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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사를 꿰뚫는 질문 25 - 제국의 문화, 열림과 닫힘 ㅣ 꿰뚫는 질문 1
조영헌 외 지음 / arte(아르테) / 2025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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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역사에서 바로 이웃한 나라와 역사적으로 좋은 경우는 아마 거의 없을 것이다. 우리도 마찬가지로 주위에 중국과 일본이 있는데 역사적으로 좋지 않은 일이 많았고 지금도 갈등의 여지가 있는데 앞으로 미래는 또 어떻게 될지 모른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이라는 말은 정말 '만고의 진리'다. 그런 의미에서 주위 나라들에 대한 경계와 함께 관련된 지식도 많이 알아야 하는데 그 출발점은 역사가 아닐까 싶다. 그 나라가 왜 그렇게 형성되었는지 앞으로 어떻게 나아갈지 등을 알기 위한 실마리는 역사를 보면 유추할 수 있을 것이다.
중국으로 대표 되는 대륙 세력은 역사적으로 우리에게 많은 고통을 안겨주었다. 그것이 중국 한족이던 만주의 여러 부족이던 많은 침략을 당했다. 물론 내내 침략을 당한 것은 아니고 중국 왕조에게 선진 문물을 받아서 우리의 문화를 더 융성하게 하기도 했다. 우리의 생활에 알게 모르게 스며 있는 중국의 영향을 받은 것들이 많을 것이다. 중국 역사 변화에 따라서 우리 나라 역사도 크게 바뀐 적이 많고 또 많은 영향을 받았기에 우리의 역사를 알기 위해서도 중국의 역사를 알아야 한다. 그래서 관련되는 책들도 많고 중국 역사를 소개하는 책들도 참 많다. 중국의 전체적인 역사를 소개하는 책들도 많다. 그런데 중국 역사가 워낙 오래되고 또 관련되는 내용이 많아서 어느 정도 알기에도 사실 쉽지 않다. 보통은 우리 역사와 관련되는 부분을 중점으로 보는데 그러다 보면 전체 역사도 알게 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이번에 나온 책은 좀 더 특이한 형식의 내용이다. 책 제목처럼 25가지의 질문을 선정해서 그 질문에 대한 답을 하면서 당대의 이야기를 설명하는 형식이다. 질문들을 보면 역사를 좀 안다면 궁금해 여길만한 내용이 많이 담겨 있다. 좀 더 효과적으로 중국의 역사를 전달하려는 지은이들의 고심이 느껴진다. 젊은 세대도 잘 이해할 수 있게 쉽게 풀어서 잘 쓰고 있긴 한데 기본적으로 중국의 역사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알아야 수월하게 읽을 수 있는 내용이다. 아무 것도 모르는 상황에서는 질문 자체가 나올 수 없지 않겠는가. 그래서 초급용이라기 보다는 중급 정도는 돼야 책에 대한 비판적 읽기가 가능할 것 같다.
우선 첫 번째 질문은 중국 최초의 황제 진 시황에 대한 것이다. 중국은 진 시황 이전에도 수 백 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춘추 전국 시대는 많은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낸 시대이긴 하지만 오늘날의 중국을 만든 원형은 아니다. '중국' 이라는 정체성을 확실하게 만들어 낸 것은 진 시황 이후라고 할 수 있다. 진 시황이 어지럽게 분열 되어 있던 중국 대륙을 통일하고 통일된 법과 규칙을 제정하면서 중국이라는 하나의 시스템을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뒤를 이은 한에 의해서 틀을 완성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시대가 중요한데 사실 진 시황이 중국 역사에서 큰 일을 한 것이 맞지만 통일 진 나라가 15년 만에 멸망하면서 많은 것이 사라졌다. 특히 진을 멸망 시킨 반진 세력이 의도적으로 진의 역사를 폄하한 흔적이 있다.
책에서는 진 시황이 어떻게 해서 중국을 통일하면서 어떻게 전국을 통치 했는지 이야기 하고 있는데 흔히 알고 있는 '분서갱유'에 대해서도 부풀려지거나 과장된 부분이 있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뒤에 나오는 항우가 저지른 악행이 더 큰데도 시황이 악의 대명사처럼 되어 있는 것은 어쩌면 억울한 일이다. 여러가지 실책을 저지른 것은 있지만 최초로 중국을 통일하고 중국의 시스템을 만든 시 황제는 영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아홉 번째 질문은 흔히 유약한 나라라고 여겼던 송 나라에 대한 이야기다. 송은 건국 당시부터 문에 의한 무의 통제 즉, 문민 통제를 천명했던 나라다. 송 태조 자신이 무인 출신이었지만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은 그 전의 당과 5대의 역사를 통해 통제되지 않는 군대는 나라를 혼란에 빠지게 한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군대의 통수권은 오직 황제만이 갖고 있어서 각 지역의 절도사들이 독립적으로 군대를 움직일 수 없었다. 어쩌면 좀 비효율적인 면이 있는데 그 결과 요나 금과 같은 북방 민족에 의해 침략을 당해서 이겨 내지를 못했다고 하는 것이 기존의 역사적 해석이다.
그러나 송의 군사력이 무능한 것은 아니었다. 풍부한 재정을 기반으로 잘 조직된 군대가 있었고 그것이 있었기에 요나 금이 침략해왔어도 끝내 망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그 나라들이 당대 최고의 군사력을 가졌는데 하필 송 때 전성기여서 송이 이겨 내질 못했던 것이다. 그러나 송은 끈질기게 저항을 했고 그래서 그 험악한 나라들이 송을 압도하지는 못했다. 책에서는 무를 천시해서 외침을 당한 송에 대한 기존의 개념을 부정한다. 오히려 송의 군사력은 강했으며 그것은 나중에 몽골의 침략을 수 십 년 버텨낸 것으로 증명이 된다. 몽골은 아시아 뿐만 아니라 유럽까지 박살 낸 지구 역사상 최강의 나라 아닌가. 그런 몽골을 그만큼 막은 나라는 아마 우리 고려와 더불어 몇 개 없을 것이다. 책은 송에 대한 많이 알려진 것들에 대해서 좀 더 올바른 해석을 하고 있다.
정화의 원정 기록이 태워 없어져 버렸다는 것은 몰랐었는데 처음 알았다. 서양의 대항해시대 이전에 이미 아프리카까지 대선단을 운영했던 명 나라 영락제 시기 정화의 대원정은 인류 역사에서 참으로 특이하다. 1405년에 시작된 이 원정은 그 당시에 이미 세계에 대한 대략적인 지리를 인식하고 있었고 대양으로 나아가기 위한 배를 만들 수 있었다는 것이 대단하다. 그로부터 수 십 년 뒤에 이루어질 유럽의 항해는 정화 때 보다 규모나 인원 면에서 훨씬 작았다는 점에서 얼마나 대단했는지 알 수 있다. 그런데 그 보 다 더 놀라운 것은 이 엄청난 사건이 그냥 묻히고 말았다는 것이다. 여러가지 목적으로 시작된 이 원정은 영락제가 죽자 바로 중단이 되는데 그것에서 그치지 않고 관련된 자료를 다 없앴다는 것이다.
대원정을 하면서 막대한 재정이 들었고 그것을 주도한 정화가 환관인지라 환관에 대한 반감도 있었고 이런 복합적인 이유에 대외 정책이 폐쇄적으로 되면서 관련 기록이 폐기가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아직도 이 원정에 대한 자세한 사정은 모른다. 전체 규모가 어떤지 어떤 것이 오갔는지 여러 물품이나 배에 대한 것들이 사라져버렸다. 이후 오랫동안 멀리 나가는 배를 만드는 기술 자체가 사라졌다고 한다. 먼 바다로 나가는 것을 억제한 명의 정책때문에 그런 배를 만들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원정은 중단되어도 그 정책은 살아있었다면 인류 역사는 달랐을 것인데 생각해보면 참 아쉬운 일이다.
총 25개의 질문으로 이루어진 이 책은 25가지 질문이 모두 궁금증을 자아내게 하는 내용이다. 책은 그 질문이 나오게 되는 전후 사정을 잘 설명하고 있어서 질문과 관련한 시대를 알아갈 수 있었다. 앞에서도 말했 듯이 어느 정도 중국의 역사를 안다면 이해하는데 큰 어려움 없이 잘 쓴 내용이다. 기존의 단순하고도 고정적으로 알려진 사실이 아닌 실제적인 사실이 무엇 인가를 알 수 있게 하고 중국사를 좀 더 폭넓게 보게 한다는 의미에서 중국의 역사를 알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읽으면 좋을 책이라서 추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