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자가 필요한 시간 - 2000년간 권력이 금지한 선구적 사상가
천웨이런 지음, 윤무학 옮김 / 378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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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역사에서 춘추전국시대는 여러가지 의미가 있겠지만 사상면에서 본다면 정말 화려했던 시기이고 전체 중국을 움직이는 많은 사상들이 만들어진 시기이기도 하다. 이른바 제자백가라고 불리는 갖가지 사상들이 많은데 그것이 후대에까지 이어짐은 물론이고 동아시아의 다른 나라들에게도 영향을 끼쳤다. 우리나라도 유가로 대표되는 유학의 조선시대까지 큰 영향을 끼쳤는데 사실 중국에서는 유가뿐만 아니라 여러 다른 사상들도 나름의 영향력도 있었고 발전도 해왔는데 우리는 공자, 맹자만 이야기해와서 다른 사상들을 많이 접하지 못했다. 그러나 유학이 좋은점도 있겠지만 철저히 지배층의 논리로 이용되었기에 다른 생각들이 넓게 있었다면 유학과 상호 균형적인 발전이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묵학은 묵자가 창안한 사상인데 묵자는 왜 성이 묵인지 또 언제 태어나고 어떻게 돌아갔는지 그 자세한 개인 정보는 정확히 전해지는것이 없다고 한다. 이른바 진시황의 '분서갱유'로 인해서 그가 인정한 학문과 서적을 제외한 수많은 서적들이 불태워졌기에 그 실상을 완전히 복원하기는 어려워졌는 것이다. 사실 그것말고도 묵학이 희미해진 이유는 이 사상 자체가 지배층에게는 위협적이 사상이었기에 그다지 관심을 가지지 못해서 사라진것이 아닌가싶다.

공자의 의도와는 달리 유학은 지배층의 지배 논리로 훌륭하게 써먹을수 있는 사상이었다. 하지만 묵학은 그와 반대였다. 지배층의 솔선수범을 요구하면서 백성의 입장에 있는 사상이었다. 사랑과 평등을 중시한 지금 생각해도 진보적인 생각이었기에 백성을 자신의 하수로 여기던 당시 권력층에는 좋게 보일수 없는 사상이었을 것이다.

 

책에서는 2000년간 권력이 금지한 선구적 사상이라고 하는데 그만큼 오랫동안 사장되어 있었고 그 생각들이 사라졌던 것이다. 이제 세상이 바뀌고 인간 존중의 민주주의 이념이 지구상의 주류 사상으로 자리매김한 이때 민주주의와도 훌륭하게 상호보완이 될수 있다는 점에서 이 사상이 살아나고 있고 또 살릴 필요가 있는 것이다.

 

책은 크게 3가지 부분으로 나누어서 이야기한다. 먼저 1부에서는 묵자에 대한 여러 논쟁과 함께 역사의 그늘 아래 묻히게 된 이유에 대해서 설명한다. 묵자에 대한 전체적인 소개를 하면서 묵자 사상이 어떻게 형성이 되었는지 그 연유를 추적하고 있다. 특히 겸애 사상에 대한 유가사상과의 비교를 통해서 묵자의 생각이 얼마나 선진적인가를 말해주고 있는데 모든 차별에 반대하는 묵가와 지나가는 사람과 부모는 차이가 있다는 유가의 생각중에서 어느것이 더 설득력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말해주고 있다. 묵자가 부모를 무시하는것이 아닌데 겸애를 왜곡한 유가의 편견이 어떻게 오랫동안 작용하게 되었는지를 잘 알수있었다.

 

2부에서는 인간다움을 지키고자 한 묵자의 발자취를 보여준다. 묵자 사상이 어떤것인가 실제로 그 사상을 실천한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이 사상의 본질을 이야기하고 있는것이다. 묵가 사상은 실천을 중요시한 사상이었다. 말만 그럴싸하고 말싸움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행하는것을 중요하게 여겼는데 책에 나온 여러 사례들을 보니 이 사상의 특징을 잘 알수있었다. 어제와 오늘 세상이 바뀌는 전란의 소용돌이 속에서 반전을 외쳤던 묵자의 사상은 크고 작은 전쟁을 치루고 있는 오늘날의 세계에서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하겠다.

 

어렴풋이 중학교 윤리 시간에 한줄짜리 겸애의 묵가 사상이라는 것을 배웠던 것이 기억이 난다. 그렇게 한줄로 치부될 사상이 아님에도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그 진면목이 오랫동안 알수없는 채로 있어왔다. 그것이 최근에 들어서 조금씩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데 생각보다 사상의 깊이와 철학이 현대 사회에서도 능히 통할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자체를 생각하는 묵학의 본질이 과거 신분사회에서는 참 쉽지 않았겠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민주주의가 발달한 현대 사회에는 꼭 필요한 철학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아쉬운건 원래 원저작이 어려운 글이었는지 묵학 자체가 어려운 사상인지는 모르겠으나 쉽게 잘 읽히게 쉽게 번역이 된건 아닌거 같다. 술술 읽히지는 않는다.

하지만 묵가에 대해서 그것이 무엇이고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에 대해 좋은 길잡이가 될만한 책이란 점에서 가치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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