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매우 예민한 사람들을 위한 책 (10만 부 기념 리커버) - 뇌과학과 정신의학이 들려주는 당신 마음에 대한 이야기
전홍진 지음 / 글항아리 / 2020년 7월
평점 :
품절
지금은 그렇지 않지만 한 때 세면대를 쓰고 물을 잠그지 않았는지 다시 확인하곤 했었다. 그럴 때마다 물이 줄줄 흐르는 적은 한 번도 없었지만 한동안은 물이 새는지 자꾸 확인할려는 행동을 했었다. 나중에 그것이 무뎌져서 다시 보러 가지는 않지만 '혹시' 하는 생각은 가끔 한다.
이런 마음은 일종의 강박증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예민한 성격이라고 한다. 에이 이 정도가 뭐가 예민해 하겠지만 예민하다는 것은 광범위하다. 일종의 자신만의 루틴이라고 할 수 있는데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어떤 안 좋은 결과가 나타나야만 예민한 것이 아니라 내 자신이 스스로에 확신이 들 때까지 무언가를 한다면 그것이 예민한 것이다.
예민하다는 것은 외부 자극에 민감하다는 뜻인데 자신이 예민하다고 인정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고 한다. 의학적인 용어도 질병명은 아니지만 2006년 에런 박사가 제시한 개념으로 '외부 자극의 미묘한 차이를 인식하고 자극적인 환경에 쉽게 압도당하는 민감한 신경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이 책의 제목은 '매우'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긴 하지만 예민함이라는 것은 의외로 우리 주위에서 쉽게 찾을 수 있고 스스로 하나씩 예민함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다.
예민함은 그 자체로 우리 생활에 좋다 나쁘다 할 수 없겠지만 문제는 그게 지나칠 경우이다. 진짜 매우 예민한 사람들에게는 그 외부 자극을 안정시키지 않았을때 여러가지 문제가 일어나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우울증이 온다. 우울증이라는 것도 감기 같이 흔한 병이라고 하지만 정도에 따라서는 크게 나쁘게 될 수 있는 것이다.
책은 기본적으로 예민함에 대해서 이야기하면서 여러가지 사례를 들어서 그 의미를 이해하게 한다. 스티븐 잡스는 환 공포증이 있다고 하는데 어떤 트라우마와 관련이 있다고 이야기 한다. 출생과 더불어 커 가면서 겪은 여러가지 일들이 그에게 환공포증을 겪게 했는데 결국 그는 그것을 잘 극복하고 세계적인 기업을 일구어 냈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도 입스를 겪었다고 한다. 입스는 자신이 하는 일에 실패를 할까 불안해서 결국 실수를 연발하는 것을 말한다. 운동 선수들에게 많이 나타나는데 수 년 뒤에야 마음을 잡고 다시 우승을 할 수 있었다.
이밖에 지은이가 만난 다양한 환자들의 예를 보면 우리가 흔히 주위에서 볼 수 있는 사람들이 많다. 가부장적인 남편에게 수 십 년 억눌려 살다가 홧병이 생긴 사람, 남 앞에서 발표를 하면 불안해서 말이 잘 안 나오는 사람, 직장에서 동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해 우울한 사람 등등 어찌보면 우리가 살면서 한 두 번쯤 느껴봤을 수도 있는 사례들이 많다. 이것을 가볍게 느끼고 지나간 사람은 별 일이 없었지만 그것이 안되는 예민한 사람들은 더 큰 병으로 발전하게 된 것이다.
지은이는 각 사례들을 명확하게 진단하면서 병원 상담을 받을 것을 권한다. 도움을 받는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우울하고 예민한 마음이 줄어든다고 한다. 필요하다면 관련되는 약을 처방받아서 복용하면 일생활에도 도움을 주는 경우가 많다.
2부와 3부에서 다양하게 나타나는 여러 형태의 예민함의 사례를 이야기했는데 4부, 5부는 예민함을 어떻게 하면 달래고 그것을 오히려 승화시켜서 성공하는데 도움을 주게 하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예민함은 그것을 긍정적으로 발전시키면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낼 수도 있다. 코가 예민해서 음식 먹기에 힘든 사람은 향과 관련된 사업을 더 잘 할 수가 있는 것이고 에너지가 너무 넘쳐서 약간 독선적으로 흐를 수 있는 사람은 스스로를 통제한다면 사람들에게 더 인정받는 리더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책에서는 여러 예를 들고 거기에 맞는 조언을 해 주고 있다.
사실 정도 이상의 예민함을 가진 사람중에서 그것을 적절하게 통제해서 자신에게 더 발전되는 방향으로 이끌게 하는 것은 쉽지가 않다. 보통은 그런 예민함을 그대로 가지고 살아가는 경우가 더 많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그런 성격이 결국 예민함 때문인 것이고 그것은 어느 정도는 치료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이다. '안다' 는 것이 쉬운 듯 보여도 그 자체로 큰 발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데 조금씩 나아가면서 예민함을 좋은 쪽으로 발전시킨다면 어쩌면 다른 사람에게는 없는 나만의 장점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책은 평범하게 보이는 나 자신의 예민함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를 깨닫게 해준다. 그전에는 몰랐던 내 마음을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될 것이다. 그래서 제목은 매우 예민한 사람들을 위한 책이라고 했지만 평범하게 예민한 사람들에게도 충분히 도움이 되는 내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