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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
시게마츠 기요시 지음, 고향옥 옮김 / 양철북 / 2007년 10월
평점 :
품절
누구나 졸업을 한다.학교를 입학하면 졸업하게 되고 군대를 들어가도 졸업하게 되고 직장인이 되어도 계속 해서 있는것이 아니라 나오게 되는 일도 생긴다. 이렇듯 무엇인가 끝낸다는 의미, 한 단계를 벗어난다는 의미의 졸업이란것은 사람의 일생에 거쳐서 일어나는 일이다.
하지만 끝낸다는 의미만 가진것이 졸업의 의미가 다가 아닐것이다. 졸업과 동시에 새로운 것에 '입학'을 하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졸업이란것은 새롭게 시작하기 위한 하나의 관문일지도 모른다.
이 책은 그런 인생에서의 졸업을 통해서 삶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이야기들이다. 총 4년의 중편으로 이루어진 소설집인데 보통 말하는 학교 졸업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마음의 졸업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우리 일상에서 일어날수 있는 일들을 담담하면서도 사실적으로 우리가 직접 겪어가는 것처럼 농밀하게 서술하고 있다.
첫번째 표제작인 '졸업'은 친구의 딸과의 이야기인데 그 친구는 이미 저세상사림이고 그 딸은 자신의 아버지에 대해서 알고 싶어서 나를 찾아온다. 하지만 나는 그 친구와 연락을 안한지가 오래되었고 그 자신이 삶의 위기에 봉착해 있는 처지다.그러나 결국 아이에게 친구의 이야기를 해주는 주인공. 그 아이나 주인공이나 어쩌면 넘어야할 문턱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것을 넘을 용기를, 서로에게 주고 있는것이다. 결국 그 아이는 그 아버지를 졸업하게 되고 주인공은 그 친구와 자신을 졸업하게 되는것이다.40대 가장의 고단한 삶과 일본사회의 모습등이 잔잔하게 잘 서술이 된 작품이었다.
두번째인 '행진곡'은 역시 40대 가장인 주인공이 어머니의 임종을 앞두고 과거에 있었던 가족의 일들 특히 보통아이와는 달라던 여동생과이 일들을 이야기하고 있는 소설이다. 여기서 어머니는 인생을 '졸업'하는 순간에 있고 그와 그의 여동생은 또다른 졸업의 순간에 잇다. 오랜 세월 동생과 어머니의 진실을 알지못했던 주인공은 그 마음을 결국 알게되고 자신이 짊어진 졸업을 향해서 새로운 마음을 얻게 된다는 이야기인데 어떻게 보면 참 특이한 어머니와 여동생이었다. 보통 사람들이라면 이상하게 생각했을꺼지만 딸에 대한 믿음과 그 마음을 알아준 딸의 마음도 보통이 아닌거같다. 결국 거기에서 주인공도 새로운 것을 깨닫게 되지 않겠는가. 어머니는 결국 돌아가셨지만, 자신을 억누르고 힘들게 했던 일들을 졸업하게 하는 방법을 일러주고 가셨으니 결국 어머니는 그의 마음속에서 다시 살아났다고도 볼수 있을것이다. 주인공이 힘차게 한발을 내딛는 끝장면이 마음 찡했다.
'아버지의 마지막 수업'은 평생 교직에 있다가 임종을 앞둔 아버지를 간호하는 나의 이야기이다.그 또한 교직에 몸담고 있지만 그의 눈으로 봐도 그의 아버지는 그리 매력적인 교사는 아니었다.병원에 있을때 누구도 병문안을 오지 않았던것이다.그런데 그의 제자중에 한명이 아버지의 간호겸해서 병문안을 오게 되면서 마지막으로 어떤것을 알려준다는 이야기인데 솔직히 글에 소개된 에피소드만으로도 주인공의 아버지가 왜 혼자서 그리 쓸쓸하게 가야하는가를 알게됏따.내가 생각하기에 그는 '선생님'으로써가 아니라 '교사'로써만 교직에 있었던거 같다. 그러니 그런 말년을 보낸게 아니겠는가. 학생의 마음을 생각하지 않고 그저 규율만 따지는것은 진정한 선생님이라고 할수없다.그런의미에서 마지막 장면에 누군가가 스승의 은혜 노래를 부른다는 설정은 좀 작위적으로 보여서 그리몸에 와닿지 않았다.
마지막인 '추신'은 이 책에서 가장 감동적인 이야기였다.어린 시절 어머니를 여윈 주인공이 새어머니와 수십년만에 결국 화해하게 된다는 이야기인데 중간 중간 어린 시절의 주인공에 동화되서 나같아도 그렇게 했겠다하고 흥분할정도로 내용에 빠져든 작품이기도 하다. 하지만 새어머니가 표현력이나 성격이 다정스럽지 못하다고 해서 나쁜 사람은 아니었을것이다. 그의 아버지의 처신도 세련되지 못했다고는 해도 그들이 아들을 생각하는 마음이 나쁜마음이었겠는가. 자식을 생각하는 부모의 마음을 헤아리기는 참 쉽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마지막 장면, 마음 따뜻해지면서 기분 좋아지는 장면이었다.
이 책의 지은이인 시게마츠 기요시는 우리 주위의 평범한 일들속에서 아픔과 슬픔, 기쁨등의 심리를 잘 표현하는 작품을 많이 쓴다고 한다. 이 책도 그런 성격의 책인데 주인공의 나이가 안되서 완전히 느낄수는 없었으나 상당부분 공감이 가는 내용이었다. 우리에게도 일어날 수있는 이야기들을 설득력있고 세밀하게 잘 묘사를 한 작품이었다.
책 디자인은 그리 인상적이지 않지만 번역도 괜찮고 제본도 좋다.특히 종이질이 좋아서 책넘김이 기분이 좋았다.다만,마지막에 옮긴이의 후기가 있어서 작품해설이나 지은이애 대한 설명이 있었으면 책을 이해하는데 더 큰 도움이 되었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