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 - 오스만 제국에서 아랍 혁명까지
유진 로건 지음, 이은정 옮김 / 까치 / 2016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오늘날 우리가 중동이라고 불리는 아랍은 테러와 관련해서 많은 비난과 함께 오해를 낳고 있는 지역이다. 아랍이 일방적으로 잘못했는가? 만일 그렇다면 온 지구상의 국가들이 아랍을 지도상에서 없애려고 했을 것이다. 그러나 역사상 한쪽이 전부 잘못 한 경우는 없다. 얽히고 설켜서 시초를 찾을 수가 없지만 다른 쪽에서도 그만큼의 잘못을 했는 것이다. 아랍의 역사를 알아야 이 지독한 갈등의 현상을 조금이나마 완화시킬 수 있다. 아랍에 대한 무지는 갈등을 더 악화시키기 때문이다.


우선 아랍의 뜻부터 살펴봐야 할 것이다. 아랍은 아랍어를 모국어로 쓰는 지역이라는 뜻인데 지리 문화적으로 북아프리카의 모로코에서부터 동쪽으로 사우디, 카타르까지가 아랍 지역이라고 할 수있다. 이 지역의 주된 종교가 이슬람교라서 아랍이 곧 이슬람이라고 오해하는 경우가 있는데 아랍지역에는 기독교도 있어서 지역과 종교는 일치 하지 않는다. 이란과 터키는 이슬람 국가지만 아랍은 아닌 것이다. 아시아에 있는 인도네시아도 이슬람교를 믿는 사람이 많지만 아랍이라고 하지 않는 것과 같다.


이 책은 기본적으로 아랍의 역사 중에서 500여년에 이르는 아랍 근대사를 이야기하고 있다. 이 시기가 오늘날 아랍의 정체성과 여러가지 문제점을 형성시키는 중요한 시대이기에 이 때를 잘 이해한다면 오늘날 아랍 정세를 이해 할 수 있는 것이다. 지은이는 아랍의 근대화의 시작을 오스만 제국의 아랍 정복으로 정하고 있다. 오스만은 북아프리카에서 아시아에 이르는 대제국을 건설했는데 이 판도안에 아랍 지역이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원래는 아랍인 자신들이 거주하던 각 지역 대도시의 통치를 받았지만 이제는 저 멀리 이스탄불의 술탄에게서 모든 통제를 받아야 했다. 이때가 외부 세력에 의해서 아랍이 지배당하게 된 처음의 시기였다.


처음에 오스만의 정책은 너그럽다고 할 만했다. 제국을 인정하고 술탄의 권위에 따른다면 큰 압박이 없었다. 아랍인들은 자신들이 살아온 방식 그대로 살아가면 되었고 정해진 법에 따라서 세금을 내고 제국의 신민으로 잘 살 수 있었다. 그러나 오스만 제국의 힘이 약해지면서 평화가 깨지기 시작했다. 오스만은 제국의 여러 권역에서많은 도전을 받게 되었다. 유럽의 경쟁자들에게 크로아티아, 헝가리, 트란실바니아, 포돌리아, 우크라이나 영토를 잃게 되었던 것이다. 영토의 상실은 필연적으로 재정의 궁핍으로 이어져서 아랍에 대해서 여러가지 압박이 가해지기 시작했다.


문제는 오스만이 개혁을 한다면서 오스만 민족주의를 강요했다는 점이다. 오스만 사회의 다양한 민족과 종교적 구분을 초월해서 오스만주의라는 새로운 정체성을 조장하려고 했던 것이다. 한마디로 '오스만인' 이라는 정체성을 통해서 외부의 침략에 대응하고자 했는데 이 과정에서 각 지역과 종교에 새로운 압력으로 작용했고 이것에 대응해서 강력한 반발을 일으키게 되었다.


이미 오스만은 무늬만 제국일뿐 그 힘과 영향력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었는데 영국과 프랑스를 위시한 서방 기독교 세력의 성장과 함께 아랍 세계의 독립 열망으로 더욱 더 궁지에 몰리게 되었다. 오스만이 결정적으로 망하게 된 것은 제 1차 세계대전에서의 패전때문이다. 한마디로 줄을 잘못 섰는데 독일을 편들었다가 패배하게 되었던 것이다. 당연하게 독립을 할 줄 알았던 아랍은 오스만 대신에 영국과 프랑스의 식민 지배를 받게 되었다. 평범한 아랍인들은 대아랍국가가 생기기를 바랬지만 이미 각 지역별로 작은 민족주의가 부상하고 있었다. 


2차 세계 대전이 발발하면서 수세에 몰린 영국과 프랑스는 아랍인들에게 협력을 댓가로 독립을 약속했다. 그러나 이들의 약속은 진실되지 못했고 오스만의 지배와 영프의 식민지 시절로 인해서 하나의 민족 공동체가 되기가 어렵게 되었다. 게다가 아랍중에서 팔레스타인은 영국이 이스라엘과도 이중 계약을 하는 바람에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문제의 근원이 되었다.


비록 하나의 공동체를 형성하는데는 실패했지만 전후 탈식민지화의 바람으로 독립을 이루게 되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미국과 소련의 냉전이 기다리고 있었다. 2차 세계 대전이 끝나면서 시작된 이 두 강대국간의 경쟁에 아랍 세계는 속수무책으로 끌여들어갈수밖에 없었는데 두 진영 모두와 잘 지낼 수는 없고 한쪽에 서야 했던 것이다. 아랍은 비동맹운동을 통해서 중도의 길로 갈려고 했지만 당시는 그런 제 3지대가 있을 수가 없었다. 미국 아니면 소련이었던 것이다.


냉전이 끝났다고 해서 아랍이 진정한 독립의 분위기가 된 것은 아니었다.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이후로 유일 초강대국 미국의 영향력이 온 아랍 세계를 뒤흔들었다. 미국의 대아랍정책은 오락가락했고 이슬람 교조주의의 부상과 테러리즘의 등장으로 아랍은 새로운 화약고가 되었던 것이다.


책은 오스만 제국의 아랍 정복에서부터 세계 대전을 거쳐 식민지 시절과 냉전 그리고 각자도생하게 되는 복잡한 아랍의 근대사를 일목요연하게 잘 보여주고 있다. 아랍이 왜 오늘날 분쟁의 주된 장소가 되었는지 그 역사적인 근원을 바라보게 하였고 현상을 이해하게 하였다. 오스만과 영국 프랑스, 그리고 미국과 소련이라는 당대 최고의 강대국의 영향력에 지배당하게 된 것이 아랍에게는 불행의 씨앗이라고 하겠다. 하지만 이 절망스런 상황속에서도 독립 국가를 이루어냈고 2011년에는 도미노처럼 독재 정부를 타도하고 민주주의를 쟁취하게 되었다. 오랜 세월이었지만 결국 어느 정도의 진전은 있었던 것이다. 이제 남은 것은 진정으로 하나의 대아랍의 탄생과 평화일것인데 과연 가능할런지 모르겠다.


우리에게 멀리 있다는 이유로 아랍에 대해서 많이 모르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우선 정책은 아랍에 있고 유사시에 주한미군이 이동하기때문에 우리와 아주 연관이 없는 것은 아니다. 아랍에 평화가 온다면 그만큼 우리에게도 기회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아랍의 역사를 객관적으로 알아 가는 것이 가치가 있다고 생각이 든다. 그런 아랍을 알아 가는 관문으로써 이만한 책도 없다. 아랍의 역사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책이 별로 없는데 이 책만 봐도 아랍의 근대화 흐름을 이해할 수 있어서 아랍에 대해서 알아가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봐야할 책이다. 


"본 서평은 부흥 카페 서평 이벤트(https://cafe.naver.com/booheong/196300)에 응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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