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테 콜비츠
캐테 콜비츠 지음, 전옥례 옮김 / 운디네 / 2004년 9월
평점 :
절판


캐테 콜비츠라...솔직히 첨 들어보는 이름이었다.

평소 미술에 그리 문외한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이 인물은 전혀 들어보지 못한

것이었다. 그러고보니 얄팍한 미술 지식에 조금 안다고 생각했던것이 부끄러운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이책을 읽게된것은 미술 지식을 넓혀줄 좋은 기회였다.

캐테 콜비츠는 진보적인 미술가로서 유명한 사람이다. 여기서 진보적이라고 일컫

는 것은 그녀가 단순히 그림만 그린것이 아니라 미술의 영역에 사회적인 문제를

끌어들어서 여러 문제에 대한 사회적인 환기를 불러일으켰기 때문이다.

그녀의 주 전공은 판화였는데 이 판화를 통해서 전쟁이나 기아,질병, 실직 등등

사회의 여러 문제에 주의를 촉구했다.

흔히 예술을 하는사람들이 현실에 참여하냐 예술 그 자체에 매진을 하느냐로

논란을 벌이기도 하는데 그녀는 현실에 적극적으로 참여함으로써 결국에는 그 자신

의 미술적인 성가도 더 높이게 된것이다.

이 책은 그런 캐테 콜비츠의 면면을 살펴볼수있는 기회를 주는책이다.

일반적인 평전이 아니라 그녀의 일기를 책으로 펴낸것이라서 그녀가 평소에 생각

해온것들을 찬찬히 음미해볼수있다.

우선 책을 처음에 펼치면 수십장의 그림이 나온다.

바로 그녀의 작품들인것이다. 그녀는 판화와 소묘를 좋아했는데 그 주제를 보면

주위 사람들을 그린 편한 작품에서부터 '죽은 아이를 데리고있는 여자', '노동자'

'전쟁에 반대한다' 등의 사회 문제에 관심을 드러낸 작품까지 다양한 스펙트럼

으로 내면의 세계를 표현한것을 알수있다.

이런 작품들은 그녀가 여러가지 체험을 통해서 깨달은 진실들을 미술로서 형상화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사실 평범한 일생을 살았다면 그녀의 작품이 그리 현실적이지 않을수도있다.

그러나 아들의 죽음으로 전쟁에 대한 진정한 반대의 길로 들어선것과 같이 그녀의

사상은 겸험을 통해서 얻은 진실의 울림이 느껴진다.

그래서 더욱 더 설득력있게 다가오는 것이다.


그녀의 작품을 통해서 그녀가 어떤 스타일의 미술을 했는가에 대한 어렴풋한

느낌이 들었다면 이제 그녀의 내면을 들여다볼 차례다.

이 책은 그녀가 오랫동안 써온 일기중에서 좋은 글들을 모은 책이다.

연대순으로 적은 것이 아니라 여러가지 주제를 정하고 그 주제에 맞는 글들을

묶은것이라서 주제별로 그녀의 생각을 들여다보기 좋게 되어있다.

이 책을 보면 현실참여라는 딱딱한 행동만 하는 그녀말고 보통의 우리네 어머니같은

할머니같은 그녀를 느낄수가 있다.

이른바 '데모하는' 한 예술가로서 볼것이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 그녀를 바라볼수

가 있는 것이다.

사실 그녀의 행동들은 보통사람들이 절실히 느끼면서도 감히 쉽게 말하기 어려운

그런 것들이었다.

그런것들을 살면서 내내 추구했던 그 용기와 힘에 머리숙여지지 않을수가 없었다.

그녀는 우리를 가르치려 들지 않았다.

그저 그녀의 행동으로 우리가 느끼게끔 한것이다. 우리를 지키는 어머니처럼 그녀

는 부드러움과 강함으로 바른길이 어떤것인가를 몸으로 보여주고 실천한 사람이었

다.

그런 그녀를 직접 쓴 그녀의 일기를 통해서 느낄수있는것이다.

그녀가 제시했던 문제들이 아직도 해결되지 않는 이 시대에 그녀가 던진 물음표는

더욱더 의미있게 다가온다.

독일의 프로이센 출신인 그녀가 두번의 전쟁을 통해서 여러명의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고 히틀러 정권의 미움으로 말년을 힘들게 살다가 히틀러의 패망을 보지 못하

고 사망한것은 마음이 아팠다.

그녀의 개인적인 불행이나 경험들의 그녀의 사상을 단단하고도 넓게 했겠지만

좋은 세상에서 멋지게 살았었으면 좋았을꺼라는 생각도 들었다.


사실 전기나 평전같은것은 시대순으로 쓰여지게 마련이라서 인내심을 갖고 처음

부터 봐야한다.

그러나 이책은 여러 주제로 나누어서 그 주제에 맞는 글들을 모아놓았기 때문에

책 목록에서 흥미있다고 여기는 부분부터 읽어도 된다.

우리가 바라는것은 그녀가 어떻게 살았는지의 세세한 연보보다 그녀의 마음을

느끼는 것이리라..


책은 편집도 잘 되어있고 활자도 보기 좋다. 종이도 보통 단행본 책에서 보는

재질과는 다르게 촉감이 좋은 재질로 되어있어서 읽고싶은 마음이 들게하고

제본도 튼튼하게 잘 되어있다.

단, 이런 종류의 책들이 대부분 그렇듯이 책값이 만만치가 않다.

선택의 문제가 직면하는데 그녀의 팬이거나 예술의 현실참여에 고민하는 사람이라

면 한번 읽어보면 좋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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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문, 시대의 물음에 답하라 - 조선 과거시험의 마지막 관문
김태완 엮음 / 소나무 / 2004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조선시대는 과거시험의 나라였다.

과거를 통해서 인재를 선발하고 그 인재들이 나라를 경영해 나가는 나라였다.

물론 과거의 폐단은 있었으나 과거제라는 제도를 통해 조선의 역사가 지탱될수

있었던것도 분명하다 할것이다.

이 과거시험의 마지막 관문이 '책문'이었다.

시험에 응시한 수많은 선비들중에서 33명이 최종합격이 되고 이들중에서 다시

시험을 쳐서 등수를 매기는것이 책문이었다.

이때는 왕이 직접 문제를 내고 선비들이 답을 하는 형식이었는데 이 문답이

당대의 모습을 치열하게 대변하는것이다.


왕은 질문한다.

그대가 왕이라면, 그대가 재상이라면, 그대가 국가경영자라면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할것인가.

그 질문은 정치,경제,사회,외교,국방등 다방면에 걸쳐서 그 시대에 가장

중요하면서도 시급한 문제들을 닮고있다.

왕은 단순히 등수를 매기기위해서 질문하는것이 아니었다.

그 자신이 백성의 안위를 살펴야하는 최고통치자로서의 고뇌가 담긴 질문인 동시

에 지혜로운 답변을 구하는 것이었고 또 인물을 시험하는 질문이기도 했다.

그러했기에 그 질문에 답하는 선비들의 자세또한 엄정했으니 임금에게 대놓고

꾸짖기까지 하였다.

바로 임숙영의 예에서 찾아볼수있는데 그때의 임금인 광해군이

'지금 가장 시급한 나랏일은 무엇인가' 라고 묻자

'전하께서는 스스로의 실책과 국가의 허물은 거론하지 않았습니다.나라의 병은 임금

의 잘못에 있습니다' 라고 바로 직격탄을 날린다.

딴은 맞다. 국정의 최고통치자로서 모든 문제의 최종책임자는 임금이지 누구겠는가?

하지만 절대군주시절에 그렇게 대놓고 임금을 통박할 사람이 과연 누가 있을까하는

생각에서 보면 소름이 끼치도록 대범함을 느낄수있었다.

물론 그 대답으로인해서 임숙영의 목숨이 위태롭기까지는 했어도 죽지는 않았을

뿐만아니라 비록 등수가 떨어지긴했어도 당당히 과거에 최종합격하게된다.

어쩌면 이것이 조선 과거제의 강점이었다고도 볼수있겠지만 한편으론 갈수록 약화

되어가는 왕권의 한 모습이라고도 할수있겠다.


또 한편의 흥미로운 책문이 있다.

세종이 내린 책문인데 여기서 답한 사람들이 잼있다.

바로 성삼문과 신숙주다. 당대의 일급 지식인이었지만 나중에 다른길을 걷게되는

사람들로 한쪽은 절개로,한쪽은 변절로 사람들의 뇌리에 남게되는 인물들이다.

이 사람들이 당시의 임금인 세종이 내린 질문에 각각 답한것을 보면 각기 일리있는

말을 하면서도 나중의 행동에 대한 단초를 알수있는 내용도 보인다.

세종이 법의 폐단을 고치는 방법이 무엇이냐고 묻자

성삼문은 법을 고치기전에 임금님의 마음을 바로잡아야 할일이라고 답했고

신숙주는 법의 폐단을 고치는것의 근본은 인재를 얻는데 있으니 언로를 열어

직언을 들으라고 답했다.

이 두사람의 글을 읽어보면 둘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왠지모를 묘한 뉘앙스의 차이를 느끼는것이 성삼문은 임금의 입장에서

서술한것이고 신숙주는 신하의 입장에서 서술한것인거 같다.

성삼문은 왕이 중심이되어서 왕이 늘 성찰하고 반성하여 왕의 마음이 주관할것을

촉구하지만 신숙주는 적합한 인재를 등용해서 그 인재가 정권을 올바르게 담당해

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있다.

이런 답에서 단종에게 일편단심 목숨을 바친 성상문과, 자신을 알아주는 세조에게

협력하여 새로운 시대를 연 신숙주의 모습의 한 조각을 느낄수있다면 너무 큰

비약인것일까?...


또다른 책문을 보자.

중종은 외교관은 어떠한 자질을 갖추어야 하느냐고 묻고있다.

이에 김의정은 재능보다 덕을 우선해야 한다고 대답한다.

재능보다 덕이라...외교관은 나라를 대표하는 자리이다. 이런 자리의 인물이

덕으로 상대국을 대하지 못한다면 나라의 격도 떨어진다는 뜻일것이다.

최근 이라크에서의 김선일씨 사건에서도 보듯이 오늘날의 우리나라 외교관들이

재능있고 똑똑하기는 하나 지나친 엘리트의식으로 재외국민들에게 좋은 소리를

못듣고있는것을 생각해보면 이 답이 얼마나 현답인것을 느낄수 있었다.


이 책은 이런 질문과 대답 형식의 책문 수백편중에서 오늘날에 되살려도 좋을 것을

여러편 골라 해설과 함께 엮는 책이다.

쉬운 우리말로 잘 번역해서 본문 내용만 봐도 뜻을 헤아리는데 부족함이 없지만

한편한편의 책문뒤에 지은이의 자세한 설명도 함께 붙어있어서 내용을 파악하고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그리고 책의 뒤에는 부록으로 출전문집과 인용문헌이 자세하게 나와있어서

좀더 깊이있게 알고자하는 사람들을 배려했고 책 본문 중간중간에 지은이의 자세한

각주를 책 뒤쪽에 실어서 좀더 자세한 상황을 알수있게 하였다.


전반적으로 어려울것이란 선입관과는 달리 책 내용이 쉽게 잘 읽히고 활자가 읽기

에도 편하다.

아주 어려운 전문적인 대책이 아니라 오늘날에서도 잘 적용할수있는 상식적인 내용

이기에 쉽게 읽히는것 같다.

여기 나온 질문과 대답들은 어찌보면 너무나 당연하고 쉬운 답변들이다.

그러나 수백년전에 우리 조상들이 주고받았던 치열한 고민들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고 또 그 당연한 대답들을 실천을 못해서 어지럽게 돌아가는 요즘 세상을

생각하면 한숨이 나오기도 한다.


여기에 나온 임금의 질문들을 스스로에게도 답해보면서 세상을 넓게보는 기회도

될수있을것같고 자기 자신이 임금앞의 신하라고 생각하거나 국가경영자라고 생각

하거나 하면서 답을 생각해보는것도 재미있을것 같다.


오랫만에 지적인 호기심을 자극하는 좋은책을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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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내 사랑 레이먼드 챈들러 선집 3
레이먼드 챈들러 지음, 박현주 옮김 / 북하우스 / 2004년 8월
평점 :
절판


이번 여름은 계절적으로 인기있는 장르의 책들을 읽게되었는데 그 끝머리로

안녕내사랑을 읽게 되었다.

처음에 제목을 보고선 보통 연애소설인가 했다.

그러나 이것이 유명한 챈들러의 추리소설이라고 해서 좀 놀랬다.

이 책은 우리가 흔히 접하는 추리소설하고는 좀 느낌이 다른 책이었다.

이른바 '하드보일드' 추리소설이란다.

하드보일드? 어디서 많이 듣던 말인데 그 뜻이 삼삼하게 기억이 안났다.

하드보일드란 자연주의적인, 또는 폭력적인 테마나 사건을 무감정의 냉혹한 자세로

또는 도덕적 판단을 전면적으로 거부한 비개인적인 시점에서 묘사하는 것이다.

불필요한 수식을 일체 빼버리고, 신속하고 거친 묘사로 사실만을 쌓아 올리는 문학

수법이라고 한다.

어떻게 보면 그냥 추리소설이라고 생각안하고 읽으면 보통 소설인것처럼 느껴지기도

하는 장르다.

아무튼 정통 추리소설 매니아의 입장에서는 다소 추리가 약한 면이 있다.

하지만 행동을 중시하는 면과 자세한 상황묘사등은 그 자체로 문학의 묘미를 느낄

수 있는 책이다.


내용은 아주 복잡한 추리소설은 아니다.

사립탐정 필립 말로는 센트럴 로를 걷던 중 우연히 무스 맬로이와 알게 되고

그가 저지르는 살인사건에 연루된다.

맬로이는 감옥생활때문에 못만나게 된 옛 애인은 찾고 있었는데 말로는 그녀가

어디있는지 찾아나서게 된다.

그러다가 그녀의 행방을 알고 있을 노파를 찾아나서서 어떤 정보를 얻긴했지만

나중에 노파는 살해된채로 발견된다.

그와중에 말로는 한 남자로부터 어느 귀부인의 도난당한 비취 목걸이를 찾는 데 동

행해 달라는 제의를 받고 응하는데 그 의뢰인도 살해되고 말로도 위험한 지경에

빠지게 된다.

별로 관련없는 듯한 두 사건에서 유사점이 발견되고 말로는 진실에 조금씩 접근

해 가게되는걸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아주 치밀하고 복잡한 추리의 세계는 사실 보이지 않는다.

줄거리상으론 별로 긴 이야기가 아니지만 상황이나 배경묘사가 아주 정교하고

세밀하게 잘되어있어서 이야기의 길이가 길어진것이다.

빠른 전개를 원하는 사람들한테는 사실 조금 지루할수도 있을것이다.

하지만 이야기의 겉에 장치된것들은 나중에 서로 치밀하게 연결된다는것을 알게되면

이 소설의 묘미를 느낄수있게 될것이다.

주인공도 우리가 아는 보통 사람같고 추리소설에 나오는 어떤 큰 능력을 가진

사람으로는 안 보이는것이 더 친밀감을 불러일으킨다.

뤼팽이나 홈즈같은 대단한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등장하는 소설들만 봐온 나로선

주인공인 말로가 왠지 초라해보이고 힘도 약해보이기도한다.

그러나 책을 읽어내려갈수록 그가 편하게 느껴지고 가까이 느껴지는걸 왜일까?

아마 우리가 주위에서 금방이라도 찾아낼만한 사람이라서 그렇게 느껴지는것일

것이다.

그는 냉소적이면서도 부드러운 면도 있고 좀 반항적이면서도 순종하는 면도 있고

해서 실제한다면 여자들이 매력적으로 여길만하다고 느꼈다.

뉴욕 타임즈 북리뷰에 실렸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거 같다.

"모든것을 알고, 희망을 잃지 않으며 사려깊고, 모험들 두려워하지 않고,

감상적인 동시에 시니컬하고 반항적인 영웅"

머리가 번쩍 띄이게되는 반전이나 추리는 여기에 없지만 상황묘사나 배경묘사들이

참 탁월하다.

굳이 하드보일드하다는 용어를 쓰지않아도 이런류의 글쓰기에 좋은 느낌을 받은

사람이라면 한번 읽어봄직하다.

복잡한 추리가 안 들어가기에 책도 술술 잘 넘어간다.

번역은 이 책의 매니어였던 분이 해서 세밀한 것까지 잡아낸거 같다.

그전에 나온 책들보다 확실히 좀 나아보인다. 깔끔하고 군더더기가 없다.

뒤에 해설을 읽어보면 이 장르를 이해하는데도 도움이 될듯하다.

455쪽이라는 두꺼운 내용에 비해 역시 책값도 저렴한 편이니 성큼 다가온 가을에

챈들러의 추리소설들과 함께하는것도 괜찮을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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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 서태후
펄 벅 지음, 이종길 옮김 / 길산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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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처음에 책의 제목을 봤을때 서태후앞에 연인이라는 수식어가 붙어있는거 보고 좀 의아스럽게 여겼었다.무소불위의 철권을 휘두룬 서태후에가 애틋한 시절이 있었단 말인가하고 말이다.그리고 '펄벅'이라는 지은이가 주는 호기심도 작용하면서 읽고싶은 마음이 생기게 만들었다.

이 책은 어찌보면 일종의 '애정소설'이라고도 볼수있겠다. 펄벅의 대지같은 책만 봐온 나로선 펄벅이 이런 책도 썼나 싶을정도로 그 분위기가 다른 책이었다.우리가 흔히 아는 서태후는 청나라말 권력을 마음대로 휘두르고 실질적인 황제로 군림하면서 청나라의 멸망을 재촉한 사람정도로 알고 있을것이다. 그러나 이책에서는 그런 면보다는 서태후도 한명의 여인이었고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으며 주위의 상황이 그녀를 그렇게 몰고갔다는걸 그리고있는 책이다. 펄벅은 이 책을 통해서 역사적인 판단이나 잘잘못을 내리고 있지는 않다.그저 서태후라는 여인에 대한 인간적인 면을 들추어 내며 독자에게 판단을 내리게 하는거 같다.

이야기는 청나라 말 황제의 후궁으로 간택되어 입궁하는 장면부터 시작된다.여기서 보이는 그녀는 그저 보통의 감정을 가진 평범한 여인일뿐인거같다.그러나 입궁이후에 황제의 총애를 받기위한 행동이나 생각등은 지혜롭고도 현명한 처녀라고 여겨지고 아마 이것이 훗날 대국을 지배할것을 알게되는 단초가 아닐까 생각된다.이야기는 그녀가 황제의 사람을 받아 후궁이 되고 아들을 낳고 그 아들이 황제가 되고 그러면서 그녀가 권력을 쥐면서 여러가지 사건들이 일어나는 과정들을 담담하게 그리고있다.

사실 그녀가 행한 행동들은 그 자신이 살기위해서 어쩔수 없는것이었을지도 모른다.그녀가 사랑했던 영록과의 혼인이 이루어졌어도 그런 성격이 나왔을까? 그 환경이 그녀로 하여금 변신하지 않을수없게 만든것은 아닐까? 때로는 피도 눈물도 없는 악녀로,때로는 작은 일에도 슬퍼하는 감성적인 여인의 두 얼굴을 보였던 그녀는 그 내면을 살펴보기 전에는 단지 변덕스런 인물로 비춰졌을것이다.펄벅은 그녀가 그런 모습을 나타내는 과정을 급하지도 않고 느리지도 않게 적당한 호흡으로 보여주고있다.

서양세력이 물밀듯 밀려오는 그 격랑의 시대에 최고통치권자로서 그녀는 분명히 한계였던 인물이었다.세상을 보는 안목이나 서양세력의 본질에 대한 인식을 그녀한테 기대할수는 없는 노력이었다.그래서 그녀로 인해 청나라가 멸망했다는 논리도 나올수 있을것이다.그러나 만일 그녀가 없었다면 청은 그전에 멸망했다고도 볼수있지 않을까? 그 당시로선 그녀가 유일무이한 대안이었고 그녀가 나라를 부강시키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유지는 시켰다는 점에서 나라의 운명을 연장시켰다고도 볼수있을것이다.혹자는 어차피 망할 나라 몇년 더 끈다고 해서 나아질것이 무엇이겠느냐고 하겠지만 그 연장된 시간속에서 나은 미래를 설계할수도 있는것이다.비록 그런 것은 실패하고 말았지만 그 책임을 그녀혼자에게 물을수는 없을것이다.나라가 망하는데 하나의 군주만이 잘못하는것은 아니니 말이다.

이책에서는 청조말의 혼란스럽고 급박한 사정에 대해 자세히 말하고 있지는 않다.그저 서태후에 대한 초점을 이동하는 과정에 부수적으로 조금씩 그 환경을 살피고 있을뿐이다.그리고 서태후의 인간적이고 사랑을 갈망하는 평범한 모습을 주로 부각시키고 있다.역사는 승자에 의해 쓰여지게 마련이라서 그런입장에서 패자라면 패자인 서태후의 진면목이 많이 가려진것이 사실이다.서태후가 날카롭고 잔인한 면을 보인것도 사실일것이다.그러나 그런면만 가진것이 아닌 그녀도 남자의 사랑을 받고싶었던 한 여인으로서 그려지고 있는것이다.

사실 펄벅의 대지에서 보여줬던 그런 깊이가 이책에선 그리 보이지 않는다.서태후의 모습만 쫓아가다보니 좀 단조로와진거 같기도 하고 역사적인 사실에 대한해석이나 평가가 빠지다보니 인물역사로서 보기도 좀 어려웠다.아마 펄벅은 서태후를 통해서 인간의 감정을 묘사하고 나타내려고 한거같다.역사소설이 아니라 그냥 파란만장한 삶을 산 한 여인에 대한 소설이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깊은 울림은 솔직히 잘 엿보이지 않았지만 두꺼운 분량이 잘 읽힐만큼 섬세하고 재미있게 쓰여진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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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도의 길
도나미 마모루 지음, 임대희.허부문 옮김 / 소나무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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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처음에 퐁도라는 인물에 대해 들었을때는 누구인지 잘 몰랐다. 역사에 관심이 많은 편인데도 그가 어떤 인물인지 들어본적이 없었다.그러나 이책을 보니 그의 이력이 간단치않음을 알수있었다. 풍도는 중국의 혼란기였던 오대 십국시절에 다섯왕조 여덟성씨 열한명의 황제를 섬기면서 큰무리없이 고위관리로 재상으로 난세를 보낸 인물이다. 중국사에서 5대 10국시기라는것은 죽고 죽이는 일이 잇달아 일어나는 어려운 시기였다.이런시기에 각기 다른 왕조에서 여러 황제들을 섬기며 신하로 살았다는것은 어떻게보면 처세에 능하다고는 볼수있겠지만 그만큼의 뛰어난 능력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 아니었나 싶다. 두가지 면에서 그가 그토록 오랫동안 정계에 머무를수있었다고 본다.

첫째는 그의 능력. 그는 글쓰는 문장가로서 그 능력이 탁월했다. 그리고 그 자신의 성품또한 남과 다투지 아니하고 재물을 탐내지 않으며 일반서민을 구제하겠다는 일관된 마음으로 자신의 명예나 안위에는 크게 신경쓰지 않은점이다.이것이 그 시대의 군주들에게 받아들여졌고 망한 나라의 신하라 하더라도 새로운 나라의 신하가 될수있었던 것이다. 명분보다는 현실을 중시한 그는 망한 나라의 임금을 위해 충절을 지키기보단 새로운 임금을 바른길로 인도해 백성의 고통을 덜어주고자했다. 여기서 그의 실용을 중시하는 면을 볼수있었다.

둘째는 시대적인 요구다. 당시에 흥망했던 나라들에서는 중심인물의 대부분이 무인들이라 싸우는데는 능력이 출중했지만 체제를 정비하고 나라를 운영하기 위한 능력에선 한계가 있었다. 이런 능력은 역시 문신들이 가지고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때는 문신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문벌귀족들이 전쟁중에 몰락했고 능력있는 문신이 그리 많지 않았다.이때 풍도의 능력은 그 시대적인 요구에 들어맞았을것이다.

후세사가들도 지적했듯이 어찌보면 풍도가 지조가 없고 변절을 했다고도 볼수있을 것이다. 하지만 무능한 군주를 위해 충성을 바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당시에 어떤 임금인가에 따라서 백성들의 삶이 달라진다면 마땅히 좋은 임금을 선택해야하지 않을까. 그가 공명이나 재물을 탐내서 그랬다면 오히려 그토록 오랫동안 정치의 중심에 있지는 않았을것이다. 그는 검소했고 남과 다투지 않았다.그의 인품됨이 그러했기에 사람이 수시로 죽고죽이는 그 살벌한 분위기에서도 잘 살아남았고 다른민족인 거란에게까지 그 이름이 알려졌을것이다. 여기에서 그의 진심을 조금 알수있지 않을까.

비슷한 예인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나라의 이완용을 비교해보면 그것을 알것이다. 그는 매국노라는 소리를 들어가면서 나라를 팔아먹었다.그는 일본에게 합병이 되어야 조선인이 살수있다고 믿었다.그러나 그가 그뒤에 한일을 보면 그의 진심이 무엇이었나를 알수있다.자신이 모시던 황제를 협박하는건 다반사였고 합방후 명예와 부를 한손에 거머쥐었다.그리고 민중들의 독립열망도 애써 무시했다.그의 그 행동에서 우리는 그의 진심이 진정 조선민족을 위한 것이 아니란것을 알수있는것이다.

이와 비교해서 풍도는 그 행동에서 그의 마음을 짐작할수있는것이다.지은이의 말에 의하면 어떤 중국인이 편찬한 역대의 유명한 인물선정에 이 풍도도 들어가있었다고 한다.
그만큼 그의 능력이나 인물됨에 부족함이 없었다는 뜻이 되지 않을까. 난세에 태어나서 충실한 삶을 살았지만 그 인물자체가 그리 뚜렷한 개성의 인물이아니고 또 중심되는 황제나 장군이 아니어서 그런지 그에 대한 기록이나 자료가 부족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책으로 그시대에 보기드문 인물이 있었구나하는 정도로 풍도라는 인물의 채취정도만 느낄수있었지 전체적인 인물의 감을 잡기는 좀 어려운거 같았다.많은 부분은 당나라 말기에서 송나라건국까지의 그 혼란기에 역사적인 일들을 서술하여서 어찌보면 역사개설서를 읽는 듯한 기분이었다.아마 풍도의 면모를 자세히 살필 자료가 부족해서 그런거 같았다. 그러나 아무튼 풍도라는 인물을 올곧이 느끼지는 못하겠지만 풍도란 인물과 중국 5대10국시절의 소사한 역사를 알기엔 괜찮을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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