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대동여지도 - 한글로 쉽게 읽고 활용하는 <대동여지도> (최신 개정판)
김정호 지도, 최선웅 도편, 민병준 글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25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대동여지도는 웬만한 한국 사람이라면 이름을 들어본 지도다. 어떤 지도인지는 몰라도 이름 정도는 들어본 사람이 많다. 과거 위인전에 빠짐없이 등장했고 지도의 우수성에 비해 운명이 조금 슬펐기 때문에 아마 사람들이 많이 분개하기도 했을 것이다.


대동여지도는 조선 말 당대 지리 지식을 총망라한 그때로서는 최고의 지도였다. 주로 군사적인 면에서 많이 제작됐던 조선 전기에 비해 후기에는 상업적인 면으로도 많이 제작됐는데 그런 시류를 반영해서 대동여지도는 군사는 물론 정치, 행정, 경제 등 여러 방면으로 실 사용 할 수 있을 정도로 세밀하고 과학적으로 제작이 되었다.


이 지도를 만든 사람은 김정호인데 그의 일생에 대해서는 자세히 전해진 바가 없다. 당시의 신분제상 중인 이나 몰락한 양반 정도로 해석을 하기는 하는데 중요한 것은 이 지도는 당시 지배층의 지원을 받아서 만든 것이라는 거다. 옛날에 최남선이 당시 지배층이 어리석어서 이 지도를 못 알아보고 김정호를 옥살이 시키고 지도는 불태웠니 뭐니 해서 그것이 오랫동안 진실인 양 흘러왔으나 전혀 근거도 없고 실질적으로 있을 수가 없는 일이었다. 대동여지도가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이 아니고 당시의 수 많은 지도와 지리 서적의 장단점을 고스란히 흡수해서 단점을 줄이고 만든 것인데 핍박을 받았다면 어떻게 지도를 만들었겠는가. 그것은 낭설일 뿐이다. 그저 대동여지도는 김정호라는 뛰어난 지리 학자에 의해 조선의 지도 제작 기술을 총망라해서 최후로 만들어진 가장 과학적인 지도라는 것이다. 


그런 대단한 지도이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한자로 적혀 있어서 실물로 접하기가 어려웠는데 이번에 나온 한글판은 대동여지도의 본 모습을 충분하게 알아갈 수 있게 한다. 지도를 보면 왜 군사 뿐만 아니라 행정, 상업에도 잘 쓰일 수 있는 가를 알 수가 있다. 기본적으로는 산과 산봉우리, 강, 호수 등 자연 지리가 실려  있지만 항구나 관청, 고을도 상세히 기재되어 있어서 교통을 알기 위한 목적으로도 좋은 지도다. 게다가 토지, 인구, 창고, 군사 조직 등도 있어서 여러 방면에서 실용적인 목적으로 쓰기에 참 대단하다고 볼 수 있다.


사실 조선은 초기에 그 당시로는 최고의 세계 지도라고 할 수 있는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를  제작할 정도로 지리학에 대한 능력이 탁월했다. 대동여지도는 그런 지도 제작의 역량이 이어져서 만들어진 지도인 것이다. 그래서 이 대동여지도를 알아 가는 것은 우리 내면의 지도 제작 능력을 알아가는 면에서 뜻 깊다 할 수 있다.


일단 대동여지도는 가로 세로 수 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지도지만 휴대하기 편하게 지도첩으로 만들어졌다. 그래서 그것을 참조해서 한글판도 첩의 형태인 하나의 책으로 만들었는데 보고 싶은 지역을 손쉽게 찾아서 볼 수가 있다. 각 지역에는 기본적으로 산과 하천을 자세히 그리고 거기에 이어진 여러 길들을 통해서 당시의 지리 정보를 유추할 수 있다. 자신이 태어난 고장과 인근 고을을 비교하면서 오늘 날의 상황에 맞춰 본다면 지리를 보는 눈이 더 넓어질 것 같다.


책은 필요에 따라 오리고 자르고 붙이고 할 수 있고 각 지역의 지도에 채색도 할 수 있다고 하니 한 권으로 한 반의 아이들이 이어 붙여서 하나의 큰 전도를 만들 수도 있다고 한다. 이미 많은 학교에서 시도한 것으로 보이는데 우리 일반인 독자들이야 그러진 못하고 그저 자주 보면서 여러 지역을 알아가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설화 같은 이야기로 우리에게 익숙한 대동여지도가 한글판이 되어서 너무나 가깝게 다가왔다. 비록 현대의 지도 기법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아무런 측정 장비도 없었을 당시에 이렇게나 정확한 지도를 만들 수 있었다는 것이 참으로 대단하다. 지금 봐도 이상한 점이 없을 정도로 뛰어난 지도를 한글로 접할 수 있다는 것이 고마운 일이다. 글은 없고 그림이 대부분이어서 금방 한 권 보게 되지만 자신이 태어나거나 관심 있는 지역 위주로 자세히 보면 대동여지도의 가치를 더 잘 알아갈 수 있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중국사를 꿰뚫는 질문 25 - 제국의 문화, 열림과 닫힘 꿰뚫는 질문 1
조영헌 외 지음 / arte(아르테) / 2025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본 서평은 부흥 카페 서평 이벤트(https://cafe.naver.com/booheong/234018)에 응하여 작성되었습니다.



세계 역사에서 바로 이웃한 나라와 역사적으로 좋은 경우는 아마 거의 없을 것이다. 우리도 마찬가지로 주위에 중국과 일본이 있는데 역사적으로 좋지 않은 일이 많았고 지금도 갈등의 여지가 있는데 앞으로 미래는 또 어떻게 될지 모른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이라는 말은 정말 '만고의 진리'다. 그런 의미에서 주위 나라들에 대한 경계와 함께 관련된 지식도 많이 알아야 하는데 그 출발점은 역사가 아닐까 싶다. 그 나라가 왜 그렇게 형성되었는지 앞으로 어떻게 나아갈지 등을 알기 위한 실마리는 역사를 보면 유추할 수 있을 것이다.


중국으로 대표 되는 대륙 세력은 역사적으로 우리에게 많은 고통을 안겨주었다. 그것이 중국 한족이던 만주의 여러 부족이던 많은 침략을 당했다. 물론 내내 침략을 당한 것은 아니고 중국 왕조에게 선진 문물을 받아서 우리의 문화를 더 융성하게 하기도 했다. 우리의 생활에 알게 모르게 스며 있는 중국의 영향을 받은 것들이 많을 것이다. 중국 역사 변화에 따라서 우리 나라 역사도 크게 바뀐 적이 많고 또 많은 영향을 받았기에 우리의 역사를 알기 위해서도 중국의 역사를 알아야 한다. 그래서 관련되는 책들도 많고 중국 역사를 소개하는 책들도 참 많다. 중국의 전체적인 역사를 소개하는 책들도 많다. 그런데 중국 역사가 워낙 오래되고 또 관련되는 내용이 많아서 어느 정도 알기에도 사실 쉽지 않다. 보통은 우리 역사와 관련되는 부분을 중점으로 보는데 그러다 보면 전체 역사도 알게 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이번에 나온 책은 좀 더 특이한 형식의 내용이다. 책 제목처럼 25가지의 질문을 선정해서 그 질문에 대한 답을 하면서 당대의 이야기를 설명하는 형식이다. 질문들을 보면 역사를 좀 안다면 궁금해 여길만한 내용이 많이 담겨 있다. 좀 더 효과적으로 중국의 역사를 전달하려는 지은이들의 고심이 느껴진다. 젊은 세대도 잘 이해할 수 있게 쉽게 풀어서 잘 쓰고 있긴 한데 기본적으로 중국의 역사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알아야 수월하게 읽을 수 있는 내용이다. 아무 것도 모르는 상황에서는 질문 자체가 나올 수 없지 않겠는가. 그래서 초급용이라기 보다는 중급 정도는 돼야 책에 대한 비판적 읽기가 가능할 것 같다.



우선 첫 번째 질문은 중국 최초의 황제 진 시황에 대한 것이다. 중국은 진 시황 이전에도 수 백 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춘추 전국 시대는 많은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낸 시대이긴 하지만 오늘날의 중국을 만든 원형은 아니다. '중국' 이라는 정체성을 확실하게 만들어 낸 것은 진 시황 이후라고 할 수 있다. 진 시황이 어지럽게 분열 되어 있던 중국 대륙을 통일하고 통일된 법과 규칙을 제정하면서 중국이라는 하나의 시스템을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뒤를 이은 한에 의해서 틀을 완성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시대가 중요한데 사실 진 시황이 중국 역사에서 큰 일을 한 것이 맞지만 통일 진 나라가 15년 만에 멸망하면서 많은 것이 사라졌다. 특히 진을 멸망 시킨 반진 세력이 의도적으로 진의 역사를 폄하한 흔적이 있다. 


책에서는 진 시황이 어떻게 해서 중국을 통일하면서 어떻게 전국을 통치 했는지 이야기 하고 있는데 흔히 알고 있는 '분서갱유'에 대해서도 부풀려지거나 과장된 부분이 있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뒤에 나오는 항우가 저지른 악행이 더 큰데도 시황이 악의 대명사처럼 되어 있는 것은 어쩌면 억울한 일이다. 여러가지 실책을 저지른 것은 있지만 최초로 중국을 통일하고 중국의 시스템을 만든 시 황제는 영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아홉 번째 질문은 흔히 유약한 나라라고 여겼던 송 나라에 대한 이야기다. 송은 건국 당시부터 문에 의한 무의 통제 즉, 문민 통제를 천명했던 나라다. 송 태조 자신이 무인 출신이었지만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은 그 전의 당과 5대의 역사를 통해 통제되지 않는 군대는 나라를 혼란에 빠지게 한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군대의 통수권은 오직 황제만이 갖고 있어서 각 지역의 절도사들이 독립적으로 군대를 움직일 수 없었다. 어쩌면 좀 비효율적인 면이 있는데 그 결과 요나 금과 같은 북방 민족에 의해 침략을 당해서 이겨 내지를 못했다고 하는 것이 기존의 역사적 해석이다. 


그러나 송의 군사력이 무능한 것은 아니었다. 풍부한 재정을 기반으로 잘 조직된 군대가 있었고 그것이 있었기에 요나 금이 침략해왔어도 끝내 망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그 나라들이 당대 최고의 군사력을 가졌는데 하필 송 때 전성기여서 송이 이겨 내질 못했던 것이다. 그러나 송은 끈질기게 저항을 했고 그래서 그 험악한 나라들이 송을 압도하지는 못했다. 책에서는 무를 천시해서 외침을 당한 송에 대한 기존의 개념을 부정한다. 오히려 송의 군사력은 강했으며 그것은 나중에 몽골의 침략을 수 십 년 버텨낸 것으로 증명이 된다. 몽골은 아시아 뿐만 아니라 유럽까지 박살 낸 지구 역사상 최강의 나라 아닌가. 그런 몽골을 그만큼 막은 나라는 아마 우리 고려와 더불어 몇 개 없을 것이다. 책은 송에 대한 많이 알려진 것들에 대해서 좀 더 올바른 해석을 하고 있다.


정화의 원정 기록이 태워 없어져 버렸다는 것은 몰랐었는데 처음 알았다. 서양의 대항해시대 이전에 이미 아프리카까지 대선단을 운영했던 명 나라 영락제 시기 정화의 대원정은 인류 역사에서 참으로 특이하다. 1405년에 시작된 이 원정은 그 당시에 이미 세계에 대한 대략적인 지리를 인식하고 있었고 대양으로 나아가기 위한 배를 만들 수 있었다는 것이 대단하다. 그로부터 수 십 년 뒤에 이루어질 유럽의 항해는 정화 때 보다 규모나 인원 면에서 훨씬 작았다는 점에서 얼마나 대단했는지 알 수 있다. 그런데 그 보 다 더 놀라운 것은 이 엄청난 사건이 그냥 묻히고 말았다는 것이다. 여러가지 목적으로 시작된 이 원정은 영락제가 죽자 바로 중단이 되는데 그것에서 그치지 않고 관련된 자료를 다 없앴다는 것이다. 


대원정을 하면서 막대한 재정이 들었고 그것을 주도한 정화가 환관인지라 환관에 대한 반감도 있었고 이런 복합적인 이유에 대외 정책이 폐쇄적으로 되면서 관련 기록이 폐기가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아직도 이 원정에 대한 자세한 사정은 모른다. 전체 규모가 어떤지 어떤 것이 오갔는지 여러 물품이나 배에 대한 것들이 사라져버렸다. 이후 오랫동안 멀리 나가는 배를 만드는 기술 자체가 사라졌다고 한다. 먼 바다로 나가는 것을 억제한 명의 정책때문에 그런 배를 만들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원정은 중단되어도 그 정책은 살아있었다면 인류 역사는 달랐을 것인데 생각해보면 참 아쉬운 일이다.


총 25개의 질문으로 이루어진 이 책은 25가지 질문이 모두 궁금증을 자아내게 하는 내용이다. 책은 그 질문이 나오게 되는 전후 사정을 잘 설명하고 있어서 질문과 관련한 시대를 알아갈 수 있었다. 앞에서도 말했 듯이 어느 정도 중국의 역사를 안다면 이해하는데 큰 어려움 없이 잘 쓴 내용이다. 기존의 단순하고도 고정적으로 알려진 사실이 아닌 실제적인 사실이 무엇 인가를 알 수 있게 하고 중국사를 좀 더 폭넓게 보게 한다는 의미에서 중국의 역사를 알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읽으면 좋을 책이라서 추천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본격 한중일 세계사 20 - 1910 망국 본격 한중일 세계사 20
굽시니스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역사는 되풀이된다고 하는데 똑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것은 역시 욕심이 과하기 때문일 것이다. 안 당해 봤을 때는 몰랐는데 내 입장이 되니까 생각이 달라진다랄까. 많은 역사에서 아쉬운 부분도 있고 안 그랬으면 하는 것도 있겠지만 우리 역사에서 절대로 다시 일어나서는 안되는 것 하나만 뽑으라면 바로 일제에 의해 나라가 망한 1910년의 그 경술국치다. 


우리 스스로 반성하는 것은 옳다. 그러나 계속해서 우리만 반성하고 다시 복기 한다고 해서 망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쳐들어온 외적의 상황도 알아야 한다. 그래야 다시 똑 같은 상황이 왔을 때 이길 확률이 높아진다. 나도 알고 적도 알아야 지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은 진리다.


조선이 후기에 들어와서 여러가지 요인으로 국력이 쇠하고 세상 물정도 모르다가 결국 일본에 망하게 되었다는 것은 다 알지만 그렇다면 일본은 당시 어떠한 상황이었는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다. 그놈들이 어떤 단계를 거쳐 힘을 키웠고 또 침략의 본성을 드러내게 되었는지 알아야 다음을 대비할 수 있지 않겠는가. 그리고 일본 못지 않게 당시 우리를 옥죄려 했던 청의 상황도 알아야 당시 조선의 위치를 종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많은 책들이 있겠지만 이 시리즈 좋다. 만화라는 형식으로 보기도 좋지만 안의 내용도 좋다. 많은 역사적 사실에서 핵심적인 내용을 쉽고 어렵지 않게 소개하고 있어서 당시 조선, 청, 일본의 상황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준다. 이 세 나라 말고도 관련된 다른 나라들도 필요한 만큼 설명하고 있어서 당시의 세계사의 흐름을 알 수 있다. 처음 출간될 때는 20권까지 갈 것이라고 생각 못 했는데 어느새 20권을 채웠다. 이번 책은 우리도 다 아는 슬픈 결말이다.


더 자세히 알고 싶은 사람은 관련된 책을 읽으면 될 것이지만 보통 사람들이 이 시리즈만 완독 해도 충분할 것 같다. 총 20권인데 안에 내용이 만만찮아서 시간 들여 읽으면 좋다. 만화라서 접근성도 좋으니 많은 사람들이 읽었으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본격 한중일 세계사 20 - 1910 망국 본격 한중일 세계사 20
굽시니스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시리즈가 이렇게 오래 나올지 몰랐는데 드디어 완간! 쉽고 재미있게 동아시아 근대사를 알 수 있고 우리가 왜 망국의 운명을 탈 수 밖에 없었는지 잘 알려줍니다. 조선은 물론이고 일본과 중국의 당대 사실까지 종합적으로 봄으로써 역사를 보는 눈을 넓게 해 줍니다. 그런데 아는 운명은 슬프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디 아더 와이프 스토리콜렉터 123
마이클 로보텀 지음, 최필원 옮김 / 북로드 / 2025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최근 읽는 많은 추리 미스터리 책들 중에서 신간이 나온다면 무조건 읽는 책이 있다. 바로 이 책의 지은이 '마이클 로보텀'의 작품들이다. 재미있는 많은 작품들이 있겠지만 이 작가의 작품은 끌어당기는 힘이 강하다. 그리고 책의 완성도가 처음부터 끝까지 비슷하게 이어진다. 어떤 책들은 재미는 있는데 중간 중간 설정이 이상한 부분이 있어서 아쉬운데 마이클 로보텀은 전체적으로 고른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순간적인 재미는 덜 할지 몰라도 전체적으로 책을 끝까지 읽고 싶어지게 만든다. 그만큼 탄탄한 작품성이 있다고 하겠다.


그의 대표적인 시리즈인 '조 올로클린' 시리즈가 오랜만에 돌아 왔다. 지금까지 열 세 편의 시리즈를 냈다고 하는데 이번에 나온 작품은 아홉 번째라고 한다. 신체적으로 불편한 면이 있어서 막 날아다니고 화끈한 면은 안 나오지만 풀기 어려운 실타래를 하나 하나 조금씩 풀어가는 심리학자의 범죄 수사물 이다. 전작들을 보면 참 어려운 상황에서 기가 막히게 사건을 헤쳐나간다. 몇 수를 내다보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한 두 발짝 앞서면서 사건을 풀어가는 모습이 아주 재미있다. 경찰은 아니지만 경찰의 프로 파일러 같은 역할을 하면서 이야기를 전개하는 것이 늘 흥미 있었다.


이번에는 슬픈 상황이다. 그와 그의 가정의 가장 큰 버팀목이었던 아내가 수술 합병증으로 숨을 거둔 지 16개월이 지났다. 파킨슨 병으로 안 그래도 몸과 마음이 약해져 있는 그에게 그가 힘을 내게 하는 가장 큰 원동력이었던 아내의 죽음은 엄청난 충격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에게는 남은 자식이 있다. 두 명의 딸인데 큰 딸은 대학에 들어가서 그나마 손이 덜 가지만 둘째는 아직 어려서 그가 돌봐야 한다. 조는 슬플 겨를이 없는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병원에서 연락이 온다. 그의 아버지가 머리에 중상을 입고 병원에서 수술했다고 한다. 이 무슨 날벼락 같은 일인가. 바로 병원에 가보니 더 희한한 일이 벌어진다. 어머니가 아버지의 병상을 지킨다고 들었는데 가보니 '누구세요'다. 전혀 모르는 사람이 아버지를 지키고 있었던 것이다. 누구냐고 물으니 자기가 아버지의 아내 란다. 누구라고? 조는 넋이 나간 채로 서 있었다. 전혀 생각 지도 않은 일이 눈앞에 벌어지고 있었다.


'올리비아 블랙모어'. 사기꾼도 아니고 미친 사람도 아니다. 아버지의 아내라고 주장하는 올리비아는 결국 또 다른 아버지의 부인으로 밝혀진다. 아니 어머니가 엄연히 살아 계신데 또 다른 부인이라니. 이해가 안 가는 이 상황은 아버지가 수 십 년 동안 이중 생활을 해온 것으로 밝혀진다. 완벽한 두 집 살림을 한 것이다. 그것을 조의 형제들은 몰랐고 어머니도 처음에 모른 척 했으나 결국 알고 있었음이 밝혀진다.


지역사회에서 명망 받던, 그리고 자녀들에게 좋은 아버지였고 빈틈이 없었던 아버지가 두 집 살림을 했다니. 도저히 믿기 지가 않았지만 현실은 그게 사실이라고 이야기한다. 조는 참 정신없을 듯 하다. 그런데 아버지 상황이 좀 이상하다. 처음에는 강도가 든 줄 알았는데 금품을 노린 것도 아니다. 이 층에서 굴러 떨어진 것도 아니다. 누군 가가 살의를 가지고 머리에 둔기를 내려친 것이다. 죽지 않은 것이 다행일 정도. 이제 범인을 잡아야 한다. 경찰은 열심히 하지만 미덥지 않다. 범죄 심리학자인 조 자신이 움직인다. 수 십 년 동안 몰랐던 아버지의 진실을 아버지의 뒷모습을 알아야 한다. 


이번 작품은 주인공 조의 가정에서 일어난 사건이다. 오랜 시간 동안 믿고 따랐던 사람들이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웃음 뒤에는 배신과 음모가 자리 잡고 있었다. 언젠 가는 터질 일이었는데 그것이 이렇게 결과로 나온 것이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진실을 알기 어려웠을 사건인데 주인공은 자신의 장기를 잘 살려 결국 범인의 실체를 알아내기에 이른다.


어찌 보면 주인공에게 씁쓸하면서도 슬픈 내용이었다. 자신과 때론 가족이 위협 받을 때가 있긴 했어도 어쨌든 다른 나쁜 범인을 잡았었는데 이번에는 주인공 자신에게 일어난 일이다. 그리고 어릴 때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던 아버지의 상상도 못한 이면의 사실에도 충격을 받았고 믿고 따랐던 사람에게도 실망감을 느끼게 했던 이번의 내용은 조에게 크나큰 시련이었을 것이다. 


그나저나 모든 사건의 주범은 '미모'다. 조의 아버지에게 여러 기회가 왔던 것은 결국 그의 미모탓 아니겠는가. 아버지를 닮은 조가 이번 책에서도 여러 여성들의 관심을 받게 된 것은 역시 미모다. 잘 생긴다는 것은 불공평하다.


이야기는 역시 '마이클 로버텀'이다. 이 시리즈 내내 보여줬던 완성도가 이번 책에서도 여전히 잘 나타났다. 아주 큰 사건이 아니라서 피가 막 나오고 살인이 이어지고 그런 것은 아니지만 꼬이고 꼬인 이야기를 풀어내는 솜씨는 여전히 좋았다. 책 읽는 속도가 높아질수록 줄어드는 분량이 아까 와서 조금씩 읽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재미있었다. 시리즈가 지금 열 세 편이 나왔다고 하는데 북로드에서 출간한 것은 여섯 편이다. 후속작을 강력하게 원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