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별 1 - 경성의 인어공주
나윤희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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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안데르센의 동화 인어 공주를 읽으면서 마음에 안 들었던 것이 있다. 그렇게 마음씨 고운 인어공주가 결국은 사랑을 얻지 못하고 자신의 몸을 버리게 된다는 결말이 슬프기도 하지만 화가 났던 것이다. 지금도 마찬가지로 그 결말이 별로 마음에 안 든다. 왕자와의 사랑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그냥 바다에서 살아가면 되는 것이지 죽을껀 뭐란 말인가. 그런 마음이 있었는데 이번에 인어공주를 모티브로 한 웹툰이 나왔다. 바로 이 책 고래별이다. 처음에 그림이 이뻐서 보기 시작했는데...몇 시간 걸려서 다 본다고 다른 일을 못할 지경이었다. 정말 재미있고 흥미로운 이야기다.


주인공은 어린 나이에 아버지의 빚 대신 대지주 집안에 몸종으로 팔려간 수아다. 당시는 일제 식민지 시절. 수아가 있던 집은 일제에 협력한 친일파 대지주의 집이었고 그가 모시게 된 아씨는 그 친일파의 딸이었다. 말동무라도 하라는 의미로 수아가 몸종이 된 것이었다. 그렇게 살아가던 수아는 어느날 바닷가에서 쓰러져 있는 한 청년을 발견한다. 알고 보니 며칠전에 독립 운동 관련해서 동네를 떠들석하게 했던 그 사람이다! 하지만 사경을 헤메는 그 사람을 보고는 무턱대고 사람 살리는데 마음이 쏠린다. 그의 이름은 의현. 우여곡절끝에 살리게 되지만 그를 무사히 빠져나가게 하는 것이 급선무다. 


궁리를 하던 중에 의현은 수아에게 안녕을 고하지도 못하고 떠나가게 되고 수아가 독립 운동 활동에 지장을 줄까 염려한 다른 독립 운동가들에게 목숨을 잃을뻔 한다. 다행히 목숨은 건졌지만 목소리를 잃고 만다. 치를 떠는 수아에게 그렇다고 어떻게 할 방도도 없다. 그러던 중 모시던 아씨의 죽음으로 인해 수아는 정처없이 서울로 가게 된다. 거기서 극적으로 의현을 만나게 되지만 의현이 머무는 곳은 독립운동의 근거지였고 그 속에서 수아는 새로운 삶을 살게 된다.


이야기는 인어 공주에서 모티브를 따 왔다고 하지만 전혀 의식이 되지 않을 만큼 이야기가 독창성 있게 잘 전개된다. 무엇보다 전형적인 인물이 없다. 등장하는 주요 인물 모두가 평면적이 아닌 입체적인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어서 의로운 모습과 냉혹한 모습, 다정하면서도 냉정한 모습 등을 잘 표현하고 있어서 인물들의 캐릭터가 생생하게 살아 있다. 독립 운동을 한다고 해서 마냥 선한 것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서 나쁜 선택을 하는 모습도 보이는 것은 우리가 실수투성이인 인간이라는 것을 잘 알려준다. 물론 친일파는 그냥 나쁜 놈들이다. 책에서 나오는 친일파들은 좋게 봐줄 구석이 하나도 없다.


무엇보다 주인공인 수가가 너무 아름답다. 수아가 살고 있던 군산의 토박이말이 참 정겹게 느껴지고 누구에게도 의지할 때가 없는 절박한 상황에서도 끝내 일어서는 수아의 모습이 참 마음 아프면서도 뭉클한 느낌을 준다. 초기의 그 순박하면서 순한 성격이 본의 아니게 독립 운동에 휘말리게 되면서 더 성장하고 현명하게 변할 것 같아서 기대가 된다.


한편 또 다른 주인공 의현은 친일파 아버지를 둔 독립 운동가다. 마음이 여리면서도 정의감이 투철해서 자신을 살려준 수아를 끝까지 책임지려고 한다. 인물도 잘 생겼고 마음도 착하나 그의 출신이 문제가 된다. 앞으로 그의 의지를 그대로 가지고 갈 수 있을지. 독립 운동을 하다가 변절한 경우가 제법 있기에 그의 행보가 어떻게 그려질지 모르겠다. 수아를 지키기 위해서 독립 운동의길을 포기할련지 아니면 독립 운동도 하면서 수아도 지켜낼지 두고 볼 일이다.


독립 운동속에서 피어나는 로맨스를 그린 본격 독립 운동 로맨스 고래별. 내용도 참 좋지만 그림이 참 이쁘다. 파스텔 색의 바다가 수아의 아름다움과 함께 뭔지 모를 슬픔도 함께 느끼게 하고 있어서 한참을 들여다보게 한다. 앞으로 어떻게 전개가 될지 기대가 되면서 또 책 한권이 나올 만큼의 분량이 될려면 오래 기다려야겠구나 하는 한숨이 나온다. 아직 다 안 본 사람은 책 봉인하고 완결되어서 한번에 보면 무척 행복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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