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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마드 - 문명을 가로지른 방랑자들, 유목민이 만든 절반의 역사
앤서니 새틴 지음, 이순호 옮김 / 까치 / 2024년 6월
평점 :
지금 인류는 '집'을 가지고 그 집안에서 많은 것을 영위하면서 살아간다. 이른바 정주 생활인 것이다. 그러나 초기 인류도 그렇게 안착하는 삶을 살았을까? 아니다. 초기 인류는 처음에는 태어난 곳을 중심으로 살았겠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계속해서 이동하면서 살았다. 그 이유는 점점 인구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성경에 나오는 아담과 이브처럼 몇 명이 살 때는 먹는 것으로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먹을 것이 지천에 깔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들이 많아지고 환경도 바뀌면서 더 나은 곳을 향해서 이동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이동하면서 인간의 역사도 확장해 나간 것이다.
이 책 제목 '노마드'는 보통 일정한 주거지를 가지지 않고 물과 식량을 충족시키는 곳으로 정처 없이 떠도는 사람들을 의미한다. 집을 실제로 가지고 있던 없던 상관없이 삶의 한 형태가 그런 것이다. 방랑자라고 하기도 하고 집 없는 사람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상당히 뜻하는 범위가 넓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정착'이 아니라 '이동'에 방점이 찍힌다.
초기 인류는 '먹을 것'을 찾아서 이동했다. 책에서는 '수렵채집인' 이라고 설명하는데 그것이 딱 맞는 말이다. 수렵과 채집이 주된 일이었고 점차 인구가 늘어나고 문명이 발달하면서 소유욕도 커지고 정착하게 되는 것이다. 정착하면서 자신의 삶을 기록하기 시작했고 그것이 역사의 시작이다. 역사는 정주의 삶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떠돌아 다니는 삶은 기록이 잘 없다. 말 그대로 언제 어떻게 돌아다닐지 모르기에 정확한 기록을 하기 어려운 것이다. 하지만 인류의 역사는 노마드 즉, 유목민의 삶의 역사이기도 하다. 이 책에서는 우리가 잘 알기 어려웠던 반쪽의 역사인 유목의 역사를 알려주고 있다.
사실 인간이 이룩한 수 많은 찬란한 역사는 정주 생활을 하면서 만들어졌고 또 그것을 기록하게 된 것이다. 우리 눈에 보이는 유물이나 유적 같은 것은 결국 그 자리에서 살아가기에 보존도 되고 기록이 된 것이다. 그러나 유목의 삶은 그 자리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기에 크고 화려한 유적도 없고 기록도 세심하지 않다. 그저 그런 것이 있었다는 흔적만 남는 경우가 많다.
이 책은 그러한 희미한 흔적을 찾아서 우리에게 노마드의 삶이 있었음을 일깨워준다. 총 3개의 장으로 나누는데 1장에서는 초기의 유목민과 수렵 채집 생활의 이야기를 하고 있고 2장에서는 그런 유목민이 만든 거대 제국의 이야기를 하고 있으며 3장에서는 점차 커져 가는 정주 생활에 대해서 이야기하면서 정착민들의 눈을 통한 유목민의 역사를 이야기하고 있다
먼저 1장에서는 초기 인류가 나름의 의미를 가지던 기원전 1만 년 전으로 올라간다. 그 옛날에는 우미 모두가 수렵 채집인이었다. 인간의 역사에서 이것은 오랫 동안 이어진 삶의 방식이었고 그것을 멈춘 것은 인간의 연표에서 점 하나에 지나지 않을 정도로 오래 된 것은 아니다. 책에서는 거의 최초의 수렵 채집인의 흔적이라고 할 '괴테클리 테페'를 소개하고 있다. 이곳은 배불뚝이 언덕으로 조그만 골짜기의 꼭대기에 위치해 있다. 완만하게 굴곡진 구릉지에 원뿔형 꼭대기 2개가 겹쳐 있는데 어찌보면 무덤 같기도 해서 이미 오래 전에 고고학자들에 의해서 조사가 이루어졌다. 하지만 이 곳이 고고학적으로 아주 중요하고 흥미로운 유적지로 밝혀진 것은 그 이후의 일이다. 여기에서 '부싯돌'의 존재가 알려졌고 이것이 큰 돌을 깎는 도구로 사용이 된 것이다. 책에서는 그 이후 밝혀진 고고학적 이야기와 다른 지역에서의 유목 유적에 관한 설명을 하고 있다.
2장에서는 이런 유목민이 세운 거대한 제국에 대한 이야기다. 신석기 시대에 이미 농업이 이루어졌고 이것이 점차 발달하면서 단순 수렵 채집 생활을 하면서 이동하던 유목민이 정주 생활을 하는 정착민으로 변화하기 시작했지만 그 발달 속도는 그리 빠르지 않았다. 오히려 빠른 기동성과 강인함으로 무장한 유목민의 능력이 정점에 다다랐고 그것이 합쳐 져서 큰 제국을 이루게 되었으니 바로 몽골과 티무르 제국이다. 사실 몽골 제국은 인류 역사상 최대 판도를 이루었고 명실상부하게 동서양을 아우른 최대이자 최초인 마지막 대제국이다. 인류가 멸망 할 때까지 몽골 제국 같은 존재는 다시 생겨나지 않을 것이다. 책에서는 이 몽골이 어떻게 발전을 하게 되고 유럽으로 진출하게 되었는지를 알려주면서 아직도 있는 몽골에 대한 편견과 잘못된 사실에 대한 진실을 말해 준다. 몽골의 뒤를 잇는 티무르 제국이 있지만 유목민이 이룩할 수 있는 최고의 정점이 몽골 제국이었다.
3장은 점차 고착되는 정주 생활과 축소되는 유목 생활의 역사를 다방면에서 이야기 한다. 몽골 제국 이후에 나타난 여러 유목 국가들과 이들과의 경쟁에서 이겨내고 큰 발전을 이루게 되는 정주 국가들의 이야기를 하면서 이제는 낭만이 되어 가고 있는 유목에 대한 감상적인 이야기로 이어진다.
책은 전체적으로 우리가 잘 모르거나 잊고 있었던 우리 안의 유목 DNA 를 일깨우는 내용이었다. 수 많은 사람들이 국내던 외국이던 여행을 가고 있는데 그렇게 떠나고 싶어하는 것이 바로유목의 유전 인자가 있는 것이 아닐까. 사실 돈과 시간의 문제이지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여행하는 것을 꿈으로 여기는 사람이 적지 않다. 그만큼 우리에게는 '이동'하려는 마음이 있고 이것은 정주 생활을 하면서 잊혀 졌던 수렵 채집 하던 그 옛날 선조들의 마음인 것이다. '노마드'는 우리 인간의 역사에서 잊혀졌던 유목의 역사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내용이어서 세상을 보는 눈을 넓게 한다.
덧, 책 자체가 쉬운 편은 아니고 관련 지식이 조금 있어야 이해하기 좋긴 한데 중간 중간 보이는 직역투의 문장이 이해를 어렵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