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파의 시간 - mRNA로 세상을 바꾼 커털린 커리코의 삶과 과학
커털린 커리코 지음, 조은영 옮김 / 까치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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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의 코로나 사태는 일찍이 인류가 경험하지 못한 전세계적인 재난이었다. 부분적인 지역에서 감염병이 있긴 했지만 이렇게 전 지역에서 광범위하게 퍼진 것은 최초가 아닌가 싶다. 그만큼 세계가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고 많은 교류가 있기에 일어난 일이다. 이 사태에서 가장 중요한 것들은 바로 진단과 백신이었다. 코로나가 걸렸는지 안 걸렸는지 진단하는 것은 우리 나라에서 일찍 진단 키트를 만들어서 대처했는데 병을 예방할 백신은 언제 만들어질지 알 수가 없는 실정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한 과학자의 오래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신속한 개발이 이루어져서 결국 코로나 백신을 만들게 되었고 수 억 명의 인류를 구하게 되었다. 이때 우리는 어떤 백신이 아프거나 후유증이 있거나 하면서 처음 들어보는 단어들을 접하게 되었는데 mRNA 가 바로 그것이다. 이것을 바탕으로 신속하게 백신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이다. 사실 백신은 단 시일에 그렇게 만들 수가 없다. 이번에는 수 많은 자원이 총집결을 했기도 하지만 백신 만드는 원리인 mRNA 에 관한 연구가 선행되어 있었기 때문에 만들 수 있었던 것이다. 만일 그 연구가 미진했다면 아무리 돈과 자원이 많아도 결코 그렇게 빠른 시간 안에 만들 수 없었을 것이다.


인류를 구한 백신 개발의 공로자 에게 노벨 생리의학상이 주어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일지도 모른다. 2023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는 '커털린 커리코' 였다. 그는 수십 년에 걸쳐 mRNA를 연구 한 결과 코로나 백신을 개발하는데 큰 공헌을 했다. 사실 이때 이 수상자의 이름을 들어본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관련 연구자들 말고는 다들 처음 들어보지 않았을까. 그리고 대부분 어떤 연구실에서 연구를 했던 그냥 평범하지만 꾸준했던 학자가 아니었을까 싶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커털린 커리코는 그냥 연구만 했던 평범한 학자가 아니었다. 좌절과 위기 속에서 끝까지 신념을 버리지 않고 전진해온 용맹한 사람이었다. 이 책은 그런 그가 삶을 되돌아본 회고록이다. 커리코는 1955년에 헝가리에서 출생했다. 1955 헝가리라는 시대적 배경을 보면 뭔가 삶이 태어날 때부터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낄 것이다. 그때의 헝가리는 2차 세계 대전 후 소련의 위성국으로 전락해 있을 때였다. 그러나 공산주의에 대한 헝가리인들의 저항 의식이 싹트면서 56년도에 결국 의거가 일어나지만 실패하고 만다. 그리고 이어지는 강직된 사회 분위기. 이런 분위기에서 훗날의 커리코 같은 학자가 나올 수 있었을까. 그녀는 자신의 연구를 위해 조국을 떠나 미국에서 연구를 지속했고 미국에서도 여러 우여곡절을 겪고 독일까지 갔다가 결국 결실을 맺게 된다.


책은 커털린 커리코가 직접 자신의 삶을 이야기 하는데 아버지와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부터 한다. 도축업을 했던 아버지와 약국에서 잡일을 했던 어머니의 삶을 통해 자신의 능력이 부모로부터 이어 받은 것임을 드러낸다. 여러 손재주가 있으면서 강인하고 성실했던 아버지와 나이 들어서도 첨단 기술을 이해할 정도로 영민하면서도 유머 감각이 있었던 어머니의 피를 이어받아 어릴 때부터 수학이나 과학에 흥미를 가지고 좋은 성과를 내었다. 피는 못 속인다는 말이 딱 맞는 말이다. 지은이가 오늘날의 업적을 거둔 것은 물론 스스로의 노력이지만 부모님으로부터 좋은 습관과 버릇을 물려받았기에 이루어진 것이다. 지은이도 그것을 알기에 부모님 이야기부터 시작한 것이다.


차근차근 연구자로서 삶을 살아가던 지은이에게 큰 일이 연달아 닥친다. 먼저 아버지의 죽음. 그의 삶에 큰 영향을 주었던 아버지의 갑작스런 죽음은 그녀에게 큰 충격이었다. 그래도 그녀는 연구를 멈추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강제로 끊어지게 되었다. 연구비를 지원하던 제약 회사에서 연구를 포기하기로 했던 것이다. 그것도 지은이 인건비만. 그것은 그녀가 하던 연구에 대해 큰 가망이 없다고 여겼던 것이다. 이제 진짜 좌절할 시간이었지만 지은이는 자신의 연구를 하고 싶었고 여러 경로로 알아본 결과 미국에 가기로 했다. 익숙한 조국을 떠나 아는 사람 없는 낯선 미국에 가야 하는 그 마음은 두려움 아니었을까.


오로지 자신이 좋아하는 연구를 위해 미국행도 불사했지만 그녀가 하는 연구 자체가 그리 인기 있는 분야가 아니었다. 그때는 DNA 연구가 활발했지 RNA는 그다지 많은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연구 자금을 타오는 것도 신통치 않으니 그를 지원하는 기관이나 회사도 줄어들고 심지어 같은 연구자들에게도 무시를 당하게 된다. 몇 번이나 불리한 조건에 쳐했지만 연구를 이어나갔다. 이런 끈질긴 열정으로 독일에 있는 생명 기업인 바이논텍으로 이직하면서 연구에 더 박차를 가한다.


전에 비해 RNA에 대한 가치를 알아가기 시작했고 연구도 축적되던 그 때 코로나 사태가 터졌고 바이러스를 퇴치하기 위한 방법으로 mRAN 가 쓰이게 된 것은 어쩌면 운명일지도 모른다. 당시 바이러스가 세계를 휩쓸고 수 많은 사람이 죽어가고 있을 때 문제는 시간과의 싸움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mRNA는 속도가 가장 큰 특성이었다. 항원의 유전자 염기서열만 알면 그 항원을 암호화하는 mRNA를 만들고 이를 지질 운반체에 아주 빠른 시간에 넣을 수 있었다.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는 방법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지은이가 수 십 년의 삶을 갈아 넣은 연구가 단초가 된 것이고 결국 이것이 인류를 구했다.


책은 딱딱한 과학책이 아니다. 지은이가 태어나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쓴 내용이다. 부모님과 형제 등 가족의 이야기와 남편, 자녀의 이야기도 중요한 부분으로 전개가 된다. 그리고 큰 열정적인 연구에도 끊어지는 연구비로 좌절할 순간에도 끝까지 신념을 놓지 않은 모습이 담담하게 서술 되어서 어렵지 않고 재미있다. 물론 중간 중간에 과학 개념에 대한 이야기가 조금 나오긴 하지만 쉽게 잘 설명하고 있어서 읽고 넘어가면 될 수준이다. 글이 담백하면서도 설득력 있게 잘 쓰여져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회고록이다.


지은이가 참 대단하다고 여긴 것이 백신 성공의 주인공으로 여러 언론에 노출이 되고 노벨상까지 타면서 연구 외의 일들이 많이 있어도 최신 논문 읽기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마치 지금의 일들은 한때 지나가는 소나기같이 여기는 듯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그의 연구에 대한 신념과 열정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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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되다 - 인간의 코딩 오류, 경이로운 문명을 만들다
루이스 다트넬 지음, 이충호 옮김 / 흐름출판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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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가 만들어지고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생명체가 탄생하고 또 여러 진화가 있으면서 수 많은 종의 생물이 생겨났지만 결국 이 행성은 '사람'이 지배하게 되었다. 다른 생물과의 가장 큰 차이점은 '지능'이 있다는 것이다. 머리를 쓰기 때문에 더 나은 것을 생각하게 되고 그것이 의식주에 큰 발전이 있게 되면서 오늘날에 이르게 되었다. 지능이 있다는 것은 여러 가지를 할 수 있다는 것인데 다른 종에 비해서 진화가 더 빨리 이루어지는 이유는 '축적과 전승' 때문이다. 뛰어난 기억력에 의해서 많은 능력이 다른 사람에게 퍼지게 되고 이것이 계속 누적되어 더 나은 방향으로 가는 길잡이가 되면서 결국 많은 지식이 쌓이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만물의 영장이라고 할 인간은 사실 전지전능한 신이 아니다. 오히려 우리의 신체와 정신에는 큰 결함이 있다. 사실 어떤 정의가 성립한 것이 바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수 많은 실패를 통해서 이루어진 것이다. 인간은 실패를 통해서 발전을 이룬 것이지 그냥 뚝딱하고 나온 것이 아니다. 그런데 그런 결함이 뜻하지 않은 결과를 이룩한 것도 많다. 이 책은 다른 동물들에 비해서 연약한 신체를 가진 인간이 완전하지 않은 지능을 가지고 진화를 이루게 된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처음에 책에서는 유명인의 결함에 대해서 이야기 한다. 그들이 그런 위치에 오른 것은 다른 사람에 비해 유능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보통 사람들은 안 하는 결함을 그런 유능한 사람이 갖고 있을 수도 있다. 그리고 인간 발전의 큰 공헌을 한 직립 보행의 경우에도 두 다리로 걸으면서 여러 가지를 발전하게 했지만 이 자세는 그 자체로 무릎에 큰 부담을 주게 되어 나중에 요통으로 고생할 수도 있고 무릎 자체의 통증으로 힘들어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왜 이런 결함이 생겨 났는가. 


인간이 가진 여러 결함은 진화 과정에서 생겨난 타협의 산물이다. 진화 과정에서 서로 상충하는 여러 요구를 동시에 충족시켜야 한다면 그중 한 기능만 선택해서 최적화 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중에서 좀 더 중요한 것이 발전하고 다른 것은 결함을 가진 채로 갈 수 밖에 없다. 결국 인간은 우리의 모든 능력과 제약이 합쳐져서 만들어진 결과인 것이다.


인간은 개별적인 존재로는 약함이 많지만 협력을 통해 함께 살면서 효율성도 높아지고 서로 더 많이 발전하게 된다. 그래서 유목의 역사가 결국 정주의 역사로 되면서 발전도 했지만 또 여러가지 문제점도 발생하게 된다. 이 책은 그런 문제점을 이야기하면서 그런 것을 통해서 인간이 더 발전하고 결국 기본적인 인간성이 어떻게 표출되는가를 이야기한다. 유전학이나 생화학, 해부학, 생리학, 심리학의 다양한 특성이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살펴보고 있는데 많은 역사상의 예를 통해서 주장을 이해하게 한다.


3장 4장에서 설명하는 감염병과 유행병은 인류 역사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볼 수 있다. 어쩌면 인간은 병을 이겨내려는 투쟁의 역사라고 볼 수 있을 정도로 이런 병들은 큰 사상자를 낳았고 결국 역사를 바꾸게 되었다. 한 예로 스코틀랜드의 식민지 건설 추진을 이야기한다. 지금도 영국으로부터 독립을 원하는 스코틀랜드 여론이 만만치 않게 있는데 그 전에는 더욱더 독립 열망이 깊었다. 잉글랜드로부터 독립 의지를 탄압받고 있던 스코틀랜드는 파나마 지협에 식민지를 건설해서 대외 무역을 통해 경제적 예속을 벗어나고자 했다. 이 계획이 성공했다면 오늘날의 영국은 없었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오랫동안 인류를 괴롭혀왔던 말라리아에 의해 결국 이 시도는 실패하고 막대한 재정적 위기에 봉착해서 결국 주권을 포기하고 오늘날의 영국의 한 부분이 되 버렸다. 


그 유명한 흑사병은 14세기 유럽을 황폐화시켰다. 이 병이 전 유럽을 휩쓸어서 엄청난 사망자가 나왔고 인구가 붕괴되었다. 아이러니하게 인구가 줄게 되자 사회에는 이득이 되었다. 일종의 인구 과잉 상태였던 당시 사회는 많은 사람들이 빈곤 상태에 있었는데 흑사병으로 인구가 확 줄자 상대적으로 인구 대비 농산물의 생산이 많아졌고 더 다양해졌으며 결국 식품 가격이 하락하고 생활 수준이 향상, 사회적 이동성 증가가 나타났다. 치명적인 유행병에 인간은 속수무책이었지만 그 광풍이 지나가고 난 뒤에 더 나은 삶의 전개되었던 것이다.


마지막 장의 '인지편향' 편은 인간은 자신이 믿고 싶어하는 것을 믿는 다는 명제를 명확하게 보여준다. 뭔가 이상하고 잘못되었다는 것을 느끼면서도 자신이 믿는 것이 결국 맞다는 생각으로 끝까지 간다는 것이다. 인간은 생각보다 아는 것이 많지 않고 늘 틀릴 수가 있고 착각할 수 있다는 것을 대부분 잘 모른다. 책에서는 콜럼버스가 이야기가 나온다. 보통 신대륙을 발견했다고 하지만 그가 그런 목적으로 간 것은 아니란 것은 많이 알려져 있다. 콜럼버스는 대서양의 서쪽으로 건너는 항로를 통해 좀 더 빠르게 인도에 도착하고자 했다. 그러나 그가 도착한 곳은 오늘날의 아메리카 대륙인 카리브해였고 그는 죽을 때까지 거기가 새로운 곳에 왔다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여러 증거를 통해 동아시아와는 다르다는 것이 밝혀져도 자신이 믿고 싶은 것을 믿었던 것이다. 이른바 '확증 편향' 에 빠진 것인데 오늘날에도 이런 경우가 제법 있다. 아메리카 대륙의 발견은 언젠가는 이루어졌겠지만 이런 결함이 있은 콜럼버스 덕분에 그 시기가 당겨졌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책은 여러 방향에서 인간의 부족함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결국 결함을 통해서 더 나은 진화를 이룬 것을 나타내고 있다. 결과적으로 단점이 장점으로 승화된 것이다. 어떻게 보면 인간은 좋은 점도 있지만 나쁜 점에서도 좋은 결과를 나타냈다고 볼 수 있다. 책 내용은 지은이의 주장을 잘 반영하는 역사적인 사실을 흥미롭게 이야기하면서 전체적인 이해를 돕고 있다. 과학과 역사를 잘 버무린 책이라서 흥미롭게 읽었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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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그림자 - 삼전도 항복과 조선의 국가정체성 문제
계승범 지음 / 사계절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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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에서 가장 큰 외침은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이다. 두 전쟁 모두 국제 전쟁의 성격을 띠었고 당시 조선에 큰 영향을 끼쳤다. 각기 나름의 의의가 있는 전쟁인데 관련해서 많은 연구와 관심이 있는 임진왜란에 비해서 병자호란은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하다. 그 까닭은 병자호란은 별 힘도 못 쓰고 전쟁에 지고 치욕적인 항복을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두 전쟁 모두 우리가 처한 지리적 상황 때문에 일어났고 이기던 지던 그 의미를 분석하고 대비를 해야 한다. 왜냐하면 수 백 년 전의 그 상황이 아직도 비슷하게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임진왜란은 우리보다 후진국이라고 여겼던 일본이 국가적인 역량에서 우리와 대등 혹은 넘어섰다는 것을 증명하는 전쟁이었다면 병자호란은 중국에 대한 우리의 시선이 얼마나 고정되어 있었나를 새삼 느끼게 하는 전쟁이었다. 그리고 그 고정된 시선은 현재에도 유효하다는 점에서 당시를 상황을 정확히 알아야 현재를 대비할 교훈을 얻게 된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아는 병자호란은 광해군의 중립 외교로 명과 청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던 조선에서 인조 반정이 일어나 청을 배척하고 명을 따르게 됨으로써 청의 침공을 받아 굴욕적인 항복을 했던 전쟁이다. 어쩌면 피할 수도 이길 수도 있는 전쟁을 어리석은 인조와 유교론자들에 의해 전쟁에 졌다는 식이다. 그래서 광해군을 좋게 해석하고 인조는 최악의 왕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것은 조금만 아는 사실이다. 광해군의 외교 노선은 명을 배척한 것도 청을 배척한 것도 아닌 어찌 보면 중간에서 관망하는 상태였다. 말하자면 애매한 자세를 취한 것이다. 그것이 인조 정권에 들어와서 확 바뀐 것은 아니다. 좀 더 선명한 친명을 선언하긴 했지만 청에 대한 태도는 유지를 했다. 청에 완전한 반기를 들어서 전쟁을 불러 온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당시 상황이 전쟁을 불러일으켰다고 할 수 있다. 책은 광해군 때의 상황과 외교 방향 그리고 뒤를 이은 인조 때의 상황을 비교하면서 전쟁이 일어나게 된 주된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광해군은 명에 대한 사대를 버린 것은 아니었지만 확실히 청(당시에는 후금)에 대해 더 우호적이었다. 후금과는 되도록 마찰을 줄이고 명과는 접촉 자체를 미루려고 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이런 광해군의 외교 노선에 조선 신료들이 강력하게 반대했다는 점이다. 여기에는 광해군 때의 집권 세력인 북인 뿐만 아니라 남인, 서인 할 것 없었다. '양반' 이라면 전부 다 반대했다. 비록 시세를 봐서 후금과 교류는 하지만 오랑캐에 대한 사대는 있을 수 없다는 식이었다.


여기서 우리는 당시 조선의 주된 지배 층이었던 양반들의 명에 대한 관념을 이해해야 한다. 사실 조선은 이미 건국 할 때부터 명과 밀접한 관계에 있었다. 조선이라는 국호 자체를 명에서 받았을 뿐만 아니라 대대로 중국으로부터 왕 책봉을 받아왔고 많은 교류가 있었다. 명이 다른 중국 왕조에 비해서 조선을 많이 착취하지 않았기도 했고 성리학이 보편화 된 당시 조선에서 명은 명백한 임금과 신하의 관계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던 것이 임진왜란 때 명군의 구원으로 더 큰 의리로 묶였다. 재조지은. 거의 망하게 된 나라를 구원하여 도와준 은혜라는 뜻인데 당시 지배층의 마음에 크게 박히게 되었다. 그것이 주자학적인 개념과 연결되어 명은 단순 군신의 관계가 아니라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가 된다. 바로 군부 즉 황제이자 아버지의 나라가 된 것이다. 이것은 붕당을 초월한 그야말로 이념이었다. 당시의 지배적인 이데올로기이자 조선 존재의 근간이었다. 이것은 어떤 논의의 문제도 아니고 그냥 고정된 이념이었기에 이것이 기본 정착되어 있는 상황에서 어떤 변화도 용납되지 않았던 것이다.


책은 이것을 조선의 국가 정체성의 입장에서 이야기 하고 있다. 조선은 성리학적인 이념 바탕 위에서 건국을 하였고 주된 지배층인 양반은 유학의 교리로 무장하고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조선 중기 이후로 주자학이 대세가 되면서 너무 교조적인 관념이 지배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주자학 이외의 유학은 이단으로 취급을 했고 대외 정책에서는 명과의 관계가 군신을 넘어서 부자 관계로 격상하고 이것이 절대로 변하지 않는 관념이 되어 버린 상태에서 사상은 획일적으로 될 수 밖에 없다. 이것은 나중에 명이 멸망하고 나서도 '소중화' 의식으로 나아가면서 조선 말까지도 이어진다.


사실 만주에서 청이 세력을 키워서 대륙을 정복하는 동안에 조선은 광해군의 나름 실리 있는 정책으로 큰 일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전쟁을 미룬 것에 불과 했다. 지배층이  명을 아버지처럼 따르고 청을 오랑캐로 여기는 이상 충돌은 불가피했다. 언제까지 그런 상황을 인내할 청이 아니었을 것이다. 여기서 핵심은 사고를 경직 시키는 유연하지 못한 교조적인 이념이다. 동아시아의 대표적인 외교 정책이었던 명과의 사대 교린은 이해할 수가 있지만 무조건적인 명 숭배 의식은 너무나 피곤하게 한다. 이견을 허용하지 않는 이런 사상은 훗날 우리 현대사에서도 볼 수 있다. 바로 공산당 타령이다. 나랑 생각이 다르면 공산당이라고 숙청하고 죽이고 했던 것이 불과 몇 십 년 전이다. 민주주의가 발달하면서 그 개념이 확장되고 있는 이때에 공산주의라는 올가미는 일부 사람들에게 유효하게 작용하고 있다.


오늘날 우리는 저 시절 중국 명이 아니라 미국이 중심이다. 물론 그때의 명의 위상과 지금의 미국의 세계적인 위상은 차이가 있긴 하다. 무조건 미국이라고 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한국 전쟁에서 공산화를 막은 구원군으로의 미국에 대한 고마움과 현재 북한과 대치하는 상황에서 전쟁을 억제 시켜주는 미국의 역할 등은 충분히 미국 편을 들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우리는 불행하게도 주위에 미국만 있는 것이 아니다. 미국에 대항하려는 중국이 위세 등등하고 조선을 멸망 시켰던 일본도 건재한 데다가 조선 말에 등장한 러시아의 위상은 미국과 더불어 한반도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지금의 우리가 옛 조선은 아니고 국력도 그때보다 훨씬 세졌지만 주위 나라들이 모두 초강대국이기에 사안에 따라 협력하기도 하고 반목하기도 하는 복잡한 상황에 있다. 이 상황에 친미, 친중, 친일, 친러 로만 흐른다면 나라의 앞길은 험난할 것이다. 통일 한국이 아니라 여전히 위협적인 북한과도 대치한 상황에서 어느 때보다 세밀하면서도 유연한 사고가 필요하다. 미국은 우리의 최고 우방이라고 하지만 그들은 철저히 그들의 이익으로 움직인다. 미국과 완전 대등할 수는 없어도 어느 정도 우리의 목소리도 높일 필요가 있는데 친미가 외교의 전부가 되어서는 안된다. 


조선은 결코 타협할 수 없는 정체성으로 전쟁을 겪었어도 교조화 된 관념을 끝내 극복하지 못했다. 우리는 분단과 전쟁, 독재의 세월을 보내느라 민주주의 학습이 축적되지 못했고 국가 정체성에 대한 국민적 합의도 이루어지지 못했다. 그 결과 조선 시대 못지 않은 고정된 사고를 하는 사람이 많다. 분명한 것은 병자호란 당시의 조선보다 지금의 한국이 더 복잡하고 위험한 상황에 있다는 것이다. 그때 조선의 선택이 어떠한 결과를 갖고 온 것 인가를 면밀히 살펴야 지금의 어려움을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이다. 


책은 병자호란의 전후 사정과 당시 지배층의 정체성을 알아봄으로써 시대를 더 깊이 이해하게 한다. 더불어 오늘날에도 적용될 수 있는 역사의 교훈을 남긴다. 좀 더 세상을 넓게 보는데 도움을 주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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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워터 레인 아르테 오리지널 30
B. A. 패리스 지음, 이수영 옮김 / arte(아르테)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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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는 완성도 높은 작품일수록 여름에 읽으면 좋다. 사실 좋은 책은 계절을 가리진 않지만 이 장르가 특히 여름에 좋은 이유는 무더위에도 불구하고 큰 몰입감으로 더위 자체를 이겨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재미가 있다면 그 뒤 내용이 궁금해서 더워도 참고 읽어 내려 갈 수 있다. 그러나 완성도가 미흡한 작품은 평소보다 더 욕을 먹는다. 안 그래도 더운데 이 따위를 읽으니 더 짜증 난다고.


적어도 이 책은 그런 짜증은 나지 않을 만큼 탄탄한 완성도를 가지고 있는 작품이다. 단 이런 스타일의 기법을 이해하고 즐길 줄 아는 사람이 읽어야 한다. 우리가 제일 많이 경험한 스릴러는 보통 액션이나 추적 이런 것이 나오는 내용이 많다. 폭력적인 장면이 어느 정도 나오고 반전 장치도 여럿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이 작품은 그런 동적인 내용이 아닌 심적인 내용의 스릴러다. 이른바 심리 스릴러. 어떤 상황이 있는데 그것을 쭉 비춰 주는게 아니라 관련된 여러 인물들의 심리를 세밀하게 조정해서 보여줌으로써 그 속에서 스릴을 느끼게 하는 장르다.


이 책의 지은이인 B.A 팰리스는 특히 이런 심리 스릴러에 특화된 작가다. 여러 작품을 썼는데 비슷한 부분이 거의 없이 사람의 심리를 치밀하게 서술하면서 내용에 빠지게 한다. 그래서 큰 액션이 없는데도 집중해서 읽게 만드는 글 솜씨가 있다.


이번에 나온 책의 내용 자체는 간단하다. 주인공인 캐시는 기억력에 조금 불편이 있지만 생활에 큰 문제 없이 잘 살고 있는 여성이다. 어느 날 폭우가 쏟아 지는 밤에 집에 가기 위해서 평소 때 가던 길이 아닌 지름길로 차를 몰아 간다. 거기는 집으로 가는 최단 길이긴 해도 차도 잘 안 다니고 전화도 잘 안 터져서 평소 남편으로부터 그 길을 가지 말라는 말을 듣는다. 그런데 그 날은 비도 오고 해서 빨리 집에 가고 싶은 나머지 그 길을 택하게 된다. 그런데 그 지름길로 차를 몰던 캐시는 차 한 대가 서 있는 것을 발견한다. 차에는 한 여성이 있었는데 어떤 도움을 바라는 것인지 그냥 서 있는 것인지 판단하기 어려웠다. 아무런 반응이 없어서 그냥 지나쳤고 그 일 자체를 잊어 버렸다.


그러나 다음 날 그 차에 탄 여성이 살해된 채로 발견되고 이 사실을 알게 된 캐시는 엄청난 죄책감에 빠진다. 내가 목격자이지만 그때 내가 돌아 봤다면 죽지는 않았을 거라는 생각으로 큰 자책을 하게 된다. 이것이 스트레스로 작용해서 평소에 기억력이 조금 떨어졌는데 점점 더 기억력이 떨어지게 된다. 게다가 계속 아무 말 없는 전화가 계속 온다. 그 살인범이다! 내가 목격자인 것을 알고 나까지 죽이려 들지도 모른다! 이제 캐시에게는 삶 자체가 공포다. 게다가 기억력이 말썽을 부리니 결국 치매에 걸린 것이 아닌가 의심한다. 이미 자신의 어머니도 치매에 걸리지 않았던가. 그녀가 하는 말은 남편을 비롯한 주위 사람들에게 믿음을 잃게 만든다. 이제 살인범에게 죽는 것이 아니라 치매로 죽을 판이다. 캐시에게 이 상황을 타개할 방법이 있을까.


살인 사건이 일어나긴 했지만 직접적으로 묘사하는 것도 없고 주인공에게 어떤 폭력적인 사건이 일어나는 것도 아니다. 매일 말 없는 전화가 걸려오긴 하지만 기분 나쁜 것 말고는 딱히 별 것도 아니다. 그런데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간다. 내 기억력의 문제가 사건과 연결되면서 캐시의 상황이 악화로 치 닫는 것이다. 보통 같으면 여기서 결말은 캐시의 완패로 끝나겠지만 지은이는 여러 복선을 깔아 놓고 몇 가지 상황을 통해 반전을 꾀한다. 진실은 생각도 못한 곳에 있었다.


처음 책 도입부는 크게 인상적인 것은 아니었다. 스릴러의 일반적인 전개 방식인 '하지 말라는 것을 하는' 행동이 나오고 그것이 하나의 시발점이 되어서 이야기가 전개가 된다. 하지만 내용을 전개 시키는 가장 큰 매개는 '심리' 다. 주인공 캐시가 느끼는 여러 공포, 걱정, 두려움이 이야기를 힘 있게 이끌어 간다. 이 심리의 전개에 우리는 공감하기도 하고 때론 짜증 내기도 하면서 재미있게 책을 읽는다. 그 자체에 이미 몰입하고 있는 것이다.


행동으로 나타나는 내용이 많은 보통의 스릴러도 재미 있지만 동적인 것이 별로 없이 사람의 심리가 중심이 되어서 내용이 전개가 되는 이런 심리 스틸러도 충분히 스릴감과 재미를 느끼게 한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하는 책이다. 아무래도 사람의 마음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 되기 때문에 한번에 읽는 것이 낫다. 그래야 서서히 고조되는 스릴감이 탁 터지는 경험을 할 수 있다. 한여름의 더위를 잠시라도 잊게 하는 책이어서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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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마드 - 문명을 가로지른 방랑자들, 유목민이 만든 절반의 역사
앤서니 새틴 지음, 이순호 옮김 / 까치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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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인류는 '집'을 가지고 그 집안에서 많은 것을 영위하면서 살아간다. 이른바 정주 생활인 것이다. 그러나 초기 인류도 그렇게 안착하는 삶을 살았을까? 아니다. 초기 인류는 처음에는 태어난 곳을 중심으로 살았겠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계속해서 이동하면서 살았다. 그 이유는 점점 인구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성경에 나오는 아담과 이브처럼 몇 명이 살 때는 먹는 것으로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먹을 것이 지천에 깔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들이 많아지고 환경도 바뀌면서 더 나은 곳을 향해서 이동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이동하면서 인간의 역사도 확장해 나간 것이다.


이 책 제목 '노마드'는 보통 일정한 주거지를 가지지 않고 물과 식량을 충족시키는 곳으로 정처 없이 떠도는 사람들을 의미한다. 집을 실제로 가지고 있던 없던 상관없이 삶의 한 형태가 그런 것이다. 방랑자라고 하기도 하고 집 없는 사람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상당히 뜻하는 범위가 넓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정착'이 아니라 '이동'에 방점이 찍힌다.


초기 인류는 '먹을 것'을 찾아서 이동했다. 책에서는 '수렵채집인' 이라고 설명하는데 그것이 딱 맞는 말이다. 수렵과 채집이 주된 일이었고 점차 인구가 늘어나고 문명이 발달하면서 소유욕도 커지고 정착하게 되는 것이다. 정착하면서 자신의 삶을 기록하기 시작했고 그것이 역사의 시작이다. 역사는 정주의 삶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떠돌아 다니는 삶은 기록이 잘 없다. 말 그대로 언제 어떻게 돌아다닐지 모르기에 정확한 기록을 하기 어려운 것이다. 하지만 인류의 역사는 노마드 즉, 유목민의 삶의 역사이기도 하다. 이 책에서는 우리가 잘 알기 어려웠던 반쪽의 역사인 유목의 역사를 알려주고 있다.


사실 인간이 이룩한 수 많은 찬란한 역사는 정주 생활을 하면서 만들어졌고 또 그것을 기록하게 된 것이다. 우리 눈에 보이는 유물이나 유적 같은 것은 결국 그 자리에서 살아가기에 보존도 되고 기록이 된 것이다. 그러나 유목의 삶은 그 자리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기에 크고 화려한 유적도 없고 기록도 세심하지 않다. 그저 그런 것이 있었다는 흔적만 남는 경우가 많다.

이 책은 그러한 희미한 흔적을 찾아서 우리에게 노마드의 삶이 있었음을 일깨워준다. 총 3개의 장으로 나누는데 1장에서는 초기의 유목민과 수렵 채집 생활의 이야기를 하고 있고 2장에서는 그런 유목민이 만든 거대 제국의 이야기를 하고 있으며 3장에서는 점차 커져 가는 정주 생활에 대해서 이야기하면서 정착민들의 눈을 통한 유목민의 역사를 이야기하고 있다


먼저 1장에서는 초기 인류가 나름의 의미를 가지던 기원전 1만 년 전으로 올라간다. 그 옛날에는 우미 모두가 수렵 채집인이었다. 인간의 역사에서 이것은 오랫 동안 이어진 삶의 방식이었고 그것을 멈춘 것은 인간의 연표에서 점 하나에 지나지 않을 정도로 오래 된 것은 아니다. 책에서는 거의 최초의 수렵 채집인의 흔적이라고 할 '괴테클리 테페'를 소개하고 있다. 이곳은 배불뚝이 언덕으로 조그만 골짜기의 꼭대기에 위치해 있다. 완만하게 굴곡진 구릉지에 원뿔형 꼭대기 2개가 겹쳐 있는데 어찌보면 무덤 같기도 해서 이미 오래 전에 고고학자들에 의해서 조사가 이루어졌다. 하지만 이 곳이 고고학적으로 아주 중요하고 흥미로운 유적지로 밝혀진 것은 그 이후의 일이다. 여기에서 '부싯돌'의 존재가 알려졌고 이것이 큰 돌을 깎는 도구로 사용이 된 것이다. 책에서는 그 이후 밝혀진 고고학적 이야기와 다른 지역에서의 유목 유적에 관한 설명을 하고 있다.


2장에서는 이런 유목민이 세운 거대한 제국에 대한 이야기다. 신석기 시대에 이미 농업이 이루어졌고 이것이 점차 발달하면서 단순 수렵 채집 생활을 하면서 이동하던 유목민이 정주 생활을 하는 정착민으로 변화하기 시작했지만 그 발달 속도는 그리 빠르지 않았다. 오히려 빠른 기동성과 강인함으로 무장한 유목민의 능력이 정점에 다다랐고 그것이 합쳐 져서 큰 제국을 이루게 되었으니 바로 몽골과 티무르 제국이다. 사실 몽골 제국은 인류 역사상 최대 판도를 이루었고 명실상부하게 동서양을 아우른 최대이자 최초인 마지막 대제국이다. 인류가 멸망 할 때까지 몽골 제국 같은 존재는 다시 생겨나지 않을 것이다. 책에서는 이 몽골이 어떻게 발전을 하게 되고 유럽으로 진출하게 되었는지를 알려주면서 아직도 있는 몽골에 대한 편견과 잘못된 사실에 대한 진실을 말해 준다. 몽골의 뒤를 잇는 티무르 제국이 있지만 유목민이 이룩할 수 있는 최고의 정점이 몽골 제국이었다. 


3장은 점차 고착되는 정주 생활과 축소되는 유목 생활의 역사를 다방면에서 이야기 한다. 몽골 제국 이후에 나타난 여러 유목 국가들과 이들과의 경쟁에서 이겨내고 큰 발전을 이루게 되는 정주 국가들의 이야기를 하면서 이제는 낭만이 되어 가고 있는 유목에 대한 감상적인 이야기로 이어진다.


책은 전체적으로 우리가 잘 모르거나 잊고 있었던 우리 안의 유목 DNA 를 일깨우는 내용이었다. 수 많은 사람들이 국내던 외국이던 여행을 가고 있는데 그렇게 떠나고 싶어하는 것이 바로유목의 유전 인자가 있는 것이 아닐까. 사실 돈과 시간의 문제이지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여행하는 것을 꿈으로 여기는 사람이 적지 않다. 그만큼 우리에게는 '이동'하려는 마음이 있고 이것은 정주 생활을 하면서 잊혀 졌던 수렵 채집 하던 그 옛날 선조들의 마음인 것이다. '노마드'는 우리 인간의 역사에서 잊혀졌던 유목의 역사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내용이어서 세상을 보는 눈을 넓게 한다. 


덧, 책 자체가 쉬운 편은 아니고 관련 지식이 조금 있어야 이해하기 좋긴 한데 중간 중간 보이는 직역투의 문장이 이해를 어렵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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