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자본색 - 우리가 몰랐던 조선 활자 이야기
이재정 지음 / 책과함께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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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쇄술은 중국에서 처음 발명했지만 우리 나라는 그것을 수입해서 더 나은 발전을 이루었다. 목판 인쇄는 어떻게 보면 쉬운 수준이었고 그것에서 더 나아가 활자를 만들어서 인쇄하는 기술까지 발달했다. 그 중에서도 압권은 바로 '금속 활자'다. 구리나 주석같은 금속을 이용해서 활자를 만들어서 책을 인쇄한 것인데 우리 나라는 공식적으로 세계 최초의 금속 활자 발명국이다. 그 유명한 '직지'가 바로 우리 나라에서 인쇄된 것이다.


그런데 직지는 고려 시대 유물이고 그 다음 왕조인 조선 시대의 금속 활자는 어떠한 가치를 지닐까. 고려 시대가 아니라서 큰 가치가 없는 것은 절대 아니다. 서양 인쇄술의 시조인 구텐베르크가 처음으로 인쇄기를 만들어서 책을 만든 것은 1455년경이라고 한다. 직지가 인쇄 된 것은 1377년이고 이 사이 78년간 우리 나라에서 금속 활자는 새롭게 만들어졌다. 즉 직지가 아니라고 해도 그텐베르크보다 수 십 년 앞선 금속 활자 기술력이 있었던 것이다.


이미 1403년 조선 초기 태종때 계미자가 만들어졌고 1420년 세종때는 경자가가 만들어졌다. 그리고 1434년에는 조선을 대표하는 최고의 금속 활자인 갑인자가 만들어졌다. 고려 시대의 금속 활자 기술이 조선에서도 꽃피웠던 것이다. 그런데 그런 15세기 활자가 몇 년 전에 발견이 되었다. 금속 활자를 만드는 재료인 금속은 당시에 쓰임새에 비해서 생산량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새로운 활자를 만들때는 그전에 만들었던 글자를 녹여서 만들었다. 그러기에 15세기 활자가 발견이 되었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었다.


발굴 당시에는 정상적인 보관 중에 발견이 된 것이 아니라 항아리 같은데 담겨있었다고 한다. 그냥 항아리에 담겨 놓고 파묻었던 것이다. 어떤 이유로 그렇게 땅에 묻었는지 여러 가지 설이 분분하지만 확실한 것은 없다. 중요한 것은 금속 활자가 발견되었다는 것. 그전에는 금속 활자로 찍은 책만 있었는데 이렇게 오래 전 만든 금속 활자를 대량으로 발견한 것은 정말 흥분되는 일이다.


책은 이 역사적인 발견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조선 초기에 만들어진 금속 활자들의 가치와 함께 현재 우리가 보유하고 있는 수 십만 점의 활자들이 얼마나 가치가 있는지에 대해서도 이야기 한다. 말 했듯이 금속 활자는 금속이 귀한 탓에 뒤에 만드는 활자를 위해서 앞에 만든 활자는 녹이기 때문에 실물로 전해지기 어렵다. 이것은 구텐베르크의 서양도 마찬가지다. 인쇄한 책 자체는 후대에 전해지는 것이 많지만 활자 자체는 그렇게 많지 않은데 우리 나라에서 이렇게나 많이 보유하고 있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세계적으로도 우리가 가장 많이 갖고 있다.


조선 시대 왕들은 역량이 된다면 금속 활자를 만들었다. 그 역량은 대부분 국력도 괜찮고 왕권이 컸을 때였다. 금속 활자를 만드는 것을 통해서 왕권을 과시하고 그 역량을 내보이기 위한 것이었다. 지은이는 금속 활자 자체가 당대 왕들의 보물이었다고 하는데 일리가 있는 말이다. 금속 활자는 문화와 경제력이 밑받침이 되지 않으면 제작하기 어려웠는데 그만큼 가치가 있었기에 능력이 된다면 만들고 싶어했던 것이다. 전란으로 재정이 궁핍했던 선조나 인조때까지는 거의 만들 수가 없었던 것이다. 대신 민간을 통해서 활자를 만들어서 나중에 국가로 귀속하는 방법을 쓰기도 했다고 한다.


4장과 5장에서는 활자로 인쇄한 책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다. 인쇄용 글씨는 어떤 사람 것을 했을까부터 활자의 이름과 책에 따라서 달라지는 서체를 설명하고 한자 활자에 비해서 많이 만들어지지 못했던 한글 활자에 대한 이야기도 한다. 서체는 보통 당대의 명필이나 중국의 명필에서 글자를 따 왔는데 조선 초기 명필가였던 안평 대군의 글씨가 쓰였다는 것이 눈에 띈다. 세종 대왕이 만드신 한글을 이용한 다양한 활자가 만들어졌으면 좋았을 것이란 아쉬움도 들었다.


책은 전반적으로 조선 시대의 금속 활자가 어떻게 만들어졌고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이야기하고 있는데 직지로 대표 되는 고려 금속 활자에 비해서 잘 알려지지 않은 조선 시대 금속 활자도 충분히 가치 있고 보물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주는 내용이었다. 전문적인 내용으로 들어가면 약간 어려운 부분도 있지만 천천히 읽으면 조선 금속 활자의 참된 진가를 잘 알 수 있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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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완벽에 가까운 사람들 - 미친 듯이 웃긴 북유럽 탐방기
마이클 부스 지음, 김경영 옮김 / 글항아리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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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북유럽에 대한 선망이 많아졌다. 경제가 어려울수록, 기본적인 복지에서 실망할수록 살기 좋다는 북유럽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가 나온다. 어떻게 그 나라들이 그렇게 살기가 좋을까. 사실 그렇게 잘 사는 가장 중요한 것은 돈이고 그 돈은 내 수입의 절대량을 세금으로 낸다는 것을 별로 생각하지 않은 모양이다. 공과금이나 세금이 조금만 올라도 난리를 치는 우리 나라에서 북유럽 복지의 근간인 엄청난 세율을 본다면 기절할 정도다.


내가 번 돈의 반을 세금으로 낸다고 해도 그것이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끼친다면 이해할 만하다. 의료,교육같은 복지에 제대로 쓰이고 또 실업했을때 사는데 지장이 없는 돈이 나온다면 세금을 많이 낼만하다. 아직도 많이 일하고 많이 일할 수 밖에 없는 사회 분위기에 분노하는 우리 나라 사람들에게 북유럽 사회 체제는 부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북유럽이 뛰어난 복지가 다는 아닐 것이다. 다른 좋은 점 나쁜 점이 있을텐데 불행하게도 우리 나라에서 너무 멀다. 우리와 사고 방식이나 생활 방식이 다르다. 그런 점에서 이들 나라를 좀 더 객관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는데 이 책이 그런 역할을 할 것 같다. 지은이 마이클 부스는 영국인으로 다방면에서 글을 쓰는 작가, 언론인인데 그가 덴마크에서 살면서 영국인으로써 이들 나라를 바라 보는 관점을 흥미롭고 실제적으로 쓴 내용이다.


먼저 덴마크는 지은이가 살았던 곳이기도 한데 행복 지수가 1등이라는 것을 이야기한다. 수치화하기 어려운 행복이라는 관념을 어떻게 측정을 햇는지 모르겠지만 그 이후에도 여러 조사에서 1위를 한 적이 많다고 한다. 한 두 번도 아니고 여러 번 그런 결과가 나왔다면 분명 어떤 의미있는 현상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왜 행복할까. 표면적으로는 풍족한 복지 정책때문이겠지만 기본적으로는 '신뢰'에 있다. 내가 번 돈의 반을 세금으로 뜯어가도 그것이 복지에 제대로 쓰이고 부의 재분배에 기여한다는 믿음 말이다. 아마 실제로도 그것에 근접하게 집행이 되고 있을 것이다. 그러니 돈을 그렇게 뜯어가도 아무말 없지. 내가 낸 세금이 허투로 쓰인다면 혁명이 일어나도 벌써 일어났을 것이다. 


반면에 이런 복지 정책으로 인해서 너무 느긋하고 편안해서 나태해지는 면도 있다. 무슨 조사에서 덴마크 나태지수가 2등을 했다고 한다. 여유가 있는 것은 좋지만 게을러지는 것은 방지해야 할텐데 쉽지 않다. 그리고 역사적으로 강국이었다가 여러 번 패배한 이후로 안으로는 단결을 했지만 긍정적 편협주의에 빠져서 고립성을 향하고 말았다. 


이 책에서 덴마크와 함께 가장 많은 쪽수를 차지하는 스웨덴은 오늘날 스칸디나비아를 대표한다고 할 만한 나라다. 한때 북유럽은 덴마크가 지배했다. 하지만 스웨덴이 스스로 일어나기 시작하고 30년 전쟁 시절 때는 강력한 국가였다. 과거의 영광을 뒤로 하고 현대에 들어와서는 롤러코스터 같은 시절을 겪었다. 1980년대와 90년대에 신용 거래와 관련한 경제적 위기를 겪었다. 하지만 기민한 개혁으로 그것을 극복했고 아직까지도 수준 높은 복지 국가로 이름을 떨치고 있다. 그런 스웨덴도 이민 정책이 옳으냐 그르냐로 논란이 있고 고령화에 따른 복지 제도의 악화도 문제가 점점 커지고 있다.


사실 어느 나라나 좋은 점과 나쁜 점이 있다. 그것을 종합적으로 판단했을 때 좋은 점이 더 큰 영향을 발휘하면 살기 좋은 나라가 되는 것이다. 북유럽이 살기 좋다고 하는 것은 신뢰, 사회적 결속, 경제 평등과 남녀 평등, 합리주의, 겸손, 균형적인 정치 경제 제도 등이 다른 나라보다 뛰어나기 때문이다. 우리가 주목하는 것이 바로 이런 것들이다. 지금 우리 나라에서 사회적 갈등을 일으키는 많은 문제들이 북유럽에서 슬기롭게 풀어가고 있다는 것이 이들 나라를 부럽게 하는 요인이라는 생각이 든다.


책은 겉으로만 알던 북유럽을 조금은 실제적으로 알게 한다. 지난 세월 우리 나라는 밤낮없이 일했고 그것으로 큰 경제적인 발전을 이루었다. 이제는 잘 살게 되었으니 앞만 보는 것이 아니라 옆과 뒤도 봐야 하는데 아직도 안 보고 있다. 그래서 요즘에는 돈을 좀 더 적게 벌더라도 생활에 충실한 워라벨을 추구하는데 그것의 모델이 북유럽이 것이다. 진짜 제대로 된 복지가 실현이 된다면 세금을 지금보다 더 많이 올려도 찬성할 사람이 많을 것이다. 국민 간에 그런 공감대와 신뢰를 어떻게 쌓는 지가 중요한 문제일 것이다. 


북유럽과 우리는 삶의 태도도 다르고 기후나 문화가 다르기에 비슷하게 살 수가 없다. 하지만 그들의 정책은 우리에 맞게 충분히 도입할 수 있다고 생각이 든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북유럽의 그 여유를 부러워하고 있기 때문이다. 책의 부제는 미친 듯이 웃긴다고 하지만 별로 웃기지는 않았고 북유럽 각 나라가 어떠한 문제점이 있는지 그리고 그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세계적으로 주목 받는 삶을 살 수 있는 지에 대해서 이해할 수 있었다. 북유럽으로 여행 가는 사람들이나 이쪽 지역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의미 있는 내용 같아서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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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써먹는 틱톡 마케팅 - 헤매는 브랜드 마케터를 위한 실행 가이드 당장 써먹는 시리즈
강정수 지음 / 이은북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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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영상세대는 유튜브는 내용이 길어서 그보다 짧은 영상을 선호합니다. 그 대표적인 것이 틱톡인데 이 책은 틱톡이라는 매체를 통해서 마케팅을 어떻게 해야하는지에 대한 좋은 조언을 해주는 내용인데 읽어보니 나름 설득력있고 실용적이라서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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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하우스
피터 메이 지음, 하현길 옮김 / 비채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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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릴러 추리 장르는 영어권과 일본쪽 책들이 많이 소개되었고 최근에는 북유럽 스릴러가 인기를 끌고 있다. 그 중에서 영어권이긴 한데 좀 다른 영어권이 있다. 바로 영국속의 다른 나라같은 지역인 스코틀랜드다. 여기도 물론 영어를 쓰긴 하지만 따로 게일어도 쓴다고 한다. 게일어는 스코틀랜드와 아일랜드 일부에서 쓰이는 말인데 영어와 비슷하기 하지만 발음이 조금씩 다르고 어법도 조금 다르다고 한다. 미국과 영국이 다르듯이 런던 위주의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 아일랜드는 분위기가 묘하게 다르다. 이 책은 그런 스코틀랜드를 배경으로 쓰여졌는데 퍽 이채롭고 독특한 느낌을 준다.


이야기의 배경은 스코틀랜드 북서쪽에 위치한 외딴 섬 '루이스 섬'이다. 섬의 한 창고에서 시체가 발견되는데 끔찍한 방법으로 살해되었다. 그 방법은 얼마 전 다른 지역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과 비슷한 모습이다. 경찰은 이것이 연쇄 살인인지 모방 살인인지 다각도로 조사하기 위해서 '핀 매클라우드' 형사를 루이스 섬으로 파견한다. 핀이 그 섬 출신이었기에 보낸 것이다. 그리고 피해자는 핀도 아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내켜하지 않는 핀. 그것은 그가 오랫동안 고향을 등지고 살았기 때문에 비록 일이라고는 해도 가고 싶은 마음이 없었기 떄문이었다.


여기까지 읽으면 그래도 핀이 고향 마을에 가서 살인 사건을 어떡하든 해결한다 이렇게 흘러가는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었다. 물론 핀이 조사를 하고 사건의 진실에 대해서 조금씩 나아가긴 하지만 책은 핀이 주인공이다. 그가 어렸을 때부터 대학 진학을 위해 루이스를 떠날 때까지 조금씩 성장해가던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중간 중간에 현대로 오면서 관련된 인물들과 엮이는 이야기가 교차로 진행이 된다. 


사실 살인 사건은 아주 복잡하거나 특이한 것은 아니다. 차근차근 단서를 모아서 수사를 진행하면 잡게 되어 있다. 어차피 범인은 섬 안에 있으니까 급할 것이 없다. 다만 이것이 연쇄 살인인지가 중요한 것이다. 그것보다 인상적인 것은 '루이스 섬' 이었다. 지도를 보면 스코틀랜드 북쪽의 섬인데 본토와는 거리가 좀 있다. 이런 고립된 곳일 수록 어떤 절대자가 지배할 가능성이 높은데 아니나 다를까 여기는 오랫동안 교회가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지금은 그전보다는 못해도 그래도 그 영향은 남아 있다. 외부와 고립되고 답답한 곳일 수록 비밀도 생기는 법. 핀은 과거 비밀에서 현재의 사건과 연관이 됨을 알게 된다. 


루이스 섬이 주는 어두우면서 무거운 분위기는 책의 색깔을 더 선명하게 했다. 비바람이 몰아 치고 척박한 날씨와 억센 섬 사람들...그리고 종교적인 경직성과 함께 남성 우월의 분위기 등이 이야기를 더 으스스하게 느끼게 하는 것 같았다. 이야기의 목적은 범인을 잡는 것이니까 스릴러에 속할지 몰라도 주인공의 과거와 현재가 교차되면서 여러 인물들의 내면을 잘 드러내는 것을 보면 일종의 성장 소설 같기도 하다.


이야기 처음은 빨리 읽히지 않지만 중반 이후부터는 속도가 붙는다. 범인이 누구이냐도 궁금하지만 핀의 과거가 어떠했느냐가 더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그리고 그 과거가 현재와 만나는 그 시점이 사건 해결의 정점이다. 전체적으로 빠른 스릴러는 아니고 느린 편이다. 하지만 인상적인 배경과 함께 각 인물들의 상황이 잘 짜여져서 한 편의 매력적인 책이 탄생한 것 같다. 괜히 여러 관련된 상을 탄 것이 아니다. 이 책은 루이스 섬 3부작의 첫번째라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읽어서 2부와 3부를 얼른 볼 수 있게 되었음 좋겠다.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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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한 강 캐트린 댄스 시리즈
제프리 디버 지음, 최필원 옮김 / 비채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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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프리 디버 작가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영화 '본 컬렉터' 때문이었다. 영화가 재미있었는데 원작 소설이 있다고 해서 읽었더니 영화보다 더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본격적으로 푹 빠지게 된 것은 '코핀 댄서' 때문이었다. 반전의 반전이 아주 세밀하게 이루어지는 그 이야기에 그야말로 이 작가의 왕팬이 되었던 것이다. 그 이후로 반전의 기법을 쓰는 작가도 많이 나오고 처음 느꼈던 그 강렬한 인상이 희미해져가면서 솔직히 팬심도 약해졌다. 생각보다 인상적이지 않은 일부 후속작들도 그런 느낌이 드는 것에 한몫 했다. 여전히 좋아하는 작가였지만 전과 같이 1순위가 아니었던 것이다.


그런데 역시 사람은 반성을 해야 한다. 자신이 얼마나 어리석은지. 제프리 디버 작가는 어디 안 가고 그대로 있었는데 내가 의리가 없었던 것이다. 이번 작품 '고독한 강'은 정말 이 작가의 진가를 그대로 발휘한 내용이었다. 반전은 내용에 잘 들어맞아야 하고 무엇보다 독자가 반전 같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게 써야 효과가 큰 만큼 상당히 세밀하게 공을 들여야 하는 장치다. 그런 의미에서 제프리 디버 작가는 세계 최정상급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번 작품이 그것을 여실히 증명하고 있었다.


이번 작품은 참 오랜만에 나왔는데 '캐트린 댄스' 시리즈다. 지은이의 이름을 떨치게 한 '링컨 라임 시리즈'에 버금가는 범죄 스릴러물인데 처음에 링컨 시리즈에서 조연으로 출였했다가 단독 시리즈의 주인공이 되었다. 작가의 세계관에서 유일한 여성 형사인데 주특기가 사람 보고 추리하기다. 이른바 '동작학' 전문가로서 인간 거짓말 탐지기다. 사람의 행동에서 어떤 의미인지 진실인지 아닌지를 알아내는 일을 한다. 아직 경찰에서 대중화된 기법은 아니고 아주 과학적이라고 할 수도 없다. 하지만 그녀의 관찰은 사건 수사를 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그녀의 정식 소속은 캘리포니아 연방 수사국 요원이다. 이제 그녀는 여러 관련 기관의 요원들을 모아서 조직 범죄 소탕을 위한 대책 본부를 구성하고 그 팀을 이끌고 있다.


이 조직은 마약과 불법 총기 거래와 관련된 대규모 갱단인데 캘리포니아와 인접한 맥시코와도 연결된 수사를 하는 중이다. 수사 중에 중요 용의자를 놓치게 되고 그를 심문했던 캐트린이 민사부로 좌천 된다. 이제 총을 가질 수 없는 경찰이 된 것이다. 그러나 그녀 스스로가 사건에 대한 의지가 강하고 그녀의 능력이 필요한 팀원들에 의해서 비공식적으로 수사에 참여하게 된다.


조직 범죄팀에서 공식적으로 나와서 민사부가 되었기 때문에 거기에 할당 받은 사건도 수사하게 된 캐트린. 사실 민사부라는게 형사 사건이 아닌 일반적인 사건 사고의 조사를 하는 것이기에 처음 맞이하게 된 사건도 단순 사고였다. 클럽에서 작은 불이 났고 관객들이 대피하는 과정에서 사상자가 난 사건이었는데 겉으로 보기에는 별 다르게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사건을 들여다보면 볼수록 뭔가 이상하다. 게다가 유사한 사건도 있었고 또 다시 비슷한 사건도 일어나면서 이것은 단순 사고가 아니라 의도를 가진 형사 사건임이 밝혀진다.


사건은 사람의 '두려움'과 관련된 것이었다. 사람 밀집 지역에서 갑자기 위급 상황이 발생하고 공포로 이성을 잃은 사람들이 대피 과정 중에 죽고 다치게 되는 것이다. 도대체 누가 무슨 이유로 이런 일을 벌이는지 알 수가 없다. 일반적인 테러에 비해서는 사상자가 많이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생활 속에서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사건이기에 캐트린은 더 애가 탄다. 게다가 경찰 수뇌부의 오판으로 용의자의 정보가 언론에 노출이 되어서 수사는 더 꼬이기만 한다.


이야기는 두 개의 큰 축으로 진행이 된다. 원래 캐트린이 맡고 있던 조직 범죄 소탕 작전과 민사부에서 맡게 된 클럽 사건을 씨줄과 날줄로 엮어서 흥미진진하게 전개가 된다. 이번 작품에서 주인공인 캐트린 댄스는 전작보다는 더 몸으로 뛰는 장면이 많다. 사건도 더 심각한 사건이고 그녀가 해야 할 일도 많아진다. 게다가 개인적인 일들도 겹쳐서 그야말로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정도로 이리 뛰고 저리 뛴다.


재미있다는 말 밖에 할 말이 없는 책이다. 이야기의 전개도 참 탄탄하고 사건들도 세밀하게 잘 그리고 있어서 주인공이 얼마나 고생하는가를 잘 느끼게 해 준다. 주인공 주위 인물들도 평면적이 아닌 입체적으로 그리고 있어서 캐릭터 하나 하나가 다 살아 있다. 전작에서 나왔던 사람들이 여전한 모습으로 등장 하는 것도 반갑다. 이들이 모여서 생동감 있는 이야기를 구축하고 있다.


사건이 있고 그것을 해결하는 사람이 캐트린 댄스라는 정도만 알고 그냥 책을 읽어 나가면 된다. 책을 덮을 때 와 진짜 재미있다는 소리가 절로 날 것이다. 반전이 있다 없다 그걸 생각할 시간도 안 준다. 정말 정교하면서 세밀한 이야기를 만들어나가는 것은 작가의 역량인데 이 책에서 그 능력을 유감 없이 발휘한다. 스릴러의 제왕 제프리 디버, 역시 살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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