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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원숭이 - 전2권 세트
제프리 디버 지음, 유소영 옮김 / 노블하우스 / 2006년 6월
평점 :
절판
서스펜스 스릴러의 거장 제프리 디버가 이번에 새롭게 펴낸 '돌원숭이'는 그 배경이
중국문화다.
지극히 미국적인 상황에서의 사건들에 뛰어들었던 링컨 라임이 이번에는 동양의 문화
와 결합된 사건과 맞닥뜨리게 된것이다.
전작들의 주 배경은 전형적인 미국 대도시인 뉴욕이거나 미국적인 색채가 잘 드러나는
미국 남부의 도시였다.
그런데 이번작에는 그런 미국의 공간에 중국적인 내용이 잘 배합이 되면서 좀더 흥미
로운 사건진행이 되는것이다.
시리즈가 계속 될수록 좀더 독창적인 소재를 창조하기가 힘들어지게 되는데 그런면
에서 다른 나라의 문화가 하나의 모티브로 등장하는 건 당연하다고 할수있겠다.
이미 미국에는 차이나타운으로 상징되는 중국문화가 오래전부터 터를 잡고 있었고,
최근 경제적으로 급부상중인 중국에 대한 관심을 생각해봤을때 적절한 시점에 배경
으로 등장한다고 보여진다.
이 링컨시리즈의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법의학이다.
법의학이란것이 무엇인가. 철저하게 눈에 보이는 것, 아무리 작아도 분명히 존재
하는 증거들을 바탕으로 냉철하게 분석,정의를 내리는 학문이다.
이성과 합리성이 전제가 됨은 물론이다.
그에 반해 이번에 새롭게 배경으로 나오는 중국문화에는 그런 이성적인 것들도
존재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직관, 어딘지 모르게 느껴지는 감, 과학적으로는
증명하기 어렵지만 분명히 뭔가 존재하는 그런 것들이 등장한다.
전자를 대표하는 사람이 링컨이라면 후자를 대표하는 사람은 바로 이 책의 악당인
'고스트'다.
이 별로 어울리지도 않는 성질들을 연금술사처럼 교묘하게 잘 어놓고 있는것이다.
이야기는 크게 별난건 아니다.
중국인 밀입국자들을 실은 배가 미국을 향하는데 그것이 링컨에 의해서 적발이 되어
잡힐려고 한다.
그런데 그 배에는 잔인한 살인마 '고스트'가 같이 타고 있었다.
이 밀입국을 계획한 고스트는 배가 잡히게 되자 그만 배를 폭파해 그안의 모든사람
들을 죽이려고 한다.
그러나 그 폭파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이 있었고 그들을 죽이기 위해 쫓는 '고스트'와
그 고스트를 잡으려고 쫓는 링컨의 이야기가 대략의 큰 얼개이다.
sf소설이 아닌바에야 줄거리가 크게 특이하고 별스런것은 아닐것이다.
그러나 제프리 디버는 그 줄거리를 더욱더 정교하고 세밀하게 만들고 작은 사건들을
거미줄처럼 얽히고 설히게 하면서, 마치 거대한 톱니바퀴가 있는 정밀한 기계처럼 탄탄하게
구성해 놓아서 전체의 품격을 크게 높여 놓았다.
게다가 이 작가 특유의 적재적소에서 예상치 못하게 나오는 반전의 스릴러는 아!
하는 감탄사를 절로 나오게 하는 책이다.
매 시리즈마다 구성이던 반전이던 특이한 사건이던 어떤부분에서 좀더 눈에 띄는
장치를 해왔던 작가는 이번작에서도 전작과 대별되는 기술을 하게 되는데 그것은
새로운 인물의 성격 묘사이다.
중국 문화를 배경으로 삼은 이 책에서, 그것을 오롯이 전달하는 방법으로 효과적인
것은 사람일것이다.
중국의 유물이나 책이나 상품보다는 살아 움직이는 '중국사람'에게서 중국의 냄새를
더 잘 맡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면에서 두명이 등장하는데 한명은 악당 '고스트'이고 또 한사람은 중국형사이다.
공자와 노자,한의학적인 지식도 있는 고스트는 분명 급수가 다른 악인이다.
약간 무모하다고싶을정도로 배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을 죽이기 위해 집요하게 쫓는 그
의 모습에서 참 생동감있게 캐릭터가 잘 표현되다고 느껴졌다.
그리고 또 한사람, 중국형사.
공산주의국가에서 온 그는 링컨의 수사방식과는 다르게 동양적인 감각도 동원하면서
수사를 한다. 그리고 자본주의국가의 사람인 링컨에게 보여주는 그의 행동과 우정등
은 서양적인것보다는 동양적인 면을 잘 보여준다고 할수있겠다.
물론 기존의 링컨팀의 다른 사람들의 캐릭터도 더욱더 공고해지고 풍부해지지만
새로운 인물의 등장은 내용에 활력을 불어일으키고 있는것이다.
독립된 작품이라고 하더라도 시리즈이고 그속에 나오는 인물들이 계속해서 출연한다
면 그들의 관계도 발전하지 않을수 없을것이다.
손가락 하나 까닥하기 어려운 장애우인 링컨을 대신해서 그의 발이 되고 손이 되는
링컨의 분신이라고 할수있는 '아밀리아 색슨'의 모습을 보는것도 흥미롭다.
그녀의 성격과 능력은 더욱더 향상되고 링컨의 제일 측근으로서의 활약도 더 크게
부각이 된다.
그러나 가장 큰 관심사는 링컨에 대한 그녀의 마음이었다.
1편인 '본컬렉터'부터 싹터온 링컨에 대한 사랑의 마음은 크게 묘사되지는 않았
지만 미묘하고도 세밀하게 진행해 왔었다.
그런데 이번작에서는 그 묘사가 좀더 강하다. 좀더 많이 링컨에게 다가가는 그녀의
모습과, 그 자신도 끌리지만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몸상태로 색슨의 다가섬에
어쩔수없이 주춤하게 되는 링컨의 대응이 흥미를 자아낸다.
물론, 아무리 링컨의 지적인 우수함이 매력이 있다고 해도 육체적인 면을 무시할
수 없을텐데 링컨을 사랑하게 되는 색슨이 아직도 아리송한건 사실이다.
제프리 디버에게 반할수밖에 없고 그의 링컨시리즈를 고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짜릿한 느낌을 주는 '반전'에 있다.
이 사람 디버는 무슨 '반전생산공장' 사장 같은 느낌이다.
전작인 '코핀댄서'나 '곤충소년'에서 보여줄 수 있는 반전이란건 다 보여준거 같은데
이책에서는 또다른 반전을 보여준다.
읽는 사람들이 느슨해지고 예상치 못하는 때에 딱하고 반전이 등장한다.
그렇다고 반전이 남발되지도 않는다. 너무 자주 반복되면 쉽게 식상해하는 독자들의
마음을 알기 때문이다. 참 영리한 작가다.
아무튼 이번작에서도 그의 날카롭고 세련된 반전솜씨는 여전하고 국면을 일시에
무너뜨리는 반전으로 긴장감을 팽팽하게 유지하게 한다.
흔히 여름은 추리나,서스펜스,스릴러, 공포 소설같은것을 읽는 시기라고 한다.
계절적 특성을 이해못하는 바는 아니나 제프리 디버의 링컨시리즈는 여름에만
읽는 소설이 아니다.
사시사철 어느 계절에 읽어도 그 참된맛을 느낄수있는 고급소설이다.
물론 무더운 날씨와 지루한 장마가 있는 여름에 제일 잘 어울리기는 한다.
자 그럼 뭘 망설이는가.
시원하게 선풍기 틀어놓고 차가운 음료수나 과일 먹으면서, 제프리 디버의
책을 쌓아놓고 읽어라.
더위와 지루함이 단박에 날아가버릴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