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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차 세계대전 1 - 유럽의 등불이 꺼지다 ㅣ 궁극의 전쟁사
곽작가 지음, 김수박 그림 / 레드리버 / 2023년 11월
평점 :
국가간의 전쟁은 동네 아이들의 싸움같이 단순한 이유로 일어나는 경우는 잘 없다. 겉으로 보기에는 어떤 계기가 되는 일 때문에 우발적으로 일어난 것처럼 보여도 그 이면에 이미 터지기 일보 직전까지 악화된 상황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확! 하고 폭발하듯이 전쟁이 일어나는 것이다. 그러기에 전쟁이 어떻게 일어났는 가를 이해하려면 그 이면에 일어난 상황을 잘 알아야 한다.
제1차 세계 대전은 '대전' 이라는 이름이 붙은 인류 역사상 최초의 전쟁이다. 그전에도 여러 나라들이 참전한 전쟁은 많았지만 대전이라는 이름이 붙진 않았다. 이 전쟁은 그 전에 있었던 어떤 전쟁 보다 더 많은 국가와 민족들이 참전을 했고 여러 대륙에 걸쳐서 일어난 그야 말로 '세계 대전' 이라는 이름에 딱 맞는 전쟁이었다. 사상자도 엄청 나서 인류는 이런 종류의 전쟁에 대한 두려움이 생기기 시작하기도 했다.
사실 우리에게는 그 이후에 일어난 2차 대전이 익숙하고 좀 더 많이 안다. 2차 대전으로 일제의 압제에서 벗어났고 해방이 되었고 1차 대전 때는 일제에 신음하고 있을 때여서 조금 먼 느낌이 있었다. 그러나 2차 대전도 결국 1차 대전의 연장선에서 일어난 전쟁이라는 점에서 1차 세계 대전에 대한 이해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흔히 1차 세계 대전은 이른바 '사라예보 사건'으로 오스트리아 황태자가 암살당하는 사건으로 일어났다고 알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전쟁이 터지기 일보 직전까지 상황이 악화되고 있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사라예보 사건이 일어나지 않았다고 해도 결국 전쟁은 일어났을 것이다. 어찌 보면 반전파였던 황태자만 억울하게 죽었다고 볼 수 있다.
책은 처음에 어떻게 전쟁이 일어나게 되는지 그 과정과 당시 여러 나라들의 사정을 이야기 하고 있는데 진짜 얽히고설키고 꼬이고 꼬인 상황에서 일어난 전쟁 같았다. 전쟁의 중심에는 물론 독일이 있다. 독일이 일으켰으니까. 그런데 왜 독일이 전쟁을 일으켰을까.
사실 독일 지역은 오랫동안 분열되어 있었다. 작은 국가들의 느슨한 연방제 비슷하게 있었는데 이것이 나폴레옹 전쟁을 거치면서 민족주의가 일어나고 그 중에 프로이센이라는 강력한 군대의 나라가 결국 독일 통일을 하게 된다. 여기에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것이 그 유명한 비스마르크다.
그런데 전쟁 좋아할 것처럼 보였던 비스마르크는 통일 독일 제국까지만 바랬지 더 큰 '확장'을 바란 것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식민지를 과하게 추구하지 말고 양쪽에 적을 두지 않는다는 원칙을 고수했다. 독일의 위치나 상황으로 봤을 때 현명한 정책이었다고 생각이 든다. 그러나 독일 황제 빌헬름 2세가 집권하면서 모든 것이 달라진다. 그는 비스마르크와는 달리 확장을 원했고 나라에 군국주의적인 분위기가 거세졌다. 이런 가운데 다른 나라들도 호전적인 분위기가 일어나면서 유럽은 일촉즉발의 위기가 계속되었다.
전쟁은 크게 봐서 독일 ,오스트리아로 대표 되는 세력에 세르비아가 덤볐는데 그 뒤에는 러시아가 있고 또 거기에 옛 영광을 다시 재현하려는 오스만 제국이 참전하고 유럽의 강자 영국과 프랑스도 가만 있지 못하게 되면서 전 유럽이 전화에 쌓이게 된 것이다.
책은 전쟁이 일어나기 전에 각 국가의 상황을 설명하면서 전쟁으로 치닫게 되는 분위기를 잘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전쟁이 일어나면서 독일이 어떻게 전쟁을 치루게 되는지 그 초반 전술은 어떤 것인지 이야기 하는데 숙적인 프랑스로 진격하면서 바로 공격하지 않고 네덜란드나 벨기에로 우회해서 진군하는 것을 보여준다. 프랑스 국경에 강력한 군대가 있는 것을 피해서 빠른 행군으로 프랑스를 점령한 다음 러시아와 한 판 붙으려는 것이 전체적인 구상이었는데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전술이어서 초반에 프랑스가 밀리게 된다.
독일이 강한 나라였고 상대의 의표를 찔러서 초반 승기를 잡긴 했지만 다른 나라들이 마냥 무력하진 않았다. 영국도 참전하고 무능할 것 같았던 러시아도 은근한 저력을 보여주면서 점점 독일의 구상이 틀어지게 되는 것을 잘 나타내준다.
1차 대전이 단순하게 규모로만 대단했던 것이 아니라 그 전에 없던 전쟁이란 것이 더 큰 문제였다. 바로 근대 국가가 최신 기술을 총동원해서 그야말로 죽기 살기로 싸운 전쟁이라는 것이다. 그러기에 그 파괴력은 아무도 예상치 못했고 그 어떤 전쟁보다도 사상자가 엄청나게 생기게 된다. 책에서는 그 전에 보지 못했던 전차나 잠수함 같은 대량 살상 무기에 대해서 잘 설명하고 있다. 이런 기술은 르네상스와 산업혁명을 통해서 발달한 군수 산업의 결과물일 것이다.
책은 재미있다. 아주 세세하게 파고 들면 더 많은 내용이 나올 수 있겠지만 일반 독자들 입장에서는 이 책의 내용만 알아도 1차 세계 대전의 원인과 과정, 결과까지 잘 이해 할 수 있을 것 같다. 복잡한 전쟁 전후의 사정을 핵심을 뽑아서 쉽고 이해하기 어렵지 않게 잘 편찬했고 무엇보다 만화라는 형식을 통하기 때문에 직관적으로 이해가 간다. 생각보다 그림에 포함된 글 내용이 적지 않아서 이야기가 풍부하다. 이제 전쟁은 시작됐고 초기 전투가 일어나고 있는데 과연 후반전은 어떻게 될지 다음 편이 기다려진다. 평범한 독자들에게 1차 세계 대전은 이 시리즈만 읽어도 될 정도로 잘 짜여진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