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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반호 ㅣ 현대지성 클래식 12
월터 스콧 지음, 서미석 옮김 / 현대지성 / 2018년 8월
평점 :
서양에서 역사 소설의 효시는 누구일까. 가만 생각해보면 서양의 옛 역사 소설이 무엇이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했다. 역사 소설이란게 역사적인 사실을 바탕으로 사실과 허구를 섞어 만들어낸 책을 말하는데 최근의 역사 소설은 많이 읽었어도 옛날에 나온 책은 잘 몰랐었는게 사실이다. 그런데 서양에서 역사 소설이라는 장르는 생각보다 오래된것이 아니었다. 1814년 월터 스콧이 '웨이 벌리'라는 제목의 역사 소설을 쓴것이 효시로 여겨지고 있다.
그리고 이 월터 스콧의 이름을 드높이게 한 책이 바로 '아이반호'다. 사실 제목만 봤을때는 어떤 내용인지 몰랐다. 아이반호는 사람 이름이 아니라 영지의 이름이다. 아이반호라는 영지의 기사 월프레드가 원래의 이름인데 줄여서 아이반호라고 이름을 부르게 되었는데 일종의 상징적인 호칭이 아닐까싶다.
이야기는 12세기 잉글랜드의 앵글로 색슨족과 노르만족의 대립과 반목을 배경으로 한 로맨스와 무용이 주된 이야기다. 우선 이 당시는 앵글로 색슨족의 잉글랜드땅에 노르만족이 들어와서 정권을 장악한 상태가 배경이다. 아이반호의 아버지인 세드릭은 앵글로 색슨 왕족인 로웨나 공주를 보호하면서 앵글로 색슨족의 독립을 열망하고 있다.
그리고 그 공주를 또다른 앵글로 색슨의 후예와 결혼시킬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는데 아들이라는 아이반호는 그만 로웨나공주를 사랑하고 만다. 그래서 아버지에게 쫓겨나는데 그는 당시의 왕인 사자왕 리처드를 따라서 십자군에 참여했다가 몰래 귀국한다. 그것은 리처드왕의 동생인 존 왕자가 일부 노르만족 귀족과 야합하여 왕위를 노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이반호는 마상시합에 나가서 존의 일파들을 이기고 로웨나 공주로부터 관을 받지만 시합중 입은 상처로 쓰러지게 된다. 그때 유대인 부호 아이작의 딸 레베카의 간호를 받게 되고 그들 사이에 뭔가 감정이 싹트게 된다. 하지만 그것이 무르익을시간도 없이 로웨나 공주를 납치하려는 일당들에게 세드릭, 로웨나, 레베카, 아이반호가 모두 잡히게 된다.
우여곡절끝에 그 사실을 알게된 록슬리와 흑기사에 의해서 레베카만 제외하고 모두 구출하는데 레베카는 성전 기사단장으로부터 마녀로 지목당하고 재판을 받게 된다. 이때의 마녀 재판이란것은 시늉일뿐 그냥 화형당하게 되는 수순이었다. 이때 아이반호가 나타나서 결투를 통해서 레베카를 구하게 되는데 이때 흑기사가 신분을 밝히고 이 모든 사태를 수습하게 된다. 그는 바로 신분을 위장한채 돌아왔던 리처드 왕이었던 것이다.
이야기는 얼핏 전에 읽었는 내용이기도 하다. 사자왕 리처드는 워낙 이야기 소재로 많이 나오고 책에서 나온 록슬리는 로빈 후드의 이야기다. 당대의 이야기들이 여러 갈래로 전개되고 있는데 이것이 이어져서 영국 중세의 여러 법들이 등장하게 된다. 그것의 전초적인 시대가 바로 이때인것이다. 그리 복잡하게 전개되는 내용이 아니라서 책에 금방 빠져들게 된다. 각 인물들이 전형적이면서도 입체적인 묘사가 책을 더 흥미롭게 한다.
지금의 영국이란 나라의 정체성이 어떻게 합쳐져서 누대를 걸쳐서 형성이 되는지 이 책을 통해서 유추할수 있다. 앵글로색슨족과 노르만족이 각기 떨어져서 문화를 형성한거 같아도 그것이 서서히 융합되는 모습을 이 책을 통해서 느낄수 있다. 당시의 귀족의 분열, 그리고 중산시민의 형성등으로 인해서 영국의 민주주의가 발달하는 단초가 되는것이다.
우리나라에는 원작을 적당하게 각색해서 어린이용이나 청소년용으로 나온것은 있어도 이렇게 원전 그대로 나온 책은 잘 없는거 같다. 역사소설의 선구자의 대표작이면서 당대 영국의 생활상과 정치적인 이야기를 흥미롭게 잘 조합한 이야기라서 재미있게 읽을수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