퐅랜, 무엇을 하든 어디로 가든 우린
이우일 지음 / 비채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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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퐅랜이라고 해서 이런글자도 있나 했다. 발음을 해보니 신조어는 아닌듯한데 뭔 뜻인가 하고 책을 봤는데 포틀랜드란다. 보통 포틀랜드라고 하는 그곳. 뭐 줄여서 퐅랜이라고 하는데 아무도 그렇게 부르지 않았는데 일단 신선하네.

 

그런데 이 책 다 읽고 나니 은근 심술이 난다. 지은이한테 심술이 난다는게 아니라 이렇게 좋은곳에 구경이라도 못가는 내 신세한테 뿔이 난게다. 포틀랜드가 어떻다는건 여러 매체의 글들을 통해서 간간히 알고 있긴 했는데 이 책을 보니 아니 뭐 이런데가 있나싶다. 막 가고 싶어지는.

 

퐅랜 즉 포틀랜드는 미국 북서부의 태평양을 접하고 있는 도시다. 오리건주의 최대 도시라고 하는데 그래봐야 인구는 50만 전후되는 대도시는 아닌 곳이다. 참고로 정반대의 미국 북동부에도 포틀랜드가 있는데 거기는 인구가 10만이 안되는 작은도시다. 보통 포틀랜드라고 하면 이 북서부쪽의 오리건주 포틀랜드를 이야기하는거 같다.

 

이곳이 최근에 이름이 많이 거론되고 있는데 신흥 관광지라고나 할까. 아래쪽 캘리포니아주보다는 덜 알려져있었지만 관광 도시로 괜찮다는 소문이 나면서 여행도 많이 가고 관련글들도 많아지는 추세다. 거기에 지은이가 2년동안 거주하면서 도시의 여러 모습을 이야기한 것이 바로 이 책인데 단편적인 모습들만으로도 포틀랜드의 매력을 잘 느낄수 있었다.

 

지은이는 만화작가로 나름 유명한 사람인데 그의 그림을 주로 봐왔던 나로서는 글솜씨도 좋다는 느낌을 받게 한 책이었다. 포틀랜드에서 살면서 느낀 여러가지 단상들을 편하고 읽기 좋게 쉽게 잘 쓴 글이어서 좋았다. 포틀랜드라는 곳을 전체적으로 소개하는 여행가이드적인 내용이 아니라 그 지역만의 특성을 이야기하면서 그속에서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는것이 잘 와닿았다.

 

책에서 소개한 퐅랜의 느낌은 '자유로움'과 '여유'라는 것이다. 사실 좁은 국토에 치열한 경쟁을 하면서 뽁짝뽁짝 사는 우리같은 나라는 전세계에 찾아봐도 잘 없을것이다. 그래서 다른 나라를 보면 대부분 우리에게 없는 삶의 여유란걸 느끼게 된다. 그런데 이 도시는 좀더 특별한거 같다.

비오는데 비를 그냥 맞는단다. 뭐 소나기처럼 큰 비가 오면 우산을 펴겠지만 그냥 조금 젖을 정도는 비를 맞고 만다는게 어찌보면 신기하기도 하다. 비가 깨끗하고 더럽고를 떠나서 비맞은 몸이나 옷의 뒤치닥꺼리를 할 생각하면 한방울의 비라도 맞고 싶지 않는데 이 도시 사람들은 그냥 무시로 맞고 다닌다. 그런것을 감내할 여유가 있지 않을까 싶다.

 

자전거 타기에서 그 여유는 더 느끼게 된다. 미국이라는 광활한 대륙에서 차는 필수인데 포틀랜드에서는 자전거타기가 잘 발달되어있다고 한다. 자전거와 연계된 대중교통수단이 잘 발달되어고 수년간에 걸쳐서 자전거도로가 잘 만들어져있어서 자전거천국이라나. 빨리 가고자 하는 차가 아닌 자전거 타기를 통해서 느림의 여유를 느끼게 된다. 누드로 자전거 타는 축제도 있다니 독특한 도시긴 하다.

 

이 도시는 또한 타투를 한 사람도 많고 수염을 기르는 사람도 많다고 한다. 사실 미국이 그런쪽에서 우리보다는 관대하긴 하지만 이 도시는 특히 더 그렇다고 하는데 좀더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거 같다. 타투나 수염은 그 자체로 나를 남과 다르게 표현하는 하나의 방식인데 그 자유로움이 우리에게는 꿈도 못꿀 일이지 않는가. 타투는 전통적인 우리 유교 관습에서 하기가 어렵고 수염은 사실 외국 사람에 비해서 그리 이쁘게 나는게 아니라서 쉽지 않는데 어쨌든 이들은 남을 의식하면서 사는 우리나라에서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것이 자유로운 곳. 포트랜드을 나타내는 것이 아닐까 싶다.

 

책에서는 흥미로운것이 많았지만 특히 흥미로운것은 에소프레소 커피 뽑아먹듯 책을 만들어주는 기계가 있다는 사실이다. 원고가 있으면 그것을 책으로 즉석에서 만들어주는 기계가 있는데 꼭 커피 뽑아먹는듯하게 책을 만들수있어서 에스프레소 북 머신이라고 부르던데 흥미로왔다. 만든 책은 기계가 있는 서점에서 비치하면서 다른사람에게 팔수도 있고 온라인으로도 살수 있다고 하니 신기하다. 나중에 그 기계가 없어졌다는데 아쉽다. 왜 없앴는지 모르겠다. 혹시 더 좋은 기능을 가진 기계로 다시 나타날려나.

 

한 지역을 소개하는 여행가이드성 책을 보면 여행을 가고 싶어진다. 이책은 여행가이드는 아니지만 한 지역의 모습을 이야기하는 책이라서 여행의 관점에서 흥미롭기는 한데 물론 가고 싶어지는 마음도 생기지만 기본적으로 이 도시의 향이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거 같다. 도시란것이 하나의 유기체가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의 모습이 담긴 큰 장소라서 도시 자체를 어떻다라고 할수는 없겠지만 여기에 사는 사람들의 그 여유와 자유로움이 참 부럽고 좋아 보였다. 우리는 언제 이렇게 되어보나. 아니 이런 분위기를 조금이라도 흉내내어보나. 어쩌면 그냥 포트랜드에 가서 느끼는게 더 빠를꺼 같다.

 

이 좋은곳을 가서 그곳의 향취를 마음껏 느끼고 온 지은이는 얼마나 좋을까. 이건 뭐 자랑하는거나 다름없다. 아 부럽다. 온가족이 그렇게 갈수 있다는것도 부럽고 그 용기도 부럽고. 그런데 책 마지막에는 이 좋은곳을 떠나서 태평양의 섬으로 떠나서 1년간 살기로 했단다.

아...부러우면 지는거 맞는데 어쩔수없이 부러워진다. 고만 좀 자랑하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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