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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몽 - 전2권 세트
박혁문 지음 / 늘봄 / 2006년 5월
평점 :
품절
텔레비전 방송의 영향이란것은 참 대단하다.
거기 누가 나와서 어떤 어떤 책이 참 재미있더라고 말하면 그책의 매출이 기하급수적으로 느니 말이다.
그래서 좋은 의도와는 관련없이 방송에서 책을 선정하는거 자체가 또다른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그와는 조금 성격이 다르지만 드라마와 관련된 책일 경우그 드라마의 인기가 좋을때 또한 많이 팔리기도 한다.
몇년전 크게 인기를 얻었던 드라마 '대장금' 이후로 그 콘텐츠를 가공하거나, 관련있는 내용물을 만들어서 출간하는 일이 많아졌는데 이 책도 그런 시류에 만들어진 '기획물'이다.
최근 중국의 동북공정에 대항하는 의미로 학술서적도 많이 출간되고 고대사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도 높아져가는데 그런것을 배경으로 고대사와 관련된 여러 드라마가제작되거나 방영되고 있다.
그중에서 '주몽'이라는 드라마가 방영되고 있는데 이책은 그런 와중에 나온 책인것이다.
그런데 전체적인 내용은 졸작은 아니라도 솔직히 하품 나올 책이다.
원래 역사소설을 좋아해서 수십종의 역사소설을 읽어봤는데 이책은 잘 쓰여진 소설책은 아닌거 같다.
우선 책 내용과는 관련없이 출판의 기본이 안되어있다.
무슨 오자가 이렇게 많은가.참고로 한책에서 5개이상이면 많다고 보는데 이건 숫자를 헤아리기 귀찮을 정도다.
일단 교정이 부실했다고 볼수있는데 더 말도 안되는건 분명히 내용상 '예?'라고 해야할 곳에서 '예!'라고 일관되게 쓰는 것이다.
외국어를 번역기로 돌려서 번역했나? 참 어처구니 없는 부분들이다.
이 책의 지은이가 현직 국어교사라고 하는데 솔직히 진짜 국어선생님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내용은 크게봐서 두 가지 정도가 맘에 안든다.
첫째, 대체 책 제목을 주몽이라고 한 이유가 무엇인가?
주몽이 어떻게 태어나고 어떻게 왕이 되는지에 대해서 그 배경이 되는 것에 대해서 서술하는건 맞지만 그 분량이 너무 많다. 전체가 2권인데 1권의 5분의 3이 그전의 이야기,그중에서도 해모수에 관한 이야기이다. 해모수가 사실 이책의 주인공처럼 보이는것이다. 모든것을 해모수가 안배하고 계획하고 그 계획의 일부로 주몽이 등장하는 격이다. 1권 중간부터 주몽이 등장하긴 하지만 해모수는 그뒤로도 나오면서 이야기의 중심이 되니 누가 주인공이라고 하겠는가.
그리고 본격적으로 주몽이 등장해도 대체 주몽이 주체적이고 능동적으로 보이는 부분이 별로 없다.
모든것은 해모수가 해놓은것이고 주몽은 따라가는것뿐이고 그 대단한 영웅이 나중에는 아들에게 무장해제 당하는지경에 이르기까지한다.
잘하는건 이름 그대로 활을 잘 쏘는것뿐...이래서야 주몽이 주인공이라고 할것인가?
두번째는 고구려의 건국이 시종일관 '혈통'과 관련있는것이다. 그것이 하나의 모티브가 될수는 있겠으나 이책에서는 혈통이 아니면 큰일날듯이 기술하고 있다.
고구려의 역동성과 활기찬 기상을 엿볼수가 없는것이다.
그리고 단군조선의 후손이 주몽이고 단군조선을 잇는 의미로 고구려가 탄생했다고 하는데 이것도 그리 설득력있는 시나리오는 아니다.
단군조선의 마지막 임금인 준왕의 혈통이 해모수와 주몽에게 이어진다는 설정인데 그것이 설득력있을려면 좀더 세밀한 기술이 있었어야하나 여기선 그냥 지나쳐 버렸다.
고대사 영역이라서 사료가 부족하고 유물도 접근하기가 힘든점은 이해한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개연성있지 않는 글을 쓰는것에 대한 변명이 될수는 없다.
국어 교사로서, 재야사학자로서의 지은이의 이력이 그리 빛을 발하지 못한 내용이었다.
요즘 방영중인 드라마를 이해하는데 조금의 도움이 된다고 하는것이 위안이라면 위안일까.
시류에 영합한 뻔히 보이는 기획물이라고 해도 그 얼개가 꽉 찬다면 상관이 없을것이다.
그러나 이책은 두번 읽을만큼 잘 쓰여진건 아니다.
소설적 재미도,문학적인 완성도도,출판의 기본도 아쉬움이 많이 남는 책이었다.
다만, 주몽에 대한 궁금증을 일부나마 해소시켜주고 어느정도의 재미는 있으니 재미삼아 읽어보는것까진 막지 않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