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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새판짜기 - 박정희 우상과 신자유주의 미신을 넘어서
곽정수 엮음 / 미들하우스 / 2007년 11월
평점 :
품절
노무현 정권이 들어섰을때 많은 사람들이 기대한것이 정치뿐만 아니라 경제에도 민주화가 이루어지리라는 희망을 가졌었다.
이미 김대중 정권때 여야가 교체되었고 노무현 정권은 그 연장선상에 있었다고 하지만 김대중 정권때는 외환위기때라서 그것을 탈피하는데도 사실 벅찼었다. 그래서 부분적인 제도 개선은 있었지만 새로운 판짜기는 없었던 것이다.
그것이 유례없이 인터넷으로 뽑힌 대통령이라고 할만큼 대중의 열망을 갖고 새롭게 등장한 정권이기에 기대를 가진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 결과가 어떤가? 이제 새롭게 정권이 바뀌는 이 시점에서 지난 시절을 돌아보면 민주화가 이루어졌다고 볼수 있을까?
대답은 '아니다'일것이다. 지난 정권과 별 다름이 없었고 어떤 면에서는 실책을 다시 되풀이 되고 있다고 할수 있을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른바 좌파정권으로 낙인찍힌것은 개인 '노무현'에 반감을 가진 거대 언론사의 왜곡된 기사때문일것이다. 그들의 논리에 맞게 정책을 폈는데도 불구하고 현실을 왜곡했던 건데 이른바 진보 세력으로부터도 보수 세력으로부터도 환영받지 못했는걸 보면 약간 측은함을 느끼기도 한다.
이 책은 지난 5년동안의 노무현 정권의 경제 정책을 정리해봄과 동시에 앞으로 우리 경제가 나아가야할 방향을 이야기하고 있는 책이다. 중견 경제학자 3명이 대담을 벌인 내용인데 이 중 한명은 실제로 정권에 참여한 사람이기도 하다. 이들은 현재 우리 경제가 어떻게 표류하고 있으며 그 결과 어떤 결과가 나타나고 있는지 적나라하게 이야기 하고 있다.
사실 노정권이 출범할때 기대와는 달리 그전과 별다른 차이가 없을꺼라는 생각도 있었다. 대통령 한명 바뀐다고 해서 수십년에 걸친 '틀'이 바뀔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전에 정권에서 실무를 담당했던 사람들이 그대로 관료로 남아있는 상태에서 과연 얼마나 바뀔수 있을까. 물론 전보다 좋아진것은 있을것이다. 합리적으로 바뀔것은 바뀌었고 더 개선된것도 많을것이다. 하지만 그것뿐이다. 전체적인 패러다임이 바뀐것이 아닌것이다.
개발시대의 낡은 경제 논리가 이 민주시대에 아직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그 틑을 바꾸지 못했고 급기야 정권이 바뀌고 만 것이다.
사실 쉽지 않을것이다. 수십년에 걸쳐 견고하게 구축해온 경제 체제가 단 5년안에 어떻게 바뀔수 있을것인가. 하지만 앞으로 이렇게 이렇게 바뀐다는 대전제를 세웠어야 했다. 그래서 다음 정권 또 다음정권으로 이어지면서 개발 시대의 경제 논리와 '안녕'했어야 했다. 하지만 이 정권도 그러질 못했던 것이 가장 큰 패착이 아닐까.
재벌로 대표되는 우리나라 경제의 문제점은 결국 하나로 귀결된다.
바로 '공정한 경쟁'을 할수없다는 것이다.
열심히 노력하면 무엇인가 이룩해야는데 출발점부터 다르고 노력해도 불공정한 룰때문에 얻는게 없다면 그게 바른것일까?
재벌 아들과 가난한집 아들은 출발점이 다르다. 그 출발점부터 태생적으로 불공정한 것이다. 하지만 늦게 출발했더라도 혼신의 노력을 다해서 가난을 벗어나 재벌 아들 부럽지 않게 잘 살수 있게 된다면 그것도 나름 공정하다고 할수있다.하지만 지금의 체제는 그 중간과정 자체가 공정하지 않다는 것이다. 재벌은 영원히 재벌이고 가난한 사람은 영원히 가난하게 되는 '21세기 새신분제'나 다름없게 되버렸다. 최근 몇년간 자신이 중산층이라는 비율이 줄어들고 잘사는 사람은 더 잘살게 되는 양극화현상이 심화되고 있는것을 보면 알수가 있다. 아래에서 위로 갈수 있는 길이 막혀있는것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 경제의 가장 큰 문제점이고 앞으로 우리가 철폐해야 하는것이다.
어느 나라던 중간이 튼튼해야 건강한것인데 우리 나라 같은 경우 재벌은 갈수록 잘 나가고 중소기업은 갈수록 쪼그라들고 있다. 대기업 의존도가 높으면 높을수록 그만큼 위험성도 높아지는것이다. 재벌이 잘되면 모르겠지만 잘 안된다면 바로 '한방'에 나라가 흔들릴수가 있음은 우리가 외환위기때 어느정도 겪어봐서 알것이다.
그런데도 중소기업을 튼튼하게 하기보다 대기업 재벌만 배불리는 정책이 쏟아져나오고 있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든다는것이 결국 재벌을 위한 것은 아닐런지?
최근 삼성의 사태를 봐도 '도덕적이고 건강한 재벌'을 기대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것인지 알수가 있다.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는것과 마찬가지로 문어발식으로 확장하는 재벌을 적절히 견제하지 않으면 부패하게 마련이다. 재벌이 부패하면 그걸로 끝나나? 사회와 경제에 얼마나 큰 고통을 주는지는 모두들 알것이다.그런데도 개혁을 하는데 머뭇거리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대통령도 말했듯이 권력이 시장으로 넘어간때문일까? 그래서 성역이라고 그럴까?
이 책에서는 이런 현재 우리나라 사정과 양극화 문제, 경제 개혁 문제, 재벌 문제, 한미 자유무역협정 문제 등 우리나라 경제의 전반에 걸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우리가 어설프게 알고 있는 사실들에 대해서 여러가지 자료를 통해 명확하게 주장하고 있는데 경제에 큰 관심없는 사람이라고 해도 고개를 끄덕거릴 주장들이다. 물론, 이들의 주장이 다 옳은것은 아닐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주장하는 경제 민주화가 지금 실현되지 않고 있으며 그것이 방치될때 결국 어떻게 될것인가를 생각하게 해준다.
중간중간 경제학 용어가 나와서 조금 어렵게 느껴질지도 모르겠지만 전체적인 주장을 이해하는데는 큰 어려움이 있는건 아니다. 이 책을 읽으면 우리나라 경제 사정에 대해서 전체적으로 조망하는 기회가 될것같다. 이 책의 내용과 반대되는 주장을 하는 책을 같이 읽는다면 좀더 균형있는 시각으로 바라볼수 있을꺼 같다.
경제에 큰 관심없는 사람이라고 해도 읽어보는게 좋은 이유는, 결국 우리가 먹고 사는 문제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경제가 잘되면 하다못해 조그만 구멍가게라도 잘되는건 당연한 사실이니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