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더랜드 - 5억 5,000만 년 전 지구에서 온 편지
토머스 할리데이 지음, 김보영 옮김, 박진영 감수 / 쌤앤파커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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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끝없는 우주를 생각하면 지구라는 별은 그야말로 티끌보다도 더 작은, 존재조차 희미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지구의 역사 앞에 인간은 먼지 만도 못한 작은 부분을 차지 하고 있다. 지구의 나이가 대략 45억 년이라고 하는데 인류의 역사는 고작 몇 만년이고 역사상의 시기는 만 년 정도밖에 안된다. 그러기에 과거의 지구를 보면 인간에게는 다른 별의 이야기를 듣는거나 다름 없다. 어떤 인간도 과거를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거대한 공룡들이 활보하는 땅의 흙을 밝거나 바닷속에서 헤엄칠 수 없는 것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바위처럼 그 자리에 가만히 앉아서 얼어붙은 모래에 새겨진 흔적을 읽으며 사라진 지구를 상상하는 길 뿐이다. 다행히 지구를 지배한 어떤 동물보다 더 뛰어난 두뇌를 가진 덕분에 과거의 일들을 복원하는 능력이 갈수록 좋아져서 그 당시를 유추하게 한다.


이 책은 기본적으로 지구가 어떤 모습으로 존재했으며 그 긴 역사속에서 어떤 변화를 겪고 많은 생명체들이 사멸해갔는지를 탐구하는 내용이다. 여러 시대별로 대표적인 동식물들이 어떠한 삶을 살았는지 알려 주고 있다. 화석을 보고 이름만 짓는다고 그 시대를 알 수는 없는 법이다. 당대의 풍경을 재현해낸다면 그 시대를 이해하기가 더 쉬워진다.


책은 비교적 가까운 시기인 신생대의 플라이스토세부터 가장 오래 전인 원생누대의 에디아카라기까지 지질상의 연대에 해당하는 시기의 자연을 잘 표현하고 있다. 단순히 지질 연대만 알고 있었는데 당대가 어떤 상황이었는지 과학적인 자료를 토대로 그 시대를 눈에 보이게 한다. 처음에 나오는 2만년 전 플라이스토세는 미국 알래스카주 노던플레인으로 시간 여행을 떠난다. 이때 지구의 북반구는 빙상으로 이어져 있다. 


북알래스카 브룩스산맥 기슭에서 영구 결빙 지대인 북극해까지 이어지는 평원은 건조하다. 이 춥고 건조한 날씨에도 살아 남은 동물들은 있다. 이 시기의 초식동물은 겨울이 오면 성장을 멈춘다. 곰이 겨울잠을 자듯 최소한의 에너지만 소비하는 것이다. 최초의 인간도 아메리카대륙에 이미 와 있었다고 한다. 책은 여러 동물들이 이 시대를 어떻게 적응해 나가는지 잘 말해주고 있다. 


다음에는 좀 더 오래된 400만 년 전 플라이오세의 환경을 이야기 한다. 이렇게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서 각 지역을 선정해서 당대를 설명하는 방식인데 마지막은 5억 5000만 년 전 에디아카라기인 오스트레일리아 에디아카라 언덕으로 우리를 이끈다. 이때의 지구는 아프리카, 아라비아, 오스트레일리아 등이 한대륙으로 붙어 있을 때였다. 지금처럼 여러 대륙으로 나눈것이 아니라 하나의 대륙에서 이제 막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할 때다.


당시 생명체는 지금처럼 다양한 동식물이 있는 것이 아니라 미생물의 수준이었다. 그래서 화석으로도 많이 남아 있지 않다. 책은 생물이 진화할 수 있게 여러 작용을 거치고 거기에 따라서 어떤 동식물들이 나타나게 되는가를 설명하고 있다. 미생물에서 출발했지만 차츰 큰 생물로 변화하게 되는 시초에 있는 시기다.


책은 마지막은 인류의 이야기다. 오랜 지구의 역사에서 멸망은 예고된 수순이었다. 자연 환경의 변화에 따라서 많은 동식물들이 명멸 했다. 그러나 인간은 자연을 이겨내는 종이다. 그래서 수 많은 다른 종들을 멸망시키면서 살아 왔다. 이제 그 댓가를 치뤄야 한다. 지구 환경을 변화하게 해서 결국 멸망의 칼끝을 인간 자신에게 향하게 하고 있다. 


하지만 노력한다면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지난 몇 년간 코로나 사태로 전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멈추게 되었다. 1~2년의 시간은 자연을 다시 옛날로 돌아가게 하는데 충분했다. 이것으로 인간이 멸망에서 벗어날 실마리를 마련하게 되었다. 할 수 있는 일을 하면 희망이 보일 것이다. 하지만 누가 희생을 할 것인가. 지은이는 희망을 이야기하지만 탐욕의 동물인 인간이 같은 마음을 가지진 않을 것 같다. 시기의 문제지 인간의 과거 동식물들처럼 한 시대를 대표했던 종이 될 것 같다.


책은 글 몇 자로 표현했던 고대 시대를 입체적으로 눈에 보이게 한다. 우리 인간이 결코 알 수 없었던 그 시대의 모습을 재현하고 있는 것이다. 신선하면서도 색다른 시도의 이야기였다. 옛 지질 시대를 통해서 지구의 생명체들이 어떻게 살아 왔는가를 짐작하게 하는 고급스러운 과학책 이다. 과거 지구의 모습을 궁금해 하는 사람들에게 길잡이가 될 책이다. 다만 글 내용 자체가 쉬운 편은 아니다. 지질 관련 생소한 개념도 등장하고 어느 정도 기본 지식이 있어야 술술 읽어갈 수 있어서 천천히 읽으면서 내용을 상상하면 좋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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