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역사는 반복된다
배기성 지음 / 왕의서재 / 2023년 11월
평점 :
옛날 독재 정권때는 국사는 필수였고 학력고사에서도 높은 점수가 반영이 되었다. 이후 사회가 민주화되고 빠르게 변화되면서 국사라는 과목은 역사의 한 부분이 되었고 수능 시험에서도 선택이 되다가 지금은 그래도 어느 정도 반영이 되고 있다. 사실 우리 나라 교육 과목 중에서 수능 시험에 들어가느냐 안 들어가느냐는 집중도에서 하늘과 땅 차이가 난다. 과거 대표적인 암기 과목이었던 국사가 이제는 그런 정도의 강도가 아니다보니 역사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 같다.
사실 모든 역사를 자세히 알 필요는 없다. 그것은 학자들이나 하는 것이지 우리 같은 보통 사람들은 꼭 필요한 중요한 부분만 전체적으로 알면 된다. 그것은 이 책 제목처럼 역사는 반복되기에 또 다시 잘못을 저지르지 않기 위해서기 때문이다. 그런데 중요한 것들만 조금 아는 것 자체도 모르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의 지은이는 그런 세태에 분노를 느꼈다. 어떻게 하면 이 역사를 알릴까. 그것이 인터넷과 연결이 되어 결국 100만이 넘는 사람이 보게 되는 역사 강사가 되었다. 다만 인터넷에서 축약되어서 간결하게 이야기 하다 보니 조금 설명이 필요한 부분을 체계적으로 소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되어서 나온 것이 바로 이 책이다.
책은 우리의 슬픔이 시작되게 되는 근현대사 부분을 집중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는데 우선 오늘날까지도 영향을 끼치고 있는 일본의 한국 침략을 소개한다. 1876년 강화도 조약은 최초의 근대적인 조약이라고 하긴 하지만 일본의 야욕이 시작되는 첫 시발점이나 다름 없다. 이들은 근대적인 사상에 어두운 조선을 교묘히 속이고 선심 쓰듯 큰 차관을 빌려주고 서서히 조선을 목조이려고 한다. 오늘날 사채에 한번 빠져들면 헤어 나오지 못하는 것처럼 조선은 일본이 제공하는 차관에 묶이고 만 것이다. 책은 그 시점부터 조선은 몰락의 길을 걸었다고 이야기한다.
2부에서는 일본의 상황을 설명한다.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근대화에 성공, 강대국으로 발돋움하게 된 일본이 초반의 열세를 극복하고 청나라와 러시아를 이기는 과정을 이야기하는데 그들의 능력도 물론 있었겠지만 세계의 정세가 참 좋았다. 당시 대영제국의 아시아 파트너로 대접을 받았고 미국에게도 적당한 밀약을 해서 한반도의 지배권을 확인 받았는데 우리에게는 통탄할 일이지만 냉혹한 현실이었다.
책은 계속해서 잘 알려지지 않았던 슬픈 역사를 이야기 한다. 제주 4.3이 어떻게 일어났는지 어떻게 해서 왜곡되어서 지금까지도 제주 도민이 모욕을 받고 있는지 그 연원을 알려주고 있다. 안타까운 것도 있다. 바로 장면의 대통령 선거 좌절이다. 이미 부통령을 하고 있었던 장면은 민주당 정-부통령 선거 지명 대회 결과 단 3표차로 조병옥에게 석패하고 또 다시 부통령 선거에 나서게 된다. 결과는 알다시피 조병옥의 신병으로 인한 사망으로 이승만이 또 당선이 된 것이다. 만일 그때 장면이 대통령 선거에 나섰더라면 이승만은 벌써 물러났을 것이다. 아니 부정 선거에 혈안이 된 이승만 정권이 그때도 역시 부정 선거를 획책했을 것이고 어쩌면 4.19보다 더 큰 사태가 일어났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책은 구한말 부터 일제시대, 제1 공화국을 관통하면서 꼭 알아야 할 역사의 이면을 이야기 해준다. 대부분 분통이 날 내용이다. 인터넷에서 강의할 때도 화를 내면서 이야기 하는 이유가 있다. 하지만 이 내용들이 결국 다시 반복되는 역사의 한 부분이기 때문에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전체적으로는 일정한 시대를 해설해준다기 보다는 그때 그때 중요한 사건에 대한 단상을 이야기하는 느낌이 강한 내용이었다. 시대순이긴 해도 연결이 꼭 되지도 않고 약간 산만한 느낌도 들었다. 그래서 이 책은 역사에세이 정도의 내용이 아닐까 싶다. 이런 역사 정도는 알아야 하는거 아니냐는 느낌을 받았다. 사실 이 정도는 알아야 오늘날의 우리 사회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지금의 모순이 결국 그 옛날에 단추를 잘 못 끼워서 아직도 제대로 끼우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역사를 쉽고도 재미있게 설명하는 강사다. 역사를 흥미롭게 접근하게 하는 능력이 있다. 첫 책은 쉽게 이야기 하고 있는데 좀 더 세밀한 통사적인 내용의 책도 썼으면 좋겠다. 이 책만 읽고서는 빈 공간이 많다. 전후 사정 결말을 알려면 다른 책을 살펴야 하니 강화도 조약부터 시작하는 좀 더 자세한 근현대사 책이 나오면 좋겠단 생각을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