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심연 뫼비우스 서재
막심 샤탕 지음, 이혜정 옮김 / 노블마인 / 2008년 2월
평점 :
절판


전작인 '악의 영혼'으로 인간이 가진 악에 대한 고찰을 시작했던 지은이가 이번에는 더욱더 강력한 악으로 무장한 '악의 심연'으로 돌아왔다. 그 작가가 말한 악시리즈 3부작중 두번째 작품인데 전작에도 끔찍한 살인이 나오지만 여기서는 더욱더 끔찍하고 처참한 살인이 나온다. 묘사가 자세하고 사실적이어서 과연 정말로 이런일이 있을수가 있을까 하는 생각까지 하게 했다.

무대는 미국 뉴욕. 한 여자가 발가벗은채로 길거리를 가로지르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그런데 그녀의 정신은 반미치광이가 되어있었고 끔찍하게도 머리가죽은 벗겨져있었다! 구출된 그녀의 몸에선 이상한 문신이 발견되고 그것을 단서로 또다른 희생자를 찾아낸 경찰은 수십명의 실종사건이 연결된 대규모 사건이란것을 알게된다.그리고 그 이면에는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엄청난 악이 도사리고 있는데...

전작에선 프로파일링을 배우고 전직 FBI였던 유능한 경찰인 조슈아가 주인공이었는데 이번엔 그만 나오는것이 아니라 역시 능력있는 여형사 애너벨이 함께 주인공으로 맹활약한다. 이른바 원톱에서 투톱체제인것이다.그런데 조슈아의 신분이 특이하다. 형사가 아닌 사설탐정의 신분인것이다. 하지만 그 덕분에 드러나지 않고 좀더 은밀하게 단서를 수집할수 있는 위치이기도 했다. 두 사람은 곧 협력하면서 차근차근 실마리를 풀어가면서 묘한 친밀감을 느끼게 된다.이쯤에서 뭔가 로멘스가 일어나지 않을까 하지만 이 프랑스 작가는 미국을 배경으로 책을 쓰긴 해도 도식적인 헐리우드 스타일을 닮진 않는지 뜬금없이 그런 장면은 묘사하지 않았다.

작가는 소설에 표현된 여러가지 살인과 시체의 상태 등을 묘사하기 위해 법의학도 공부하고 실제 살인현장과 해부현장을 답사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그 묘사가 참으로 사실적이고 자세했다. 피튀기는 영화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로서는 그런 묘사가 나올때마다 그 부분은 대충 읽었다고는 해도 그 묘사력이 대단하다는 것은 알수 있었다.

여기에 나온 범인은 과연 어떤 사람일까. 어떻게 그런 악한 마음이 생겨났을까. 이 범인이 미쳤을까 아니면 정상이것인가. 미쳤다면 단지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이라서 그의 죄에 벌을 내릴수 없는 것일까? 개인적으로는 정신병있는 사람이라서 단순히 정신병원에 넣는걸로는 단죄가 안된다고 생각한다. 살인을 저지르는 그 과정에서 충분히 이성적인 머리가 작용했기 때문이다. 그가 저지른 그 수많은 피의 댓가로 사실 자신의 목숨하나로는 그리 충분치 않을꺼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프랑스에서 인기를 끌었는데로 이른바 미국식의 빠른 전개와 몰입감있는 속도감으로 잘 쓰여졌고 소비문화에 빠진 현대세계를 은근히 비판하는 저자의 뜻도 잘 반영되었다고 본다. 전작에 비해서 더욱더 긴장감있고 완성도가 높은 소설이 된거 같다.
다만 아쉬운것은 결말이 좀 약하다고나 할까. 광풍이 휘몰아치듯 범인의 범죄와 그것을 쫓아가는 주인공의 모습을 묘사하는데 너무 힘을 많이 쏟은 나머지 범인이 밝혀지는 장면에선 왠지 좀 힘이 빠진듯하다. 책을 많이 읽은 사람에게는 살짝 그 결말이 예상이 될지도 모르겠다. 좀더 극적인 장면을 기대했는데 아쉬운 감이 없잖아 있었다. 그래도 뭐 책 읽는내내 눈을 떼지 못하고 조마조마하면서 읽었으니 그정돈 넘어갈만도 하다.

이번책도 전작과 마찬가지로 잘 만들어졌다. 오자도 거의 없는거 같고 번역도 깔끔하다. 장정도 튼튼하고 깨끗하게 잘 만들어져서 500쪽이 넘는 두꺼운 분량임에도 책 넘김이 좋았다. 다만 이 시리즈의 1부인 악의 영혼은 2권짜리인데 이 책은 1권짜리이다. 원래 책 분량이 차이가 나서 그렇게까지 할수밖에없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일관성면에선 아쉬움이 있다. 1부도 같은 1권으로 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마지막 3부가 남았다. 악시리즈 마지막 작품에선 과연 어떤 인간의 악한 모습이 나타나게 될지 기다려진다. 더불어 인간의 악에 대한 지은이의 생각은 어떻게 완결이 될지도 궁금하다.

재미있고 스릴있는 책이었다. 하지만 임산부나 심신이 약한 사람들은 굳이 읽지 않아도 되겠다는 말, 빈말아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