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디츠 - 나치 포로수용소를 뒤흔든 집요한 탈출과 생존의 기록
벤 매킨타이어 지음, 김승욱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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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일단 기본적으로 이 책을 읽기로 한 것은 지은이 때문이다. 실제 이야기를 마치 만들어 낸 마냥 극적으로 재미있게 쓰는 지은이 '벤 매킨타이어' 를 믿었기에 이 책도 그럴 것 같아서다. 전작인 '스파이와 배신자'에서 느꼈던 그 글쓰기의 역량이 기대됐는데 책을 읽어 보니 역시나 였다. 글 쓰는 솜씨는 어디 가지 않았다. 사실을 아주 극대화해서 마치 소설을 읽는 것처럼 흡입력 있게 잘 썼다. 


이번 책의 무대는 제 2차 세계 대전 중에 독일이 운영한 포로수 용소 '콜디츠'다. 사실 독일 포로 수용소는 유태인 학살과 관련한 것들을 주로 기억하고 있다. 그 유명한 폴란드 '아우슈비츠' 포로 수용소 같은 곳 말이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독일이 유태인 포로 수용소만 운영 했을 리가 없다. 여러 나라와 전쟁을 했기에 유태인이 아닌 일반 포로들을 수용한 시설도 있었을 것이다. 워낙 유태인 관련한 학살 이야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서 그렇지 일반 수용소도 있었다. 그 중에 하나가 이 '콜디츠' 인데 이 곳은 일반 수용소 중에서도 가장 다루기 어려운 포로들을 가둬 둔 시설이었다고 한다. 


일단 외관상 상당히 폐쇄적이다. 산 위에 성이 있는데 이것을 개조해서 포로 수용소로 쓴 것이었다. 주위는 절벽이고 이 성 외에는 다른 건물이 없다. 그야말로 포로 수용소로 쓰기에는 딱 맞는 곳이었다. 원래 1043년 경 지어졌다고 하는데 그때부터 주위를 압도하고 무언가 강력함을 나타내는 분위기였는데 거의 천 년이 지나서 포로 수용소로 사용이 된다니 뭔가 아이러니한 느낌도 든다.


아무튼 구조적으로 탈출하기는 불가능한 곳이었지만 다른 포로 수용소와 마찬가지로 여기도 수 없이 많은 탈출 시도가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 실패로 끝났다. 경비가 아주 삼엄하기도 했고 천혜의 요새라서 구조적으로 상당히 어려웠던 것이다. 그러나 인간이 어떤 존재인가. 없으면 만들어내고 뭔가 기회를 엿보는 존재 아닌가. 그들은 곧 방법을 찾아냈다. 바로 땅굴을 파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여러 포로들에게 비슷하게 든 생각이고 곧 여러 곳에서 땅굴을 파기 시작했다. 그것은 서로 알고 한 것이 아니라 각각 따로 시도한 작업이었다. 나중에 서로 협력하기도 했지만 견제하기도 했고 배신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역경을 뚫고 결국 성공에 이르게 된다.


사실 이 책은 수 많은 예술 작품에 나온 탈옥이야기를 중점적으로 그린 것이 아니다. 감옥을 탈출하는 이야기도 잘 전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인간'에 대한 이야기다. 이 '감옥'의 주된 인물들인 독일군과 포로들에 대한 이야기다. 우리가 독일군 포로 수용소에 대해서 대충 알고 있는 억압적이고 폭력적인 이미지와는 반대로 콜디츠에서는 상당히 건전하게 운영되고 있었다. 이른바 '제네바 협정'에 의해서 포로들에게 인간적으로 대우하고 여러 복지 혜택도 제공하고 있었다는 것이 이채롭다. 겉으로 보기에는 그럭저럭 살 만 했던 것이다. 탈옥만 시도 안 한다면.


책은 그런 안정된 상태의 이면에 도사린 여러 인간 군상들을 세밀하게 보여주고 있다. 영국, 프랑스, 폴란드 등 여러 나라에서 온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있어서 필연적으로 갈등이 있을 수 밖에 없었다. 게다가 원래 부터 군인이었던 것이 아니라 여러 직업을 갖고 있던 사람들이었는데 공산주의자, 과학자, 동성애자, 여자, 탐미주의자, 속물, 귀족, 스파이, 시인, 배신자들 각양각색이었다. 그야말로 포로 수용소가 하나의 작은 사회였던 것이다. 그래서 그 속에서 일어나는 여러 갈등과 불화 그리고 협력 등 또 다른 전장의 복잡한 모습을 잘 그리고 있다.


2차 세계 대전이 막바지에 그것도 독일의 패배에 다다르고 있다는 것은 아마 독일군이나 포로들이나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을 것이다. 그래도 탈출을 시도하는 것은 결국 인간의 자유 의지가 작동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책은 나름 복잡한 상황에 있던 포로 수용소에서 보이는 여러 인물들의 현실적인 모습을 보여주면서 감옥 탈출이라는 피 말리는 시도를 흥미롭게 잘 보여주는 수작이다. 소설이 아니라 논픽션이라는 점에서 현실이 드라마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피 튀기는 전장이 아닌 포로 수용소에서 일어나는 또 다른 긴장감 있는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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