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하우스
피터 메이 지음, 하현길 옮김 / 비채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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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릴러 추리 장르는 영어권과 일본쪽 책들이 많이 소개되었고 최근에는 북유럽 스릴러가 인기를 끌고 있다. 그 중에서 영어권이긴 한데 좀 다른 영어권이 있다. 바로 영국속의 다른 나라같은 지역인 스코틀랜드다. 여기도 물론 영어를 쓰긴 하지만 따로 게일어도 쓴다고 한다. 게일어는 스코틀랜드와 아일랜드 일부에서 쓰이는 말인데 영어와 비슷하기 하지만 발음이 조금씩 다르고 어법도 조금 다르다고 한다. 미국과 영국이 다르듯이 런던 위주의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 아일랜드는 분위기가 묘하게 다르다. 이 책은 그런 스코틀랜드를 배경으로 쓰여졌는데 퍽 이채롭고 독특한 느낌을 준다.


이야기의 배경은 스코틀랜드 북서쪽에 위치한 외딴 섬 '루이스 섬'이다. 섬의 한 창고에서 시체가 발견되는데 끔찍한 방법으로 살해되었다. 그 방법은 얼마 전 다른 지역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과 비슷한 모습이다. 경찰은 이것이 연쇄 살인인지 모방 살인인지 다각도로 조사하기 위해서 '핀 매클라우드' 형사를 루이스 섬으로 파견한다. 핀이 그 섬 출신이었기에 보낸 것이다. 그리고 피해자는 핀도 아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내켜하지 않는 핀. 그것은 그가 오랫동안 고향을 등지고 살았기 때문에 비록 일이라고는 해도 가고 싶은 마음이 없었기 떄문이었다.


여기까지 읽으면 그래도 핀이 고향 마을에 가서 살인 사건을 어떡하든 해결한다 이렇게 흘러가는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었다. 물론 핀이 조사를 하고 사건의 진실에 대해서 조금씩 나아가긴 하지만 책은 핀이 주인공이다. 그가 어렸을 때부터 대학 진학을 위해 루이스를 떠날 때까지 조금씩 성장해가던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중간 중간에 현대로 오면서 관련된 인물들과 엮이는 이야기가 교차로 진행이 된다. 


사실 살인 사건은 아주 복잡하거나 특이한 것은 아니다. 차근차근 단서를 모아서 수사를 진행하면 잡게 되어 있다. 어차피 범인은 섬 안에 있으니까 급할 것이 없다. 다만 이것이 연쇄 살인인지가 중요한 것이다. 그것보다 인상적인 것은 '루이스 섬' 이었다. 지도를 보면 스코틀랜드 북쪽의 섬인데 본토와는 거리가 좀 있다. 이런 고립된 곳일 수록 어떤 절대자가 지배할 가능성이 높은데 아니나 다를까 여기는 오랫동안 교회가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지금은 그전보다는 못해도 그래도 그 영향은 남아 있다. 외부와 고립되고 답답한 곳일 수록 비밀도 생기는 법. 핀은 과거 비밀에서 현재의 사건과 연관이 됨을 알게 된다. 


루이스 섬이 주는 어두우면서 무거운 분위기는 책의 색깔을 더 선명하게 했다. 비바람이 몰아 치고 척박한 날씨와 억센 섬 사람들...그리고 종교적인 경직성과 함께 남성 우월의 분위기 등이 이야기를 더 으스스하게 느끼게 하는 것 같았다. 이야기의 목적은 범인을 잡는 것이니까 스릴러에 속할지 몰라도 주인공의 과거와 현재가 교차되면서 여러 인물들의 내면을 잘 드러내는 것을 보면 일종의 성장 소설 같기도 하다.


이야기 처음은 빨리 읽히지 않지만 중반 이후부터는 속도가 붙는다. 범인이 누구이냐도 궁금하지만 핀의 과거가 어떠했느냐가 더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그리고 그 과거가 현재와 만나는 그 시점이 사건 해결의 정점이다. 전체적으로 빠른 스릴러는 아니고 느린 편이다. 하지만 인상적인 배경과 함께 각 인물들의 상황이 잘 짜여져서 한 편의 매력적인 책이 탄생한 것 같다. 괜히 여러 관련된 상을 탄 것이 아니다. 이 책은 루이스 섬 3부작의 첫번째라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읽어서 2부와 3부를 얼른 볼 수 있게 되었음 좋겠다.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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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한 강 캐트린 댄스 시리즈
제프리 디버 지음, 최필원 옮김 / 비채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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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프리 디버 작가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영화 '본 컬렉터' 때문이었다. 영화가 재미있었는데 원작 소설이 있다고 해서 읽었더니 영화보다 더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본격적으로 푹 빠지게 된 것은 '코핀 댄서' 때문이었다. 반전의 반전이 아주 세밀하게 이루어지는 그 이야기에 그야말로 이 작가의 왕팬이 되었던 것이다. 그 이후로 반전의 기법을 쓰는 작가도 많이 나오고 처음 느꼈던 그 강렬한 인상이 희미해져가면서 솔직히 팬심도 약해졌다. 생각보다 인상적이지 않은 일부 후속작들도 그런 느낌이 드는 것에 한몫 했다. 여전히 좋아하는 작가였지만 전과 같이 1순위가 아니었던 것이다.


그런데 역시 사람은 반성을 해야 한다. 자신이 얼마나 어리석은지. 제프리 디버 작가는 어디 안 가고 그대로 있었는데 내가 의리가 없었던 것이다. 이번 작품 '고독한 강'은 정말 이 작가의 진가를 그대로 발휘한 내용이었다. 반전은 내용에 잘 들어맞아야 하고 무엇보다 독자가 반전 같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게 써야 효과가 큰 만큼 상당히 세밀하게 공을 들여야 하는 장치다. 그런 의미에서 제프리 디버 작가는 세계 최정상급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번 작품이 그것을 여실히 증명하고 있었다.


이번 작품은 참 오랜만에 나왔는데 '캐트린 댄스' 시리즈다. 지은이의 이름을 떨치게 한 '링컨 라임 시리즈'에 버금가는 범죄 스릴러물인데 처음에 링컨 시리즈에서 조연으로 출였했다가 단독 시리즈의 주인공이 되었다. 작가의 세계관에서 유일한 여성 형사인데 주특기가 사람 보고 추리하기다. 이른바 '동작학' 전문가로서 인간 거짓말 탐지기다. 사람의 행동에서 어떤 의미인지 진실인지 아닌지를 알아내는 일을 한다. 아직 경찰에서 대중화된 기법은 아니고 아주 과학적이라고 할 수도 없다. 하지만 그녀의 관찰은 사건 수사를 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그녀의 정식 소속은 캘리포니아 연방 수사국 요원이다. 이제 그녀는 여러 관련 기관의 요원들을 모아서 조직 범죄 소탕을 위한 대책 본부를 구성하고 그 팀을 이끌고 있다.


이 조직은 마약과 불법 총기 거래와 관련된 대규모 갱단인데 캘리포니아와 인접한 맥시코와도 연결된 수사를 하는 중이다. 수사 중에 중요 용의자를 놓치게 되고 그를 심문했던 캐트린이 민사부로 좌천 된다. 이제 총을 가질 수 없는 경찰이 된 것이다. 그러나 그녀 스스로가 사건에 대한 의지가 강하고 그녀의 능력이 필요한 팀원들에 의해서 비공식적으로 수사에 참여하게 된다.


조직 범죄팀에서 공식적으로 나와서 민사부가 되었기 때문에 거기에 할당 받은 사건도 수사하게 된 캐트린. 사실 민사부라는게 형사 사건이 아닌 일반적인 사건 사고의 조사를 하는 것이기에 처음 맞이하게 된 사건도 단순 사고였다. 클럽에서 작은 불이 났고 관객들이 대피하는 과정에서 사상자가 난 사건이었는데 겉으로 보기에는 별 다르게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사건을 들여다보면 볼수록 뭔가 이상하다. 게다가 유사한 사건도 있었고 또 다시 비슷한 사건도 일어나면서 이것은 단순 사고가 아니라 의도를 가진 형사 사건임이 밝혀진다.


사건은 사람의 '두려움'과 관련된 것이었다. 사람 밀집 지역에서 갑자기 위급 상황이 발생하고 공포로 이성을 잃은 사람들이 대피 과정 중에 죽고 다치게 되는 것이다. 도대체 누가 무슨 이유로 이런 일을 벌이는지 알 수가 없다. 일반적인 테러에 비해서는 사상자가 많이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생활 속에서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사건이기에 캐트린은 더 애가 탄다. 게다가 경찰 수뇌부의 오판으로 용의자의 정보가 언론에 노출이 되어서 수사는 더 꼬이기만 한다.


이야기는 두 개의 큰 축으로 진행이 된다. 원래 캐트린이 맡고 있던 조직 범죄 소탕 작전과 민사부에서 맡게 된 클럽 사건을 씨줄과 날줄로 엮어서 흥미진진하게 전개가 된다. 이번 작품에서 주인공인 캐트린 댄스는 전작보다는 더 몸으로 뛰는 장면이 많다. 사건도 더 심각한 사건이고 그녀가 해야 할 일도 많아진다. 게다가 개인적인 일들도 겹쳐서 그야말로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정도로 이리 뛰고 저리 뛴다.


재미있다는 말 밖에 할 말이 없는 책이다. 이야기의 전개도 참 탄탄하고 사건들도 세밀하게 잘 그리고 있어서 주인공이 얼마나 고생하는가를 잘 느끼게 해 준다. 주인공 주위 인물들도 평면적이 아닌 입체적으로 그리고 있어서 캐릭터 하나 하나가 다 살아 있다. 전작에서 나왔던 사람들이 여전한 모습으로 등장 하는 것도 반갑다. 이들이 모여서 생동감 있는 이야기를 구축하고 있다.


사건이 있고 그것을 해결하는 사람이 캐트린 댄스라는 정도만 알고 그냥 책을 읽어 나가면 된다. 책을 덮을 때 와 진짜 재미있다는 소리가 절로 날 것이다. 반전이 있다 없다 그걸 생각할 시간도 안 준다. 정말 정교하면서 세밀한 이야기를 만들어나가는 것은 작가의 역량인데 이 책에서 그 능력을 유감 없이 발휘한다. 스릴러의 제왕 제프리 디버, 역시 살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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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리치의 일본 미학 - 경계인이 바라본 반세기
도널드 리치 지음, 박경환.윤영수 옮김 / 글항아리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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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고도 가까운 나라 일본. 과거 역사를 보면 오랫동안 우리를 괴롭힌 나라다. 임진왜란이라는 초유의 전쟁을 일으키고도 모자라 결국 우리나라를 식민지로 삼은 미운 나라. 광복이 되고 수십 년이 흘렀지만 자신들의 행위를 반성하지 않는 모습은 그들을 가깝지만 멀게 느껴지게 한다. 현대에 와서 민주주의가 확산이 되었기에 더 이상 과거와 같은 국가 대 국가의 전쟁은 없을 것이라고 여겼지만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언제 어떻게 될 지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그 주된 경계 대상이 일본이 아닐까 싶다.


다행히 우리는 과거의 조선이 아니고 경제나 문화 그리고 국방 분야에서 결코 일본에 뒤지지 않는 국력을 키웠다. 전쟁은 일어나지 않아야겠지만 우리가 약하면 상대가 오판을 하게 할 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국방력도 키워야겠지만 일본이 어떤 나라인가에 대해서도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내적 외적으로 많이 대비를 해야 일본도 허튼 생각을 하지 않을 것이다. 


일본인이 보는 일본, 그리고 우리 한국인이 보는 일본 이렇게 일본을 알아 가는 것도 좋지만 서양인의 관점에서 보는 일본은 어떤 나라인가도 흥미롭다. 단순히 몇 번 본것이 아니라 아예 일본에서 오래 살면서 관찰했다면? 이방인의 위치에서 찬찬히 살펴본다면 또 다른 객관적인 시각으로 일본을 알아 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런면에서 이 책은 많은 것을 느끼게 한다.


지은이인 도널드 리치는 미국인인데 1947년 연합군 사령부의 군무원으로 일본에서 살기 시작했다고 한다. 당시 많은 미군처럼 그냥 점령국 일본에 대해서 조금만 알고 돌아갔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는 일본에 대한 많은 관심이 있어서 다시 일본으로 돌아왔고 88세의 나이로 세상을 뜰 때까지 일본을 탐구했다. 마냥 일본 문화에 대한 찬양을 하는 것이 아니라 서양인의 관점에서 일본 문화는 어떻게 보이는가에 대한 깊은 통찰을 했던 것이다.



일단 지은이가 남긴 많은 에세이중에서 의미 깊은 글들 20개를 모았는데 하나 같이 가볍지 않고 세밀하면서 깊이 있는 글들이다. 지은이는 '패턴' 이라는 낱말을 자주 쓰는데 일본의 미학은 자연의 패턴을 잘 연구해서 현실에 잘 구현하는 것에 있다고 말한다. 사실 자연을 현실에 구현하는 것은 우리나라나 중국 등 동양에서 많이 나오는 모습이긴 한데 미국의 심심한 작은 도시에 살았던 그의 눈에는 그것이 신비롭게 느껴졌던 모양이다.


일본의 패턴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첫 장 일본의 형태에서 잘 드러난다. 국가에서부터 생활 전반에 걸쳐서 패턴이 있다고 봤다. 말하자면 일종의 형식이 일본을 지배하는 것이다. 전화를 하는 방법, 쇼핑을 하는 방법, 차를 마시는 방법, 돈을 빌리는 방법 등에서 절대적인 형식이 존재하고 그것을 지키려고 한다는 것이다. 어쩌면 이런 형식에 전 국민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것이 과거 일제 군국주의가 힘을 얻게 된 하나의 요인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일본의 키스' 글에서는 우리 나라도 비슷한 것 같아서 미소가 지어졌다. 서양인에게는 지극히 일상적이고 평범한 행위인 키스가 일본에서는 금지된 행위라는 것이 이상했던 모양이다. 이미 100년전 1883년에 프랑스 공쿠르 형제는 일본에서는 섹스를 할 때 키스를 하지 않는다는 기록을 남겼다고 한다. 그만큼 터부시되었다는 말인데 그것이 공공 장소에서 표현될리가 없다. 물론 오늘날에는 그런 키스는 자유롭다. 하지만 서양에서 누구에게나 하는 그런 키스의 의미와는 다르다. 가족간에 유대와 사랑의 의미를 담은 자연스런 행위가 일본에서는 섹스의 일부분으로만 의미가 있다는 것이 의아스러운 부분인것 같다.


책은 1962년의 글부터 2007년의 글까지 세월의 흐름속에서 느껴지는 여러 관찰들을 진중한 모습으로 쓰여진 글들을 모았다. 이 책으로 일본의 본 모습을 다 알기는 힘들지만 일본이라는 나라가 어떻구나 하는 느낌을 느낄 수가 있다. 일본에서 오래 살았지만 결코 일본인이 되지 못했던 이방인이자 경계인의 관점에서 객관적으로 일본을 살펴 볼 수 있는 것이다. 쉽게 쓰여진 글이 아닌 만큼 쉽게 읽히지는 않는다. 빠르게 읽으려고 하지 말고 한 숨 죽여서 천천히 읽으면 좋을 책이다. 곱씹을 만한 부분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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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왜란 1592 - 동아시아 질서를 바꾼 삼국 전쟁의 시작
KBS <임진왜란 1592> 제작팀 지음, 양선비 글 / 웅진지식하우스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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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역사에 어지간히 무관심한 사람이 아니라면 임진왜란이 어떤 사건인지는 아마 대부분 알 것이다. 그리고 그 전쟁에서 이순신 장군의 업적도. 아니 임진왜란보다 이순신 장군이 더 유명할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 임진왜란은 생각보다 복잡한 전쟁이었고 관련된 여러 나라에 큰 영향을 끼친 국제전이었다는 사실을 많이 모르는 것 같다. 단순히 이순신 장군만 알아서는 안되는 전쟁인 것이다. 이 전쟁이 어떤 의미였는지를 아는 것이 중요한데 거기에 딱 맞는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임진왜란은 말 그대로 임진년에 일어난 왜적의 난이다. 1592년 대규모의 왜군이 한반도 조선을 침략한 전쟁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임진왜란이라고 부르지만 일본에서는 분로쿠- 게이초의 역, 중국에서는 만력조선전쟁이라고 부른다. 분로쿠 게이초는 당시 일본 천황이 사용한 연호고 그때 일어난 전쟁이라는 뜻이고 만력은 당시 명황제 만력제를 말한다. 다들 1592년에 일어난 일임을 이야기한다.


그럼 왜 전쟁이 일어났을까. 가장 중심에 있는 것은 당시 일본의 지배자였던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헛된 야심때문이다. 히데요시는 약 100년간 이어져 온 전국시대를 통일한 1인자였다. 하지만 완전한 평정이 아니어서 무사들의 불만 요소가 있었다. 이것을 해외 원정을 통해 해소시키고 히데요시 명나라까지 정벌하겠다는 히데요시 본인의 강력한 야망으로 조선을 침략한 것이다. 사실 그가 실질적으로 명나라와 싸워서 이길 수 있을것이라 생각했는지 아니면 조선만 정복할려고 했는지는 알 수 없다. 아무튼 그의 야욕이 침략의 주요한 요인으로 작용한 것은 분명하다.


그러면 당시 조선은 어떠했는가. 이미 고려때부터 왜구의 피해를 입어왔었고 조선에 들어와서도 여러 번 왜구의 난이 있었다. 그래서 왜적에 대한 경계는 하고 있었지만 당시 일본의 정세에 대해서는 그리 세밀하지 못했다. 오랜 기간 공식적인 교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부랴부랴 침략 1년전에 통신사를 보내서 상황을 엿봤지만 침략 징후가 있다는 정도만 알았다. 그마저도 당색에 따라서 침략 여부가 달랐다. 하지만 어느 정도는 침략할 것으로 예상하고 준비를 하긴 했다. 명망있고 실력있는 장수들을 남쪽 지역으로 보내고 성들을 수리했다. 하지만 그 정도뿐이었다.


당시 조선이 생각한 것은 최대 1만명 정도의 왜군 침략을 예상하고 거기에 맞춘 준비였다. 사실 지금 입장에서 그것을 비난하기는 어렵다. 15만명의 대군이 일거에 침략할 줄은 생각도 못했기 때문이다. 역사상 그렇게 많은 왜군이 침략한 적도 없었다. 오랫동안 평화가 지속되기도 했고 그 평화속에서 군대의 방비도 상대적으로 흐트러졌다. 나름 준비를 하긴 했지만 엄청난 대군이 올 줄 상상이나 했을까. 사실 그 몇 년전에 율곡 이이가 십만 양병설을 주장하긴 했지만 그 뜻을 이루기도 쉽지 않았다. 그 많은 상비군을 운영할 자금이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그러기에 당시 조선으로서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었다.


다만 침략을 당했어도 어느 정도 방어는 할 줄 알았는데 초기에 너무 힘없이 무너졌다. 잘 훈련된 조총 부대 앞에 조선군은 큰 힘을 쓰지 못했다. 각 지역 군대와 지방관들이 겁을 먹고 달아나는 경우도 많았고 결정적으로는 신립의 중앙군이 대패를 하는 바람에 한양을 방어할 군대가 없었다. 선조는 부랴부랴 몽진을 하게 되었고 명나라와의 국경부근인 의주까지 도망을 갔다. 임금이 백성을 버리고 도망을 가는 상황이니 그야말로 나라가 망할 판이었다.


그때 전쟁의 방향을 바꾼게 이순신 장군이다. 당시 왜군은 보급을 조선내에서 하려고 했다. 곡창 지대인 전라도를 점령해서 그 군량을 남해와 서해를 통해서 북방으로 실어나르려고 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 길목을 이순신의 수군이 막아섰다. 그리고 각지에서 의병이 일어났고 전열을 재정비한 관군도 힘을 내기 시작하면서 전라도를 보전하고 남해의 제해권을 우리 수군이 장악하면서 왜군은 진격하기가 어려워졌다. 게다가 조선의 원군 요청을 받아들여 명나라에서 원군이 도착해서 전쟁은 다르게 흘러가게 되었다.


조명연합군과 왜군이 일진일퇴를 거듭하다가 전쟁은 잠시 소강상태에 들어가고 명나라와 왜국과의 협상이 시작된다. 왜국의 터무니없는 요구로 협상을 결국 결렬되고 왜국은 다시 침략한다. 이것이 정유재란이다. 이때는 조선군도 어느 정도 준비를 해서 호락호락하게 넘어가진 않았다. 그러나 문제는 수군이었다. 일본의 이간계와 선조의 오판으로 당시 삼도수군통제사이던 이순신을 해임하고 원균을 후임으로 임명했다. 그 결과는 어떻게 되었는지 다 안다. 그런 실책이 없었다면 전쟁은 더 수월하게 끝낼 수 있었을텐데. 


왜군이 성을 쌓고 장기 농성에 들어가면서 전쟁은 쉽게 끝날 것 같지 않았지만 히데요시의 죽음으로 왜군은 급히 철수하게 되었다. 그 마지막 전투가 이순신 장군의 노량해전이다. 이순신 장군의 죽음과 함께 7년 전쟁이 막을 내리게 된 것이다.


분명 전쟁 대비에 소홀함이 있었고 왜군의 기세는 엄청났다. 하지만 의병의 봉기에서 보듯 당시 조선인들의 항쟁 의지는 높았고 이순신과 조선 수군의 우세함과 함께 전체적인 국난 극복의 의지가 왜군보다 앞섰기에 결국 외적을 물리칠 수 있었던 것이다. 그중에 당시 임금이었던 선조의 무능함과 시기심 등은 지금 생각해도 분노가 치밀어온다.


한편 16세기 최대의 동아시아 삼국 전쟁이었던 임진왜란은 각 국의 정치적인 상황에 큰 영향을 미친다. 국정의 난맥상을 보이던 명나라는 조선에 원병을 파병하면서 적지않은 손실을 입었고 왜란동안 북방 여진족이 결집하는 것에 손을 쓸 수가 없었다. 그후 여진족을 통합한 누르아치의 후금이 결국 명나라를 집어삼키고 대륙의 지배자가 된다. 바로 청이다. 그리고 일본은 도요토미가의 몰락과 함께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새로운 일본의 지배자가 되면서 도쿠가와 막부를 설립, 이후 수 백년을 이어가게 된다. 그리고 조선은 피폐해진 국력을 다시 복구하기도 전에 반정이 일어나서 광해군이 쫓겨나고 뒤를 이은 인조의 무능으로 정묘호란과 병자호란의 치욕을 겪게 된다.


책은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전에 조선, 명, 왜 세 나라의 정치적인 상황을 설명하면서 어떻게 전쟁이 일어나고 전개가 되는지를 잘 설명하고 있다. 이 전쟁의 여파로 각 나라가 어떻게 변화했는지도 알려주면서 전체적인 임진왜란의 모습을 알 수 있게 한다. 임진왜란은 그 후로도 없었던 최후의 삼국 대전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의 내용 정도면 임진왜란이 어떤 성격의 전쟁이었는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된다.


원래 이 책 내용은 동명의 방송이었다. 드라마와 다큐가 혼합된 형식이었는데 방송 내용이 괜찮았다. 이 방송 내용을 보완해서 책으로 펴냈는데 방송을 보지 못했어도 책만 읽어도 이해할 수 있게 쉽게 잘 쓰여졌다. 전쟁은 단순한 것이 아니라 여러 상황이 복합적인 상태에서 일어난다는 것을 입체적으로 잘 보여준 책이었다. 


당시는 우리의 주적이 일본밖에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분단되어 있는데다가 과거를 반성하지 않는 믿을 수 없는 일본은 그대로 있고 그때의 원군이었던 중국은 새로운 호전적인 국가가 되어 있다. 북한과 통일을 한다고 해도 중국과 일본의 안보상 위협은 그대로인 것이다. 우리가 준비를 하지 않는다면 또다시 임진왜란과 같은 전쟁이 얼어나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 임진왜란의 극복을 통해서 우리가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어떠한 현실 인식을 해야 하는지를 생각해보게 하는 내용이어서 많은 사람들이 읽으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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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9-08 0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살리에르님 ~ 당선 축하드립니다. 즐거운 추석명절 보내세요 *^^*

살리에르 2022-09-08 21:54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뜻밖의 당첨이었습니다..^^ 미니74님도 풍성한 한가위 되세요~^^
 
영원한 우정으로 1 스토리콜렉터 102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전은경 옮김 / 북로드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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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에 타우누스 시리즈가 나왔다. 그런데 시리즈가 새로 나온 것도 반갑지만 작가 이름이 더 반갑다. '넬레 노이하우스'. 우리나라에서 처음 발간된 시리즈인 '백설 공주에게 죽음을' 이후로 독일 장르 문학의 선두주자로 이름을 떨쳤지만 이제는 그냥 작가 이름 자체로 기억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다른 스릴러 작가와 차별 되는 재미와 완성도를 보여주기 때문에 독일 작가라는 것 이전에 그냥 이름만 봐도 눈길이 가는 작가라는 생각이 든다.


이번에 나온 책은 출판계와 관련된 내용이다. 출판사, 편집자, 에이전시, 아트디렉터, 영업자 등 출판쪽 일들이 잘 나와서 이 책을 펴낸 출판사도 흥미롭게 여기지 않았을까. 독일과 우리나라는 출판계가 다르긴 하겠지만 큰 틀에서는 비슷할테니까 말이다. 이야기 소재나 배경이 출판사와 출판쪽 관계자가 나와서 신선하면서 흥미로왔다.


이야기는 빈터샤이트 출판사에서 30여년 일하다가 해고된 한 편집자가 연락을 받지 않는 데서 시작된다. 강력반 피아 형사가 이 편집자의 집을 찾아가는데 집안에는 편집자의 아버지만 있을 뿐 다른 사람은 없었다. 그러나 연이어 발견되는 핏자국과 의심스런 정황들. 결국 단순 실종 사건이 아니라 살인 사건으로 밝혀지고 사건 수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사망자는 '하이케 베르시'. 빈터샤이트 출판사에서 오랫동안 일한 편집자인데 알고 보니 걍 폭군이었다. 능력이 있는 것은 확실하지만 자신이 마음에 안 들면 독설은 기본적이고 갖은 욕과 조롱, 무시가 일상인 사람이었다. 그러니 그에 대해서 원한을 가진 사람은 엄청 많을 듯. 모욕을 당해서 그를 살해하고 싶을 만큼 화난 사람이 한 두 명이 아닌 것이다.


“(…) 하이케 베르시는 방송마다 살인 동기를 ‘대량으로’ 만들어냅니다.” 그가 메모를 보며 말을 이었다. “말하는 데 주저함이라고는 전혀 없고, 무자비할 만큼 인신공격적입니다. 예를 들어 범죄소설 작가 스벤 클리체크를 ‘멍청’하고 ‘재능이 없다’라고 표현했고, 다른 책들을 ‘이루 말할 수 없이 유치한 쓰레기’라거나 ‘미련한’, ‘불쌍한’ 또는 ‘구역질 나는’, ‘고문’, ‘독자 모욕’이라고 했습니다. 호세 쿠에뇨의 신작을 읽는 것과 생선 식중독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썩은 생선을 먹겠다고 한 적도 있어요.” (126쪽)


사실 사회에서 인성은 개차반인데 실력이 있다고 승승장구하는 경우가 제법 있다. 베르시 같은 사람도 그런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능력은 확실히 있었으니까. 게다가 발행인은 사업적 재능이 없어서 베르시에게 전권을 쥐어준 결과 그렇게 오랫동안 독재를 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발행인이 바뀌고 새로 바뀐 발행인은 출판사의 방향을 바꾸려고 했다. 거기에 베르시가 적절치 못한 방법으로 반응을 했고 바로 해고를 당했다. 그 이후에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베르시가 회사를 나가면서 여러 피해를 입혔지만 가장 큰 것은 자신이 관리하는 작가의 치부를 드러 낸 것이었다. 그것도 자신이 개입한 일을 작가 자신이 저지른 일로 왜곡하면서. 당연히 작가는 분노할 수 밖에 없었고 베르시를 만난 것까지 확인이 되었다. 어찌 보면 가장 유력한 용의자였지만 수사 결과 아닌 것으로 밝혀진다.


사건이 미궁에 빠질려는 찰라 베르시가 시신으로 발견된다. 거기에 베르시와 친한 사이였던 출판사 직원 '알렉산더 로트'도 자전거 사고 후유증으로 사망한다. 점점 사건이 확대되고 복잡해지면서 흥미롭게 전개가 된다. 이 사건을 담당하는 강력 11반 형사들도 각자의 영역에서 하나씩 하나씩 실마리를 찾아가면서 사건의 실체에 조금씩 접근해 간다.


이야기는 어떻게 보면 간단한 사건으로 보이지만 이야기가 진행이 되면서 뭔가 숨겨진 것이 있고 그것이 수 십 년 전의 일과 연결이 되고 또 은폐, 조작이 되면서 현재에 툭 튀어 나온 모양새가 된다. 책 후반부에 과거의 일과 연관이 되는 소재가 등장하게 되는데 그것이 아마 2부에서 중요한 실마리로 작용할 듯 싶다.


책은 참 재미있다. 읽다 보면 은근 전개도 빠르고 흥미롭게 흘러가는데 사실 내용적으로 시간이 휙휙 지나가는게 아니다. 소제목이 9월 6일 목요일, 9월 7일 금요일 이렇게 흘러간다. 아니 그렇게 많은 일들이 있었는데 하루밖에 안됐어? 라고 생각이 드는게 당연하다. 이야기가 재미있다 보니 몇날 며칠이 흐른 것 같아 보이는데 고작 하루다. 사실 넬레 노이하우스 작가는 시간이 막 지나가는 스타일이 아니라 작중 시간은 느리다. 하루의 시간이지만 세밀하면서 정밀하게 그리고 있지만 느리지는 않다. 하루의 일이지만 속도감 있고 재미있게 전개를 시켜서 그리 지루함을 느끼지 않는다.


이러한 시리즈는 주인공이 어떤 사람인가 정도만 알면 시리즈 순서대로 읽지 않아도 괜찮다. 큰 틀에서 형사 두 명이 범인을 잡는 것이니까. 그러나 시리즈 첫번째부터 읽으면 확실히 각 캐릭터들의 서사가 조금씩 쌓여서 나중에는 큰 캐릭터가 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작가는 책 내용 중 각 등장 인물들이 어떤 일이 있었고 어떻게 사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하는데 전의 작품에서 있었던 일들을 소개하면서 자연스럽게 시리즈를 연결하고 있다.


주인공 형사인 '올리버 존 보텐슈타인' 과 '피아 산더' 는 사랑스러운 캐릭터다. 능력있는 콤비가 그렇듯이 서로를 신뢰하면서 그 누구보다 서로를 잘 이해한다. 아마 일적으로는 부부라고 할 수도 있을 정도다. 이들이 합이 척척 맞아가면서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모습이 합리적으로 잘 그려지고 있어서 책이 재미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주위 인물들도 입체적으로 그리고 있어서 전체적으로는 성장하는 강력 11반의 모습을 볼 수 있기도 해서 좋다. 시리즈 열번째 작품이고 책이 나온지 10여년이 되었으니 그만큼 이야기 속의 인물들도 작가도 성큼 성장한 결과가 아닌가 싶다.


이야기 후반에 이 책의 제목과 같은 '영원한 우정으로' 라는 원고가 등장한다. 아직 출판되지 않은 원고 상태의 내용물인데 이것이 하나의 큰 실마리로 작용 할 듯 싶다. 과거의 인물들에게서 현재로 이어지는 얽히고 섥히는 이야기가 2부에서 본격적으로 펼쳐지는 듯 해서 기대가 된다.

역시라는 생각과 작가의 이름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하는 책이었다. 작가 넬레 노이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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