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연구하는 여인
아리아나 프랭클린 지음, 김양희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6월
평점 :
절판


요즘 인기있는 미국 드라마로 csi라는 드라마가 있다. 우리말로 하면 과학수사대쯤 될꺼다. 사건이 일어나면 과학적으로 증거를 분석해서 범인을 잡는데 도움을 주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다. 여러가지 증거들속에서 범인을 추적하는 건데 함깨 따라가는 재미가 만만치 않다.
그런데 여기 현재도 아닌 중세시대에 매력적인 법의관이 있었는데 그 이름 아델리아.
그것도 여성의사. 이 책은 이 아델리아가 그 시대로서는 최고의 법의학적인 지식을 동원해서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이야기이다.

그런데 서양중세에서 의사라는 직업과 여성의 사회적인 위치는 오늘날과는 큰 차이가 있었다. 암흑의 시대라고도 불렸던 시기인만큼 교회의 권위가 절대적이었던 시절이었는데 사람의 병은 오직 기도와 하나님의 은총으로만 고칠수있고 의술은 소용없는걸로 치부되었었다. 그리고 여성의 지위는 남성의 부속물정도로 여겨지고 있었는데 바로 그 낮은 신분의 여자에다가 성직자도 아닌 의사가 사건을 조사하게 되었던 것이었다. 그 자체가 사건해결이 험난함을 예고하는거나 다름없었다.

이야기는 중세 영국의 어느 마을. 갑자기 4명의 아이가 잔인하게 살인되는 사건이 연달아 일어난다. 아무도 그 범인이 누구인지 모르는 가운데 몇몇사람의 부정확한 정보와 이어져내려온 편견등으로 인해서 유대인들이 범인으로 지목되고 마을 사람들에 의해서 몇사람의 유대인이 살해당하고 거의 폭동을 일으킬 지경에까지 이른다.

이 사건을 위해서 3명이 파견되는데 위에서 말했던 여의사 아델리아와 유능한 수사관인 유대인 시몬, 그리고 아델리아를 보호하는 하인인 아라비아인 만수르. 하지만 실질적인 조사를 하는것은 시체를 검안하는 아델리아.였다. 지역 수도원장의 도움을 받아서 살해된 아이들의 시체를 조사하는 아델리아. 아델리아와 함께 여러가지 것을 조사하는 시몬. 그들의 노력에 의해서 조금씩 사건의 면모가 드러나지만 뜻밖의 일들이 일어나면서 아델리아는 고립무원에 빠지게 된다. 용의자는 많은데 증거를 잡아야 하는 아델리아. 하지만 또 다른 아이가 유괴되고 증거를 잡을려는 찰라 살인자와 마주하게 되는데...

기존의 법의학 내용의 소설들이 대부분 현재를 배경으로 삼았던것에 비해서 이 책은 11세기 중세의 시대를 삼아서 그 자체부터가 흥미있었다. 과연 그 시대에도 현재와 같은 해부학적인 능력으로 범인을 잡을수 있었을까. 이 책은 그런 의심을 단번에 날려버릴만큼 이성적이고 유능한 여의사를 그려냈다. 그녀는 살아있는 사람보다는 죽은 사람을 대하는게 더 익숙한 사람이었다. 잘 모르는것이 있으면 바로 해부를 해보고싶어하는 지적호기심이 무척 왕성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일반 생활에서는 어딘지 모르게 서투른 사람. 그런 캐릭터를 책에서 참 잘 그려냈다. 그리고 그녀를 돕는 여러 사람들의 묘사도 흥미있게 잘 그리고 있어서 마치 영화를 보는듯이 눈에 아른거릴정도였다.

사실 이책은 시대적인 배경이 중세인지라 지금처럼 화려한 추리적인 기법과 장치들이 등장하는것은 아니다. 범인도 깜짝 놀랄만한 사람도 아니고 어느정도는 추측이 될만한 사람이었다. 어찌보면 좀 단순하다고 여길만하지만 500쪽이 넘는 긴 이야기를 범인이 잡혀서 끝날때까지 팽팽한 긴장감으로 잘 유지하고 있었다.
드문드문 보이는 11세기 영국 사회의 모습을 보는것도 흥미로왔고 왕권과 신권의 대립등을 적절히 삽입해서 역사적인 호기심을 자극하는것도 재미있었다.
권력가의 임의대로 사적인 형벌이 행해지는 대신에 법에 의해서 합리적인 판단에 의한 벌이 내려지는 장면등은 세심한 자료 조사에 의한 고증같았다.

보통책보다 분량이 많아서 자칫 지루하지 않을까했지만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지은이의 역량이 그런것을 못느끼게 해주었다. 다만 범인을 잡는 과정을 좀더 긴박하고 빠르게 전개시켰으면 더 좋았을꺼란 아쉬움은 있었다.

책은 깔끔하게 잘 만들어졌다. 가끔 어색한 표현이 있긴 했지만 대체적으로 번역은 무난했고 두꺼운 책임에도 불구하고 제본도 튼튼히 잘된편이다. 가격도 적당히 책정된거 같았는데 표지 디자인은 그리 인상적이지 못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좀 있으면 휴가철인데 이 한여름, 매력적인 여의사와 함께 중세로의 추리여행을 떠나보는것도 좋을듯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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