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텀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9
요 네스뵈 지음, 문희경 옮김 / 비채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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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의 유명한 작가인 요 뵈스네의 해리 홀레 시리즈. 미국이나 일본의 추리 스릴러물과는 또다른 느낌을 주는 책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분위기가 아니라 어딘가 서늘한 북유럽의 느낌이 난다고나 할까. 그러나 범죄는 또다른 악랄함을 보이고 그것을 쫓는 형사의 집요함도 보통을 넘는다. 자주 봐왔던 스타일이 아닌 요 뵈스네만의 독특한 글쓰기가 북유럽이라는 지역을 배경으로 흥미롭게 이어지는 해리 홀레 시리즈.

 

해리 홀레는 노르웨이의 형사다. 수많은 사건들이 있었고 많이 해결하기도 했지만 몸과 마음은 만신창이다. 형사라는 직책상 몸이 상하는건 뭐 일도 아닐터. 여러 치명상을 당하기도 했지만 그때마다 오뚜기처럼 일어난 해리. 그러나 그를 진정으로 힘들게 하는건 마음이 다쳤을때다. 특히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을때. 전작인 스노우맨에서 그렇게 됐다. 가장 가까운 사랑하는 이들이 위험에 빠졌고 그로 인해서 그들과 헤어진것이다. 언제나 어려움을 극복했던 해리이건만 그때는 그냥 무너진 모양이다.

 

바로 경찰청에 사표를 내고 홀연히 사라졌던 해리 홀레. 그런데 그가 돌아왔다. 그리우면서도 그립지 않던 그 오슬로에. 다시 경찰이 될려고 한건 아니다. 그가 사랑한 사람이 어려움에 빠져서 그를 구하러 온것이다. 올레그. 사랑했지만 떠날수밖에 없었던 그 아이. 친아들은 아니었지만 진짜 친아들처럼 사랑했던 그가 살인을 했단다. 하지만 어릴때부터 보아왔던 올레그가 누구를 살인할 아이인가. 절대로 그렇지 않다. 아마 누명을 썼을것이다. 해리는 하나씩 하나씩 처음부터 올레그의 행적을 쫓아간다. 그런데 이 사건, 단순한 사건이 아니다. 뭔가 거대한 무엇인가가 뒤에 도사리고 있다. 이 복잡한 퍼즐을 어떻게 풀어야 할까.

 

이야기의 주된 배경은 이른바 '마약'이다. 상대적으로 마약 청정국인 우리나라(거리에서 쉽게 살수있느냐는 점에서의 청정국. 이미 중간유통 거점국가라서 청정국이 아니라는 말도 있다) 의 상황에서는 사실 상상못할 배경이다. 각종 마약이 으슥한 곳에서 쉽게 살수있다니. 물론 유럽이 좀더 관대한거 같기도 하다. 대마초가 자유로운 국가도 있고. 하지만 담배 사듯이 거리에서 편하게 살수있다는건 놀라운 일이었다. 지은이가 반은 허구고 반은 사실이라고 하는데 거리에서 사는건 힘들다고 해도 어느정도 쉽게 구한다는 배경은 그만큼 더 큰 범죄가 생길수 있는 것이다. 올레그도 그 착한 아이도 그놈의 마약때문에 사건에 휘말리게 된거고.

 

책은 두껍다. 배경이 살별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잔인한 장면이 많이 나오는건 아니다. 하지만 책에 본드를 붙여놓은마냥 책에서 손을 뗄수가 없다. 역시 요 뵈스네라는 소리가 나오게끔 이야기가 재미있다. 두꺼운 책임에도 술술 잘 넘어간다. 이제 '요 뵈스네'는 이름만으로도 책을 읽어야할 작가가 아닌가 싶다. 해리 홀레 시리즈는 이미 그런 단계이고.

 

냉정하면서도 철두철미한 형사였던 해리는 사랑앞에서는 그야말로 지고지순한 사람이다. 그전에도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서 몸을 내던졌는데 이번에도 아들을 위한 뜨거운 부성애를 보여준다. 하지만 평범한 삶을 살수는 없을까. 사랑하는 사람들을 앞에 두고 드리워지는 그의 외로움. 해리 홀레는 끝내 혼자이어야만 하는지 애틋한 느낌도 든다.

 

끝부분 결말은 확실한거 같으면서도 애매하게 끝난다. 뭐 시리즈가 계속 되기 위해서는 그렇게 끝나는건 아니긴 하지만 해리의 마음상태를 간접적으로 드러나게 하는 장치로 그렇게 한건 아닌가도 싶다.

 

아무튼 이번 작품도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복잡한 사건이 아니지만 적절한 복선과 반전, 그리고 느리면서도 빠른 전개, 예상한 결말로 가는듯하다가 의외의 결말로 끝나는 등 작가의 글솜씨가 마음껏 발휘된 작품 같다. 시리즈이긴 하지만 앞에 시리즈를 읽지 않았다고 해도 충분히 읽을수 있을 내용이다. 물론 모든 재미있는 시리즈같이 1권부터 마지막 발간된 책까지 쭈욱 읽어보면 더 깊은 맛을 느낄수 있는 고급스릴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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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버 코드 메이즈 러너 시리즈
제임스 대시너 지음, 공보경 옮김 / 문학수첩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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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께끼같은 미로를 통해서 많은 호기심을 자아내게 했던 이 시리즈의 끝이 다가오네요. 촘촘히 잘 짜여진 내용이라서 얼른 뒷편을 읽고 싶게 했던 시리즈인데 어떻게 끝을 마무리하게 될지 기대가 되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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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5분만 움직여도 고혈압은 낫는다 - 약에 의존하지 않고 혈압을 낮추는 건강법
가토 마사토시 지음, 이선정 옮김 / 더난출판사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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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성인인구의 4분의 1이 고혈압환자라는 통계를 본적이 있다. 조금 시간이 지난 자료라서 지금은 얼마나 더 늘어났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고혈압이란 병 자체가 그리 낯선 병은 아니란 뜻이겠다. 사실 60살 정도만 지나도 혈관질환에 걸릴 확률이 높은데 그중에서도 고혈압이 흔한 병인것이다.

 

이런 혈관질환은 한번 판정을 받고 약을 먹으면 그것을 끊기는 힘들고 계속 관리를 해야하는게 보통이다. 더 나빠지지만 않으면 되는것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약과 함께 관리를 해야하는것을 잊고 약만 먹고 관리를 하지 않는다. 약에게만 의존하게 되는것이다. 그렇게되면 병은 점점 더 나빠질수도 있게 된다.

 

이 책은 고혈압이 무엇이고 또 고혈압을 낫게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하는가에 대해서 전체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다. 사실 낫는다라고 말하지만 그것이 쉽게 이루어지기는 힘들기에 더 나빠지지 않고 건강을 유지하는선에서 관리하는데 중점을 두어야할꺼 같다.

 

우선 책은 혈압을 내리는 지압을 알려주고 있는데 이 책의 핵심포인트가 바로 이 지압이다. 손과 목의 지압을 하는 방법을 상세히 알려주고 있는데 그림과 함께 설명하고 있어서 쉽게 따라할수 있었다. 실제로 해보니 조금 혈압이 떨어지는거 같기도 했다. 물론 한두번으로 계속해서 떨어지는건 아니겠지만 이 지압의 목적이 혈순환을 좋게하는거니만큼 도움은 될꺼 같다.

 

지압과 함께 고혈압 체질을 개선하는 강압 스트레칭에 대해서도 여러 그림과 함께 설명하고 있는데 어렵지 않게 따라할수있다. 일종의 건강 체조법인데 간단하면서도 효과가 좋은 운동법이어서 꼭 고혈압이 아니라고 해도 아침마다 운동한다면 건강에 도움이 될만한 체조란 생각이 들었다. 익숙해지면 긴 시간이 필요치않고 편하게 할수있을꺼 같은데 관건은 부지런히 매일 하느냐가 아닐까. 아무리 쉽고 간단한 운동이라고 해도 안하면 아무소용없는것이다.

 

이 책에서는 이런 지압과 스트레칭이 지은이가 말하고자하는 가장 핵심적인 내용이라서 과감하게 맨 앞부분에 배치를 했다. 보통은 이런저런 이론을 설명하고 뒷부분에 운동법을 설명하는데 이 책은 앞에 다 나와있다. 그래서 이론싫어하는 사람들은 앞부분만 봐도 혈압을 관리하는데 큰 도움이 될듯하다. 사실 고혈압이란게 간단하게 생각할려면 간단한게 식생활 담백하게 하고 정확한 운동 적절히하면서 스트레스 줄이고 살면 알약 한두알 먹는다고 해도 그게 건강하게 사는것이다. 그걸 못하는게 문제지.

 

앞부분을 잘 숙지했다면 이제는 이론적인 부분이 따라온다. 혈압의 증상이나 목표치, 여러가지 고혈압약의 종류등이 나오는데 사실 읽어봐도 금방 잊을부분이다. 크게 중요한건 아니니깐 이런 정도가 있구나 하고 넘어가면 된다. 중요한 부분은 뒷쪽에 있다. 바로 소금과 혈압과의 관계다.

 

사실 짜게 먹으면 혈압에 안 좋다고 한다. 나트륨이 체내에 과다하게 있으면 그만큼 혈압을 올린다는 말인데 저염식이 고혈압에 좋다는것이 근거가 적다고 지은이는 주장하고 있다. 여러가지 자료를 들고 있는데 고개를 끄덕이는 면이 있다. 지은이는 너무 저염식을 고집하다보면 오히려 다른 병을 불러일으킬수가 있다고 한다. 소금은 우리몸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기에 너무 싱겁게 맹맹하게 먹는건 옳지않다는 소리다.

 

일리있는 말이지만 그렇다고 짜게 먹는 식습관 자체는 좋은게 아니다. 혈압에만 안 좋은것이 아니라 위장에 안 좋기에 적당한 간으로 먹는게 좋다고 결론을 내리는게 좋겠다. 간혹 짜게 먹을수도 있지만 결코 짜운걸 좋아해서는 안된다. 지은이는 소금이라고 해도 나트륨을 밀어내는 칼륨이 들어있는 천일염을 권장한다. 우리가 흔하게 보는 정제염은 그런 칼륨이 거의 없기에 이것은 건강에 안 좋다는것이다. 음식을 조리할때 흔하게 쓰는 정제염보다는 조금 비싸더라도 천일염을 쓰는게 좋다는건 새겨들을만하다.

 

마지막부분에서는 고혈압을 방지할 생활속의 습관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어렵지 않고 참고할만하다. 천연이뇨제인 차를 마신다던가 아로마향을 이용해서 기분전환을 한다던가 칼륨이 풍부한 식재료, 적당한 고기, 천연 소금등을 먹을것을 권하고 있는데 이건 고혈압에도 좋지만 전반적인 건강에 좋을 방법이어서 따라하면 좋을듯하다.

 

책은 그리 두껍지 않다. 내용도 어렵지 않고 핵심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어서 부담없이 볼수 있다. 무엇보다 고혈압이란것에 대한 기본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어서 이 병을 예방하거나 걸린 사람에게 두루 유익한거 같다. 무엇보다 혈압에 좋은 지압이나 스트레칭이 건강에 유용하게 응용할수있을듯해서 좋다. 이것만 잘 따라해도 많은것을 얻을수 있을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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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자가 필요한 시간 - 2000년간 권력이 금지한 선구적 사상가
천웨이런 지음, 윤무학 옮김 / 378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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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역사에서 춘추전국시대는 여러가지 의미가 있겠지만 사상면에서 본다면 정말 화려했던 시기이고 전체 중국을 움직이는 많은 사상들이 만들어진 시기이기도 하다. 이른바 제자백가라고 불리는 갖가지 사상들이 많은데 그것이 후대에까지 이어짐은 물론이고 동아시아의 다른 나라들에게도 영향을 끼쳤다. 우리나라도 유가로 대표되는 유학의 조선시대까지 큰 영향을 끼쳤는데 사실 중국에서는 유가뿐만 아니라 여러 다른 사상들도 나름의 영향력도 있었고 발전도 해왔는데 우리는 공자, 맹자만 이야기해와서 다른 사상들을 많이 접하지 못했다. 그러나 유학이 좋은점도 있겠지만 철저히 지배층의 논리로 이용되었기에 다른 생각들이 넓게 있었다면 유학과 상호 균형적인 발전이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묵학은 묵자가 창안한 사상인데 묵자는 왜 성이 묵인지 또 언제 태어나고 어떻게 돌아갔는지 그 자세한 개인 정보는 정확히 전해지는것이 없다고 한다. 이른바 진시황의 '분서갱유'로 인해서 그가 인정한 학문과 서적을 제외한 수많은 서적들이 불태워졌기에 그 실상을 완전히 복원하기는 어려워졌는 것이다. 사실 그것말고도 묵학이 희미해진 이유는 이 사상 자체가 지배층에게는 위협적이 사상이었기에 그다지 관심을 가지지 못해서 사라진것이 아닌가싶다.

공자의 의도와는 달리 유학은 지배층의 지배 논리로 훌륭하게 써먹을수 있는 사상이었다. 하지만 묵학은 그와 반대였다. 지배층의 솔선수범을 요구하면서 백성의 입장에 있는 사상이었다. 사랑과 평등을 중시한 지금 생각해도 진보적인 생각이었기에 백성을 자신의 하수로 여기던 당시 권력층에는 좋게 보일수 없는 사상이었을 것이다.

 

책에서는 2000년간 권력이 금지한 선구적 사상이라고 하는데 그만큼 오랫동안 사장되어 있었고 그 생각들이 사라졌던 것이다. 이제 세상이 바뀌고 인간 존중의 민주주의 이념이 지구상의 주류 사상으로 자리매김한 이때 민주주의와도 훌륭하게 상호보완이 될수 있다는 점에서 이 사상이 살아나고 있고 또 살릴 필요가 있는 것이다.

 

책은 크게 3가지 부분으로 나누어서 이야기한다. 먼저 1부에서는 묵자에 대한 여러 논쟁과 함께 역사의 그늘 아래 묻히게 된 이유에 대해서 설명한다. 묵자에 대한 전체적인 소개를 하면서 묵자 사상이 어떻게 형성이 되었는지 그 연유를 추적하고 있다. 특히 겸애 사상에 대한 유가사상과의 비교를 통해서 묵자의 생각이 얼마나 선진적인가를 말해주고 있는데 모든 차별에 반대하는 묵가와 지나가는 사람과 부모는 차이가 있다는 유가의 생각중에서 어느것이 더 설득력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말해주고 있다. 묵자가 부모를 무시하는것이 아닌데 겸애를 왜곡한 유가의 편견이 어떻게 오랫동안 작용하게 되었는지를 잘 알수있었다.

 

2부에서는 인간다움을 지키고자 한 묵자의 발자취를 보여준다. 묵자 사상이 어떤것인가 실제로 그 사상을 실천한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이 사상의 본질을 이야기하고 있는것이다. 묵가 사상은 실천을 중요시한 사상이었다. 말만 그럴싸하고 말싸움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행하는것을 중요하게 여겼는데 책에 나온 여러 사례들을 보니 이 사상의 특징을 잘 알수있었다. 어제와 오늘 세상이 바뀌는 전란의 소용돌이 속에서 반전을 외쳤던 묵자의 사상은 크고 작은 전쟁을 치루고 있는 오늘날의 세계에서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하겠다.

 

어렴풋이 중학교 윤리 시간에 한줄짜리 겸애의 묵가 사상이라는 것을 배웠던 것이 기억이 난다. 그렇게 한줄로 치부될 사상이 아님에도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그 진면목이 오랫동안 알수없는 채로 있어왔다. 그것이 최근에 들어서 조금씩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데 생각보다 사상의 깊이와 철학이 현대 사회에서도 능히 통할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자체를 생각하는 묵학의 본질이 과거 신분사회에서는 참 쉽지 않았겠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민주주의가 발달한 현대 사회에는 꼭 필요한 철학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아쉬운건 원래 원저작이 어려운 글이었는지 묵학 자체가 어려운 사상인지는 모르겠으나 쉽게 잘 읽히게 쉽게 번역이 된건 아닌거 같다. 술술 읽히지는 않는다.

하지만 묵가에 대해서 그것이 무엇이고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에 대해 좋은 길잡이가 될만한 책이란 점에서 가치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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퐅랜, 무엇을 하든 어디로 가든 우린
이우일 지음 / 비채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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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퐅랜이라고 해서 이런글자도 있나 했다. 발음을 해보니 신조어는 아닌듯한데 뭔 뜻인가 하고 책을 봤는데 포틀랜드란다. 보통 포틀랜드라고 하는 그곳. 뭐 줄여서 퐅랜이라고 하는데 아무도 그렇게 부르지 않았는데 일단 신선하네.

 

그런데 이 책 다 읽고 나니 은근 심술이 난다. 지은이한테 심술이 난다는게 아니라 이렇게 좋은곳에 구경이라도 못가는 내 신세한테 뿔이 난게다. 포틀랜드가 어떻다는건 여러 매체의 글들을 통해서 간간히 알고 있긴 했는데 이 책을 보니 아니 뭐 이런데가 있나싶다. 막 가고 싶어지는.

 

퐅랜 즉 포틀랜드는 미국 북서부의 태평양을 접하고 있는 도시다. 오리건주의 최대 도시라고 하는데 그래봐야 인구는 50만 전후되는 대도시는 아닌 곳이다. 참고로 정반대의 미국 북동부에도 포틀랜드가 있는데 거기는 인구가 10만이 안되는 작은도시다. 보통 포틀랜드라고 하면 이 북서부쪽의 오리건주 포틀랜드를 이야기하는거 같다.

 

이곳이 최근에 이름이 많이 거론되고 있는데 신흥 관광지라고나 할까. 아래쪽 캘리포니아주보다는 덜 알려져있었지만 관광 도시로 괜찮다는 소문이 나면서 여행도 많이 가고 관련글들도 많아지는 추세다. 거기에 지은이가 2년동안 거주하면서 도시의 여러 모습을 이야기한 것이 바로 이 책인데 단편적인 모습들만으로도 포틀랜드의 매력을 잘 느낄수 있었다.

 

지은이는 만화작가로 나름 유명한 사람인데 그의 그림을 주로 봐왔던 나로서는 글솜씨도 좋다는 느낌을 받게 한 책이었다. 포틀랜드에서 살면서 느낀 여러가지 단상들을 편하고 읽기 좋게 쉽게 잘 쓴 글이어서 좋았다. 포틀랜드라는 곳을 전체적으로 소개하는 여행가이드적인 내용이 아니라 그 지역만의 특성을 이야기하면서 그속에서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는것이 잘 와닿았다.

 

책에서 소개한 퐅랜의 느낌은 '자유로움'과 '여유'라는 것이다. 사실 좁은 국토에 치열한 경쟁을 하면서 뽁짝뽁짝 사는 우리같은 나라는 전세계에 찾아봐도 잘 없을것이다. 그래서 다른 나라를 보면 대부분 우리에게 없는 삶의 여유란걸 느끼게 된다. 그런데 이 도시는 좀더 특별한거 같다.

비오는데 비를 그냥 맞는단다. 뭐 소나기처럼 큰 비가 오면 우산을 펴겠지만 그냥 조금 젖을 정도는 비를 맞고 만다는게 어찌보면 신기하기도 하다. 비가 깨끗하고 더럽고를 떠나서 비맞은 몸이나 옷의 뒤치닥꺼리를 할 생각하면 한방울의 비라도 맞고 싶지 않는데 이 도시 사람들은 그냥 무시로 맞고 다닌다. 그런것을 감내할 여유가 있지 않을까 싶다.

 

자전거 타기에서 그 여유는 더 느끼게 된다. 미국이라는 광활한 대륙에서 차는 필수인데 포틀랜드에서는 자전거타기가 잘 발달되어있다고 한다. 자전거와 연계된 대중교통수단이 잘 발달되어고 수년간에 걸쳐서 자전거도로가 잘 만들어져있어서 자전거천국이라나. 빨리 가고자 하는 차가 아닌 자전거 타기를 통해서 느림의 여유를 느끼게 된다. 누드로 자전거 타는 축제도 있다니 독특한 도시긴 하다.

 

이 도시는 또한 타투를 한 사람도 많고 수염을 기르는 사람도 많다고 한다. 사실 미국이 그런쪽에서 우리보다는 관대하긴 하지만 이 도시는 특히 더 그렇다고 하는데 좀더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거 같다. 타투나 수염은 그 자체로 나를 남과 다르게 표현하는 하나의 방식인데 그 자유로움이 우리에게는 꿈도 못꿀 일이지 않는가. 타투는 전통적인 우리 유교 관습에서 하기가 어렵고 수염은 사실 외국 사람에 비해서 그리 이쁘게 나는게 아니라서 쉽지 않는데 어쨌든 이들은 남을 의식하면서 사는 우리나라에서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것이 자유로운 곳. 포트랜드을 나타내는 것이 아닐까 싶다.

 

책에서는 흥미로운것이 많았지만 특히 흥미로운것은 에소프레소 커피 뽑아먹듯 책을 만들어주는 기계가 있다는 사실이다. 원고가 있으면 그것을 책으로 즉석에서 만들어주는 기계가 있는데 꼭 커피 뽑아먹는듯하게 책을 만들수있어서 에스프레소 북 머신이라고 부르던데 흥미로왔다. 만든 책은 기계가 있는 서점에서 비치하면서 다른사람에게 팔수도 있고 온라인으로도 살수 있다고 하니 신기하다. 나중에 그 기계가 없어졌다는데 아쉽다. 왜 없앴는지 모르겠다. 혹시 더 좋은 기능을 가진 기계로 다시 나타날려나.

 

한 지역을 소개하는 여행가이드성 책을 보면 여행을 가고 싶어진다. 이책은 여행가이드는 아니지만 한 지역의 모습을 이야기하는 책이라서 여행의 관점에서 흥미롭기는 한데 물론 가고 싶어지는 마음도 생기지만 기본적으로 이 도시의 향이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거 같다. 도시란것이 하나의 유기체가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의 모습이 담긴 큰 장소라서 도시 자체를 어떻다라고 할수는 없겠지만 여기에 사는 사람들의 그 여유와 자유로움이 참 부럽고 좋아 보였다. 우리는 언제 이렇게 되어보나. 아니 이런 분위기를 조금이라도 흉내내어보나. 어쩌면 그냥 포트랜드에 가서 느끼는게 더 빠를꺼 같다.

 

이 좋은곳을 가서 그곳의 향취를 마음껏 느끼고 온 지은이는 얼마나 좋을까. 이건 뭐 자랑하는거나 다름없다. 아 부럽다. 온가족이 그렇게 갈수 있다는것도 부럽고 그 용기도 부럽고. 그런데 책 마지막에는 이 좋은곳을 떠나서 태평양의 섬으로 떠나서 1년간 살기로 했단다.

아...부러우면 지는거 맞는데 어쩔수없이 부러워진다. 고만 좀 자랑하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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