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테 콜비츠
캐테 콜비츠 지음, 전옥례 옮김 / 운디네 / 2004년 9월
평점 :
절판


캐테 콜비츠라...솔직히 첨 들어보는 이름이었다.

평소 미술에 그리 문외한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이 인물은 전혀 들어보지 못한

것이었다. 그러고보니 얄팍한 미술 지식에 조금 안다고 생각했던것이 부끄러운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이책을 읽게된것은 미술 지식을 넓혀줄 좋은 기회였다.

캐테 콜비츠는 진보적인 미술가로서 유명한 사람이다. 여기서 진보적이라고 일컫

는 것은 그녀가 단순히 그림만 그린것이 아니라 미술의 영역에 사회적인 문제를

끌어들어서 여러 문제에 대한 사회적인 환기를 불러일으켰기 때문이다.

그녀의 주 전공은 판화였는데 이 판화를 통해서 전쟁이나 기아,질병, 실직 등등

사회의 여러 문제에 주의를 촉구했다.

흔히 예술을 하는사람들이 현실에 참여하냐 예술 그 자체에 매진을 하느냐로

논란을 벌이기도 하는데 그녀는 현실에 적극적으로 참여함으로써 결국에는 그 자신

의 미술적인 성가도 더 높이게 된것이다.

이 책은 그런 캐테 콜비츠의 면면을 살펴볼수있는 기회를 주는책이다.

일반적인 평전이 아니라 그녀의 일기를 책으로 펴낸것이라서 그녀가 평소에 생각

해온것들을 찬찬히 음미해볼수있다.

우선 책을 처음에 펼치면 수십장의 그림이 나온다.

바로 그녀의 작품들인것이다. 그녀는 판화와 소묘를 좋아했는데 그 주제를 보면

주위 사람들을 그린 편한 작품에서부터 '죽은 아이를 데리고있는 여자', '노동자'

'전쟁에 반대한다' 등의 사회 문제에 관심을 드러낸 작품까지 다양한 스펙트럼

으로 내면의 세계를 표현한것을 알수있다.

이런 작품들은 그녀가 여러가지 체험을 통해서 깨달은 진실들을 미술로서 형상화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사실 평범한 일생을 살았다면 그녀의 작품이 그리 현실적이지 않을수도있다.

그러나 아들의 죽음으로 전쟁에 대한 진정한 반대의 길로 들어선것과 같이 그녀의

사상은 겸험을 통해서 얻은 진실의 울림이 느껴진다.

그래서 더욱 더 설득력있게 다가오는 것이다.


그녀의 작품을 통해서 그녀가 어떤 스타일의 미술을 했는가에 대한 어렴풋한

느낌이 들었다면 이제 그녀의 내면을 들여다볼 차례다.

이 책은 그녀가 오랫동안 써온 일기중에서 좋은 글들을 모은 책이다.

연대순으로 적은 것이 아니라 여러가지 주제를 정하고 그 주제에 맞는 글들을

묶은것이라서 주제별로 그녀의 생각을 들여다보기 좋게 되어있다.

이 책을 보면 현실참여라는 딱딱한 행동만 하는 그녀말고 보통의 우리네 어머니같은

할머니같은 그녀를 느낄수가 있다.

이른바 '데모하는' 한 예술가로서 볼것이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 그녀를 바라볼수

가 있는 것이다.

사실 그녀의 행동들은 보통사람들이 절실히 느끼면서도 감히 쉽게 말하기 어려운

그런 것들이었다.

그런것들을 살면서 내내 추구했던 그 용기와 힘에 머리숙여지지 않을수가 없었다.

그녀는 우리를 가르치려 들지 않았다.

그저 그녀의 행동으로 우리가 느끼게끔 한것이다. 우리를 지키는 어머니처럼 그녀

는 부드러움과 강함으로 바른길이 어떤것인가를 몸으로 보여주고 실천한 사람이었

다.

그런 그녀를 직접 쓴 그녀의 일기를 통해서 느낄수있는것이다.

그녀가 제시했던 문제들이 아직도 해결되지 않는 이 시대에 그녀가 던진 물음표는

더욱더 의미있게 다가온다.

독일의 프로이센 출신인 그녀가 두번의 전쟁을 통해서 여러명의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고 히틀러 정권의 미움으로 말년을 힘들게 살다가 히틀러의 패망을 보지 못하

고 사망한것은 마음이 아팠다.

그녀의 개인적인 불행이나 경험들의 그녀의 사상을 단단하고도 넓게 했겠지만

좋은 세상에서 멋지게 살았었으면 좋았을꺼라는 생각도 들었다.


사실 전기나 평전같은것은 시대순으로 쓰여지게 마련이라서 인내심을 갖고 처음

부터 봐야한다.

그러나 이책은 여러 주제로 나누어서 그 주제에 맞는 글들을 모아놓았기 때문에

책 목록에서 흥미있다고 여기는 부분부터 읽어도 된다.

우리가 바라는것은 그녀가 어떻게 살았는지의 세세한 연보보다 그녀의 마음을

느끼는 것이리라..


책은 편집도 잘 되어있고 활자도 보기 좋다. 종이도 보통 단행본 책에서 보는

재질과는 다르게 촉감이 좋은 재질로 되어있어서 읽고싶은 마음이 들게하고

제본도 튼튼하게 잘 되어있다.

단, 이런 종류의 책들이 대부분 그렇듯이 책값이 만만치가 않다.

선택의 문제가 직면하는데 그녀의 팬이거나 예술의 현실참여에 고민하는 사람이라

면 한번 읽어보면 좋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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