까. 뭐 나이도 먹었으니 마음이 더 강해졌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완성도 높은 공포소설은 어찌보면 책 읽는 재미에 그 오싹함이 덜할지도 모른다. 나중에 다 읽고 나서 무서움이 갑자기 닥쳐올지는 몰라도 적어도 읽는동안에는 읽는 행위에 몰입하니깐.
이 책 ZOO라는 책도 그런 종류의 책에 속하는 책일듯했다. 나중에 곰곰히 생각해보니 은근히 오싹했지만 읽는 도중에는 그리 무서운줄 몰랐기 때문이다.
오츠이치라는 일본 작가의 작품인데 공포물의 역사가 탄탄한 일본의 분위기에 어울리게 기괴스러우면서도 독특한 이야기들이 전개되고 있다. 지은이가 소설가이자 영화감독이라고 하는데 과연 영화감독답게 감각적이면서도 영상화를 하면 돋보일만한 이야기 구조를 보이고 있는 소설이었다.

전체가 총 10편의 단편인데 이 이야기들을 묶는 주제는 '살인' 혹은 '죽음'이다. 그런데 그 죽음이란게 예사롭지가 않다.
하나같이 엉뚱하면서도 의외, 그리고 생각지도 않은 죽음이다. 아니 죽음이 물마시는것처럼 쉽게 그려지고 있었는데 그 자체가 은근히 공포스러운 면이었다.

첫번째 이야기인 <SEVEN ROOMS>는 살짝 미스터리한 면도 보이면서 슬픈 이야기다. 주인공인 나는 누나와 함께 어느날 갑자기 어디론가 납치된다. 어딘지도 모르고 왜 납치된것인지도 모른채 어느방에 감금된다. 그러던중에 다른 방에도 자신들과 똑같은 처지의 사람들이 갇힌걸 알게되고 점차 일이 어떻게 된건지 짐작하는 가운데 남매의 죽음도 가까와오고 누나는 어떤 결심을 하게되는데..
설정 자체가 독특한 작품이었다. 아무런 이유도 없이 납치,감금되고 어느날에 자신들이 죽을꺼란걸 알게되는 과정은 보통 사람이라면 공포와 체념,절망으로 벌써 삶을 포기했을것이다. 그치만 그 와중에서도 생각을 하는 누나. 10개의 작품중에서 가장 인상깊고 재미난 작품이었다. 왠지 '큐브'라는 영화를 생각하게 하는 이야기였다.

뒤를 이은 <SO - far>는 뭔가 몽환적인 느낌을 주는 작품이었다. 아빠 엄마랑 살던 한 아이가 어느날 아빠와 엄마가 서로 알아보지 못하는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 아빠는 엄마가 죽었다고 하고 엄마는 아빠가 죽었다고 하는 가운데 이 아이만이 그들 둘을 모두 보게 되는것이었다. 하지만 결국에는 한 사람을 선택하게 되는데 아마 그 아이에게는 그 선택이 무엇보다 괴롭고 힘들었을것이다. 부모의 이혼으로 인해 마음이 갈라지는 고통을 겪게될 아이들의 심리를 표현했다고도 할수있는 이야기였는데 발상 자체가 참 신선했다.

그외에 <양지의 시>라는 작품은 sf소설같은 느낌을 준다. 이야기를 잘 곱씹어보면 혼자 남는 공포와 외로움을 나타낸다고도 볼수있지만 인간같이 생각하고 활동하는 로봇의 등장이 흥미로왔다. 이 역시 영화 '바이센테니얼맨'을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었다. 로봇이 점차 인간의 마음을 알아가는 과정은 은근히 입가에 미소를 짓게 했다. 마지막에 작은 반전이 일어나는데 인간의 감정을 갖게된 그 로봇의 마음은 어떨까하는 생각을 들게 하였다.

이 책에서 가장 공포스럽고 잔인하다고 할만한것은 <신의 말>이었다. 어쩌면 우리 내면에 숨어있는 잔인성을 일깨우는 작품이기도 하고 누구나 한번쯤은 해봤을 저주나 미움등의 심리상태를 잘 표현한 작품이었다. 결국 그런 마음이 모든것을 끝장내는 마지막 장면은 무서우면서도 슬픈 느낌이 들었다. 결국 그렇게까지 할수밖에 없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진정한 친구가 있었다면 그렇지 않았을텐데. 외로움이 결국 파멸에 이르게 했다고 볼수도 있을것이다.

나머지 다른 작품들도 보면 추리적인 면도 보이고 잔혹함과 슬픔도 보이고 미스터리한 면을 보이는 등 한편 한편이 각기 독특한 모습을 보이면서 인간의 어두운면을 잘 포착해낸 이야기들이었다. 정통 공포물은 아닌 퓨전호러라고 할까.
작품 하나하나가 영화화되면 꽤 재미있을꺼란 생각이 들 정도로 감각적이고 흥미있는 줄거리의 이야기들이었다.

겉으로 드러난 주제가 '죽음'이었다면 속에 감춰진 주제는 '외로움'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현대 사회의 큰 병폐라는 외로움이 결국 공포를 불러오는것이다. 가장 무서운것이 인간이라고 하기도 하니깐. 외로움이 없었다면, 단 한사람이라도 그 외로움을 달래줄수있었다면 그 잔혹한일이 일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은이가 그런것까지 생각하고 글을 썼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내면의 공포와 외로움을 잘 표현해낸 소설이었다.

전체적으로 책이 참 깔끔했다. 활자도 보기 좋았고 번역도 괜찮은 편이었다. 하지만 겉표지 디자인은 전체 내용을 아우를만큼 강한 인상을 주지는 못했고 좀 단순하게 보였다. 그리고 황매의 다른 책들에 비해서 제본이 좀 불안스러워서 책이 잘 떨어질꺼 같이 된것은 불만스러웠다.

400페이지에 이르지만 빨리 읽힐만큼 재미있는 이 소설, 여름에 읽으면 더욱더 재미있게 읽을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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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인메일
이시자키 히로시 지음, 김수현 옮김 / 노블마인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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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가면 갈수록 경쟁을 해야하는 사회가 되어가면서 삶이 팍팍해지고 있다.
옛날에는 대학을 졸업해야 본격적인 고생을 한다고 했으나 이제는 대학생 아니 고등학생 중학생까지 경쟁상황에 내몰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정도다.
그런 현상은 우리나라와 교육환경이 비슷한 일본도 예외가 아닐것이란게 이 책을 읽고 난 다음에 드는 생각이었다.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사람은 4명. 어느날 사와코가 뜻밖의 메일을 받으면서 시작된다.
릴레이소설을 같이 지어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았던 것이다. 스팸메일이 아닐까 했지만 왠지 끌리는 설정과 이야기에 그냥 동참하고 만다. 그리고 그외의 3명이 더 참여하게 되면서 4명이 각기 다른사람으로 분해서 릴레이소설을 잇게 된다.
스토커,스토커가 노리는 소녀, 소녀의 남자친구, 스토커를 추격하는 형사 이렇게 각각 분해서 자신의 차례에 글을 올리는 소녀들. 처음에는 단순하게 시작했지만 점점 더 이 소설에 빠지게된다.
그러던중 사와코의 글이 올라와야할 시점에서 올라오지 않으면서 사태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게 되고 엉뚱한 일들이 일어나면서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는데...

인터넷 가상 세계라는 독특한 공간을 이용해서 사춘기 소녀들의 외로움과 쓸쓸함과 슬픔을 잘 표현한 소설이었다. 소설에 참여하는 소녀들은 겉으로는 평범하고 아무 문제가 없는 애들처럼 보였다. 하지만 내면을 들여다보면 한명 한명 그 나름의 아픔을 간직한 아이들이었다. 엄마를 구하기 위해서 공부만 하는 사와코, 테니스를 잘하는 친구에게 가려져 후보에도 못들지만 친구를 위해서는 뭐든 할수있다고 생각하는 마유미, 겉으로 보여지는 엄마에게 염증을 느끼는 마이, 현실로부터 도피하려고 릴레이소설을 만든 유카리등 모두 무엇인가에 억눌려 지낸 아이들이 이야기에 동참하고 있다.
그들에게 릴레이소설이라는것은 현실의 압박에서 벗어날수있는 유일한 수단이었다.
인터넷이라는 가상공간이었지만 그 소설을 쓸때는 외로움을 느낄수 없었던 것이었다.

비록 집단따돌림을 당할만큼 외톨이들은 아니었다고해도 뭔가 주류에선 벗어난 듯한
느낌이 들었었는데 그들이 느끼는 외로움은 그토록 절박했나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들이 릴레이소설에 빠진것은 소설을 쓴다는 재미도 있었겠지만 나와 무엇인가를 공유하는 '친구'가 있다는 것 때문이었으리라.
직접 보지는 못해도 글을 통해서 그 친구의 성격이나 행동등을 그릴수가 있었고 어쩌면 소설이 무사히 끝났다면 진짜 실제로 만나서 친해질수 있는 사이가 될수있었을지도 몰랐을것이다.

책은 처음에 단순하게 시작하는 듯했지만 중간으로 접어서부터 상당히 긴박감있게 전개가 된다. 아주 정교한 추리소설은 아니지만 추리적인 면도 짜임새 있게 잘 배치한거 같았다. 작은 반전도 일어나고 모든것이 밝혀지는 장면에선 아 하는 생각도 들었다.
결국 그 모든것은 외로운 소녀들의 몸부림이 아니었을까. 나 좀 봐달라는. 나랑 놀아달라는 그 소리없는 외침이 아니었을까하는 안타까움이 들기도 했다.

어떻게 보면 조금 마음 아픈 이야기지만 지은이는 끝부분에서 희망을 내비친다.
자신들의 세계를 만들기 위해 마이가 시도했던 그것에, 하나 둘 참여하는 사람들.
코끝이 찡해질만한 장면이었다. '그래, 참고 기다리면 되는거야. 절대로 외롭지 않아.
친구는 어디엔가 꼭 있을꺼야'라고 이야기하는듯한 느낌이었다.

이 책은 새롭게 펴내는 청소년 시리즈 첫번째 책이다. 휴대폰을 이용한 메일이용이라는 우리나라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방법을 주된 전개요소로 삼았지만 등장인물들이 느끼는 감정이나 행동등은 우리의 현실과도 크게 다르지 않아서 쉽게 몰입할수있었다.
10대 소녀 특유의 감수성과 행동등이 잘 드러난 작품이라서 공감하는 소녀들이 많을꺼같다. 10대들 뿐만 아니라 그또래의 자녀들을 둔 선생님, 부모님이 함께 읽으면 괜찮을꺼란 생각도 들었다.

책은 겉표지가 밝은 노란색으로 인상적이었고 보통 책 사이즈보다 작은 사이즈로 만들어져서 휴대하기가 간편할꺼 같았다. 내용이 여중생의 이야기라서 여성들에게 촛점을 맞춘듯한 디자인은 다소 아쉬움이 있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무난했고 제본도 튼실했다.

외로운 아이들의 아픈 마음을 나타내었지만 희망의 불씨도 살려놓은 체인메일.
갑자기 릴레이소설 하고픈 생각이 들게 한 재미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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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아그네스 선생님 푸른동산 6
커크패트릭 힐 지음, 신상호 옮김 / 동산사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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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알래스카. 어릴적 배운 기억으로 무지 추운곳이다. 물론 그곳에도 얼음이 녹는 계절이 있겠지만 기본적으로는 춥고 먹을꺼도 부족한 지역. 그러나 이런곳에도 분명 사람이 살고 자연과 더불어 자연을 이용해서 먹고 살것이다. 거기에도 문명세계와 마찬가지의 시설과 제도가 있을껀데 학교도 그중에 하나이다.
이 이야기는 그 추운 고장에서의 한 선생님 이야기이다.

알래스카라는곳을 가보진 않았지만 우리의 산간벽지 학교를 생각하면 될듯하다. 인구수도 별로 없고 교통이나 다른 시설도 부족하고 학생수도 적은 그런곳인데 교사라는 직업도 엄연히 하나의 직업이다보니 근무환경이 열악한곳은 기피하기 마련이다. 이야기의 무대가 되는 곳도 알래스카의 작은 오지 마을로 여러가지 편의시설도 부족하고 날씨도 추운데다가 생선냄새가 진동하는 터라 어떤 교사던지 오래 버티지를 못한다.

그런곳에 새로 선생님이 오게되는데 이름은 아그네스.
그런데 다른 선생님과는 달리 오자말자 청소부터 하고 아이들과 서스럼없이 어울린다. 그리고 비록 낡았지만 그동안 배웠던 교과서를 모두 치우고 색다른 방법으로 가르치는데 그것은 학생 한명 한명의 눈높이에서 알기쉽게 가르치는 것이었다. 배움에 목말라있던 아이던 학교를 싫어했던 아이던 점차 학교에 더 많은 재미를 느끼게 되고 진정한 배움에 눈뜨게 된다.
장애인이라서 배우지 못했던 보코에게 수화를 통한 지식을 전하는 아그네스 선생님.
거기에다가 교육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가진 한 학부모의 마음까지 돌리게 된다.

아이들에게 진정한 배움은 물론 앞으로의 꿈도 심어주던 그녀는 약속했던 기한을 지나서 영국으로 떠나게 되는데..

교육이라는 것이 사람에 의해서 어떻게 행해질수 있는가를 생각하게 한 책이었다. 같은 것을 가르쳐도 그 방법에 따라서 크나큰 결과의 차이가 있을수있는것이다. 그런의미에서 이 아이들에게 아그네스 선생님 같은 선생님을 만나게 된것은 크나큰 행운이다.

참된 교육이라는것은 무엇인지 선생님과 학부모,아이들 모두가 읽어보면 좋을 이야기였다.
이야기의 끝무렵 아그네스 선생님의 행동은 코끝이 찡하면서 기분이 참 좋아지게 했다.

흐뭇한 이야기였지만 한편으론 그런 오지에 근무하는 선생님들에 대한 여러가지 지원이나 혜택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교육에 대한 열정만으로 힘든 곳에서 근무하라고 하는건 너무 가혹한것이 아닐까. 사실 아그네스같은 선생님은 어찌보면 소수일것이다. 비록 오지라고 해도 이런저런 혜택과 가르칠 의욕을 일으킬 여러가지 제도적인 뒷받침이 선행되어야 할것이다. 그래야 이것이 '환상'속의 이야기가 아닌 '현실'의 이야기가 될터니깐.

내가 어렸을때 이런 선생님을 만났으면 어땠을까. 즐거운 상상을 하게 만든 흐뭇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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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븐 블랙 블랙 캣(Black Cat) 14
앤 클리브스 지음, 이주혜 옮김 / 영림카디널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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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집 숫가락까지 알 정도로 서로 친밀하고 가까운 좁은 사회라고 해서 범죄가 적은것도 아니고 범죄가 일어난다고 해서 경범죄만 일어나는것도 아니다. 오히려 중범죄가 일어나도 그 사실이 은폐되고 쉬쉬하며 드러나지 않는 경우도 많다.
가까운 사이이기에 서로의 단점같은것도 잘 알고 그동안 알고 지내온 세월때문에 매몰차게 신고하지 못하는 것일수도 있지만 가깝다고 생각한것이 어쩌면 실질적인 것은 모르고 있었다고 볼수도 있다.

여기 한 섬이 있다. 영국 최북단의 고립된 섬 셰틀랜드. 황량하고 쓸쓸한 분위기의 그곳에 어느날 살인사건이 일어난다.
외지에서 와서 조금은 낯설다고 할수 있는 그곳을 활기차게 돌아다녔던 소녀 캐서린. 그런데 8년전에도 비슷한 사건이 있었는데 캐서린보다 나이만 조금 어릴뿐 성격도 비슷했고 이름이  C로 시작되는 점도 같았고 무엇보다 같은 집에 살았던 아이들이었다. 8년전의 그 사건은 결국 미제로 끝났지만 세월이 그 사건을 뭍어놓았었다. 그러나 다시 비슷한 사건이 일어나면서 주민들은 불안에 휩싸이게 된다.

가장 유력한 용의자는 매그너스 노인. 지능이 약간 떨어지고 용모가 단정치못해서 마을 사람들로부터 따돌림을 받고 있었다. 8년전의 사건에서도 용의자로 지목되었지만 증거 불충분으로 풀려났던 매그너스는 캐서린이 죽기전에 서로 만나는걸 본 사람들의 증언이 나오면서 또다시 용의자가 된다.

하지만 사건을 담당한 페레즈는 전체적인 시각에서 사건을 바라본다. 매그너스를 용의선상에서 지운것은 아니지만 범인이 다른 사람일 가능성을 면밀히 조사하기 시작한것이다. 그 자신이 섬 출신이었던 페레즈는 고립된 마을 사람들의 심리와 행동을 꿰뚫고 하나씩 하나씩 작은것부터 조각을 맞춰나간다.
캐서린의 주변인물과 사건이 일어나기전의 행동들을 조사하던 페레즈는 이것이 단순한 사건이 아님을 알아가게 되고 점점 미궁으로 빠져드는듯한 순간에 시체도 못찾았던 8년전 사건의 캐시의 시체가 갑자기 또 발견하게 되면서 사건은 또다른 국면으로 빠져들게 된다. 과연 진짜 범인은 누구일까? 캐시를 죽인 범인이 캐서린도 죽였을까? 아니면 각각의 사건의 범인이 다 다를가? 매그너스는 이 사건에서 어떤 관련이 있을까?...

사건이 전개되면서 느끼는것은 원인없는 결과가 없다는것이다. 겉으로는 친하고 다정하게 보이던 사람들의 관계가 실제로는 믿음이나 사랑이 부족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모자란것을 알수 있었다. 사건이 일어나게 된것도 결국 그런 연장선상에서 벌어진거라고 생각할수도 있는것이다.

이 책은 후더닛 스타일의 추리소설이라고 한다. 후더닛은 작가가 모든 증거를 독자에게 제공하면서 누가 범인인가 알아내는데 중점을 주는 소설방식인데 읽는 사람이 직접 추리를 해가면서 책을 읽게 하는것이다. 지은이와 함께 범인이 누구일까 생각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모든 증거를 제공하기때문에 사건은 천천히 진행된다. 캐서린의 아버지는 물론 캐서린과 단짝이었던 샐리, 그리고 그를 좋아했던 남자들, 캐서린의 시체를 발견했던 프랜등 주변인물들의 심리 상태와 그들이 처해진
상황등이 세밀화를 보듯이 자세히 묘사된다.

자칫 지루해질수 있는 전개지만 그리 지겹게 느껴지지 않는것은 주변인물의 관계가 하나씩 밝혀지면서 또다른 실마리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그리 엽기적인 살인도 아니고 살인마가 돌아다니는 무시무시한 상황도 아닌 단순한 살인사건인데 400쪽에 이르도록 팽팽한 긴장감을 내내 유지하고 있다.
한번 책을 잡으면 끝까지 읽게 하는 은근한 흡입력을 보이고 있는것이다.
내용이 정교하고 짜임새있게 잘 쓰여진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말이 좀 심심한 감이 있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편안하게 읽을수 있었고 후더닛 스타일대로 천천히 범인을 알아내가는 과정이 재미있었다. 화려하고 깜짝 놀랄 기교나 반전은 없었지만 오히려 이런 우직하고 고전적인 수법의 추리소설이 여운이 오래가는 면도 있다고 하겠다.

재미나고 작품성있는 소설만을 펴내는 블랙 앤 캣 시리즈인만큼 기본적인 책내용은 보장된다고 할수 있었고 책 장정 또한 괜찮았다. 제본도 튼튼하고 표지 디자인도 무난한거 같다. 오탈자도 잘 없고 번역도 괜찮았고 책 가격도 적당하다.

복잡하고 정신없는 스릴러는 분명 아니지만 기교가 없는 고졸미를 느낄수 있는, 기본에 충실한 추리소설 같은 느낌이 들어서 오랫만에 즐거운 만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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