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인 이야기'라는 책이 인기를 끌고 있다. 수년간에 걸쳐서 로마사를 정리한 책인데 유려한 문체와 함께 독특한 해석등으로 꽤 재미나게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그 책을 보고 왠지 아쉬움이 느꼈던것은 로마제국이 동서로 갈리기전까지만 나오기 때문이다. 이책에 나오는 이른바 '비잔티움 제국'에 관해서는 나오고 있지 않기 때문에 전 로마역사를 알고 싶은 사람에게는 아쉬움이 있었다. 그래서 그뒤의 역사 즉 동로마사를 알고 싶은 마음이 들었는데 왠걸 동로마역사에 관한 책은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그리고 더 알아보니 학계에서도 동로마사에 관한 관심이 별로 없는거 같았다. 동로마사에 관한 인식이 별로 안 좋다는 것이었다. 천년을 이어온 로마제국에 그런 인식이 있다는것이 의외였었다. 유명한 '로마제국쇠망사'를 썼던 에드워드 기번은 노골적으로 동로마제국을 폄하했고 다른 많은 작가나 역사가도 그런 인식을 나타내곤 했는데 이 얼마나 편협한 시각인가. 만일 그렇게 형편없는 나라였다면 1000년이 넘는 세월동안 그렇게 오랫동안 번영했을까. 그런 의문이 누구나 들것이다. 최근까지 그런 의문을 속시원히 풀어주는 책이 없었는데 올해 나온 이 비잔티움 연대기라는 책은 그런 궁금증을 상당부분 해소시켜 주는 책이라고 할만하다. 로마 제국은 다 알다시피 이탈리아 반도에서 시작해서 현재 유럽과 아시아 아프리카 일부를 장악했던 고대의 대제국이다. 그때의 문명이 지금 유럽의 자산이 되었으면 물론이고. 그런데 그 찬란했던 제국이 동서로 분리되는 사태가 왔다. 서로마제국와 동로마제국으로 나뉘게 된것이다. 그렇게 나뉜 로마제국중 서로마제국은 얼마 못가서 멸망을 하게 되고 유일하게 동로마제국만이 로마제국의 정통성을 이어서 무려 천년넘게 존속하게 되었다. 이 책은 그 동로마제국이 생겨나게 되는 배경과 전개 과정 당시의 역사적 사실등에 관해서 쓰고 있다. 사실 로마 제국이 동서로 나뉘게 된것이 어떤 내란때문일줄로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 혼자서 나라를 다스리기에는 너무 일이 많아서 황제 스스로가 또다른 황제를 만들어서 공동으로 나라를 다스릴려고 한것이 그 시초였단다. 말하자면 평화적 정권이양이라고 해야하나? 근데 사람이란게 가면 갈수록 더 많은걸 가질려고 하는 욕심이 많고 특히 권력욕이란게 그리 나누기가 쉽지 않은데 권력을 나누기로 한것은 지혜롭다고 할만하다. 어쩌면 그때 그렇게 나누지 않았더라면 적절한 통제력을 가지지 못한 제국은 벌써 망했을지도 모르겠다. 제국의 체제는 황제 한 사람에게서 공동황제 즉 정제가 있었고 그 정제 다음으로 여러명의 부제가 있어서 각각의 영토에서 통치를 하는 식이었다. 그런데 그것이 나중에 고착화가 되어서 동과 서로 제국 자체가 나누어지게 되었던 것이었다. 그럼 그 시발점은 어디로 삼아야할까? 여기서는 콘스탄티누스대제를 이야기 하고있다. 콘스탄티누스황제 당시에 로마는 동서로 갈려지지 않았지만 명목상 수도인 로마를 버리고 오늘날의 이스탐불인 콘스탄티노블을 건설하면서 동과 서가 서서히 분리되는 단초를 마련하게 된다.물론 콘스탄티누스황제는 제국을 동서로 분리할려고 한것은 아니었을것이다. 여러가지면에서 떠오르는 동방에 좀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기도 했을것이고 쇠퇴하고 있던 로마를 대신한 강력한 도시를 원했을수도 있다. 어쨌든 그의 의도는 성공한듯이 보이지만 제국의 분리까지 예상했을까 싶기도 했다. 이책은 그렇게 시작하여 1453년 오스만투르크에 의해 멸망하기까지 천년이 넘는 동로마, 비잔티움 제국에 대해서 상세히 서술하고 있다. 그 첫번째 권인 이 책은 콘스탄티누스의 치적과 함께 서로마의 분리, 그리고 서로마의 멸망까지를 이야기하고 있다. 글이 어렵지 않게 서술되어 있고 중간 중간에 사진이나 연표같은 여러 자료들이 있어서 지루하지 않게 쓰여진 책같다. 다만 주요 황제들의 이름이 비슷해서한번에 읽지않으면 나중에 누가 누구인지 알아보기에 헷갈릴꺼 같다. 콘스탄티누스황제, 콘트탄티우스황제 이런식이니 말이다. 그리고 전체적으로는 정치사위주로 서술되어서 문화나 예술,사회,경제같은 다른 분야의 모습을 보지 못해서 아쉽기도 하다. 하기야 1000년이 넘는 대제국의 전모습을 몇권의 책으로 담아내기가 그리 쉽겠는가. 이 책은 원래 3권짜리 양장본으로 나왔는데 몇가지 번역상의 오류등을 고치고 분권을 해서 6권짜리로 새로 나온 첫번째권이다. 3권이 편한지 6권이 편한지는 모르겠으나 책값은 비슷한거 같다. 보기에는 6권으로 분권한것이 더 나아보이나 한번에 집중에서 읽을수 없는 단점도 있는거 같다. 1000년을 넘게 이어온 대제국 비잔티움. 오랜세월 그 진짜 모습을 알기 어려웠는데 이제 그 베일에 쌓였던 제국의 속살을 들여다볼수 있는 기회였다.
동물의 가장 기본적인 본능이 종족번식이라고 한다. 그 종족번식을 위해서는 암컷과 수컷이 성적인 접촉을 통해서 후손을 생산하게 되는데 이성을 가진 존재인 인간은 단순한 종족번식뿐만아니라 유희와 쾌락을 위해서도 성적인 접촉을 한다. 그런데 그 기본적인 본능에 의하면 수컷과 암컷, 즉 남과 여가 만나야한다.하지만 인간 세계에서는 같은 성인 동성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른바 동성애자들인것이다. 호모,게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하고 우리나라에선 이반이라는 용어를 쓰기도 하는데 보통 사람들에겐 그다지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들이다. 그렇다면, 과연 그들은 그렇게 환영받지 못하는 사람들이어야할까? 그들에게 잘못이 있는가? 그들이 반인간적인 삶을 살고 있는것인가? 거기에 대한 대답은 단호하게 '아디다'일것이다. 그들도 보통 사람들과 똑같은 평범한 사람일뿐이다. 단지 성적인 취향이 다를뿐인데 그것이 그렇게 나쁜것은 아니지 않는가. 그렇게 따지자면 수십년 나이차가 나는 커플이나 여성연상 커플도 보통 커플과는 다르니 나쁘다고 해야할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말하지는 않지 않는가.그럼 왜 그리 동성애자들에 대해서 나쁜 시각으로 바라보는지 자신도 모르게 편견이 있는것은 아닌지 생각할수도 있다. 이 책은 그런 편견과 고정관념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먼저 동성애의 원인은 무엇인가에 대해서 이야기하고있는데 동성애는 정상이 아니라거나 변태라거나 치료될수있다고 하는 것에 대한 잘못된 인식들을 반박하고 있다. 이미 정신의학계에서도 동성애가 정신병이 아니라고 결론내린것이 수십년전이고 그런 관점에선 엄연한 정상이고 변태는 물론 아니고 병이 아니기에 치료된다 안된다 그런 말 자체를 할수없는것이다. 사실 그 원인이 왜 그런지에 대해서 속시원히 말해줄 사람은 없다. 하나님의 뜻이라고나 할까. 그 원인에 대해서 수없이 많은 가설과 주장이 있지만 어느것이 딱 부러지게 맞다고 볼수가 없다. 사람의 취미나 성격이 천차만별이고 그 이유를 알수가 없듯이 동성애 또한 알수가 없는것이다. 그냥 보통 사람들이 가지는 여러가지 성향중에 하나인데 답이 안나오는것을 분석하려고 하면 답이 나올까. 그런데 사람들은 그 답이안나오는데서 억지로 결론을 내고 동성애자를 억압하고 편견을 가지고 멸시를 하는것이다. 그게 과연 합당한일일까? 두번째 단락에서는 동성애자들의 생활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는데 이또한 편견과 고정관념으로 가득한 주장들에 대해서 설득력있게 반박하고 있다. 동성애자들이라고 해서 이성애자들에 비해서 더 성욕이 있는것은 아니고 그들또한 평범한 사랑을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그리고 성적인 방법에 대해서도 그 방법은 동성과 이성모두에게 행해지는 방법인데도 불구하고 동성애자에게만 혐오감을 드러내고 있다. 그럼 이성애자들의 행동도 욕을 해야하지 않을까? 그리고 실제로 이성애자들의 에이즈 발병률이 더 높은데도 불구하고 에이즈하면 동성애자들의 전유물인것처럼 편견을 갖고 있는것에도 일침을 가하고 있다. 한마디로 이들도 그냥 보통 이성애자들처럼 평범하게 사랑하고 평범하게 생활을 한다는 것이다. 눈에 색안경을 끼고 본다면 얼마나 사실과 다른 편견을 가질수있나하는것을 알려주고 있다. 마지막 단락에선 사회에서 보는 동성애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있는데 특히 종교적으로 문제가 되고있는 현실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종교중에서도 특히 기독교,카톨릭에서 동성애는 죄악으로 규정하고 있다는 것이다.그들의 주된 주장의 근거인 성경안의 구절에서 그렇게 규정하고 있는데 그것도 해석의 문제라는것을 말해주고 있다. 만일 성경말씀을 그대로 따르자면 원수도 사랑하라는 예수님 말씀은 어떻게할것인가. 그야말로 자신이 편한대로 그냥 기분 나쁘다고 어떤것은 무시하고 어떤것은 지키지않고 하는것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사실 기독교와 동성애에 대해서는 수많은 이야기들이 있는데 여기서는 짧게 소개가 되고 있다. 그밖에 사회적으로 동성애자의 존재가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받아들여야할지에 대해서도 이야기 하고 있다. 사실 동성애를 하고 싶어서 하는 사람은 잘 없을것이다. 그냥 좋아하는 사람이 동성인것이고 그건 이성애자들과 똑같은 일이다. 누가 저 이성을 왜 좋아하느냐고 공박을 할수있겠는가? 아무도 그렇지 않을것이다. 그것과 마찬가지로 동성애자에게 왜 동성을 좋아하느냐고 공박할수 없다. 그것은 그의 마음이 그렇게 되는것이기 때문이다. 병도 아니고 사회적인 어떤 합리적인 이유도 없는 자연스러운 현상중에 하나라고 생각하면 안될까? 동성애자들이 많아지면 지구가 결국 멸망하지 않을까하는 것도 기우에 불과하다. 동성애가 선택의 문제도 아니고 유행타는것도 아니고 늘 소수의 사람들이다. 전체 인류에서 많은 비율을 가지는것도 아니다. 오히려 독신의 수가 더 많지 않을런지도 모르겠다. 인류가 그정도의 넉넉함도 가지지 못할 이유는 없을것이다. 동성애자도 보통의 인간일뿐이다. 보통 사람처럼 생각하고 사랑하고 생활한다. 그들중에도 나쁜 사람이 있고 좋은 사람이 있고 특별한것이 없다. 편견과 고정관념으로 사람을 차별하고 사람을 무시하는것은 히틀러가 주장한 인종론과 뭐가 다르겠는가. 우리는 이미 그 미치광이의 행동에 의해 수백만의 유태인이 학살당하는 것을 방치했다. 그때처럼 동성애자가 학살당하진 않겠지만 우리안의 편견과 멸시는 그 광폭함에서 조금도 뒤지지 않을것이다. 막연히 동성애에 대한 두려움이나 편견 혹은 호기심을 가진 사람들이 읽으면 좋을 책이었다.개괄서적인 내용이라서 좀 부족한듯한 느낌이 들긴 했지만 어느정도 편견을 벗을수 있게 하는 내용이었다고 생각된다. 물론 이거보다 백배 많은 내용의 합리적이고 설득적인 주장이 있다고 해도 그것을 받아들일 자세가 되어 있지 않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긴 하겠지만 말이다.자신안의 편견을 벗을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는 사람에겐 요긴한 책이라 하겠다. 이 책은 편견을 깨고 사실을 바르게 알기위한 고정관념씨리즈의 한 책인데 다른 시리즈들도 우리가 한번쯤 생각했던 주제들이라서 읽어보면 괜찮은 시리즈같다. 다만 우리나라에서 쓰인것이 아니라 프랑스에서 쓰여지 책들이라서 우리나라 사정이나 생각과 좀 차이가 난다는건 염두해두고 읽어야할것이다.그리고 책분량이 작아서 읽기에는 좋으나 그리 깊이 있게 들어가지는 않는다는것도 알고 읽으면 좋을꺼 같다.
1편에서의 강렬한 인상으로 인해 2편이 빨리 나오길 학수고개 했는데 드디어 2편이 나왔다. 조금만 읽다가 할일을 해야지 하면서도 책에서 손을 떼지 못해서 결국 하룻만에 읽었던 1편의 경험이 있어서 이번에야말로 진짜 조금만 읽고 할일 하겠다고 했던 그 굳은 결심도 허물어지는데 몇분이 걸리지 않았던 책이었다. 그야말로 한번 손에 잡으면 끝까지 읽지 않고서는 고개를 들수 없도록 매력적인 책이 바로 이 테메레스 씨리즈이다. 인간과 비슷한 이성을 지닌 용이 있다는 설정아래 18세기에서 19세기에 이르는 실제 역사적인 사건과 실제 역사적인 인물을 배경삼아서 이야기를 전개하는 이 시리즈는 이미 1편에서 주인공용인 테메레르의 등장을 정말 재미있고 유쾌하게 그려냈었다. 영국 공군 소속으로써 나폴레옹의 영국 침공을 막아낸 테메레르는 계속해서 영국 공군에 복무하거나 파트너인 로렌스와 평화롭게 살아갈줄 알았는데 뜻밖의 일이 벌어지면서 2부가 시작된다. 바로 중국의 테메레르 반환 요구였던것이다. 프랑스에세 보낸 선물이었던 테메레르가 영국군의 일원으로써 전쟁에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된 중국에서는 사절단을 보내면서까지 반환을 강하게 요구하고 나섰다. 절대로 원하지 않았던 일이지만 명령에 복종해야하는 군인으로써의 처지와 함께 당시 영국이 처한 미묘한 정치적인 상황때문에 할수없이 로렌스는 테메레르와 함께 중국으로 떠나게 된다. 중국에 가서 그들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던것이다. 당시에는 유럽에서 중국으로 배로 갈려면 멀리 아프리카 대륙을 지나서 인도양을 거쳐서 수개월에 걸쳐서 가야했다. 그래서 거대한 수송선이 필요했는데 영국 군함으로도 쓰일수 있는 제일 큰 함선을 타고 로렌조와 테메레르 일행은 중국으로 대항해를 하게 된다. 그런데 영국으로 왔던 사절단의 우두머리인 용싱은 함께 돌아가면서 눈에 가시같던 로젠조를 회유하기도 하고 협박하기도 하며 목숨을 노리는 일까지 서슴지 않으면서 테메레르를 뺐으려고 안감힘을 쓴다. 우여곡절끝에 중국에 도착한 일행. 테메레르와 로렌스를 떼어내려는 중국측에 단호히 맞서면서 결국 로렌스는 테메레르와 함께 동행을 하게 된다. 그리고 중국의 수도 베이징에 도착하는 테메레르 일행. 이미 배안에서 중국 사절단인 용싱에게서 중국 문화에 대한 것을 많이 알게된 테메레르는 자신의 뿌리가 중국황실용이란것을 확실하게 알게되고 여러가지 문화적인 충격에 빠지게 된다. 용싱의 음모는 계속되고 거대한 중국땅에서 고립무원의 처지에 놓였던 로렌스 일행은 강한 용기와 지혜로 그들의 야욕에서 벗어나게 되고 영국과 중국과의 사이도 좋게 만드는 외교적인 승리를 거두게 된다. 이제 남은것은 테메레르의 결심뿐. 자신이 태어난 곳이고 어머니와 형제들, 그리고 좋아하는 암컷용이 있으며 영국과는 달리 용에 대한 대우가 훨씬 자연스럽고 좋았던 중국에 남을것인가 아니면 전쟁의 암운이 아직 가시지 않은 영국으로 돌아가게 될것인가. 쉽게 결정할 일은 아니지만 테메레르는 결국 의리를 택했다. 친구들이 고생하고 있는데 그 자신만 편하게 살수없다는 거였다. 역시 테메레르다운 답이 아닐수 없었다. 그의 성품으로 보아 그런 대답을 할껄로 예상했었는데 그대로 적중했다. 그래서 중국으로의 대항해는 거기서 일단 마무리가 되었다. 거의 550쪽에 이르는, 보통 책같으면 2권분량에 해당하는 긴 이야기이지만 정말 시간가는줄 모르게 읽었던 책이었다. 다른 재미있는 책도 물론 있었지만 최근에 이렇게 한번에 다 읽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한 책은 없었었다. 그것은 소재의 참신성과 내용의 독창성 그리고 재미난 이야기 구조 등이 한 이유이겠으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테메레르라는 케릭터가 주는 사랑스러움때문이었다. 정말 사랑스럽다는 표현을 쓸수밖에 없는 존재가 테메레르이다. 여기서 주인공은 용인 테메레르와 파트너 인간인 로렌스이지만 누구나 감탄하고 끌리는 존재는 테메레르일것이다. 힘이 쎄고 하늘을 나는 존재라서 그런것이 아니라 로렌스를 아끼고 생각하는 마음과 그의 공군 동료들을 생각하는 그 마음이 내내 마음을 울렸기 때문이다. 절대로 배신하지 않고 언제나 그들을 지켜주고 사랑하는 테메레르의 마음이 생생하게 느껴지는듯했다. 더불어 테메레르가 보여주는 귀여움도 무시 못할 요인이었다. 덩치 큰 동물이긴 해도 아직은 어린용인 테메레르가 작은 일에 투덜거리거나 어떤것을 해달라고 로렌스를 조르는 장면등에선 정말 옆에 있으면 안아주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애정있게 느껴졌다. 결국 캐릭터 구축이 기가 막히게 잘 되었다는 말일것이다. 인간도 아닌 창조된 존재인 테메레르의 그 인간미가 결국 이 책을 이끌어가는 가장 큰 힘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밖에 지은이는 로렌스를 비롯한 다른 등장인물들도 선명하고 재미있는 캐릭터를 잘 만들어서 이야기를 더욱 돋보이게 했다. 어떻게 보면 1편보다는 단순한 이야기이지만 그 많은 분량이 하나도 지루하지 않게 때론 긴장감을, 때론 평화로움을 불러일으키면서 끝까지 리듬감있게 이야기를 서술하고 있었다. 이야기가 처음의 시작할때의 그 힘이 끝까지 갔던 것이다. 그래서 긴 책을 끝냈어도 지루한줄 몰랐고 오히려 더 이어지지 않는것이 아쉬울 정도였다. 테메레르의 신분이 영국 공군이라서 군에 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이미 1편에서도 군에 관한 제도나 성격, 사건등에서 치밀하고도 사실적인 묘사를 보여줬던 지은이는 2편에서도 그 정확성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테메레르가 중국까지 날아가는것이 아니라 배를 타고 가는건데 그 배를 모는 것은 해군이고 테메레르와 함께 가는 것은 공군인데 사실 테메레르의 존재만 빼면 거기서 묘사되는 해,공군 간의 싸움이나 기질, 스타일등은 현실에서도 거의 비슷하게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다. 지은이가 여자인데 어떻게 그렇게 군대에 대해서 잘 서술 하는지 자료조사를 참 꼼꼼히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사모험 환타지답게 이 책에서는 당대 중국의 역사적인 부분이 나온다. 비록 1편처럼 좀 복잡한 이야기가 나오는건 아니지만 중국 황제나 황태자등의 실제 인물들과 동인도 회사라는 당시의 실제적인 상황들이 묘사되어서 더욱더 생동감있게 읽게 했다. 당시 중국의 모습도 세밀하게 잘 그려냈고 로렌스를 비롯한 영국 사람들이 중국이라는 나라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들도 흥미있게 묘사해서 어떨땐 기행문을 보는듯한 느낌까지 들게 했다. 영국,프랑스를 무대로 했던 1편에 이어서 대서양과 인도양을 가로질러 중국에 이르는 장대한 스케일의 테메레르 씨리즈는 다음번에는 이스탐불로 무대가 이어진다. 그당시 이스탐불이라면 오스만투르크 제국이었을텐데 거기서는 어떤 재미난 모험을 할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1편을 덮고 나서 2편이 왜 빨리 안나오냐고 했던 것이 이번에는 3편이 왜 빨리 안나오냐는 소리로 바뀌었다. 아마 마지막 시리즈를 볼때까지 매번 그걸꺼 같다. 테메레르의 사랑스러움과 다정함의 여운이 아직도 짙게 남아있을정도로 올해 읽은 판타지 소설중에서는 최고로 매력적이고 재미나고 흠입력 높은 책이었다.
재미있다. 마지막 책장을 넘기면서 딱 들었던 생각이었다. 책을 처음 봤을땐 언제 다 읽나 할 정도로 두꺼운 분량이었는데 정말 정신없이 읽었다. 최근에 이렇게 정신없이 읽은 책이 드물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이 책은 영화 '스타더스트'의 원작소설을 쓴 닐 게이먼의 처녀작이라고 하는데 솔직히 스타더스트보다 더 재미나고 더 활기차고 더 흠입력이 있었다. 대체 이 작가의 상상력은 어디까지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내용의 구성이나 전개가 독창적이고 발랄하며 재미가 있다. 만화 작가로도 이미 유명한 사람이라고 하니 재미있게 글쓰는것에 대해선 어느정도 경지에 이른 사람이 아닌가하기도 하다. 이 책의 무대는 영국 런던. 하지만 그 도시 위에서 벌어지는것이 아니라 그 아래, 지하세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주인공인 리처드는 평범한 직장인이다. 곧 약혼할 여자친구와 함께 거리를 지나가다가 쓰러져 있는 한 여자를 발견한다. 그냥 가자고 재촉하는 여자친구를 뒤로한채 쓰러진 여자를 도와주는 리처드. 하지만 그의 그 소박한 선행이 그의 인셍에서 커다란 전기가 될줄은 상상도 못한다. 도와준 여자의 이름은 도어. 알수없는 몇마디를 남기고 떠난 그녀 뒤로 음험한 기운을 풍기는 두 남자가 리처드를 찾아오고 그는 곧 새로운 모험의 세계로 빠지게 되는데 그가 가게 된 곳은 다름아닌 런던의 지하세계. 거기는 지상세계와는 또다른 런던이었다. 여러 사람들이 공존하고 끝없이 이어진 미로같은 지하터널. 거기에는 절대선도 절대악도 없는 독특한 공간이었다. 갈곳없이 홀로 남겨진 리처드는 곧 도어일행과 만나게 되고 그녀를 따라서 어쩔수없이 새로운 모험을 떠나게 되고 우여곡절끝에 목적한 바에 이른다. 하지만 곧 반전이 일어나고 그의 운명은 새로운 결단을 요구하게 되는데... 현대와 전통이 공존하는 런던이라는 공간을 이용해서 지은이는 새로운 세계를 창조했다. 바로 지하세게인 것이다. 지상의 세계와 비슷하것처럼 보이면서도 상상할수 없는 여러가지 것들을 보이는것이 바로 지하세계였다. 현재 운행되고 있는 런던지하철과는 다른 지하세계만의 지하철이 있는걸로 설정을 했는데 지하철이 서는 역이 실제 존재했다가 폐쇄되었다는 설정으로 그럴싸한 분위기를 형성했다. 지하세계의 주요 이동 수단이 지하철인 탓에 지하철이 중요한 배경으로 작용하는데 실제 런던에 살면서 지하철을 탄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고 나서 묘한 느낌을 들게 할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다. 별 생각없이 탔던 지하철이 그런 환타지의 무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지하철을 생각하면 좀더 느끼기 쉬울것이다. 주인공인 리처드는 어떻게 보면 참 맹한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눈앞에서 상상도 못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데도 그 머리는 지상세계에서 하는것과 같이 돌아가는 장면이 나왔을때는 한대 쥐어박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착하지만 평범하고 단순하며 나약한 그가 모험을 떠나게 되면서 점점 더 강인하고 결단성있는 사람으로 변해갈땐 그의 용기에 박수를 치고 싶기도 했다. 나중에는 결국 그가 큰 공을 세우게 되고 지하세계를 빠져 나갈수 있는 방법을 스스로 발견하게 된다. 그치만 이미 새로운 세상을 알게 되었는데 그가 어떤 결정을 내리게 될것인지는 예상하기 어려웠다. 따분하고 재미없지만 안정적인 지상의 삶과, 다이나믹하고 여러가지 모험이 기다리지만 목숨을 보장받지도 못하는 지하의 삶중에서 어느 삶을 선택하게 될까? 소설에서는 어떤 결정을 하게 되긴 하지만 과연 나라면 어떤 삶을 선택했을까 하는 생각도 들게 했다. 반지의 제왕과 헤리포터 같은 환상소설의 지적인 유산을 잘 물려받은 영국 태생 답게 환타지를 엮어가는 솜씨가 여간 보통이 아니다. 이미 많은 만화를 통해서 스토리를 어떻게 구성하고 어떻게 이어갈까에 대한 훈련이 되어 있겠지만 소설은 만화와는 말하는 호흡이 또 다른 장르가 아닌가.그렇지만 그는 처녀작이라는 이 책에서 그의 재능을 유감없이 보이고 있는거 같다. 현재에 존재하지않는 전혀 새로운 공간을 창조하면서도 그리 낯설지 않은 것은 전통속에서 새로운 질서를 부여했기 때문이 아닐까한다. 이미 존재하고 있는 지하철을 그대로 가져와서 새롭게 꾸미고 등장인물들의 모습들도 지상의 것을 가져와서 성격이나 설정을 달리 하는 정도로 배경과 캐릭터를 구축했기에 더욱 가깝게 책 내용에 몰입할수 있었던거 같다. 그 결과 근 500여 페이지의 많은 분량의 내용이었지만 빠르게 잘 읽을수 있었고 재미있게 잘 읽을수 있었다. 책은 여러면에서 잘 만들어졌다. 번역도 나쁘지 않았고 제본도 튼튼했고 가격도 적당한거 같았다. 다만 표지는 내용의 몰입도에 비하면 크게 인상적이지는 않았던게 아쉽다. 옮긴이의 후기도 있어서 좋았는데 읽기 쉬운 내용이지만 분량이 긴 만큼 주요 등장인물에 대한 간략한 소개를 앞부분에 실었음 더욱 멋진 책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미 TV시리즈로도 만들어졌다고 하는 네버웨어. 거대 대도시의 지하세계를 현실감있고도 활기차게 그려내서 오랫만에 한순간에 읽어버린 책이었다. 닐 게이먼의 이 매혹적이면서 뛰어난 상상력의 글솜씨를 앞으도로 기대할꺼같다.
누구나 졸업을 한다.학교를 입학하면 졸업하게 되고 군대를 들어가도 졸업하게 되고 직장인이 되어도 계속 해서 있는것이 아니라 나오게 되는 일도 생긴다. 이렇듯 무엇인가 끝낸다는 의미, 한 단계를 벗어난다는 의미의 졸업이란것은 사람의 일생에 거쳐서 일어나는 일이다. 하지만 끝낸다는 의미만 가진것이 졸업의 의미가 다가 아닐것이다. 졸업과 동시에 새로운 것에 '입학'을 하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졸업이란것은 새롭게 시작하기 위한 하나의 관문일지도 모른다. 이 책은 그런 인생에서의 졸업을 통해서 삶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이야기들이다. 총 4년의 중편으로 이루어진 소설집인데 보통 말하는 학교 졸업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마음의 졸업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우리 일상에서 일어날수 있는 일들을 담담하면서도 사실적으로 우리가 직접 겪어가는 것처럼 농밀하게 서술하고 있다. 첫번째 표제작인 '졸업'은 친구의 딸과의 이야기인데 그 친구는 이미 저세상사림이고 그 딸은 자신의 아버지에 대해서 알고 싶어서 나를 찾아온다. 하지만 나는 그 친구와 연락을 안한지가 오래되었고 그 자신이 삶의 위기에 봉착해 있는 처지다.그러나 결국 아이에게 친구의 이야기를 해주는 주인공. 그 아이나 주인공이나 어쩌면 넘어야할 문턱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것을 넘을 용기를, 서로에게 주고 있는것이다. 결국 그 아이는 그 아버지를 졸업하게 되고 주인공은 그 친구와 자신을 졸업하게 되는것이다.40대 가장의 고단한 삶과 일본사회의 모습등이 잔잔하게 잘 서술이 된 작품이었다. 두번째인 '행진곡'은 역시 40대 가장인 주인공이 어머니의 임종을 앞두고 과거에 있었던 가족의 일들 특히 보통아이와는 달라던 여동생과이 일들을 이야기하고 있는 소설이다. 여기서 어머니는 인생을 '졸업'하는 순간에 있고 그와 그의 여동생은 또다른 졸업의 순간에 잇다. 오랜 세월 동생과 어머니의 진실을 알지못했던 주인공은 그 마음을 결국 알게되고 자신이 짊어진 졸업을 향해서 새로운 마음을 얻게 된다는 이야기인데 어떻게 보면 참 특이한 어머니와 여동생이었다. 보통 사람들이라면 이상하게 생각했을꺼지만 딸에 대한 믿음과 그 마음을 알아준 딸의 마음도 보통이 아닌거같다. 결국 거기에서 주인공도 새로운 것을 깨닫게 되지 않겠는가. 어머니는 결국 돌아가셨지만, 자신을 억누르고 힘들게 했던 일들을 졸업하게 하는 방법을 일러주고 가셨으니 결국 어머니는 그의 마음속에서 다시 살아났다고도 볼수 있을것이다. 주인공이 힘차게 한발을 내딛는 끝장면이 마음 찡했다. '아버지의 마지막 수업'은 평생 교직에 있다가 임종을 앞둔 아버지를 간호하는 나의 이야기이다.그 또한 교직에 몸담고 있지만 그의 눈으로 봐도 그의 아버지는 그리 매력적인 교사는 아니었다.병원에 있을때 누구도 병문안을 오지 않았던것이다.그런데 그의 제자중에 한명이 아버지의 간호겸해서 병문안을 오게 되면서 마지막으로 어떤것을 알려준다는 이야기인데 솔직히 글에 소개된 에피소드만으로도 주인공의 아버지가 왜 혼자서 그리 쓸쓸하게 가야하는가를 알게됏따.내가 생각하기에 그는 '선생님'으로써가 아니라 '교사'로써만 교직에 있었던거 같다. 그러니 그런 말년을 보낸게 아니겠는가. 학생의 마음을 생각하지 않고 그저 규율만 따지는것은 진정한 선생님이라고 할수없다.그런의미에서 마지막 장면에 누군가가 스승의 은혜 노래를 부른다는 설정은 좀 작위적으로 보여서 그리몸에 와닿지 않았다. 마지막인 '추신'은 이 책에서 가장 감동적인 이야기였다.어린 시절 어머니를 여윈 주인공이 새어머니와 수십년만에 결국 화해하게 된다는 이야기인데 중간 중간 어린 시절의 주인공에 동화되서 나같아도 그렇게 했겠다하고 흥분할정도로 내용에 빠져든 작품이기도 하다. 하지만 새어머니가 표현력이나 성격이 다정스럽지 못하다고 해서 나쁜 사람은 아니었을것이다. 그의 아버지의 처신도 세련되지 못했다고는 해도 그들이 아들을 생각하는 마음이 나쁜마음이었겠는가. 자식을 생각하는 부모의 마음을 헤아리기는 참 쉽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마지막 장면, 마음 따뜻해지면서 기분 좋아지는 장면이었다. 이 책의 지은이인 시게마츠 기요시는 우리 주위의 평범한 일들속에서 아픔과 슬픔, 기쁨등의 심리를 잘 표현하는 작품을 많이 쓴다고 한다. 이 책도 그런 성격의 책인데 주인공의 나이가 안되서 완전히 느낄수는 없었으나 상당부분 공감이 가는 내용이었다. 우리에게도 일어날 수있는 이야기들을 설득력있고 세밀하게 잘 묘사를 한 작품이었다. 책 디자인은 그리 인상적이지 않지만 번역도 괜찮고 제본도 좋다.특히 종이질이 좋아서 책넘김이 기분이 좋았다.다만,마지막에 옮긴이의 후기가 있어서 작품해설이나 지은이애 대한 설명이 있었으면 책을 이해하는데 더 큰 도움이 되었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