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역사문화사전 - 알아두면 잘난 척하기 딱 좋은 잘난 척 인문학
민병덕 지음 / 노마드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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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가 우리에게 끼친 패악은 뭐 한두가지가 아니지만 근본적인 것은 과거와의 단절이다. 수백년 동안 내려온 삶의 방식을 일제가 자신들의 방법으로 강제한 결과 옛사람들이 어떻게 살았는가를 알 수 없게 되버렸다. 압제 시절이 없었다면 자연스럽게 익히고 알았을 일인데 그냥 옛날일로 생각하고 만다. 다행히 잊혀졌던 소소한 역사들을 퍼즐 맞추듯 하나씩 하나씩 찾아서 전체전인 우리의 옛 모습을 복원하고 있는데 이 책이 그런 역할을 하는 듯하다.


제목이 역사문화사전인데 그야말로 옛날 사람들은 오늘날과 어떻게 다르게 살았는가에 대한 총제척인 보고서다. 결론부터 말하면 형태는 다를지언정 비슷하게 살았다고 말 할 수 있었다. 우리가 생각하지 못했던 제도나 풍습이 옛날의 그 시절에도 많았던 것이다. 첨단산업이 발달하고 옛날에 치환될 수 없는 기기들이 나와서 삶의 모습이 달라지긴 했어도 사람들 생각하는 건 예나 지금이나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게 한 내용이었다.


책은 여러 분야에서 우리가 몰랐던 일들을 다루고 있는데 짧게 짧게 여러편을 소개하고 있어서 아무 쪽이나 펼쳐서 읽으면 재미있을 부분이 많다. 그렇게 해서 첫번째로 본 부분은 코끼리다. 이 동물은 우리나라에서는 살지 않는데 어떻게 살았을까. 답은 외국과의 교역때문이다. 아마 조선 이전에 시대에도 있었을지도 모르는데 이미 조선에서는 초기 태종때 있었는데 이 이상한 동물은 쓸곳은 별로 없는데 먹는 것이 많아서 천덕꾸러기였다고 한다. 이곳 저곳을 떠돌아 다녔다고 하는데 어디서나 환영받지 못했다고 한다. 코끼리를 소 대신에 농사에 썼으면 더 많은 코끼리가 수입 될 수도 있었을꺼란 생각도 들었다.


우리나라는 인쇄술로 유명하다.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 생산국이기도 한데 손으로 써서 만든 필사본이 발달해서 목판 인쇄술이 발명이 되었고 이것이 금속 인쇄술로 발전된 것이다. 많은 서책들이 발간이 되었는데 직지심경을 제외하고 현존하는 책이 없다는 것이 아쉽다. 관공서나 돈 있는 개인이 소수로 책을 출판했기때문에 오늘날과 비슷한 출판 산업은 발달하지 못했다. 그러나 조선 후기 매매를 목적으로 간행된 방각판이 나왔다고 한다. 이때 나온 출판물로는 서당의 학습용 서적이나 여러 소설류가 있었는데 뛰어난 인쇄술을 발판으로 진작에 산업화를 했다면 우리의 국력이 일찍 부강해졌을꺼란 아쉬움이 있었다.


책은 재미있다. 알고 있는 부분도 많고 새로 알게 된 부분도 많았다. 우리나라의 저력을 느끼게 하는 부분도 있었고 역사 발전을 후퇴시키는 여러 부분들도 있어서 아쉬움도 있었다. 전체적으로 지나간 시대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시켜주는 내용이 많았다. 물론 이 책으로 앞 시대 사람들의 삶을 다 알 수는 없겠지만 어떻게 삶을 이어갔는지 대략적으로 상상 할 수 있는 것이다. 몇시부터 몇시까지 일하고 무엇을 먹고 볼일은 어떻게 보며 결혼이나 휴가 같은 우리가 실제 매일 마주치는 문제들을 과거의 사람들은 어떻게 대처했는가를 잘 알려주고 있어서 흥미로왔다.


시리즈는 잘난 척 하기 좋다고 하지만 너무 짧아서 잘난 척 하긴 어렵겠고 지식에 대한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자극이 되기엔 좋은 책 같다. 이 책에서 흥미를 가진 부분을 더 자세히 공부하게 되는 기회가 될 수도 있을꺼 같다. 이리저리 머리 아플때 아무렇게나 펴 놓고 읽다보면 빠지게 되는 그런 책이라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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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 눈
딘 쿤츠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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딘 쿤츠는 묵직하면서도 속도감있는 글을 잘 쓰는 작가라서 그전부터 주목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정말 대박을 친 작품을 냈다. 그런데 사실 이 작품이 지금 나온것이 아니라 무려 40여년전 1981년에 나온 책이라고 한다. 1981년이면 우리나라에서 막 칼라텔레비젼이 나와서 신기해하던 세상이었다. 아무리 상상력이 뛰어나다고 해도 그때 이미 이런 생각을 했다는 사실이 정말 놀라울 뿐이다.


이야기는 어린 아들을 잃은 한 어머니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라스베이거스에서 유명한 무용수이자 안무가인 티나는 어느 날 아들인 대니를 사고로 잃고 만다. 남편과의 사이가 좋지 않아서 결국 이혼까지 했던 터라 그녀에게는 아들이 최고의 삶의 희망이었다. 이제 그 희망이 사라진 것이다. 살아가기 위해서 라스베이거스의 쇼에만 집중하던 그녀에게 이상한 일들이 일어난다. 집안의 물건이 들썩들썩거리고 알수없는 악몽까지 꾼다. 이것이 모두 아들을 잃은 것에서 오는 망상이라고 여겼던 티나. 그러나 이 이상한 일들은 계속된다. 칠판에 글이 써지고 컴퓨터에서 이상한 글들이 출력되고.


서서히 이 일들이 심상치 않다고 여긴 티나. 그러나 아무도 그의 말을 믿지 않고. 그리고 이것이 대니의 신호가 아닐까 생각을 한다. 사실 사고로 죽었다는 것만 알지 시신을 확인하지 못했던 터였다. 아들이 살아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명확한 증거가 없다. 그러던 중에 변호사인 엘리엇을 알게 된다. 다정한 그에게 빠져들던 티나는 아들이 살아있을지도 모른다는 속내를 털어놓는다. 하지만 아무리 그녀에게 마음이 있던 엘리엇이라고 해도 그것에 동의할 수는 없는 법.


그러던 중에 티나의 전 남편인 마이클이 살해된다. 이어서 엘리엇과 티나에게 죽음의 마수가 뻗어온다. 이것은 국가 기관이 개입한 일이라는 것을 짐작하게 된다. 마침 엘리엇이 변호사 이전에 정보원이었던 이력이 있어서 엘리엇의 주도로 정체모를 집단의 추격에서 도주를 하게 된다. 그리고 아들이 사고를 당했던 곳으로 가게 된다. 과연 대니는 살아 있을까.


요즘 시점에서 보면 조금 밋밋할 수는 있지만 40년전에 쓰여진 작품이라고 생각하면 상당히 밀도있는 이야기이다. 미스터리와 스릴러 그리고 초자연적인 이야기가 함께 버무려 있다. 초반에는 상황 설명이 있어서 조금 느리게 진행되지만 중반부터 이야기가 긴박하게 이어지면서 속도있게 전개된다. 단 4일동안에 일어난 일이라서 더 밀도감이 있다.


이 이야기는 최근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서 더 주목받는 책이다. 그동안 출간되지 않다가 책 내용중의 특별한 부분과 관련해서 출간이 되었는데 사실 그 부분은 그리 비중이 크게 차지하는건 아니지만 소재가 독특하고 이번의 사태에 관련이 있다는 것이 흥미롭다.


이 책으로 딘 쿤츠라는 작가의 이름이 더 알려질꺼 같다.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유명세에 비해서 많이 알려지지 않았는데 이번에 많이 각인이 될꺼 같다. 아주 속도있는 작품은 아니지만 여러 장르의 특징을 잘 합친 재미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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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 - 공산주의 붕괴와 소련 해체의 결정적 순간들 마이클 돕스의 냉전 3부작
마이클 돕스 지음, 허승철 옮김 / 모던아카이브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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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미소 대립은 매일 뜨는 태양처럼 늘 존재하는 상황이었고 그것이 흔들릴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었다. 북한과 현실적으로 대립하고 있어서 많이 의식하지 않아서 그렇지 미소 냉전은 지구 멸망 끝까지 갈 것 같았다. 그러나 그 냉전이 끝났다. 그것도 하루아침에.


초기 자본주의의 여러가지 큰 문제점으로 인해서 사회주의나 공산주의는 어찌 보면 필연적으로 등장할 수 밖에 없었다. 막 산업혁명이 시작되면서 사람들이 인간이 아닌 자본가의 소모품으로 전락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하든 그것을 타파하기 위한 사상이 나올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것이 마르크스의 공산주의 이론이고 이것이 실제적으로 출연한 것은 바로 소련이다. 러시아 황실의 무능과 폭정으로 혁명이 일어나고 결국 붉은 군대가 소련을 세웠을 때 모든 세상은 곧 공산화가 될꺼라 믿었던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나 공산주의 이데올로기는 오래갈 수 없는 상상의 체제였다. 인간 기본의 의식인 '욕망'을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마 소련이라는 덩치 큰 국가에서 나타나지 않았다면 이토록 오래가지는 않았을 것이다. 소련이었기에 그나마 버틴 거지 아니면 벌써 무너졌을 것이다. 이 체제는 처음에는 효율적이고 생산적이어서 모두에게 만족감을 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개인 한 사람 한 사람의 인간성을 존중하지 않는 시스템은 결국 모두에게 불만을 갖게 하고 그것이 합쳐질때 무너지게 되어 있다.


이 책은 그런 소련의 냉전이 어떻게 진행되고 어떻게 망하게 되는지에 대한 상세한 다큐멘터리다. 이미 시리즈 1편과 2편을 통해서 냉전의 시작과 중간을 잘 알 수 있었는데 이 책은 시리즈의 마지막으로 냉전이 끝나기 전 시점부터 끝날때 까지를 알려주고 있다.


미국이 70년대 베트남 전쟁의 수렁에 빠져서 허우적 대다가 겨우 겨우 발을 빼는 것을 봤으면서도 소련은 똑같이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했다. 문제는 소련은 소련이지 미국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아무리 군사력이 강해도 기본적으로 미국에 비해서 재정적인 면이 약할 수 밖에 없다. 그런데도 밑도 끝도 없는 전쟁에 휘말리게 된 소련은 이 전쟁으로 인해서 수많은 사상자와 함께 체제 붕괴의 서막을 열게 되었다.


한편 점점 더 서방과의 경제적 격차가 벌어지고 전쟁으로 인해서 경제 상황이 더 악화되면서 이 난국을 타개 하기 위한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었다. 소련 최고 지도자인 서기장은 흐루시초프 이후로 늙은 통치자들이 지배했는데 소련 몰락의 기세를 막을 능력은 없었다. 그중 안드로포프가 개혁의 뜻을 보이긴 했지만 얼마 못가 사망하고 실제적인 개혁은 고르바쵸프의 시대가 와서야 이루어졌다. 농업쪽에서 일도 했었던 고르바쵸프는 소련의 생산성이 형편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고 소련의 안에서 부터 망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제 소련의 앞날은 개방과 개혁뿐이라고 여겼던 이 젊은 서기장은 미국과 군축을 협상하고 여러 서방세계와 협력을 다짐했다. 절대로 교류하지 않을 것 같았던 우리나라와도 외교 관계를 수립하고 서울 올림픽에 참여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누가 알았으랴. 소련을 살리기 위해서 개방을 했던 것인데 결국 그것 때문에 해체가 되고 말았다는 것을. 


수 십년 동안 인민을 억압하고 민주주의 이론을 말살했던 소련에서 급속한 개방 개혁은 다른 결과를 일으켰다. 폴란드는 자유 노조를 결성하고 공산당을 몰아낼려고 했고 다른 동구권 국가들도 소련의 눈치를 보지 않고 기지개를 펼치게 되었다. 서방의 지원으로 경제를 살리려고 했지만 이미 망가진 소비에트식 경제는 소생하기 어려웠고 모든 사람들에게 불만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고르바쵸프에 반감을 가진 공산당 내부와 군부의 협력으로 반란이 일어난다. 하루아침에 고르바쵸프는 실각하고 옛 체제로 돌아가는 듯 싶었다.


그러나 비록 경제 재건에 실패를 하긴 했지만 고르바쵸프가 뿌린 개방 의식은 소련 국민들이 쿠데타를 인정하지 않게 했다. 옐친을 중심으로 한 국민의 단합된 힘으로 반란을 진압하게 되었고 고르바쵸프는 돌아왔지만 옛날의 힘을 잃게 되었다. 그리고 1991년 12월 25일 크리스마스에 공식적으로 세계 최초이자 최대의 공산주의 국가가 종말을 맞게 된다. 


책은 미소 냉전이라는 큰 틀에서 소련이 어떻게 변모해나가고 어떻게 몰락하게 되었는지를 흥미롭게 잘 설명해주고 있다. 지은이가 소련 주재 미국 기자인데 역사의 순간에서 직접 겪은 일들과 여러가지 자료들을 잘 배합 해서 바로 앞에서 보는 듯이 상세하게 잘 재현해 냈다.

냉전이라는 오랜 기간의 일들을 한번에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여러가지 알아야 할 사실들이 많아서 쉽게 알 수 없는 역사인데 기자답게 중요한 핵심적인 일들을 중심으로 현장감있게 잘 표현을 해서 냉전 시대는 어떠했는지를 잘 알 수 있게 했다. 제정 러시아를 이은 소련 이라는 나라의 역사를 딱딱하게 나열하는 역사책이 아니라 어떨때는 르포같고 어떨때는 다큐같은 느낌을 주면서 소비에트 냉전의 시작과 끝을 잘 풀어낸 역작이다. 번역도 매끄러워서 이 시절을 알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시리즈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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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첩보전 2 - 안개에 잠긴 형주
허무 지음, 홍민경 옮김 / 살림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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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에서 가장 클라이막스는 어디일까. 보통 적벽대전을 말하는 사람이 많은데 일리있는 말이다. 적벽대전을 통해서 위가 대패하면서 오와 촉이 홀로서기를 할 수 있는 시간을 벌었고 이야기 자체가 흥미롭고 재미있는 구석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삼국지의 최고 중요한 순간은 바로 관우의 죽음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위촉오 세 나라의 군주는 다들 나름의 이야기가 있고 또 나름 영웅들이긴 한데 밑바닥에서부터 올라온 유비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많다. 결과적으로 조조를 무너뜨리지도 못하고 결국 조조의 후신에 의해서 촉이 멸망하긴 하지만 유비,관우,장비 이 세 사람에 심정적으로 동조하는 면이 많은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형주를 홀로 지키다가 결국 오나라에 의해 죽게 되는 관우 부분이 삼국지 통틀어서 제일 슬프고 중심되는 부분이다. 어떤 사람은 관우의 죽음과 함께 이성을 잃은 장비와 유비의 모습으로 인해서 더 이상 안 읽는다고 하는데 실제로 촉나라 전력의 큰 부분을 차지하던 형주를 잃음으로써 촉한은 성장 가능성을 잃어버리고 그저 수성의 위치만 있을수 밖에 없었다. 


형주는 오나라로 진출하기에도 좋았고 위를 공격하기에도 좋았던 지리적으로도 요충지였고 생산물자도 풍부하고 그것을 옮기기에도 좋은 전략지였기에 그것을 잃은 것은 큰 손실이었던 것이다. 무엇보다 한날 한시에 죽자고 맹세한 유비,관우,장비 세 사람의 운명이 이것으로 끝나게 되는거나 마찬가지여서 형주 관우의 이야기가 삼국지 최고의 중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1부에서 정군산 전투의 패배로 귀신첩자인 '한선'을 잡기 위해서 전력을 기울인 위. 당시 각국에는 정보기관이 있었으니 위에는 진주조, 촉에는 군의사, 오에는 해번영이라고 불렸다. 이들이 한선의 정체를 밝힐려고 무척이나 애를 썼으나 그 행방을 알 수는 없었다. 그 와중에 위의 진주조에서 활약했던 '가일'은 위나라에서 죽을 운명이었으나 뜻밖에 한선의 도움으로 오나라로 오게 된다. 자신이 잡으려고 했던 상대에게서 구원이라. 그러나 가일은 해번영으로 와서 새로운 삶을 살기로 하지만 적국의 첩보원이었던 가일에게 어딘지 싸늘한 느낌이다.


그러던 와중에 오나라 내부의 암투가 있게 되고 우여곡절끝에 가일은 형주로 가게 된다. 거기에서 오나라 장수 감녕의 암살 사건과 관련해서 조사를 벌이다가 일이 발생하면서 간자로 찍혀서 또 도망자의 신세가 된다. 그리고 형주를 둘러싸는 짙은 암흑의 구름. 오나라 손권의 형주에 대한 야심이 펼쳐지게 되고 관우는 혼자서 대적을 맞이하게 된다. 이 상황의 배후에 한선이 자리잡고 있고...과연 한선은 누구의 편이며 무엇을 얻으려고 하는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삼국지의 이야기에 실제로 있었던 역사적 사실을 접목하고 큰 설명없이 지나갔던 여러 배경들을 상세하고 치밀하게 복원함으로써 삼국지와는 또다른 결의 재미를 주는 책이다. 역사적인 내용이라서 역사 소설이면서 첩보의 이야기를 담아서 첩보 소설이기도 하다. 그리고 궁극적인 주인공인 '한선'을 쫓는 이야기라서 미스터리 소설이기도 하다. 삼국지라는 것과 관련없이 삼국시대가 배경인 미스터리 첩보물이라고 생각해도 좋을 듯 하다. 


삼국지에서 큰 전투 위주로 넘어가서 상세한 전개 과정이 궁금했는데 이 책을 통해서 그런 전투가 어떤 상황에서 이루어지고 전개가 되는지 잘 알 수 있어서 좋았던 책이었다. 아무래도 삼국시대가 배경이고 삼국지 이야기가 주요 내용인 책이라서 삼국지를 아는 사람이 읽으면 더 흥미롭게 읽을 책이다. 삼국지를 이렇게도 해석해서 낼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재미있게 읽을 새로운 스타일의 삼국지다. 과연 '한선'의 정체는 밝혀질까. 뒷 편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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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첩보전 1 - 정군산 암투
허무 지음, 홍민경 옮김 / 살림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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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시대 구분에서 삼국의 쟁패를 다룬 삼국의 역사는 큰 부분이 아니다. 삼국 시대라고 하지도 않고 그냥 위진남북조 시대라고 한다. 그 시기가 짧았고 역사적으로 아주 중요한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니라서 위상면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 얼마 안되는 기간 위촉오의 삼국 간의 이야기는 삼국지연의라는 소설을 통해서 수 백년을 이어서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불멸의 이야기가 되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말하는 삼국지 바로 그 삼국지다.


이 소설에는 인간의 희노애락이 절절하게 잘 표현되면서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에 대해서 재미도 있지만 많은 교훈을 준다. 그래서 오늘날에도 삼국지를 분석하는 여러 책들이 있고 이것을 바탕으로 게임이나 만화 등으로 관련된 많은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다. 그야말로 콘텐츠의 원천인 셈이다. 이미 삼국지를 여러 각도에서 보는 책들이 많이 나오고 있는데 기존의 유비를 중점으로 하는 책과 달리 조조를 정통으로 삼는 책도 나왔고 중요 인물 별로 주인공 삼아서 이야기를 전개하는 책들도 있다. 이번에 나온 책은 삼국지를 하나의 거대한 책략의 장으로 설정하고 그 속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첩보전을 그린 소설이다.


제목처럼 삼국간에 서로를 염탐하고 공작을 펼치는 첩보전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전개시키고 있는데 신선한 느낌이 든다. 사실 첩보전이라는 것이 오늘날에 발달한 것이 아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그 개념이 있었던 것이다. 삼국 시대보다 더 오래전인 춘추 전국 시대에 활약했던 책략가 손무는 그의 유명한 책인 손자병법에서 간자 즉 간첩을 쓰는 것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그것을 통해서 적의 단점을 간파해서 우월한 지위를 가져서 상대방과 싸우지 않고도 이기는 것을 목표로 했다. 적을 알면 언제라도 이길 수가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삼국 시대에도 치열한 첩보전이 벌어졌으리라는 것은 상상 할 수가 있다. 이야기는 그것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1권에서는 정군산전투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가 된다. 정군산전투는 삼국시대 초기에 중요한 위치에 있는 전투다. 간신히 촉한을 세웠지만 아직 기반이 튼튼하지 않던 촉에게 이 전투의 승리는 촉이 스스로 일어설 시간을 벌어준 전투였다. 당시 승리의 행방은 위에게 더 있었다. 막강한 국력의 위였고 무엇보다 하우연이라는 맹장이 이끌고 있었기에 아무리 신예의 촉한이라고 해도 하우연의 위군을 이기기는 힘들어 보였다.


그러나 그런 하우연이 대패했다. 그것도 하우연이 힘 한번 못써보고 졌고 게다가 그 자신이 죽고 말았다. 이 정도면 위에게는 큰 타격이었다. 그렇다면 촉군이 그렇게나 강했을까. 촉이 약한건 아니었지만 이렇게나 위가 무기력하게 패한 정도는 아니었는데 모든 면에서 완패하고 말았다. 그 이유는 위의 전력이 고스란히 노출이 되어서 군사가 어디에 어떻게 배치되고 어느 부분이 약하며 어떻게 군이 전개가 될 것인가를 촉이 다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손바닥안에 훤히 들여다보고 공격을 하는데 이길 재간이 있을까. 


이것을 가능하게 한 것은 '한선'이라는 존재 때문이었다. 그는 삼국 어디에서 속하지 않고 독자적인 활동을 하는 사람이었는데 그의 촉수가 뻗어있지 않은 부분이 없었다. 그는 과연 누구의 편일런지. 삼국 시대의 이야기 전개와 결말을 아는 삼국지팬으로써 정말 그가 어떻게 활동을 하게 되고 또 역사적 사실에 얼마나 부합하게 될지 흥미로왔다. 한선이 삼국을 좌지우지 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삼국의 향배를 가로지르는 사건에는 첩보가 있었고 그 첩보를 배경으로 제대로 대응했는 나라가 승리했을 것이다. 그런만큼 한선이 어디까지 침투가 되고 이 비밀에 쌓인 조직을 어떻게 추적하는지가 이야기의 핵심이었다. 


이야기는 재미있다. 방대한 삼국지 이야기 중에서 중요 사건에서 어떤 첩보전이 오갔는지 그것을 바탕으로 사건이 어떻게 전개가 되었는지를 뽑아서 이야기하고 있는데 속도감도 있고 흡입력있었다. 다 아는 내용이라고 생각했던 삼국지 이야기의 새로운 재미를 느끼게 해준 책이었다.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되는 긴박한 상황이 어떻게 전개가 될런지 2편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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