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클럽
레오 담로슈 지음, 장진영 옮김 / 아이템하우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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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지지 않는 해라고 불렸던 영국의 국력이 세계 최강이었을 때 이 나라가 단순히 무력이 쎄서 그런 것은 아니었다. 물론 군사력으로 다른 나라를 압도했기 때문에 국력이 컸다고도 볼 수 있겠지만 그것과 함께 내적인 능력도 컸기에 오랫동안 제국으로써 있을 수 있었던 것이다. 군사력과 함께 인문학적인 능력도 대단해서 세계에 끼치는 영향력이 컸다. 인문학, 철학, 역사학, 미술학 등등 우리가 오늘날에도 언급하는 많은 부분이 영국이 잘 나갈 때 이룩했던 학문의 성과다.


원래 난세에 인물이 많이 난다고 했다. 우리의 과거를 보면 임진왜란때나 조선말의 국권상실기에 많은 인물이 나서 임진년에는 성공을 했지만 조선말에는 결국 실패를 했다. 그러나 그 어느때보다 많은 위인이 있었는데 영국은 자신들의 국력이 컸을때 많은 인물이 나왔다. 이 책은 그 잘 나가는 때의 영국 인물들의 이야기를 담은 일종의 집단 전기이다.


일단 책 제목인 더 클럽이란 것이 무엇인가. 그것은 하나의 모임이었다. 단순하게 친목을 다지는 사교 클럽. 하지만 참석하는 인물들의 면면을 보면 엄청나다. 새뮤얼 존슨 , 조슈아 레이놀즈 , 애덤 스미스 , 제임스 보즈웰 , 에드먼드 버크 , 에드워드 기번 등등. 이중에서 한 두명은 이름을 들어봤을 것이다. 에드워드 기번은 '로마제국 쇠망사'를 쓴 저명한 역사학자고 애덤 스미스는 저 유명한 '국부론'을 쓴 경제학자다. 새뮤얼 존슨은 당대 최고의 영국 문학 비평가이자 시인이었고. 이처럼 대단한 인물들이 모였던 모임이라니 그 자체가 대단하지 않았겠는가.


모임 자체는 거창할지 몰라도 모이게 된 계기는 그냥 단순하고 소박했다. 바로 먹고 마시면서 마음을 위로하기 위함이었다. 미술가인 조슈아 레이놀즈가 울적해하던 새뮤얼 존슨을 위로하기 위해서 만들었다고 한다. 선술집에서 술 한잔 하면서 여러가지 이야기를 할 때 새뮤얼 존슨이 생기가 있었기에 친구인 조슈아 레이놀즈가 모임을 만든 것이다. 아마 처음에는 가까운 사람 몇 사람이서 모였을 것이다. 그것이 새뮤얼 존슨을 고리로 여러 저명한 학자 정치가들이 모이면서 그럴싸한 클럽이 되었다. 이들이 술만 마신건 물론 아닐 것이다. 그 속에서 여러 사안에 대해서 토론도 하고 격렬한 논쟁도 하면서 서로에게 영향을 미친 것이다.


이 클럽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은 새뮤얼 존슨과 제임스 보즈웰이다. 모임의 고리가 되는 것이 새뮤얼 존슨이기 때문에 그가 중요한 위치에 놓였고 이 클럽에서 인상적인 이야기나 각 인물의 일대기가 바로 제임스 보즈웰에 의해서 쓰여졌기 때문이다. 제임스 보즈웰은 뛰어난 기억력으로 각 인물에 대한 전기를 풍부한 글로 되살려내고 있다. 물론 그의 주관적인 입장에서 쓴 글이라서 객관성이 떨어질 수도 있지만 그 어떤 누구보다도 가까운 위치에서 오랫동안 있었던 일들을 적었기 때문에 오히려 객관적으로 바라 볼 수 있는 것이다.


제임스 보즈웰과 새뮤얼 존슨은 처음 만났을때 각각 50대와 20대였다. 거의 30년이 차이났던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곧 말이 통했고 곧 둘도 없는 벗이 되었다. 당대 최고의 문학가였던 새뮤얼 존슨을 제임스 보즈웰이 많이 따랐던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훗날 제임스는 새뮤얼의 전기를 쓰기도 한다. 보즈웰의 명성이 그리 높지 않았기에 클럽에 들어가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았는데 존슨이 다른 회원들을 설득해서 결국 클럽의 일원이 된다. 그가 클럽에 들어가게 됨으로써 이 역사적인 클럽의 진가가 훗날에 전해지게 되는 것이다.


책은 새뮤얼 존슨을 중심으로 여러 인물들의 일생을 이야기하는 집단 전기의 성격을 띈 내용이다. 아주 세밀하게 쓴 평전이라기 보다는 굵직 굵직하게 일어난 일들을 기록하면서 그 속에서 각 인물의 성격이나 스타일을 짐작하게 하고 있다. 앞부분은 실질적인 주인공인 새뮤얼 존슨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글쓴이인 제임스 보즈웰의 부분도 상당하다. 후반에 들어가서 상대적으로 짧지만 애덤 스미스나 에드워드 기번 같은 다른 클럽 멤버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있다.


그렇게 빛나던 클럽은 새뮤얼 존슨이 죽고 글쓴이인 제임스 보즈웰이 모임에 나가지 않음으로써 재미있고 편안하던 분위기가 빛이 바랬다. 클럽 자체는 존속했고 나름 유명인들이 계속 들어왔지만 유명하고 능력있는 인물들이 빠지는 경우도 흔했고 나중에는 정계와 귀족 모임으로 비춰지게 되었다. 여성은 들어갈 수 없었기에 끝까지 남자들만을 위한 모임이었다.


책은 재미있다. 18세기 후반 당대 최고의 인물들이 한 선술집에 모여서 정기적으로 토론과 유흥을 즐겼다는 더 클럽이라는 모임 자체가 흥미로왔다. 이들의 모임에서 당대 영국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집단 전기라는 독특한 형식의 내용도 잘 못봤던 구조여서 색다른 느낌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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