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통찰지능 -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힘
최연호 지음 / 글항아리 / 2022년 6월
평점 :

2021년 수학능력시험부터 문과 이과로 나눈 것이 아닌 통합형 수능시험으로 전환되었다. 이미 교육 현장에서는 문이과로 나누어서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문이과 공통으로 공부하고 나머지는 선택 과목으로 공부하는 체제로 바뀌었다고 한다. 내가 어렸을 때는 문과와 이과 예체능으로 나누었는데 국어 잘하면 문과 수학 잘하면 이과 이런식 이었다.
그런데 그때도 사실 의문이었던 것이 국어 잘해도 이과 하는 사람이 있었고 수학 잘 해도 이과 선택 하는 사람이 있었기에 딱히 이과형 사람, 문과형 사람이라고 구분 짓는 것이 비합리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이렇게 나누는 것도 세계 몇 나라 없었는데 이제는 합리적으로 교육이 풀어간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이과와 문과 다 잘하면 안되는가? 사실 뛰어난 성적이나 업적을 남긴 사람들은 대부분 문과 이과를 넘어서 다 잘하는 경우가 많다. 단순히 한 쪽만 잘 해서는 더 위쪽으로 갈 수가 없는 것이다.
차가운 이성과 뜨거운 감성. 이 반대 같아 보이는 두 개념을 잘 융합해서 새로운 능력을 기르자는 것이 새로운 시대의 화두다. 우리의 지난 시절은 오랫동안 지능이 요구되던 시절이었다. 산업화를 하면서 뭐든지 발명하고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던 시절이었기에 이른바 IQ 지능 지수가 중요했다. 어느 순간 우리의 경제력이 커지고 주위를 둘러보게 되면서 감성이 중요하다고 해서 EQ 감성 지수가 또 중요시되었다. 그런데 뭐든 극단적으로 보면 안되는 법. 두 지수를 넘어서서 통합적으로 보자는 의미로 '통섭' 이라는 개념도 생겼다. 지성과 감성을 아우러서 더 넓게 보자는 의미인데 새로운 시대에 맞는 개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이것을 어떤 지수로 개념화 할 수 없을까?
그것이 이 책에서 새롭게 제시되는 '통찰지능 InQ' 다. 지은이는 IQ와 EQ는 InQ 보다 못하다고 한다. 정확히 말하면 그 둘을 합한 것보다 더 나은 것이 통찰지능이라고 한다. 1+1이 2가 아니라 3이상이 되는 것을 말한다. 영어로 insight 는 우리말로 통찰이라고 하는데 우리가 보통 통찰력이 있다라고 하는 것은 주어진 상황을 면밀히 살피고 이것이 어떻게 흘러갈 것인가를 미리 알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당연히 이 통찰을 가진 사람은 어떻게 보면 예언가이기도 하고 다가올 안 좋은 일을 막는 능력자이기고 하다. 임진왜란때 수군의 전력을 극대화시킨 이순신 장군 같은 위인은 통찰력이 뛰어난 예라고 하겠다.
지은이는 이런 통찰에 대해서 여러가지 예를 들면서 중요성을 역설 하고 있다. 그런데 이 통찰이라는 것은 대단한 것처럼 보이지만 우리 일상 생활에서도 충분히 조금씩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것을 한 엄마의 예를 들어서 설명한다. 아이가 먹으면 안되는 것을 삼켰는데 그 장면을 보지 못했다. 하지만 엄마는 어지러진 장난감들 사이에서 건전지를 삼킨 것을 알게 된다. 무엇을 삼켰는지를 아는 것만으로도 치료하는데 큰 도움이 되는데 엄마는 보지도 않고 그것을 안 것이다. 이게 통찰이다. 일상에서도 얼마든지 나타날 수 있는 것인데 지은이는 통찰은 곧 경험에서 나온다고 한다. 많은 경험이 체험화 될때 그것이 보이지 않은 것을 알게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방에만 있기보다는 밖에서 부딪혀보라고 하는 이유가 그것에 있다. 무엇이든 경험해 봐야 아는 것이고 그런 것이 쌓이면 결국 다른 것에도 응용이 되는 것이다.

한편으로 책에서는 '맥락'을 이야기한다. 이른바 맥락지능 CQ. 맥락지능을 연구해온 매슈 커츠 교수는 맥락지능을 '어떤 상황에서 제기되는 다양한 변수를 인식한 뒤 여러 행동 방침의 차이를 정확하게 구별함으로써 최선의 행동을 선택하고 실행하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커츠 교수가 제안한 삼차원 사고 모형을 보면 선견지명과 후견지명 그리고 통찰의 공통된 부분이 맥락지능이라는 것이다. 이것을 지은이는 맥락지능=통찰지능이라고 이야기한다. 사실 맥락이라는 말은 일생활에서도 많이 쓰는 말이다. 노래를 듣고 어느 부분의 가사를 적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늘 강조되는 것이 가사의 '맥락'이다. 어떤 부분에서 가장 적절한 단어가 들어가야 맥락이 맞는건데 엉뚱한 단어가 들어가면 맥락이 안 맞는다는 식이다. 이 맥락지수를 통해서 통찰지수를 더 이해할 수 있다.
책은 통찰이 무엇이고 어떤 것을 느껴야 하는지에 대해서 많은 실제 예를 들어서 설명하고 있다. 그래서 통찰에 대한 개념이 어떤 것이구나 하고 쉽게 알 수 있다. 아주 어려운 것이 아닌 우리 일생활에서 우리 자신도 통찰력을 발휘할 때가 있는데 그것이 통찰인지 모를 뿐이다. 그 몇 번의 통찰의 순간에 나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도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는데 전반적인 통찰력을 가졌을 때의 위력은 엄청날 것이다.
지은이는 소아소화기영양 분야를 연구하는 의사인데 직업적으로 봤을때 이 통찰이 아주 중요한 부분임을 실감하고 통찰지능을 주장하고 있는데 설득력이 있다. 현대 의학이 발달했다고는 하지만 비슷하면서도 다른 천태만상의 병을 다 알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럴 때 병과 환자를 다각도로 관찰해서 그 원인에 다가가는 것이 올바른 진료일 것이다. 지은이의 수 년간의 경험과 관찰이 이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힘', 즉 통찰력을 길러주었고 지금 이것을 주장 하는 것이다.
책에서는 통찰지능을 평상시에도 기를 수 있다고 말한다. 여러가지 경험을 겪고 그것을 그냥 흘러버리지 말고 오래 기억하고 또 관찰할 것을 이야기한다. 또한 상대방의 마음에서 생각하는 것을 해보면 그 이면의 것을 느낄 수가 있을 것이다. 사물이나 상황을 한 가지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시점에서 보고 각각의 면에서 관찰해서 결론 내리는 연습을 한다면 올바른 판단 뿐만 아니라 통찰지수도 높아지게 된다. 부수적으로 이런 행위는 뇌를 운동시킴으로써 치매 예방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통찰지능이라는 생소한 개념이지만 지은이가 풍부한 실례를 들어서 설명하기에 이해하기에는 어렵지 않는 내용이었다. 과거의 10년 변화가 요즘 1년 변화와 비슷할 정도로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이 되었다. 몇 달 만에 주위가 바뀌는 세상에서 적응하고 성공하기 위해서는 IQ와 EQ를 넘어서는 InQ 통찰 지능을 길러야 함을 느끼게 되었다. 지금부터라도 조금씩 생각의 틀을 바꿔간다면 언젠가 나도 '통찰력'을 가질 때가 있지 않을까. 기존 관념과 생각을 더 높게 올린다는 점에서 꽤 괜찮은 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