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트 - 연쇄살인범 랜트를 추억하며
척 팔라닉 지음, 황보석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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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다. 어렵나? 글쎄.
처음에 책을 읽어가면서 생각했던 것이다. 책 내용이 어렵다기보다는 그 독특한 형식에 책이 쉽게 머리에 들어오지 않은 탓이다.
이런 책이 다 있나 싶을정도로 솔직히 처음엔 거부감이 든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것도 뜻을 나타내기 위한 지은이의 색다른 시도일터. 지은이가 누군가. 컬트적인 글 쓰기로 유명한 '척 팔라닉' 아닌가. 그래서 계속 읽어봤다. 그랬더니 어렵다에서 어렵나?로 바뀌더라. 그런데 어렵지 않다고 여겼다가도 또 어려운거 같은게 참 아리송하다고 해야하나.

이 책은 '구술전기'라는 참으로 독특한 형식의 책이다. 특이한 내용의 독창적인 책을 잘 쓰는 척 팔라닉이 이번엔 참 묘한 형식으로 독자들을 아리송하게 하는듯하다. 전기이긴 전기인데 구술전기라. 바로 주인공인 '랜트'를 아는 사람들을 인터뷰해서 랜트를 입체적으로 묘사하려고 하는 형식. 그런데 랜트를 말하는 사람들도 쉽지 않는게 시간순으로 말하는것도 아니고 자신이 겪은 '인상'을 중심으로 말하기때문에 과연 랜트가 어떤 인물인지 그리기가 그리 쉽지도 않다. 

가장 확실하게 아는건 랜트가 '죽었다'는 사실. 그는 작은 시골에 살다가 큰 도시로 나가서 자동차사고로 죽는다. 이른바 자동차 충돌 파티때문에. 자동차 충돌 파티란 하나의 주제를 정해서 거기에 따른 복장을 하거나 자동차를 꾸며서 서로 '박치기'하는 것. 랜트는 이런 놀이(?)를 즐기는 '자동차 충돌 파티족'이다. 그래서 그 주위 사람들이 랜트의 삶을 기록하기 위해서 여러 사람들의 증언을 모은것이다.

그런데 이 시기에 사람들은 또 희안한게 주간생활자와 야간생활자로 나누어서 생활한다는 것이다. 건강하고 정상적(?)인 사람들은 낮에, 그리고 주간생활자에 해가 되는 사람들은 밤에 생활한다. 당연히 이 야간생활자들은 낮에 활동할수 없다. 이들은 정부에 의해 통행금지로 엄격히 구분이 된다. 밤중에 차 박치기를 했던 랜트는 당연히 야간생활자랑 친하다. 아니 그 자신이 야간생활자라고 할수있을것이다. 그런데 이 야간생활자들에 의해서 큰 병이 퍼지게 된다. 바로 '광견병'. 그리고 그 광견병을 퍼트린 '숙주'로 랜트가 지목된다. 그는 과연 광견변을 퍼트리고 죽었는가? 아니면 누구 말대로 시간여행을 통해서 죽지 않고 어디로 가 버렸나?  

주인공은 한번도 등장하지 않지만 랜트를 아는 사람들의 이야기로만 이루어진 책. 이들의 이야기도 어찌보면 뒤죽박죽이라서 한 사람을 오롯이 상상이 가지 않는다. 어떻게 보면 랜트의 실존 자체가 의문시되기도 한다. 야간생활자의 삶을 대변하기 위해서 랜트라는 허구의 존재를 만들어낸것은 아닐까.  

책 읽는 내내 책을 덮었다가 다시 열었다가 했다. 책 진도가 안 나가서 덮을려고 하면 뭔가 신선한것으로 다시 이어지게 하고. 아마 이게 척 팔라닉의 글 쓰는 매력일까. 이번 책은 그의 전작들중에서 비교해봐도 가장 특이하고 독창적인 책이라 할만하다. 전기라는 장르가 없는것도 아니고 인터뷰형식의 다큐멘터리성 글쓰기가 없는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이 책은 '소설'이 아닌가. 이런 형식의 소설이 전에 또 있었는지 없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는 처음 접하는 스타일이다.  그런데 인정할껀 인정해야하겠는것이 지은이 참, 똑똑하다란 사실. 참으로 기발하고 특이한 발상을 잘한다고밖에 말 못하겠다. 어떤 사유과정을 거쳤기에 이런 글을 쓰는지 궁금해졌다는. 

지은의의 다른 작품도 읽었지만 이번 작품은 그리 쉽게 읽지는 못했다. 다른 책을 읽을때 비해서 배나 시간도 걸렸고. 척 팔라닉의 책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해도 이런 형식의 글쓰기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갈릴꺼 같다. 분명한건 이 작품, 읽어볼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쉽지 않은 여행이 되겠지만 은근히 묘한 끌림이 있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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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절한 균형 아시아 문학선 3
로힌턴 미스트리 지음, 손석주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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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상에 인구많기로는 1,2위를 다투는 나라가 중국과 인도이다. 지금은 중국이 더 많지만 머지않아 인도가 더 많아질꺼라고 한다. 그만큼 대국이다. 그런데 공산주의 국가인 중국에 비해서 인도는 세계 최대의 민주주의 국가이다. 비록 가난하지만 불교의 발상지이고 많은 철학적인 가르침이 가득한 나라라는 인식이 있는 이 나라 인도가 실상은 피폐하고 잔인한 신분제의 굴레에 허덕이고 있다는 사실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타지묘할 마당이 그토록 아름답다고 해도 거기에 사는 수많은 사람들이 인간으로 대접받지 못하며 비참하게 살아가고 있다는것을 안다면 그 아름다운 환상은 깨지고 말것이다.

이 책은 그런 신분제의 굴레에서 살아가면서 더 나은 삶으로 살기위해 발버둥치는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그린 책이다. 실제 인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 사실적으로 잘 묘사되고 있다. 주인공은 4명. 인도 봄베이의 대학에 다니는 대학생 마넥과 그의 어머니의 동창생인 디나, 그리고 디나밑에서 일을 하는 이시바와 옴프라카시 이렇게 4명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인도라는 나라에서 살아가기에는 불리한 출신이라는  것이다.
마넥은 수많은 종족이 있는 인도에서도 소수민족에 속하는 파리시족이고 디나는 '여성'이다. 그리고 이시바와 옴프라카시는 카스트 제도의 가장 낮은 신분에도 들어가지 않는 이른바 불가촉천민의 신분이다. 자신의 능력과 관계없이 태어날때부터 정해진 운명인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안다. 그렇게 태어날때부터 정해진 운명이란것이 얼마나 불합리하고 폭력적인것인가 하는것을. 거기에다가 이시바와 옴은 아예 인간으로 인정 받지도 않는, '동물'로 까지 천대받는 신분이다.

사실 공식- 비공식적인 신분제가 없다고 하더라도 이미 세상은 새로운 신분제의 영향에서 자유로울수는 없다. 바로 빈부의 차에 의한 신분제다. 돈이 있는 사람은 자연스럽게 신분이 올라가고 돈이 없는 사람은 능력과 관계없이 없는 사람으로 치부되는것은 어찌보면 어쩔수 없는 현실이다. 하지만 태어날때부터 아예 윗쪽으로 올라갈 수 조차 없다는것은 얼마나 억울한 것일까. 얼마나 암울하고 슬픈 처지일까. 그 절망적인 상황에서 과연 얼마나 희망을 가질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희망과 절망 사이의 '적절한 균형'을 역설한다. 이들이 바라는 희망은 부자가 되는것을 의미하는것이 아니다. 그저 평범한, 최소한 인간으로 대접 받으면서 조금씩 조금씩 나아가는 삶을 살수 있게 되는것이다. 참으로 소박한 희망이지 않는가. 하지만 절망의 상황에서 그렇게라도 희망의 싹을 틔우는 것이 그렇게 쉽지는 않을것이다. 그리고 어떤 의미에서 죽어라고 노력해도 그 작은 희망이 실현이 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 책은 말한다. 그래도 결국 균형은 이루어지게 되어 있다고. 산술적인 균형이 아닌 희망과 절망의 정서적인 균형을 뜻하는것일것이다. 지은이는 그런 희망을 잃지말라는 뜻을 이들의 삶을 통해서 함축적으로 보여주는건 아닐까.

책은 읽기가 쉽지 않다. 참 마음 아픈 내용에 가슴이 먹먹해진것도 있지만 일단 900쪽에 이르는 긴분량탓도 있다. 추리소설처럼 쉽게 읽히는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쉬이 손을 놓고 싶은 마음이 들지도 않는다. 무거운 이야기지만 책을 끝까지 들게 한것은 지은이의 글쓰기에 대한 무게가 그만큼 큰 것이기 때문일것이다. 철저하게 현실적인 이야기여서 딴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재미가 아주 있다고는 할수없겠으나 어떻게 보면 우리의 이야기라고 할수도 있어서 끝까지 읽을수 밖에 없었다.

며칠 걸려서 읽었는데 그 여운은 또 며칠갈것같다. 우리의 절망에 균형을 맞출 만큼의 희망이 있다는 말, 몇번이고 곱씹고 있다. 진짜 그럴까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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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터 킹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9-1 아서 왕 연대기 1
버나드 콘웰 지음, 조영학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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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때 텔레비젼에서 하는 여러 만화영화중에서 특히 열광했던 것이 '원탁의 기사'였다.원제가 그 뒤에 또 붙는 말이 있는지 모르겠으나 암튼 오늘날 알고있는 아더왕이야기였다. 내용은 처음에 기사였으나 점차 공적을 쌓아서 한 나라의 왕이 된다는 그런 이야기였는데 어린 나이에도 참 멋졌다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난다.

그 어릴때 봤던 것이 원작이 있는 만화였음은 나중에 커서야 알았다.사실 이 이야기는 역사적으로 봤을때 완전한 이야기가 아니다. 아서라는 인물의 존재 유무 자체가 논란에 쌓여있기도 하다.그것은 배경이 되는 시대가 영국 역사에서 암흑기라고 불릴 정도로 역사서도 거의 없고 유물,유적도 거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서에 관한 이야기는 존재했다는 그 시대 이후로 끊임없이 나타나고 있다. 여러가지 설화에서, 시에서 그리고 구전으로 아서의 존재는 계속해서 민중들에게 남아있었던 것이다.

아서왕 이야기는 현대에도 풍부한 상상력을 주는 주제라서 많은 소설이나 영화에 등장했다. 그래서 어느 정도 이 이야기에 대해서 들은 사람들이 많을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나온 아서 이야기는 그전과는 좀 다르다.

기사로 출발했지만 결국 왕에 오르는 아서이야기였는데 이 책은 아서를 왕이 아닌 왕의 보호자인 '군벌'로 묘사하고 있다. 군벌이란 무장한 군대를 가지고 특정 지역을 군사적으로 지배하는 사람을 뜻한다. 왕은 아니지만 왕권을 위협하는 강력한 힘을 가진 사람. 아서는 이미 왕의 권위를 넘어서는 지배력을 갖고 있었으나 어린 조카의 후견인을 자처하면서 그가 자랄때까지 왕국을 수호하는 임무를 수행하기로 한것이다. 마치 중국 주나라때 주공단의 이야기같다.그도 어린 조카가 성인이 될때까지만 나라를 대신 다스리고 조카가 다 커서 왕권을 행사할수 있을 나이가 되었을때 바로 권력을 이양했던 것이다. 왕이 될수 있는데도 스스로 왕이 되길 포기한. 물론 아서나 주공단이나 실질적인 권력을 행사하긴 했었다.

왕이 아닌 군벌로 그려졌다고 해서 우리가 알고있는 아서의 모습이 퇴색되는것은 아니다.책에서는 참으로 매력적인 인물로 그려진다. 군사적인 능력은 기본이고 사람을 끌어들이는 능력, 조국을 사랑하는 굳건한 마음, 삶에서 풍겨나오는 열정과 열의 등이 누구나 그를 참 멋지게 느껴지게 할것이다.
하지만 그도 인간이긴 인간. 늘 따뜻하면서도 합리적이고 신중했던 그도 한순간에 사랑에 빠지고 그 사랑이 왕국을 파멸직전까지 몰고 가게 된다. 그의 앞으로의 행보가 어떻게 될지가 궁금하게 하는 설정이다.

배경은 로마의 지배에서 벗어난 오늘날의 영국인 브리튼.이 지역은 여러개의 왕국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아서가 있는 곳은 '둠노니아'라는 나라다. 그런데 브리튼의 여러 왕국들은 서로 분열되어 있고 밖으로는 아일랜드족이나 색슨족의 침입으로 왕국의 앞날은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태. 이런 배경아래에서 브리튼을 통일하기 위한 아서의 노력을 그린것이 주된 줄거리다.
이야기는 아서의 전사였던 데르벨이 들려주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데르벨의 시점에서 아서의 모습을 그림으로써 좀더 객관적이면도 세밀하고 입체적으로 다가하게 한다.

아서와 함께 주된 뼈대를 그리는 다른 기사들의 이야기는 상대적으로 적다. 그보다는 마법사 '멀린'의 성격이 기존과 다르다. 어떻게보면 아서의 그늘에 가려진 한낮 마법사로 그려졌던 기본에 비해서 이 책에서는 아주 중요한 인물로 그려지는데 여기서는 아서를 멀린이 '선택'한다. 그리고 브리튼내에서 그 누구보다 영향력있고 각 세력의 힘의 균형을 조절할 존재다. 그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서 한 나라의 존망이 걸릴 정도다.

반면에 아서의 기사로써 멋지고 현명한 남자로 나오는 란슬롯이 이 책에서는 그 인물값을 못하는 허영덩어리로 나온다. 참 얄미운 캐릭터인데 아서는 그를 감싸기만 한다. 란슬롯의 정체를 알고 있는 데르벨은 복장이 터질 노릇이지만 어쩌랴.그의 신분이 다른데.

이처럼 기존에 알고 있던 각 인물들이 성격이나 활약도등이 여기에서는 좀더 현실적이고 색다르게 그려진다.그리고 그런 바뀐 면들이 크게 저항감없이 설득력있게 받아들이게 된건 그만큼 캐릭터구축이 잘되었기 때문일것이다.
각 인물들의 면모가 입체적이고 사실감있게 잘 그려져서 마치 눈앞에 보이는듯하다.

이책은 역사소설이다.기존에 용이 나오고 성배가 나오고 하는 어떻게보면 판타지같은 내용의 소설이었다면 이 책은 비록 빈약하지만 역사적인 사실에 기반을 두고 쓰여졌고 내용 자체도 있을법한 이야기다. 이 책만 읽다보면 대부분이 진짜같은 느낌이 들 정도다. 비록 '반지의 제왕'같은 대규모의 전쟁장면이 나오는건 아니지만 그 스케일면에서는 판타지 소설 못지 않게 방대하고 광범위하다.각 인물들의 묘사도 탁월하지만 시대를 표현하는 것이 참 생생하고 사실적이다. 아마 역사소설을 전문으로 쓴 지은이의 내공이 잘 드러난 작품이란 생각이 들기도 한다.

거의 700여쪽에 이르는 두꺼운 책이었지만 한번 잡고 도저히 손을 뗄수가 없을 정도로 재미있었다. 하루종일 걸려서 결국 다 읽었을때 환희와 함께 몰려오는 은근한 한숨. 재미나게 읽고 왜 한숨이냐고? 원래 아서연대기 3부작인데 이제 1부만 나왔기 때문이다. 언제 나머지 2부,3부가 나올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번역도 잘 된거 같고 두꺼운 책임에도 불구하고 제본도 튼튼하게 잘된거 같다. 앞에 주요 등장인물의 색인을 실어놔서 안그래도 헷갈리는 이름들을 빨리 익히게 된것도 좋다. 다만 등장 인물뿐만 아니라 각 지역명도 따로 실었으면 좋았을것같다. 지역명도 생소한 이름이 많아서 많이 헷갈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브리튼 지도도 도움이 되긴 하지만 좀더 자세하게 그려서 따로 붙임을 했으면 더 좋았지 않았을까 싶다.

아무튼 새로운 아서왕 이야기. 제목처럼 겨울에 읽는 겨울 왕 아서의 이야기 추운겨울에 읽으면 더 재미난 책이다. 강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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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렌 포스터 작가정신 청소년문학 1
케이 기본스 지음, 이소영 옮김 / 작가정신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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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쉽게 읽히는 책이 아니었다. 청소년용 소설이라고 나오긴 했는데 어른인 내가 읽기에도 그리 쉽지 않게 느껴지는데 청소년이 읽으면 더 재미나게 읽혀질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것은 주인공인 엘렌이 처한 상황이 참 암담하기도 하고 그런 주제가 분명 우리 주위에도 널려있다는걸 알고 있다는 의식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런 불편한 마음을 잘 참고 읽어나간다면 우리는 이 엘렌이란 아이에 대해서 정말 사랑스러움을 느낄수 있을것이다. 그녀가 보여준 따뜻함과 소박함, 그리고 재치있는 유머와 발랄하고 경쾌한 성격에 기분 좋아질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야기는 어떻게보면 참 충격적으로 시작된다.
'어떻게 하면 아빠를 죽일수 있을까?'. 어른도 아닌 애가 그것도 자기 아빠를 죽일 궁리를 하다니.
물론 이것을 실현하기도 전에 아빠는 자연사하고 만다. 근데 자연사하지 않았다면 엘렌은 자신의 아빠를 진짜 죽이려고 했을까.아마 아닐것이다. 아빠를 죽이고 싶을 정도의 마음이 생겼다는것은 그만큼 아빠답지 못했다는 강한 반증의 표현일것이다.


실제로 엘렌의 아빠는 구제불능의 아빠라고 부르기도 챙피한 인간말종이다. 어떻게 자식을 낳아서 저렇게 할수있을까하고 생각되는 그런 종류의 인간.
엘렌은 몸이 아프지만 유일하게 자신을 사랑했던 엄마를 여의고 아빠랑 살게된다. 근데 이 아빠라는 사람, 차라리 남보다 못한 사람이다. 술주정뱅이에다가 딸에겐 전혀 관심도 안 가지는 사람. 그리고 친척이라고 하는 삼촌이나 이모들도 하나같이 자신의 잇속만 챙기고 그 누구도 엘렌에게 따뜻하게 대하지 않는다.거기에다가 엄마의 엄마 즉, 외할머니조차도 엘렌을 보면 엘렌의 아빠가 생각난다고 그녀에게 손을 내밀지 않는다.

이런 최악의 조건에서 엘렌의 선택은 어떤것일까.
참 쉽지 않은, 그러나 올바른 선택을 한다. 바로 자신이 새로운 가족을 찾아가는것. 자신의 친가족은 자신을 버렸지만 그것에 좌절하지 않고 새로운 가족을 찾는다는 엘렌의 그 당찬 마음에 감탄스럽다가도 그 과정을 생각하면 안쓰럽고 한번 안아주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그녀는 자신의 꿈을 이루게 된다.

이 책은 이렇게 엘렌이 자신이 처한 상황에 굴하지 않고 새로운 꿈을 찾아가는 의지를 그린 성장소설이다.1인칭시점이라서 좀더 엘렌의 마음이 직접적으로 드러나있어서 그녀에 대해서 더 가까이 갈수있었다.
중간중간 나오는 어른들의 위선이나 거짓,모순에 대한 엘렌 나름의 비난을 보는것도 재미있다.아직 어린 엘렌이지만 어른들의 그런 면을 그녀는 닮지 않고 싶었던것이다.

현실에서도 이런 아이를 만날수 있을까.답은 글쎄다이다.
사실 엘렌처럼 당찬 기개를 가지고 불굴의 의지로 자신의 삶을 찾아가기에는 현실이 그리 녹록치 않다.
하지만 어디엔간 있을것이다. 그리고 엘렌만큼의 어려운 상황이 아니라도 경제가 피폐한 요즘. 무너지고 있는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그런 사람들에게 엘렌의 용기가 작은 위안이라도 된다면 그것도 나름의 큰 의미가 되지 않을까.
아이와 어른이 함께 읽으면 좋은 성장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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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미국, 여전히 세계의 주인인가? 라루스 지식in 이슈 1
자크 포르트 지음, 변광배 옮김 / 현실문화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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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라는 별에서 인간이 이룩한 역사는 별의 역사에 비해서 아주 짧다. 길어봐야 만년정도일까? 그것도 역사시대라고 할 시기는 2천여년에 불과할 따름이다.이 2천년의 역사속에서 로마나 몽골제국같은 대제국이 있었다.몽골은 역사상 최대의 땅을 지배했던 국가고 로마는 서양사상에 큰 영향을 끼친 제국이었다.
그런데 땅따먹기 하던 그런 시절이 지난 지금같은 민주주의 시대에도 제국이라고 불리는 국가가 있다.
바로 미국이다.

비록 옛날의 제국같이 황제가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던 국가는 아니지만 영향력의 판도면에선 전세계적이라는 면에서 제국에 비견될만할것이다.
우리만 봐도 미국에 무슨일이 일어나거나 미국의 어떤 정책이 행해지면 바로 영향을 받게 되는것을 보면 미국의 영향력에 대해서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이 책은 이런 미국에 대해서 어떻게 세계앞에 나서게 되었는지, 그리고 어떻게 영향력을 펼치게 되었는지 전체적인 맥락에서 보여주고 있다.
책 제목의 질문에 바로 대답을 하자면 '그렇다'이다.비록 그 지위의 권위가 갈수록 떨어지고 있기는 하지만.

지은이는 미국이 이미 1차 세계대전에서 그 잠재력을 보였다고 보고 있다. 그때 이미 초강대국의 능력을 보여줬던것이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세계속으로 나온것은 2차 세계대전을 통해서다. 1차 대전때는 자국이 공격받지 않았었지만 2차 대전은 비록 진주만만일지라도 본토가 공격당하면서 바로 호랑이의 발톱을 세우기 시작했다.
결국 2차 대전을 승리로 이끌고 초토화된 유럽과 일본을 재건하는데 원조를 하면서 그 지위는 확고해진다.
유일하게 미국에 대항하던 소련이 무너지고 나서는 그야말로 초강대국이 아니라 유일한 극초대강국이 된 미국.

그럼 어떻게 미국이 이렇게 유일 강대국이 된것일까.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경제력과 문화력때문일것이다. 일단 외국과의 무역에 크게 의존하지 않아도 되는 미국내의 왕성한 소비력을 들수있다. 넓은땅과 많은 인구도 거기에 플러스 요인이 되었을것이다. 거기에 할리우드영화와 맥도널드햄버거로 대표되는 여러 문화적인 힘이 전세계가 미국을 극초대강국으로 뽑게 되는 가장 큰 요인이 아닐까싶다.

사실 미국이 911테러를 당하고 베트남이나 아프가니스탄에서 패배를 했지만 직접 공격을 당해서 마음먹고 전쟁을 한다면 이길수 있는 국가는 지구상에 없다. 이미 군사력이라는 힘에서 당할수가 없는것이다. 물론 그 군사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다른 국가들의 이익을 침해하고 있긴 하지만.

이런 미국도 최근에는 그 지위가 흔들리고 있다고 지은이는 보고 있다. 막강한 인구와 급격한 경제발전으로 미국을 위협하는 중국, 그리고 거대한 합중국으로 거듭나는 유럽의 존재때문이다. 실제로 옛날 제국시절처럼 힘이 있다고 마음대로 할수있는 시대도 아니긴 하다. 여러 국가들이 발전을 하면서 미국의 말발이 안 먹히는것도 있다.게다가 최근엔 미국 경제가 옛날의 활기를 잃어서 수세적인 입장인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미국은 미국이다. 100년 남짓한 세월동안 축적된 그 저력이 어디가겠는가. 다만 앞으로는 중국이나 유럽 혹은 소련의 유산을 간직한 러시아나 브라질, 인도 같은 나라들의 거센 도전에 그 지위를 유지하는것이 갈수록 어려워질것이다.

책은 그리 어렵지 않게 잘 쓰여졌다. 그림이나 통계같은 자료등이 많아서 이해를 돕고 있고 문체 자체도 어느정도는 비판적이면서 비교적 담담하게 잘 서술하고 있는것 같다.

미국이 재채기라도 하면 바다건너 한국은 심한 몸살감기에 걸린다고 할 정도로 미국과 우리는 밀접한 관련이 있다. 작년의 미국산 소고기 수입문제같이 앞으로 더욱더 우리 일상에서 그런 문제들이 부딪힐것이다. 이런 입장에서 미국이란 나라가 어떤 위치에 있는지 가늠할 책으로 편하게 읽을 책이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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