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과 소설가 - 대충 쓴 척했지만 실은 정성껏 한 답
최민석 지음 / 비채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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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상담이란게 딱딱 맞는 답을 내기가 쉽지 않다. 돈이 필요하다고 해서 돈을 줄수도 없고 개인의 성향때문에 일어난것을 어떻게 뜯어고쳐줄수도 없는 탓이다. 그저 들어주는게 제일인데 그거 하나라도 잘하면 적어도 반은 했다고 본다. 그런데 그럴싸한 아니면 그냥 힘이라도 될만한 답을 해준다면 반 이상은 했다고 볼수 있지 않을까.

 

제목은 에세이라고 하지만 고민과 그 고민을 열심히 들어준 흔적이 보이는 대답을 의미있는 것들만 모은 책이다. 지은이는 소설가이지만 생계에 도움이 되라고 고민을 들어줬는데 어느덧 많은 사람들에게 고민을 덜어준 모양이다. 그것을 책으로 나온건데 사실 수많은 고민을 들으면서 어떻게 대답해야할까를 고민했을꺼란 것이 눈에 선하게 보인다. 이 세상을 다 아는 현인이나 신도 아닌데 쉽게 대답하기 힘든것도 많았을터. 그저 들어주고 끄덕끄덕해주고 위로해주고 그런것에서 힘을 얻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을까싶다.

 

지은이는 아는척하면서 어려운말을 하지 않는다. 쉬운말 그리고 공감가는 해법으로 사람들에게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각각 쳐해진 상황이 다 다른데 어떻게 딱 부러지는 대답을 할수있을까. 그리고 공자왈 맹자왈 하는 틀에박힌 탁상에 앉아서 하는 그런 공리적인 답 말고 우리가 누구나 상식적으로 느끼는것을 시원하게 이야기하는데 그것이 사실 별것 아닌거 같지만 쉽게 나올수있는건 아니다. 쉽게 느끼게 말할수 있다는건 그만큼 많은것이 속에서 융화가 되었기에 그런것이 아니겠는가.

 

편의상 총 4장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내 자신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은 자아, 인류의 영원한 고민인 사랑이야기, 태어나서 어쩔수없이 맺게 되는 다른 사람과의 관계, 앞으로 뭐 먹고 살아야할지에 대한 미래의 고민을 이야기하고 있다.

첫장에서는 글을 읽으면 잠이 온다는 사연에서는 모든 글이 그렇지는 않을꺼란 말을 하면서 그래도 살면서 지적인 호기심과 열망은 글속에서 찾을수있다는 스스로도 말하기에 원론적인 말을 한다. 사실 뭐 답이 없는 질문인데 그래도 정성껏, 그렇다고 누구를 가르치려들려는 건 아니게 편하게 답을 해준다. 중간에 기괴한 행동을 보인 부인이야기를 한것은 은근 자랑 같고.

 

사랑에 관해서는 현실적이면서도 따뜻한 시선을 담은 글로 위로를 한다. 사실 각양각생의 사랑은 어떻게 답을 할수없는 부분이 많은데 나 자신을 알고 상대를 존중하는 기본적인 것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다. 과CC는 어떠냐는 질문에서는 전부 반대하는데 그 반대하는게 누구라도 할수있는 이야기라면서 상처받기를 두려워하지말고 그때 그때 하고싶을때하라는 말을 해준다. 사실 말이 맞다. 그때 못하면 또 언제 할것이며 그때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 법이다.

 

지은이는 40대가 된 처지에 주로 20대의 현실적인 고민을 들었다고 하는데 40이 넘은 지금 이 책을 읽으니까 뭔 이런 고민도 다 있냐는 생각도 드는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치열한 대입 입시 전쟁을 치루고 대학에 올라온 친구들이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간단한것에 고민을 가지는것은 어찌보면 당연한것인지도 모른다. 이미 치루었어야 할 일들을 대학입학때까지 미루었을테니까. 그리고 20대초란 나이는 생각보다 많이 어른인건 아니라서 여러가지 고민이 있을수도 있다. 그래서 이 책처럼 유머를 섞어가면서 쉽고 재미있게 어렵지 않게 때론 원론적이지만 때론 시원한 답을 해주는 고민 상담이 필요하다.

 

10대 후반부터 20대까지 생길수 있는 여러가지 고민들에게 나름의 판단할 좋은 자료를 주는 책이란 생각이 든다. 그리고 내용상 그 이상의 나이대에게도 삶을 살면서 어렵게 생각햇던것을 간단하게 해주는것들도 있을꺼 같아서 두루두루 마음 편하게 읽어볼 책 같아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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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도둑 가족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76
고레에다 히로카즈 지음, 장선정 옮김 / 비채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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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라고 하면 다들 서로를 위하고 사랑하고 아낄꺼 같지만 그런 가정이 그리 많지 않는다는 것은 세상을 좀 살아보면 알게되어있다. 가족인데 왜? 라고 할수 있겠지만 피를 나눈 사이라고 해도 독립된 개개인이기 때문에 언제까지나 모든것에서 화합할수는 없는 것이다. 그냥 가족이니까 대충 봉합하고 사는 경우도 많고 아예 가족 해체에 이르는 경우도 제법 있는 세상이다.

 

그래도 가족은 가족인건데 문제는 피를 나누지 않은 사이에도 가족이 성립하느냐에 대한 이야기다. 사실 이웃사촌이 먼 친척보다 낫다라는 말이 있듯이 서로 마음에 맞고 가까이 살면 그게 가족이라고 부를수도 있지 않을까도 싶은데 그것도 사실 쉽지는 않을것이다. 가족이라는 보이지 않는 끈이 없다면 얼마든지 마음을 저버리는 일도 일어나기 때문이다.

 

사람과 사람의 연에 대해서 여러가지 다양한 관점을 보여주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이번에 새롭게 내놓은 이 책도 가족이라는 형태를 가진 사람 사이의 '인연'과 관련된 이야기다. 전혀 관련없는 여러 인물들이 한 울타리에 모여서 가족이라고 말은 안하지만 가족같이 사는 내용을 다룬 영화를 소설화했는 책이다. 이 책에서는 겉으로 보기에 평범한 가정같이 보이지만 다를 한가닥 상처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모였다.

 

제목처럼 소소한 것들을 훔치면서 살아가는 집의 구서원들. 옆자리 파친코 구슬을 자연스럽게 슬쩍하는 할머니 하쓰에와 좀도둑질로 시간을 보내는 어른남자 오사무, 회사에서 손님 옷 주머니를 슬쩍하는 어른여자 노부요, 돈받고 연애를 파는 젊은여자 아키, 어른남자에게 좀도둑질을 배우고 스스로 행하는 어린남자아이 쇼타 이들이 구성원이었다. 누가 보면 평범한 가정같다.하지만 아빠, 엄마 라고 부르지도 않고 뭔가 그냥 모여있는듯하지만 서로를 위하는 마음이나 행동을 보면 보이지 않은 무언가로 이어저있는듯도 하다.

이 집에 우연히 어린 소녀가 온다. 집에서 방치되어있는 아이였는데 먹지도 못하고 그냥 홀로있는듯해서 오사무와 쇼타가 데려온다. 이름은 유리. 나이도 어리지만 잘 먹지 못했는지 작고 여리다. 그런 유리를 이 집의 사람들은 말없이 한 구성원으로 같이 살기로 한다.

 

사실 이 가족아닌 가족의 구성원들은 정상적인 가족의 삶을 살아오지 못한 사람들이다. 여러가지 상처를 입고 이 집에 정착한것이다. 하긴 정상적인 가족을 이루고 살았다면 이렇게 있지 않았겠지. 하지만 이들은 애써 표현은 하지 않지만 가족같이 살아간다. 같이 밥먹고 같이 놀러가고 같이 무엇을 한다. 단순히 한 집에 같이 산다는것 이상의 유대감이 있는것이다.

 

그냥 저냥 살아가는듯하던 이 집에 위기가 닥친다. 사실 좀도둑질을 하고 있긴 해도 집안을 먹여살리는 가장 큰 재원은 할머니의 연금이었는데 어느날 할머니가 덜컥 숨을 거두고 만것이다. 노환으로 돌아간것인데 당장 집도 없고 돈도 없는 이들에게 크나큰 일이 아닐수 없었다. 고민끝에 어떤 결정을 하게 되지만 이것을 시발로 해서 돌이킬수없는 상황으로 치닫게 된다.

 

내용은 전체적으로 담백하다. 일본과 우리의 정서가 다른것도 있겠지만 정상적인 가족의 형태를 가지고 있지 않은 탓인지 이 가족이 아니지만 가족같은 이들은 크게 표현을 안한다. 그렇지만 행간을 통해서 이들이 어떤 진짜 가족보다도 강한 결속력으로 이루어진 사이임을 느낄수 있다. 그렇다면 이들을 진짜 가족이라고 부를수 있을까. 아빠, 엄마 역할만 있을뿐 진짜 아빠 엄마라고 하지도 않는데.

 

마지막은 짙은 여운을 남기면서 끝난다. 다시 뿔뿔히 흩어지게 된 구성원들이 나중에 시간이 흘러서 스스로의 의지로 그들만의 가족을 만들수 있을까. 아니면 그 자신이 다른 가족을 만들게 될까. 이들은 가족이었을까.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하는 책이었다.

 

개인적으로는 피를 나누지 않아도 가족이 될수있다고 본다. 물론 쉽지 않겠지만. 얼마나 서로를 믿고 의지하느냐에 따라서 가짜 가족이 진짜 가족이 될수 있다고 생각한다. 가족의 가장 큰 의미는 어디에서도 위로받을수없는 상처는 가족만이 돌보아줄수있다는 점인데 이 좀도둑 가족에서 그 모습을 볼수 있어서 가족의 존재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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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의 힘 - 평범한 순간을 결정적 기회로 바꾸는 경험 설계의 기술
칩 히스.댄 히스 지음, 박슬라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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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적 순간은 아무나 오는것이 아니라 준비된 사람에게만 온다는것을 잘 알려주는 책이고 또 그런 결정적 순간을 맞이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하는가에 대한 좋은 조언을 해주는 책이라서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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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오거스트의 열다섯 번째 삶
클레어 노스 지음, 김선형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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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루프 즉, 시간이 계속 이어지면서 끊임없이 다시 살아가는것을 말하는데 그것을 다룬 작품은 많다. 아무래도 시간은 되돌릴수 없기 때문에 그것에 대한 미련이 남은 인간들의 희망이 염원화된 장르가 아닐까 싶다. 그런데 사실 재미가 있다. 누구나 그렇게 살아본적은 없지만 내 자신이 그렇게 산다면 어떤 느낌일까. 전에 어떤 영화에서 하루가 끊임없이 재생되는 내용이 있었는데 그 사람에게는 24시간이 무한 반복되는거였다. 처음에는 자기가 하고 싶은걸 다 하고 살지만 수없이 반복되다보니 삶에 대한 의욕이 사라진다 뭐 그런 내용이었는데 설득력있었다. 하지만 사람이 할수있는건 제한되어있는데 기억은 그대로인채 시간이 무한대라면 또 그것이 계속 반복된다면 하고 싶은걸 마음껏 하며 살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타임루프물은 어찌보면 인간이 꿈꾸는, 그러나 이루어질수 없는 설정을 가지고 이야기하는데 소재 자체가 재미있기는 하지만 내용을 잘 꾸리지 않으면 금방 식상해질수 있는 한계가 있는 장르다. 다른 타임루프물과는 다른 느낌을 줘야하는데 확실히 이 책은 그런면에서 색다른 재미를 주는 내용이었다. 형식적으로는 타임루프물이지만 인간이 어떻게 살아야하는가에 대한 철학적인 내용도 담고 있어서다.

 

주인공인 해리는 기차역 화장실에서 태어났다. 태생부터 뭔가 정상적이지 않았는데 어린 시절도 좀 불우한 편이었고 죽을때도 외롭게 세상을 마친다. 그런데 그가 다시 태어났다! 그것도 전생의 기억을 안고서. 뭔가 이상하다고 여긴 그는 정신병원으로 보내지고 끝내 자신을 극복하지 못하고 거기서 자살하고 만다. 그리고 이어지는 환생. 세 번째 환생에서는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를 알게되면서 왜 이런 살을 살게 되는가에 대한 의문을 풀기 위해서 여러가지를 배운다. 철학, 의학, 물리학 등등 다시 태어날때마다 다양한 공부를 하게 되지만 원인을 알수가 없고 다만 세상에 자신만이 이런 삶을 사는것은 아니란걸 알게된다.

 

그리고 열한 번째 죽음에 이르렀을때 자신의 삶이 또 한번 바뀌게 된다는것을 알게된다. 그것은 세계 종말과 관련된 어떤 소녀의 전언이었다. 대체 무슨일이지? 자신의 삶이 어떻게 세상을 구하게 된다는건지?

알고보니 이런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자신 외에도 또 있고 그들이 하나의 연대를 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들에게는 과거와 미래를 아는 지라 역사에 개입하면안된다는 주류파와 역사를 바꿀수도 있다는 비주류파의 대립이 있게 된다. 해리는 이 소용돌이의 틈바구니에서 자신의 삶을 어떻게 정해야하는지에 대한 고민과 갈등을 하게 된다.

 

이야기는 재미있다. 큰 틀에서 이야기 골격은 복잡한게 아니지만 한두명이 나오는 타임루프 인생들이 아니라 여러명이 나오고 또 그것에 관한 정의로 대립하게 된다는 설정이 독특하면서 이야기를 힘있게 이끌어간다. 초반에는 우리가 상상하는 그런 삶을 살지만 이내 무한의 삶이 주어진걸 깨달으면서 점차 살아있는 의미를 찾아가는 주인공의 이야기가 흥미로왔다. 여러번의 삶을 사는 만큼 이야기도 길어서 책이 제법 두껍지만 내용이 재미있어서 진도는 빨리 나가는 편이다. 각 삶에서 내가 주인공이었으면 이렇게 했을텐데하는 생각도 들었고 책 후반부에 주인공이 선택하는것에 대해서도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했던 책이었다. 역사에 개입하거나 관망한다는 것이 단순한 선택이 아닌 나름의 가치가 있게 느껴져서 더 현실감있었던거 같다.

 

시간여행같은 이런류의 이야기를 읽고 나면 기분이 이상해진다. 책에 흠뻑빠질수록 내가 이야기속에 있는거 같아서다. 이 책은 그런 느낌이 더 했는데 아마 이야기에 몰입이 잘 되었던거 같다. 실제 이런 삶을 살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기에 더 재미있고 흥미롭게 읽을수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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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그림 인문학 - 오늘, 우리를 위한 동양사상의 지혜
박홍순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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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사람들은 그림을 그려도 그냥 그리지 않았다. 그림속에 자신이 생각하는 철학 그리고 알고있는 여러 인문적인 지식들을 여러가지 방법으로 뜻을 넣어서 표현했던 것이다. 선비들이 그렸던 사군자나 문인화를 보면 그들이 뜻한 바를 그림에 함축해서 나타내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그림을 보다보면 그 당시 혹은 그림 그린이의 인문학적인 이야기를 잘 느낄수 있다. 이 책은 그런 옛그림을 통해서 인문학에 접근하는 내용이다.

 

사실 인문학이란게 언뜻보면 별로 생산적이지 못한듯한 느낌이 들때도 있다. 자기 주장이 맞다고 말싸움하는거나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같은 두리뭉실한 이야기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은 인문학의 아주 작은 면만 본 것이다. 인문학이란것은 인간이 살아가면서 이루어지는 모든것을 일컫는 말이다. 예를들어 기계 하나를 만들어도 그냥 만들어지는것이 아니라 인문학적인 관점하에서 만들어지는것이다. 그 기계를 왜 만들며 그게 만들어지면 어떤 영향이 있으며 궁극적으로 인간의 삶에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등을 생각해보면 된다. 그런 점에서 인문학은 우리가 늘 생각해야하는 부분인데 거창하게 생각하면 어렵기 때문에 쉽게 생각할수있는 작은 부분에서 접근하는게 좋다는 점에서 이 책이 의미가 있다. 바로 그림이라는 소재를 통해서 눈에 쉽게 보이는 도구를 이용해서 인문학적인 관점을 좀 더 쉽게 이야기할수 있는 것이다.

 

책은 크게 3부분으로 나눈다. 나 자신을 찾는 학문의 지혜, 다채로운 우리 삶을 향한 관점을 보는 인생의 지혜, 더 나은 세상을 위한 고전 속 문제의식을 찾는 정치의 지혜이다. 각 부분에는 지은이가 엄선한 여러 그림들이 있고 그 그림들과 관련된 여러 주제들을 이야기하는 형식이다.

1부에서 정선의 '독서여가도'를 보면 옛 선비들이 어떤 마음으로 독서를 했는가를 보여주고 있다.

단순히 공부만 열심히 하는것이 아니라 편안한 시선으로 화초를 응시하면서 부채로 더위를 달래면서 여유 있게 쉬면서 책을 읽는것을 보여준다. 김홍도의 '사인초상'을 보면 흐트러짐을 허용하지 않는 선비로서의 자화상을 보여준다. 그밖에 책에서는 다양한 그림을 통해서 당대 인물들의 공부란것이 무엇인지 어떻게 해야하는것인지를 이야기하는데 오늘날에 비추어봐도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부분이 많다.

 

2부에서는 현재 살고 있는 삶에 대한 태도에 관한 이야기다. 책에서는 이백이냐 두보냐 이야기하는데 사실 이백처럼 살고 싶은 사람이 어디 한둘일까. 유유자적하면서 욕심내지 않고 삶을 즐기는것이 참 좋긴 한데 옛날과 달리 요즘에는 그것이 맨손으로는 쉽지 않는 세상이다. 강희안의 '고수관수도'를 보면 무언가를 이루고 어느정도 내려놓는것이 참 좋은데 그걸 깨닫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음을 이야기한다.

 

3부는 정치다.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바꾸어나가야하는가를 이야기하는. 아마 지금시대에 맞는 주제가 아닐런지. 요 몇년 우리삶에 이렇게 정치가 깊숙히 들어온적도 없었을것이다. 그리고 현실은 소수의 위정자가 아니라 다수의 시민이 참여해야함을 깨닫게 했던 시기인데 이 책에서는 역사를 통해서 그것을 더 깨닫게 한다. 김홍도의 '평양감사향연도'를 보면 얼핏 평양감사의 잔치를 그린것같지만 깨알같이 여러 인물들의 행동을 통해서 부패한 권력, 그리고 그 권력에 기생하기 위한 수많은 날파리들의 향연을 엿볼수있다. 이런것을 소수에게 위임해서는 고칠수 없다. 우리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 하는것이다.

 

책은 쉽고 재미있게 글을 썼다. 인문학이란게 어떤 하나의 틀로 규정할수있는건 아닌지라 편의상 3부분으로 나누었을뿐 그냥 아무 장이나 펴서 편하게 읽어내려가도 좋을듯하다. 인물과 역사에 대한 짧은 이야기도 흥미로왔고 무엇보다 아는 그림도 있었지만 몰랐던 우리 옛그림을 감상하는 기회도 되었고 두루두루 괜찮게 읽었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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