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는 물에서 숨 쉬지 않는다 - 불완전한 진화 아래 숨겨진 놀라운 자연의 질서
앤디 돕슨 지음, 정미진 옮김 / 포레스트북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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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는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간다는 뜻이다. 인간은 물론 지구의 많은 생물이 진화에 의해서 더 나은 쪽으로 발전해 왔다는 것을 알고 있다. 생존과 번식에 유리한 방향으로 발전하기도 하고 쇠퇴하기도 하면서 결국 더 나은 방향으로 바뀐 것이다.


그러나 진화라는 것이 꼭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일까? 불완전하게 더 발전하지 않은 것은 아닌가. 이 책은 그런 것에 대한 답을 하는 책인데 결론을 말하면 진화는 모든 것이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그 상태에서 그대로 계속 머물러 있기도 한다는 것이다. 다른 부분이 나아가는데 어느 부분이 나아가지 않는 다면 그것은 진화가 아니라 퇴보일 것이다. 책에서는 불완전한 진화라고 이야기 한다.


사실 책 제목처럼 고래는 물에서 숨을 쉬지 않는다. 왜냐하면 포유류이기 때문이다. 포유류는 허파로 호흡하고 새끼를 낫는데 대부분 육상 동물이다. 그런데 우리는 별 생각 없이 고래가 포유류라고 배우고 익혔다. 왜 그런가 하는 물음을 하지 않은 채 말이다. 고래가 과거에는 육상에서도 살았기에 포유류였지만 이제는 주 생활 근거지가 바다인 만큼 어류와 같이 진화가 되었어야 하는데 많은 부분에서 어류의 습성을 가진다고 해도 이 부분은 그대로 인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일반적으로 아는 진화라는 부분에서 고래는 진화를 이루지 못한 것이다. 


그러나 좀 더 깊숙하게 들어가면 나름의 진화를 이루었다고 볼 수도 있다. 고래가 완전히 바다로 들어갔을 때는 물에 익숙하지 않아서 호흡하기가 어려웠다. 이미 아가미를 발달 시키지 못했기에 좀 더 편안한 호흡 방법이 지금같이 중간 중간 바다 위로 올라와서 호흡을 하는 것으로 발전했다. 바다에서 사는 생물로는 상당히 비효율적이지만 그래도 바다에서 못 사는 것 보다는 낫기에 불완전하지만 나름의 진화라면 진화라고 하겠다. 


가젤은 많은 육식 동물의 사냥감이다. 그 중에서 특히 치타가 가장 큰 적이다. 치타는 가젤 못지 않게 빨리 달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치타의 가젤 사냥 성공률은 반도 안된다. 대부분 굶다가 어쩌다 한 마리 잡아서 또 며칠을 견디는 식이다. 여기 서도 불완전한 진화를 보게 된다. 치타가 살기 위해서 더 나은 달리기의 진화를 이룬다면 가젤 또한 살기 위해서 더 빠르게 달리는 진화를 이루는 것이다. 어느 진화가 더 빠르고 강한가. 치타는 자신보다 더 강한 육식 동물로부터 도망을 쳐야 하는데 그렇다고 달리기가 더 빨라지는 것은 아니다. 진화라는 것이 어느 정도의 상대적인 속도 조절을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책은 이런 식으로 여러 각도에서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진화와는 결이 다른 진화라는 것에 대해 설명하는데 후반부에 나오는 유전자에서 지구 생물의 진화라는 것이 무엇을 위한 것인가에 대한 하나의 실마리를 잡는 듯 하다. 즉 각 개체가 살아가고 진화를 하는 것은 유전자 보전을 위한 것. 유전자를 잘 보호하고 후대에 이어지게 하기 위해서 진화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다. 만일 유전자가 유전되는데 큰 무리가 없다면 큰 진화도 없다는 것이고 어떤 장애물이 있다면 그것을 넘기 위해서 유전이 되는 것이다. 어디에서나 유전자가 있을 수만 있다면 굳이 오랫동안 살 필요도, 영원히 살 필요도 없게 되는 것이다.


책은 진화라는 것이 다양하고도 복잡한 성질을 가지고 있고 꼭 좋은 쪽으로 발달하는 것은 아니란 것을 알려주고 있다. 때로는 가만 있기도 하고 때로는 후퇴하기도 하면서 불완전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자연의 진화 모습이고 이것은 어떤 계획성을 보이지 않는 다는 것을 잘 말해 준다. 이 책은 다양한 진화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이 기이한 진화의 흐름 속에서 인간'종'은 앞으로 어떻게 살아 남을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물음을 하게 한다. 


책 내용은 쉽지 않다. 하지만 단순히 알았던 진화를 더 넓게 보게 한다. 인간과 진화에 대해서 관심 있는 사람들이 읽으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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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 만든 세계 - 세계사적 텍스트들의 위대한 이야기
마틴 푸크너 지음, 최파일 옮김 / 까치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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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세계 대전 시기 독일에 점령 당했던 프랑스가 전후 배신자를 처단하는 과정에서 큰 벌을 내린 직업군이 있으니 바로 기자나 작가들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글로써 적들에게 힘을 주고 우리 편에게는 사기를 떨어지게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거의 군인에 준하는 급으로 처벌을 했다고 한다. 우리 나라도 일제에 해방되고 난 뒤에 친일파 청산이 있었는데 비록 실패로 끝나긴 했지만 일제에 협력한 문인들에 대해서 많은 비난이 있었다.


지금은 영상물의 시대다. 짧고 길고 관계없이 엄청난 양의 영상물이 제작이 된다. 그리고 그것을 보느라고 많은 시간을 소비한다. 활자로 된 책은 갈수록 인기가 떨어지고 있다. 비단 책 뿐만이 아니라 글 자체에 대한 관심이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세상은 어떠한가. 최종 단계에서는 글이 등장한다. 문서로 된 것이 법적인 효력을 발생하게 하기 때문에 결국 글이 있어야 한다. 공적이던 사적이던 글로 된 종이가 중요한 것이다. 영상물로 어떤 지위를 나타내는 것은 글에 비해서는 제한적이다. 그만큼 아직 까지 글은 우리 삶에 중요한 부분이 되고 있다.


영화나 다큐 같은 영상물을 보고 감동을 받아서 인생의 진로를 정하게 되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지난 수 세기 동안 인간의 정신에 큰 영향력을 준 것은 글이다. 글 자체가 힘이었던 시절도 있었다. 글을 아는 것이 곧 지식이고 그것이 권력과 돈을 주었었다. 그리고 글로 사람들을 모으고 힘을 내게 하고 흥분하게 했다. 좋은 쪽이던 나쁜 쪽이던 그만큼 막강한 힘을 발휘했던 것이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글이 만든 세계' 에 대한 내용이다. 우리도 많이 아는 위대한 책들의 텍스트들이 그것을 읽은 사람들에 의해서 어떻게 영향력을 펼치게 되는 지를 실제 책들을 통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사실 위대한 인물이나 정치가들을 보면 평소에 잘 읽는 책들이나 영향을 받은 책들을 이야기 하는 경우가 많다. 보통은 우리도 많이 아는 고전 등이 나오는데 실제로 그런 책을 읽고 행동을 옮기게 될 정도로 영향을 받았다는 점에서 글에서 나오는 힘이란 것이 어떠한 것 인가를 가늠하게 한다.


책은 처음에 알렉산드로스 대왕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우리는 막연히 그가 아시아와 유럽에 걸친 대제국을 건설했던 사람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그가 그 유명한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의 제자라는 것을 알고 있는가. 어찌보면 그도 철학가가 될 수 있었는데 정복자와 철학자란 얼핏 어울리지 않는 신분을 그는 갖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그가 전장에서도 갖고 있었다는 책이 호메로스의 '일리아스' 였다. 이 책은 신화라고 하지만 그 유명한 트로이 전쟁에 관한 내용이다. 알렉산드로스는 이 책을 통해서 자신의 신화의 주인공이 된 것처럼 느끼고 전쟁을 치루었는 것 같다. 전쟁은 여러 요인에 의해서 일어나고 여러 목적으로 이어지지만 알렉산드로스의 전쟁 목적에 이 책이 큰 영향을 끼친 것을 잘 이야기 하고 있다. 


'공산당 선언'은 그야말로 인류 역사상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글 중의 하나라고 할 만하다. 이 글은 그전에 없었던 사상을 새롭게 선언 한 것인데 처음에는 별 볼일 없었던 실현 가능성 없던 것이 열성 독자들 때문에 실제로 일어나게 되었다. 바로 공산주의의 등장이다. 이 공산당 선언을 실제화 한 인물들은 레닌, 마오쩌둥, 호치민, 카스트로 등이 있다. 이들은 인간 본연의 사상을 구체화 함으로써 이후 수 백 만 명을 죽게 하는 단초를 제공하게 된다. 사실 공산당 선언은 당시 시대적인 산물이었다. 농업 사회에서 산업 사회로 급속이 이행되면서 나타난 많은 모순들이 혁명의 기운을 키우고 있었고 이 글이 그것에 불을 댕긴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공산 사상은 결국 몰락하고 말았지만 역사에 큰 영향을 끼쳤고 우리는 그 찌꺼기 위에 나라가 분단 되어 있다. 


책은 그 밖에도 논어, 금강경, 성서, 95개조 반박문 등 쓰여진 글들이 당대는 물론 후대에 이르기까지 역사에 큰 영향을 끼친 것을 잘 살펴 보고 있다. 글들은 지은이 자체가 쓴 것도 있지만 그 제자나 가까운 사람들에 의해 쓰여진 것도 있고 지은이 미상도 있지만 누가 썼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만큼 많은 사람들에게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힘을 가졌다는 것이 본질이다. 책에서 소개하는 이 책이나 글들을 보면 진짜 우리 인류의 가장 핵심적인 역사를 훑어 지나가는 듯한 느낌이 든다. 새삼 글의 위대함을 느끼게 한다.


사실 펜이 무슨 힘이 있겠는가. 당연히 칼이 더 무섭다. 그러나 그 칼을 조종하는 것이 펜이라면? 펜이 최후의 실력자라면? 글이 좋은 쪽이던 나쁜 쪽이던 그만큼 큰 영향을 발휘한다는 뜻이다. 위대한 글들이 인류와 역사를 어떻게 변화시켜 왔는지를 잘 알 수 있게 하는 책이었다. 책 내용이 깊이 있고 묵직해서 공들여 읽으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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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과학 - 우리가 세상을 읽을 때 필요한 21가지
마커스 초운 지음, 이덕환 옮김 / 까치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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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세상은 과학의 시대다. 과학이 모든 것의 기준이 된다. '과학적' 이라는 말은 공평하고 합리적이라는 뜻을 나타내고 있다. 사실 지금 어떤 판단을 할 때 모든 사람이 수긍을 하게 하는 기준은 과학밖에 없다. 과학적으로 입증이 되면 거기에 대해서 뭐라고 할 수 없는 것이다. 그만큼 과학은 우리 생활에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그런데 우리가 과학에 대해서 알고 있는가? 과학이 판단의 기준이 되고 신뢰할 수 있는 인자가 되는 것은 알지만 정작 과학 자체에 대해서는 그리 많이 알지 못한다. 과학에 대한 어느 정도의 지식이 있어야 과학에 의존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과학이 수단이 되어야지 목적이 되어서는 안되기에 과학을 알아야 하는데 보통 사람들은 과학을 깊이 알 필요는 없다. 그냥 과학적인 사실이 어떤 것이고 과학적 사고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을 알고 있으면 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세상을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이 알아두면 좋을 21가지의 과학 이론에 대한 해설을 하고 있다. 지은이가 판단하기에 이 정도는 기본적으로 알면 좋겠다고 정한 내용인데 대부분 '낱말' 정도는 알고 있을 것이다. 내용을 설명하라면 어렵지만 대략적인 개념을 알고 있는 사람들도 있을 것인데 책을 보면 이 개념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따로 따로 처럼 보이지만 책을 읽다 보면 서로 밀접한 관계에 있음을 느끼게 된다.

  

책은 처음에 중력에 관해 이야기 한다. 사실 중력은 지구와 우리를 설명할 때 가장 기본이 되면서 중요한 개념이다. 중력은 우주에도 적용되는데 이것에 의해 세상은 서로를 끌어당긴다. 모든 물체 사이에는 그 무게와 부피와 관련 없이 중력이 작용한다. 하지만 중력은 지극히 약하기 때문에 존재를 느끼진 못한다. 우리가 지구와 서로 끌어당기는 중력의 상황이지만 그것을 느끼지 못하는 것과 같다. 책은 중력의 기본적인 개념과 그 특성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흥미 있는 장은 판구조론이었다. 하나의 거대한 대륙이었던 지구는 억겁의 세월을 걸쳐서 조금식 분리되어 현재와 같은 분리된 대륙 체제가 되었다. 이것이 어떻게 갈라지게 되었는지를 설명하는 것이 판구조론이다. 지구의 표면은 8개의 큰 지각판과 10개의 작은 지각판으로 갈라져 있는데 이 지각판들이 서로 미끄러지고 충돌하고 밑으로 파고 들어가고 하면서 전체적으로 지각판에 변동을 생기게 하는 것이다. 그런데 지각판이 이렇게 움직이면 결국 지진이 일어나는데 어긋난 지각판의 위치에 있는 나라들이 주기적으로 큰 피해를 입게 된다. 


인간의 진화편은 우리 인간의 본질적인 존재에 대한 물음에 답하고 있다. 700만년 전 아프리카에서 오늘날의 인간으로 이어진 진화 계통과 침팬지와 보노보로 이어진 계통이 분리되었다고 한다. 그후 또 수백만 년에 걸쳐 여러 종의 조상들이 수차례의 이주를 하면서 전 세계로 퍼져 나갔다. 현생 인류는 약 30만년 전에 등장했고 이 호모 사피엔스가 다른 원인들과 교합을 통해서 점점 진화가 이루어졌다. 이것을 가능하게 한 것은 이주다. 두 발로 걷기 시작하면서 좀 더 이동이 자유로와졌고 생존을 위해 더 멀리 이주하면서 여러가지가 발달하고 결국 오늘날의 인류가 된 것이다. 책은 그 과정을 흥미롭게 들려주고 있다.


이밖에 여러 중력파, 힉스장, 반물질, 중성미자, 빅뱅, 특수- 일반 상대성 이론 등 이름 정도는 들어 본 적이 있는 여러 과학 개념들을 잘 설명하고 있다. 사실 이 개념들은 과학의 근간을 이루는 기본적인 것들이지만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 그래도 개념 자체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정도만 알아도 과학적인 사고를 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데 이 책이 거기에 대한 길잡이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가 들어 본 여러 개념들을 단독으로 설명하면서도 읽다 보면 서로 연결된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게 글을 쓴 점이 좋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내용 자체가 그리 쉬운 편은 아니다. 개념에 대한 어느 정도의 이해가 있어야 이 내용을 잘 받아들일 수 있다. 과학 개념을 잘 모르는 사람이 읽기에는 좀 어렵다. 그래서 물리 수학적인 설명도 있어서 어느 정도 과학적인 이해도가 있는 사람이 읽으면 좋다. 그래도 이 정도 지식을 알면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이해하는데 좀 더 도움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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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의 녹취록 스토리콜렉터 112
미쓰다 신조 지음, 현정수 옮김 / 북로드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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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호러 공포 작가들이 있지만 '미쓰다 신조' 만큼 하나의 '일가'를 이룬 작가가 또 있을까 싶다. 그야말로 공포 장르에 특화된 작가라고 할 수 있는데 스릴러 추리 장르에 비해서 공포 장르쪽의 작가는 상대적으로 적어서 더 이름이 알려지게 된 것이 아닌가 싶다. 물론 대부분의 작품이 장르의 성격에 충실하고 잘 쓰여졌기에 유명한 것이다.


이른마 '미쓰다 월드' 라는 수식어가 생길 정도로 이 작가는 하나의 스타일을 확립한 사람이다. 말 그대로 미쓰다 식 글쓰기인데 딱 읽어 보면 이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다른 사람이 흉내 내기 힘든. 대놓고 피가 낭자 하는 그런 공포 보다는 약간 기묘한 이야기 같은 느낌을 주면서 뒤끝이 오래 가는 이야기를 많이 쓴다. 읽다 보면 어느새 이야기가 끝나 있는데 뭐지 하면서 내용을 곱씹어 보면 은근한 공포가 밀려 오는 것이다. 이 작가의 글은 대부분 현실 속에서 일어나기에 비교적 현실감이 있다. 진짜 일어 났을 것 같은 느낌을 주기에 그 공포의 느낌이 은근하게 오래 가는 경우가 많다.


이번에 나온 작품도 첫장부터 끝장까지 현실 속의 작가가 이야기를 풀어가는 듯한 형식을 취하면서 실제성의 느낌을 주면서 더 은근하게 무엇인지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책에 실린 여섯 편의 괴담 이야기를 살펴 보면 기본적으로 우리 주위의 흔한 배경에 흔한 설정이 나온다. 그러니 별로 무서울 것도 없어 보인다. 그런데 이야기를 하나 하나 전개시키면서 어떤 장치를 심고 있는데 이것이 조금씩 작동하기 시작하면 전체적인 이야기의 분위기를 으스스하게 만드는 것이다.


여섯 편 작품 중에서 제일 인상적인 것은 '빈집을 지키던 밤' 과 ' 기우메: 노란 우비의 여자' 였다. 빈집을 지키던 밤은 주위에서 볼 법한 아르바이트다. 나이든 노인이 집에 혼자 있는 것이 신경 쓰인 의뢰자가 그냥 집에 있어달라는 것이었다. 돌봐달라는 것이 아니라 노인이 사는 집에 하루 있다가 별 일 없으면 고액의 사례금을 준다는 것인데 서로 마주 칠 일도 없다고 한다. 진짜 쉽고 어렵지 않게 큰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였다. 그런데 그 노인의 정체가 애매하다. 보지 못해서 어떤 사람인지 모르겠지만 뭔가 점점 다가오는 느낌이 든다. 그러면서 일이 터진다는 전개인데 진짜 평범한 일에서 뭔가 으스스한 느낌이 들게 했다. 마지막 장면을 상상해보면 진짜 비명을 지르면서 도망칠 것 같다.


'기우메: 노란 우비의 여자'는 제목처럼 노란 우비의 여자라는 존재로 일어나는 일이다. 그녀는 비도 내리니 않는데 노란 색의 우비를 입고 딱 정해진 위치에 고정해서 서 있다. 주인공의 남자 친구가 자주 목격하면서 주인공도 알게 되는데 이상하다고 느끼긴 해도 별 다른 피해는 없었기에 그려려니 했지만 나중에 남자 친구가 거기에 휘말리게 되면서 큰 일이 일어난다는 내용인데 이야기를 상상해보면 내가 자주 지나가는 길에 그런 사람이 있다면 느낌이 이상할 듯 하겠다. 미친 사람인지 아니면 치매에 걸린 노인인지 하는 생각이 들면서 눈이 마주치거나 나한테 말을 걸기라도 하면 오싹할 것 같다.


이렇듯 이 책은 실제 흔히 있는 주위의 소재와 배경을 통해 현실성을 높여서 더 큰 공포의 느낌을 느끼게 한다. 별 것 아닌 것 같은 내용이지만 다시 생각하면 오묘한 느낌이 들게 하는 것이다. 도시괴담 같은 은근한 공포심을 느끼게 하는 내용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미쓰다 신조는 기억할 만한 작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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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 이즈 타이완 This Is Taiwan - 타이베이 타이중 까오숑 타이난 컨띵 타이동, 2024~2025년 최신판 디스 이즈 여행 가이드북
신서희 지음 / TERRA(테라출판사)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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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참 좋아져서 손안의 휴대폰으로 인터넷을 하는 시대다. 그런데 단순히 인터넷이 된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인터넷을 통해서 각종 정보를 알 수 있다. 그야말로 쉽게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정보가 너무 많아도 문제다. 대체 어떤 정보를 믿고 선택할 수 있을지는 확신하지 못한다. 사실 이 정보가 맞는지 확인하는 것만 해도 시간이 꽤 걸린다. 그러기에 누가 믿을 만한 내용을 정리해 줬으면 하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 딱 맞는 책이다. 어마어마한 여행 정보의 홍수 속에서 핵심적이고 믿을 만한 정보만 쏙 빼서 소개하는 책이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을 통해서 여행 정보를 얻기는 하지만 여전히 책을 이용한 정보도 많이 얻는다. 일단 기본적으로 여행 정보 책은 전체적인 구상을 세우기에 좋다는 것이다. 일일이 찾아보고 교차 검색할 필요 없이 읽고 딱 맘에 드는 곳을 중점적으로 계획 세우면 시간을 많이 절약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디스 이즈' 시리즈는 해외 여행할 때 늘 우선 순위의 가이드 책으로 추천할 만하다.


이번에 나온 책은 타이완 여행에서 필수적인 가이드 책인 '디스 이즈 타이완' 이다. 이미 시리즈로 발간되고 있는데 벌써 2024~2025년판이 나왔다. 많은 대만 여행 가이드 책이 있는데 나름의 특색도 있고 나쁘지 않은 책들이 대부분이긴 하지만 이 책은 대만 여행을 갈 때 1순위로 추천할 만큼 내용이 알차다.


대만 여행은 코로나 전에는 무척 활발했는데 코로나 사태로 여행 자체를 할 수 없었다. 이제 평상시가 되어서 여행은 자유로워졌으나 아직 옛날 만큼의 활기는 아닌 것 같다. 하지만 대만으로 가는 항공편도 조금씩 늘고 있고 특히 여러 지역 공항에서 출발하는 경우가 많아져서 접근성은 좋다. 꼭 인천 공항을 갈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 한 권을 가지고 편하게 대만 여행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책은 우선 초반의 '타이완과 사랑에 빠질 수 밖에 없는 10가지' 부분을 통해 타이완이 여행지로 각광 받는 여러 요소들을 잘 설명하고 있다. 이 나라의 매력을 설명하고 있는데 딱 핵심적인 것을 잘 설명해주고 있다. 

그 다음으로는 여러 음식 소개가 나오는데 그것보다는 좀 더 뒤편의 '타이완으로 떠나기 전 꼭 알아야 할 10가지' 부분을 먼저 읽는 것이 좋다. 항공권, 숙소, 카드, 교통 등 타이완에서 여행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정보들을 담고 있다. 이것을 숙지해야 계획을 세워야 낯선 나라에서 당황하거나 헤매지 않을 것이다. 


타이완은 여러가지 먹진 점이 많은 나라지만 특히 음식이 우리 나라 사람들에게 인상적인 나라다. 우리 입맛에도 맞는 음식이 싼 가격으로 유혹하니 어찌 지나갈 수가 있겠는가. 어떤 사람은 타이완에서 맛있는 음식만 잘 먹고 와도 갔다 온 가치가 있다고 할 정도다. 책에서는 '타이완 음식 탐구일기' 와 '타이완 샤오츠 탐구일기' 를 통해서 우리의 감탄을 자아내게 할 맛집과 음식 정보를 상세하게 전달하고 있다. 사실 여행을 가면 나중에 기억에 가장 남는 것은 볼거리 보다는 먹거리가 아닐까 싶다. 먹는 것이 남는다는 말도 있듯이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이 중요한데 그런 면에서 타이완은 큰 장점이 있는 나라다. 책을 보면 맛집을 상세하게 잘 소개하고 있으니 계획을 짤 때 큰 참고가 될 듯 하다.


책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소개 지역은 역시 타이베이다. 어느 나라던 그 나라의 수도가 볼거리나 먹거리가 제일 많은 법인데 타이베이도 마찬가지다. 타이베이는 우리나라의 서울과 비슷하게 시내에 공항이 하나 있고 조금 떨어진 곳에 공항이 하나 해서 두 개가 있다. 책은 각 공항과 공항에서 시내로 들어오는 방법, 시내 교통 수단, 시외로 가는 방법 등이 지도와 함께 전철 노선도까지 상세하게 알려주고 있어서 여행 계획을 짤 때 많은 도움을 준다. 그리고 각 명소를 정확한 사진과 지도를 통해 알려주고 있는데 정말 갈 곳이 많은 것 같다. 


사실 타이베이만 있어도 며칠이 걸릴 것 같은데 좀 더 색다른 곳을 찾고 싶다면 타이베이 근교도 가 볼만 하다. 일몰이 아름다운 딴수이나 자연 경관이 좋은 예리우, 양밍샨 국가공원 등 타이베이 주위의 좋은 곳도 잘 설명하고 있어서 타이베이와 근교를 일정 잡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사실 이 정도만 구경해도 잘 갔다 왔다 할 것 같다.


남부의 까오숑은 전에 비해서 한국 관광객이 많이 찾는 곳인데 서울과 부산에서 직항 노선이 있어서 한결 가기 편하다. 물론 타이베이에서 출발하는 방법도 있는데 고속열차, 일반열차 모두를 잘 설명해주고 있다. 까오숑은 항구도시라서 내륙도시와 또 다른 매력을 주고 있어서 최근에 많은 관광객이 가는 곳이다. 역시 책에서 여러 명소를 잘 설명하고 있다.


그밖에 타이난이나 타이중, 타이동 등 기존에 소개되지 않았던 다른 지역들을 소개하는데 나름의 특색이 있는 도시들이라서 타이베이를 자주 갔던 사람들이라면 충분히 가볼 만한 곳들이다. 타이베이에서 갈 수 있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는데 어렵지 않아서 좀 여유 있는 대만 여행을 원하는 사람이라면 이들 지역을 둘러보면 만족할 것 같다.


타이완은 우리나라의 3분의 1 정도 면적인 나라라서 며칠 안에 다 보기는 힘들다. 수도인 타이베이만 해도 일주일은 있어야 그 느낌을 겨우 느낄 수 있을 것 같은데 다른 지역까지 보기는 힘들 것이다. 다행히 타이완은 우리 나라에서 가기 편한 나라라서 차근차근 놀러 간다는 생각으로 너무 빡빡하거나 거창한 계획을 세우기 보다 지역을 선택해서 그 곳을 다 본 다음 다른 지역으로 넘어가는 식으로 관광을 한다면 그 매력을 더 잘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의 가치가 있다. 각 지역을 상세하면서 객관적으로 소개할 뿐만 아니라 분리형 맵북을 수록하고 있어서 여행의 가장 중요한 교통 정보를 잘 알 수 있게 한다. 


물론 책 한 권으로 모든 여행 계획을 세울 수는 없겠지만 충분히 하나의 기준점이 될 책이다. 책이 나온 테라 출판사는 여행을 전문으로 하는 곳이다. 여러 분야의 책들을 펴내는 다른 여행 정보 출판사에 비해서 테라는 여행을 중점으로 하기에 책들이 짜임새가 있고 내용이 충실하다. 대만편 말고도 시리즈의 다른 책들도 좋다. 당장 여행은 가지 못해도 여행 분위기를 느끼기에도 좋은 시리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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