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기누스의 창
아르노 들랄랑드 지음, 허지은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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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인 '단테의 신곡살인'에서 중세 베네치아와 단테의 신곡을 절묘하게 결합했던 작가가 이번에는 예수의 유물을 가지고 새롭게 나타났으니 바로 이책 '롱기누스의 창'이다.

롱기누스의 창은 예수가 목숨을 잃을 당시 그의 몸을 찌른 창을 의미한다. 사실 예수의 유물은 그와 관련된 것은 그 무엇이던 사람들에게 성물로써 추앙받고 있는데 이 창마저도 '예수의 피'를 묻힌거라고 해서 어떤 큰 힘이 있을꺼라는 전제를 깔고 있다.

사실 예수가 인류에게 남긴 것은 엄청나지만 그의 뜻과 마음보다 이런 유물에 더 큰 호기심과 관심을 받는것도 사실이다. 성물과 관련된 기적이나 사건이 오늘날에도 심심치않게 일어나는것을 보면 알수 있다. 과연 그 성물이 기적을 일으킨것인지 기적이 일어나리라는 맏음이 기적을 일으킨것인지는 알수가 없긴 하지만.

이 책은 그런 것을 반영하듯 롱기누스의 창이 기적을 행하고 이 창을 가진 사람이 세상을 지배한다는 믿음하에 이 창을 가지기 위한 사람들의 경쟁이 배경에 깔려있다. 하지만 단순히 이 창을 가지기 위한 것이 다가 아니다. 이 창을 이용해서 인간창조의 음모가 숨겨져 있는 것이다.

유럽의 어떤 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는 롱기누스의 창의 진위 여부가 논란이 있는 가운데 이스라엘의 어떤 지역에서 진짜 롱기누스의 창으로 보이는 물건이 발견된다. 하지만 그것이 어떤 것인지 분석도 되기전에 발굴을 했던 특별 탐사팀이 한사람만 남기고 암살된다. 롱기누스의 창은 등장부터 피를 부르고 있는 것이었다. 이 사건의 해결을 위해서 이스라엘로 파견된 주디스는 큰 비밀을 알게되고 단순한 유물 탈취가 아닌 거대한 음모가 도사리고 있다는 것을 알게되는데...

언뜻보면 장미의 이름같은 기독교와 관련된 스릴러 추리소설 같지만 이 책은 어떻게 보면 우리에게 많은 생각꺼리를 던져주는 책이다. 예수가 과연 신인가 인간인가라는 근원적인 의문에서부터 인간을 창조하는게 신만의 능력인가, 인간복제라는 기술을 통해서 똑같은 인간을 만든다면 그것은 과연 인간이라고 할수 있을까?
이런 근원적이고 윤리적인 질문을 던져주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도 과연 어떤 것이 가장 맞는 선택일까 어느 것이 옳은것일까를 고민하게 되었는데 그 답을 찾기란 참 쉬운것은 아닐것이다.

인간 복제와 관련된 내용이 나오는터라 혹시 우리나라가 나오지 않을까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핵심 연구자로 한국인 과학자가 나온다. 그만큼 우리나라의 관련 연구가 세계적으로 알려졌기 때문에 해당 과학자로 나온것이기도 하지만 악의 무리로 나온것은 약간 씁쓸한 기분도 들었다.

전작인 단테의 신곡살인에서 중세 베네치아를 상세하게 묘사했던 지은이는 이번에는 바티칸과 기독교의 성물에 대해서 세밀하게 묘사하고 있어서 책을 좀더 몰입할수 있게 했다. 이미 많이 나오는 기독교관련 음모 추리소설과 다른 참신한 설정도 여전했으나 초기의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힘이 갈수록 약해져서 끝에 가서는 큰 반향을 불러 일으키지 못하는 것도 여전했다. 이 작가는 끝 마무리를 좀더 힘있게 하면 좋을텐데 끝이 별로 매력적이지 못해서 책을 다 읽으면 뭔가 부족한 느낌이 들게 한다. 하지만 기발한 상상력으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능력은 탁월한거 같아서 새로운 책이 나오면 또다른 기대를 하게 하는것도 사실이다.

끝부분이 아쉽긴 했어도 이런 스타일의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매력적으로 다가올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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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새판짜기 - 박정희 우상과 신자유주의 미신을 넘어서
곽정수 엮음 / 미들하우스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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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정권이 들어섰을때 많은 사람들이 기대한것이 정치뿐만 아니라 경제에도 민주화가 이루어지리라는 희망을 가졌었다.
이미 김대중 정권때 여야가 교체되었고 노무현 정권은 그 연장선상에 있었다고 하지만 김대중 정권때는 외환위기때라서 그것을 탈피하는데도 사실 벅찼었다. 그래서 부분적인 제도 개선은 있었지만 새로운 판짜기는 없었던 것이다.
그것이 유례없이 인터넷으로 뽑힌 대통령이라고 할만큼 대중의 열망을 갖고 새롭게 등장한 정권이기에 기대를 가진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 결과가 어떤가? 이제 새롭게 정권이 바뀌는 이 시점에서 지난 시절을 돌아보면 민주화가 이루어졌다고 볼수 있을까?
대답은 '아니다'일것이다. 지난 정권과 별 다름이 없었고 어떤 면에서는 실책을 다시 되풀이 되고 있다고 할수 있을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른바 좌파정권으로 낙인찍힌것은 개인 '노무현'에 반감을 가진 거대 언론사의 왜곡된 기사때문일것이다. 그들의 논리에 맞게 정책을 폈는데도 불구하고 현실을 왜곡했던 건데 이른바 진보 세력으로부터도 보수 세력으로부터도 환영받지 못했는걸 보면 약간 측은함을 느끼기도 한다.

이 책은 지난 5년동안의 노무현 정권의 경제 정책을 정리해봄과 동시에 앞으로 우리 경제가 나아가야할 방향을 이야기하고 있는 책이다. 중견 경제학자 3명이 대담을 벌인 내용인데 이 중 한명은 실제로 정권에 참여한 사람이기도 하다. 이들은 현재 우리 경제가 어떻게 표류하고 있으며 그 결과 어떤 결과가 나타나고 있는지 적나라하게 이야기 하고 있다.

사실 노정권이 출범할때 기대와는 달리 그전과 별다른 차이가 없을꺼라는 생각도 있었다. 대통령 한명 바뀐다고 해서 수십년에 걸친 '틀'이 바뀔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전에 정권에서 실무를 담당했던 사람들이 그대로 관료로 남아있는 상태에서 과연 얼마나 바뀔수 있을까. 물론 전보다 좋아진것은 있을것이다. 합리적으로 바뀔것은 바뀌었고 더 개선된것도 많을것이다. 하지만 그것뿐이다. 전체적인 패러다임이 바뀐것이 아닌것이다.
개발시대의 낡은 경제 논리가 이 민주시대에 아직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그 틑을 바꾸지 못했고 급기야 정권이 바뀌고 만 것이다.

사실 쉽지 않을것이다. 수십년에 걸쳐 견고하게 구축해온 경제 체제가 단 5년안에 어떻게 바뀔수 있을것인가. 하지만 앞으로 이렇게 이렇게 바뀐다는 대전제를 세웠어야 했다. 그래서 다음 정권 또 다음정권으로 이어지면서 개발 시대의 경제 논리와 '안녕'했어야 했다. 하지만 이 정권도 그러질 못했던 것이 가장 큰 패착이 아닐까.

재벌로 대표되는 우리나라 경제의 문제점은 결국 하나로 귀결된다.
바로 '공정한 경쟁'을 할수없다는 것이다.
열심히 노력하면 무엇인가 이룩해야는데 출발점부터 다르고 노력해도 불공정한 룰때문에 얻는게 없다면 그게 바른것일까?

재벌 아들과 가난한집 아들은 출발점이 다르다. 그 출발점부터 태생적으로 불공정한 것이다. 하지만 늦게 출발했더라도 혼신의 노력을 다해서 가난을 벗어나 재벌 아들 부럽지 않게 잘 살수 있게 된다면 그것도 나름 공정하다고 할수있다.하지만 지금의 체제는 그 중간과정 자체가 공정하지 않다는 것이다. 재벌은 영원히 재벌이고 가난한 사람은 영원히 가난하게 되는 '21세기 새신분제'나 다름없게 되버렸다. 최근 몇년간 자신이 중산층이라는 비율이 줄어들고 잘사는 사람은 더 잘살게 되는 양극화현상이 심화되고 있는것을 보면 알수가 있다. 아래에서 위로 갈수 있는 길이 막혀있는것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 경제의 가장 큰 문제점이고 앞으로 우리가 철폐해야 하는것이다.

어느 나라던 중간이 튼튼해야 건강한것인데 우리 나라 같은 경우 재벌은 갈수록 잘 나가고 중소기업은 갈수록 쪼그라들고 있다. 대기업 의존도가 높으면 높을수록 그만큼 위험성도 높아지는것이다. 재벌이 잘되면 모르겠지만 잘 안된다면 바로 '한방'에 나라가 흔들릴수가 있음은 우리가 외환위기때 어느정도 겪어봐서 알것이다.
그런데도 중소기업을 튼튼하게 하기보다 대기업 재벌만 배불리는 정책이 쏟아져나오고 있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든다는것이 결국 재벌을 위한 것은 아닐런지?
최근 삼성의 사태를 봐도 '도덕적이고 건강한 재벌'을 기대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것인지 알수가 있다.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는것과 마찬가지로 문어발식으로 확장하는 재벌을 적절히 견제하지 않으면 부패하게 마련이다. 재벌이 부패하면 그걸로 끝나나? 사회와 경제에 얼마나 큰 고통을 주는지는 모두들 알것이다.그런데도 개혁을 하는데 머뭇거리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대통령도 말했듯이 권력이 시장으로 넘어간때문일까? 그래서 성역이라고 그럴까?

이 책에서는 이런 현재 우리나라 사정과 양극화 문제, 경제 개혁 문제, 재벌 문제, 한미 자유무역협정 문제 등 우리나라 경제의 전반에 걸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우리가 어설프게 알고 있는 사실들에 대해서 여러가지 자료를 통해 명확하게 주장하고 있는데 경제에 큰 관심없는 사람이라고 해도 고개를 끄덕거릴 주장들이다. 물론, 이들의 주장이 다 옳은것은 아닐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주장하는 경제 민주화가 지금 실현되지 않고 있으며 그것이 방치될때 결국 어떻게 될것인가를 생각하게 해준다.

중간중간 경제학 용어가 나와서 조금 어렵게 느껴질지도 모르겠지만 전체적인 주장을 이해하는데는 큰 어려움이 있는건 아니다. 이 책을 읽으면 우리나라 경제 사정에 대해서 전체적으로 조망하는 기회가 될것같다. 이 책의 내용과 반대되는 주장을 하는 책을 같이 읽는다면 좀더 균형있는 시각으로 바라볼수 있을꺼 같다.

경제에 큰 관심없는 사람이라고 해도 읽어보는게 좋은 이유는, 결국 우리가 먹고 사는 문제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경제가 잘되면 하다못해 조그만 구멍가게라도 잘되는건 당연한 사실이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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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 투쟁 - 조선의 왕, 그 고독한 정치투쟁의 권력자
함규진 지음 / 페이퍼로드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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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흔히 조선 시대를 절대왕정시대로 알고 있다. 말그대로 왕이 마음대로 하는 시대말이다. 다른 나라의 예를 봐도 왕의 권력이 대단했던것을 보면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할 것이다.

이론은 맞다. 조선은 왕의 나라였고 왕이 모든 권력을 쥔 왕정국가였다. 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많은 제약이 있었고 비록 왕이였으되 어떤것 하나 마음대로 할수 없었던 제한된 왕정국가였다.

무인이었던 태조 이성계가 나라를 세우는데 큰 힘을 보탠것은 신진 사림이었다. 그들에 의해서 나라의 기틀도 다져졌고 왕조 500년 내내 조선을 지탱하는 큰 축이었다. 그래서 국초부터 왕을 견제하고 권력남용을 막기 위한 하나의 장치로 신권도 강했던 것이다.

그런 신권과 왕권이 늘 긴장하면서 대치했던것이 조선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은이는 그런 조선 시대의 왕들중에서 그 의미가 남다른 4명의 왕들을 통해서 왕과 신료들의 투쟁을 이야기해주고 있다.

먼저 세종. 지은이도 인정했듯이 조선이란 나라를 완성시킨 왕이다. 그의 권력은 아버지 태종에게서 강력한 왕권을 물려받은터라 그 누구보다 마음대로 할수 있는 처지였다.하지만 세종은 스스로 독주를 견제하고 의정부사서제등을 통해 신하들에게 적절히 권력을 위임하고 그러면서도 적당한 방법으로 통제했다. 그 결과 정치는 안정되었고 우리가 다 알고 있는 수많은 업적을 이룩했던것이다.하지만 그런 세종도 작은 불당을 하나 설치하는데도 신하들의 큰 저항을 불러일으켰고 언제든지 그런 알력이 일어날 가능성은 존재했었다. 정치적으로 안정되었다는것도 따지고 보면 세종이라는 큰 인물에 의해서 왕권과 신권이 잘 조합되었기 때문이지 신권이 제도적으로 약해진 결과는 아니었다.

그 이후 강력한 왕권은 연산군때에 최고조에 이르렀다가 그때 무너진 이후로 다시는 강력한 권력을 가지지 못하였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듯 연산군은 포악한 군주였다. 몇번의 사화를 통해서 수많은 선비들이 죽어나갔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왕권을 누를려고 하는 신권에 대한 연산군의 대응방식이 그런 피비린내 나는 사화를 일으키게 되었던 것이다. 그렇게 몇번씩이나 사화를 일으켜서 많은 사람을 살상한다는것도 결국 왕권이 강했기에 할수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너무 강하면 결국 부러지는 법. 국정의 파트너로 신료를 생각하지 않고 자신의 수족처럼 여겼던 연산군이기에 신권의 강력한 저항을 받지 않을수 없었고 결국 왕의 자리에서 쫓겨나야했다. 그의 퇴장과 함께 조선의 절대왕정은 끝났다고 봐야할것이다. 그 이후에 어떤 왕도 연산군이전의 왕들이 가졌던 권력을 가지지 못했으니깐. 비록 상황이 다르긴 했지만 주어진 권력을 어떻게 행사하느냐는 결국 사람에 달렸다는것을 말해준다고 하겠다. 연산이 세종의 반만이라도 되었다면 역사는 또 달라졌을것이다.

광해군같은 경우는 원래부터 불안정한 상태에서 왕위에 올랐다.
아버지인 선조가 끝까지 권력을 손에서 놓고 싶어하지않은 상태에서 임진왜란을 겪고 여러가지 정쟁속에서 왕에 오른 광해군은 태생적으로 권력기반이 약했다. 그러나 영민했던 그도 왕위를 지키는데만 급급해서 각 당파를 균형있게 쓰지 못하고 한쪽 당파만 기용한 결과 결국 그것이 부메랑이 되어서 반정의 빌미를 제공하고 말았다. 그도 신하들의 믿음을 얻는데 실패했던 것이다. 그가 무너지고 나서 또 한번의 국란을 겪게 된다. 어쩌면 병자호란의 책임의 일부도 광해군에게 있을지도 모른다. 그가 그렇게 쫓겨나지 않고 나라를 잘 이끌었다면 그런 환란이 없었을지도 모를일이니깐.

조선의 마지막왕은 순종이지만 실제적인 마지막왕은 정조라도 해야할것이다. 그의 사후에 나라는 망조의 길로 들었고 결국 100년이 조금 넘어서 조선이란 나라가 없어지게 되기 때문이다. 흔히 조선의 르네상스 시대라고 하는 영정조 시대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정조 대왕. 그 또한 광해군처럼 불안정한 상태에서 왕위에 올랐다. 아니 그보다 더 위험한 상태였다. 이미 노론에 포위되어 있던 왕권이었다. 그리고 그 당파는 자신의 아버지를 죽이는데 영향을 미친 세력이었다. 하지만 그는 연산군처럼 보복을 위한 정치를 한것은 아니었다. 노론의 세력을 인정할것은 인정하면서 백성을 위한 강력한 개혁의지를 드러냈다. 그가 신권에 맞서는 방법은 인사권이었다고 한다. 수많은 인사를 통해서 신하들이 반대한 기회 자체를 봉쇄한것이었다. 하지만 100년넘게 뿌리박힌 사색붕당의 폐해를 그 혼자 힘으로 바꿀수 있었을까. 그또한 신하들의 믿음을 얻는데 결국 실패했고 그의 사후을 외척에게 부탁하는 악수를 두고 만다.실제로 정조가 애써 이룩해놓았던 새로운 체제는 그가 죽고난뒤 모든것이 무너지고 조선은 서서히 침몰하게 되는 것이었다.

조선의 여러 시대에서 각 시대를 대표하는 4명의 왕들을 통해서 우리는 조선시대 왕들이 재임내내 신하들과 끊임없이 투쟁했음을 볼수 있었다. 결론은 하나다. 결국 사람이 문제라는 것이다.
권력은 똑같이 주어졌지만 그것을 어떻게 운용하는것은 사람에게 달린것이다. 비록 자신이 하고 싶은것을 다 하지는 못했지만 세종은 신하들의 마음을 얻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연산과 광해는 그것에 실패했다. 그결과는 우리가 다 아는 바다. 정조는 그 자신이 천재였지만 그또한 세종만큼 신하들의 마음을 잡진 못했다. 그랬기에 그가 죽자말자 모든것이 다시 옛날로 돌아가게 된것이다.
왕권이 강한것이 좋은지 신권이 강한것이 좋은지 모른다. 하지만 그 권력이 좀더 세심하게 조합되고 제대로 쓰여졌다면 지금의 역사는 더욱더 풍요로왔을것이란 아쉬움이 남는다.

비록 4명의 왕들을 그렸지만 조선왕들의 전체적인 권력에 대해서 알수 있었고 우리가 찬양하기만 했던 세종과 정조의 한계와 실책도 알수있었고 폭군이라고 했던 연산과 광해의 장점도 알수 있게 해준 책이었다. 여러가지 자료들을 실어서 좀더 쉽게 이해할수 있게 했다. 다만 이랬으면 어땠을까 하는 식으로 가정을 하는 어법은 별로 좋게 안 느껴졌다. 그런 가정법은 누구나 할수 있지 않겠는가. 이 책에서는 그게 너무 많이 남발한 느낌이 든다.
조선시대 왕과 신하의 권력에 대해 좀더 세밀하게 알수 있게 하는 색다른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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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인 오늘의 일본문학 6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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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보자. 집의 식구중에 한 사람을 어떤 사람이 폭행을 하고 욕을 하면서 모욕을 준다고 하자.그걸 그대로 가만히 보고 있을 사람이 있을까? 아마 그때의 분노는 그 사람을 '죽일'수도 있을 정도의 분노일것이다. 생각같아서는 죽여도 시원치 않을 정도의 악한 감정을 갖게 되는것이다.
그럼 이건 어떤가. 정말 몸과 마음을 바쳐서 사랑했는데 갑자기 딴 사람이 생겼다면서 이별을 통보할때. 그때 느끼는 슬픔과 함께 그 배신감은 그 상대를 죽이고도 남음이 있지 않을까?

마음먹은대로만 한다면 이처럼 수많은 사람을 죽이고도 남을 많은 '악의'가 우리 속에 자리잡고 있다. 우리가 특별히 악한 사람이라서 그런게 아니라 그냥 평범한 사람이라고 해도 일상에서 작은일로도 얼마든지 그런 마음이 들수가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그런 평범한 악의를 그린것이다. 그 악의가 결국 어떤식으로 표출이 되고 결과는 어떻게 될것인지 지은이는 다양한 시각에서 보여주고 있는 이야기였다.

이야기는 한 여자로부터 시작된다. 어디에나 있을법한 적당한 외모의 적당한 성격의 적당한 직장을 다니고 있는 그냥 평범한 20대 초반의 여성. 그또래의 여자들이 갖고 있을 환상과 허영심이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여자. 그런데 그런 여자가 살해당한다. 그녀는 무슨 잘못을 했을까?

한 남자가 있다. 외적으로 괜찮긴 하지만 그리 멋있어보이지 않는 직업을 갖고 있다. 말수가 적고 조용한 성품이지만 조부모에게도 잘하고 친구에게도 친절하다. 특별히 문제를 일으킨적도 없고 남이 보기엔 그저 평범하고 착한 청년일뿐. 그런데 그런 남자가 살해를 한다. 그가 왜 그런 일을 저지르게 되었을까?

사실 이 책의 전체적인 줄거리는 그리 복잡하거나 충격적인 이야기가 아니다. 그리 놀랄것도 없는 단순한 이야기이다. 하지만 이것이 바로 우리가 저지르거나 혹은 당할수 있다는 점에서 어쩌면 더 현실적이고 섬뜩할지도 모르는 이야기이다.
주인공인 여자나 남자의 모습은 우리에게도 분명 투영되어 있는것이고 그들의 행동 또한 우리의 모습에서도 찾을수 있기 때문이다.

여자의 행동이나 말이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줄수도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하지만 그렇게 잘 알면서도 그런 행동을 하는건 아닌지?...
남자가 느꼈을 모욕과 분노에서 우리는 동질감을 느낀다. 자기 자신 같아서도 충분히 느낄수 있는 마음들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도 결국 그처럼 살인을 하게 될까? 마음먹은대로?

이 책은 평범한 사람들의 마음속에 자리잡고 있는 '악의'라는 것이 어떻게 발전하고 어떻게 발현이 되는가를 참으로 설득력있게 보여주고 있다. 죽이고 싶다는 순간적인 그 마음을 어떻게 다스려야할까에 대한 생각도 하게 했다. 하루에 한두번 그런 비슷한 마음이 들수 있을 정도로 세상은 바쁘고 복잡하고 메말라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성이라는 강력한 제어제가 있기에 다들 마음만 품고 행동에 이르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이성의 끈이 풀릴때는 과연 우리는 어떻게 될까? 마음속에 품었던 그런 행동을 저지르게 될까?

인간이 과연 선한 존재인가 악한 존재인가까지도 생각하게 만드는 재미난 소설이었다. 한편으로 수긍하면서도 한편으론 나라면 저러지 않았을꺼야라는 생각도 들게 했다. 하지만 직접 그 상황을 맞이해보지 않는 이상 그 누구도 알수 없을것이다. 최상의 상황을 만들지않게 평소때 부지런히 훈련을 해둬야 할지도.

이야기 구조는 조금 독특하다. 두 남녀주인공의 시점에서 이야기 하면서도 중간중간 그 주인공의 주변인물들의 이야기를 하면서 결국 주인공의 입체적으로 보게 해준다. 겉으로 보이는 것과는 또다른 면을 주변인들을 통해서 알게 하는 것이다.

전체적으로 잘 만들어진 책이었다. 번역도 깔끔했고 오탈자도 거의 보이지 않았고 제본도 튼튼했다.표지디자인은 단순한것같지만 나름 선명한 인상을 남기고 있다.

본격 추리소설이라고 하지는 못하겠지만 인간의 내면을 추리적인 기법을 이용해서 잘 표현해낸 책이었다. 소설에서 보여준 남자주인공의 그 모습이 책을 덮고 나서도 여운이 남게 했던,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했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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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크엔젤 - 스탈린의 비밀노트,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4-2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4
로버트 해리스 지음, 조영학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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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세밀하게 복원하면서 상상력을 가미한 역사펙션소설로 유명한 토머스 해리스가 새로운 신작을 내놓았으니 이번엔 현대 러시아가 배경이다. 전작인 당신들의 조국과 이니그마에서 2차 세계 대전을 배경으로 히틀러의 광기를 보여줬다면 이번에는 현대 러시아의 스탈린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런데 스탈린이라니? 그는 이미 수십년전에 사망하지 않았는가? 이미 그가 구시대의 유물이 된걸 모르는 사람은 없을것이다. 그런데 스탈린이 부활이라. 그 스탈린이 현대에 부활한다면 어떻게 될까?
이런 전제하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그린 책인데 역시 토머스 해리스답게 정확한 현대사를 고스란히 잘 살려서 기술하고 있다.

무대는 90년대 옐친이 대통령이었던 현대 러시아. 비록 민주주의는 지켜냈지만 정부의 무능으로 경제는 피폐해지고 옛 공산당의 인기도 서서히 올라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 학술대회에 초청된 역사학자 켈소에게 어떤 한 노인이 다가온다. 자신이 스탈린의 최후를 알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최후의 모습에서 역사상에 기록된 어떤 노트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스탈린이 늘 갖고 다녔다는 비밀노트인데 그 내용안에 어떤 내용이 숨겨져있을까. 이것을 찾기 위한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가 전체적으로 펼쳐진다.
켈소에게는 역사학자의 입장에서 이 노트를 찾는것지만 거기에 상업적인 목적으로 접근하는 기자, 공산당의 부활을 꿈꾸는 스탈린의 추종자들, 그리고 스탈린의 부활을 두려워하는 당국의 비밀기관이 서로 개입하면서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벌어진다.

드디어 비밀노트를 얻게 된 켈소. 그 속에 들어있는 정보를 토대로 스탈린이 남긴것을 추적해 들어가고 결국에는 찾아내게 되는데 결국 그가 본것은?...그리고 스탈린은 결국 현대에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게 될까?..

어떻게보면 크게 긴장되고 복잡한 이야기는 아니다. 중간에 살인사건이 일어나긴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아주 긴박하게 전개되는건 아니다. 하지만 그 전제 자체, 현실이 어쩌면 더 무섭다고 할수가 있다. 수백만명을 학살했던 그 스탈린이 새롭게 부활한다는 그 전제 자체가 끔찍한 공포가 아니겠는가. 그리고 그 스탈린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현실 수많은 사람이 이유없이 죽어갔던 그 시절을 잊고 마는 사람들의 그 망각 자체가 더욱더 끔찍스러운 것일것이다.

당시 러시아는 힘들게 민주주의를 쟁취하긴 했지만 어려운 경제사정으로 인해서 정부의 인기는 바닥에 떨어지고 과거 미국과 함께 세계를 호령했던 소련에 대한 향수가 살아나던 시기였다. 마치 공산당이 다시 집권이라도 하면 새로운 시대가 펼쳐질꺼 같은. 사실 스탈린에 대한 평가는 끝났다. 그 누구가 수백만명을 학살한 학살의 괴수를 좋아하겠는가. 하지만 사람들은 자신이 보고싶은 모습만 본다는 말이 있다. 스탈린이 있을때 분명 소련은 세계를 지배했다. 그것이 어떤 수단이었는지는 보지도 않고 또 그런 댓가로 국민이 어떤 고통을 받았는지는 생각도 안하는 것이다. 그때의 유산이 엄연히 남아있는 시대에 스탈린을 추종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이 있다는 것 자체가 참으로 공포스러운 일일것이다.

사실 그것은 우리 사회에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 지난 시절 경제가 절단이 나서 치욕스런 imf사태가 왔을때 과거의 독재정권에 대한 향수가 일어서 아직까지 큰 세력을 형성하고 있다.물론 그 정권들이 잘 한점도 있지만 어찌 그 과거의 망령을 오늘날에 되새김질하고 싶을까. 이런 현실을 바탕으로 깔고 만들어진 책이 바로 이책이다.

글 내용중에서 히틀러보다 더 무서운 사람이 스탈린이다라는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말이다. 만일 독일의 경제 상황이 안 좋았다면 히틀러도 스탈린같이 다시 등장했을지도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히틀러도 스탈린도 둘다 끔찍한 인물임에는 틀림없다.그중에 누가 더 끔찍한가보다는 그들의 망령을 다시 불러일으키는 일반 국민의 의식이 더 무섭다고 할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고 해서 다시 이시대에 스탈린이나 히틀러가 살아온다고 해도 그들이 처음 등장했을때처럼은 안될것이다. 이미 시대가 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의 존재로 인해서 수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겪게될것은 분명하기에 그런 설정 자체가 공포스러운것이었다.

스탈린을 찾아가는 과정이 그리 스릴러가 넘치는것은 아니고 추리적인 면도 그리 복잡하지 않은 편이고 긴박감도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편이지만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전체적인 힘은 끝까지 잘 유지되는 편이었다. 인디애나 존스같은 어떤 재미난 모험이야기를 기대하는 사람에게는 심심한 책일지도 모르겠다.
책은 번역도 괜찮았고 제본상태나 전체적인 디자인도 괜찮은 편이었다. 우리안에는 이율배반적인 생각들이 없는가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주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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