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네스터를 죽이고 싶어한다
카르멘 포사다스 지음, 권도희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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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최근 장르소설이 각광받고 있다. 이른바 본격소설이라는것에 대비되는 이름일진데 그동안 조금 무시되어왔던것도 사실이다.하지만 탁월한 이야기 구조와 게임이나 영화,애니등 '원소스멀티유즈'로서의 확장가능성이 높은 장르소설의 부상은 시대적인 필연이기도 할것이다.

그 장르소설중에서 그래도 비교적 많은 사람들이 재미있게 읽었던것은 추리소설쪽이다. 문학성과는 별개로 호기심이라는 인간 본성을 건드리는 분야기 때문이다.추리소설이 많이 발달된 미국,영국, 일본쪽의 소설들이 많이 소개되었는데 이번에 새로 나온 책은 유럽의 스페인의 책이다. 영미쪽의 읽기 말랑말랑한 느낌이나 일본쪽의 좀 특이한 느낌과는 또다른 느낌이 있을까했는데 한작가의 한작품으로 일반화시킬수는 없다고 해도 과연 읽히는 맛이 좀 남다른 책이었다.

내용은 제목에서 은근 유추할수있듯이 네스터란 사람의 죽음과 관련된 미스터리라고 할수있다.책은 곧바로 주인공인 네스터의 죽음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그의 죽음이 알려지면서 어떻게 죽음에 이르게 되는지 역추적하는 형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네스터는 요리사이다. 아주 수준급의 요리사인데 그런 이력때문에 여러 고객들의 알리고 싶지 않아하는 여러 비밀들을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알게된다. 직업적인 사명감이 투철한 네스터는 그 비밀들을 누설한 마음은 전혀 없지만 누가 자신의 비밀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마음은 다를것이다.바로 이 오해아닌 오해가 네스터의 죽음의 동기가 된다.

네스터가 자신의 비밀을 알고 누설하리라는 생각으로 안절부절 못하는 주변 인물들의 모습은 어찌보면 우리의 모습 같기도 했다.나 자신 남에게 알려지고싶지 않은 부끄러움이 있는데 네스터같은 사람이 있다면 똑 같은 생각을 했을꺼란 생각도 들었다.

처음에는 네스터가 죽어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면 그 뒤로는 네스터를 죽이고 싶은, 혹은 죽었으면 하고 바라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자세히 그리고 있는데 네스터와 얽히는 과정이 참 절묘하면서도 재미있었다. 그 주변인물들의 심리가 자세하게 잘 표현되고 있고 그들의 내면의 생각에 고개를 끄덕이게도 했다.

하지만 네스터의 죽음이 왜 어떻게 이루어지나하는것은 좀 싱거웠다. 그의 죽음이 우연인지 필연인지는 좀더 생각해봐야하겠으나 기존의 좀더 정교하고 세밀한 추리소설에서 보여지는 죽음이나 살인보다는 좀 밋밋한 느낌이 들게했다. 그래서 이 책은 본격 추리소설보다는 심리소설이라고 생각해도 좋을듯한 느낌이 들었다. 추리적인 면은 그리 많이 인상적이지 않고 각 인물의 심리묘사나 행동등의 모습이 더 잘 표현되었기 때문이었다.

특이한것은 처음 네스터의 죽음을 묘사한 상황자체가 또다른 소설처럼 느껴지게 한 결말부분이다. 살짝 액자소설의 느낌이 들게 했는데 잘 짜여진 플롯이란 생각이들었다.

책은 아담한 싸이즈로 잘 만들어졌다. 제본도 튼튼한편이고 번역도 나쁘지 않다.겉면의 책 디자인도 책의 내용과 잘 어울렸다.

그러나 좀처럼 잘 보지 못하는 스페인 작가의 좀 색다른 책이긴 했으나 띠지의 광고문구는 오바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추리력에는 별로 미치지도 않고 셰익스피어와는 급이 다르다. 좀더 책의 성격에 걸맞는 홍보 문구가 아쉽다. 띠지도 엄연히 책의 일부니 만큼 좀더 어울리게 잘 만들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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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가족의 100가지 비밀
데이비드 나이븐 지음, 남영주 외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7년 5월
평점 :
품절


'가화만사성'이라는 옛말이 있다. 집안이 화목해야 모든일이 다 잘 이루어진다는 뜻이다.
사람에게 누구나 있는 가족관계가 평화롭고 행복해야 모든일이 잘 이루어지고 또 힘을 얻고 거기서 다른것들을 할수있다는 말일것이다.
그만큼 가족이란것이 중요한데 문제는 가족 구성원들간의 관계가 그리 쉽고 간단한 것이 아니란것이다.
부모와 자식간, 혹은 형제자매간 부부간 등 각각의 관계는 같은 식구가 아닌 사람들과의 관계와는 또다른것이고 그 관계가 어떠냐에 따라서 가정의 행복이 좌우된다는 면에서 무척 중요하다.

그러나 서로간의 생각이나 관점이 다르기에 그것을 합일시키고 존중하는 방법에 익숙하지 않을수도 있다.
가족이 소중하다고 생각은 해도 가족간의 관계를 어떻게 할것인가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행복한 가족이 되기위한 여러가지 이야기들을 쓴 이 책은 의미가 있다. 막연하게 머리속에 있었던 생각들을 마음에 받아들이게 하기 때문이다.

내용은 사실 그리 크게 별난것이 아니다. 어찌보면 우리가 모두 다 알고 있는 사실들일지도 모른다.
쉽게 생각할수도 있고 평범한 내용들이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과연 내가 그 쉬운것을 그대로 행하고 있냐는 점에서 고개를 쉽게 끄덕일수는 없을것이다.
평범하지만 그리 쉽게 행할수 없었던것은 머리속에서만 있고 행동으로 체질화되지 않았고 마음에서 우러러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책은 가정의 행복이 과연 무엇일까에 대한 의문에 어느정도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내용들로 채워져있다.
행복한 가족을 만들기 위한 방범이 어디 100가지뿐이겠냐만은 일단 보기좋게 100가지의 이야기들을 들려주고 있다.

첫번째인 좋은 친구가 되라부터 이 100가지 이야기들을 아우를수 있는것은 결국 가족에 대한 '존중'이란 생각이 들었다.
부모가 자식을 대할때, 자식이 부모를 대할때, 형제끼리 자매끼리 서로를 대할때, 부부간의 관계등에서 이렇게 하면 좋고 저렇게 하면 안 좋다라는 말들을 하지만 그것을 관통하는건 구성원 한명한명을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하고 믿고 사랑하는것일것이다.
부부가 서로 닮고 아이들은 부모를 닮는다고 해도 완전히 일치하는 관계는 있을수가 없다.
서로 맞지 않으면 안봐도 되는 타인과의 편리한 관계는 가족간에는 적용시킬수가 없는것이다. 니가 있으니 내가 있다는 마음으로 서로를 존중하는 마음이 결국 행복한 가족의 첫째가는 조건이 아닐까.
그런 기본적인 마음의 위에 여러가지 상황에서의 조언도 쉽게 행할수있을꺼라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책을 읽어내려갈때는 뭐 다 아는건데 하는 생각이 들었었다.
하지만 계속 읽어내려가면서 과연 내가 이책에서 말하는것을 행하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에 스스로 두려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식구간의 갈등, 싸움 등이 결국 상대를 존중하지 않고 내 편의대로 생각했다는 것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서로가 사랑하는건 맞다고 해도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이 틀리다면 그 마음을 온전히 전달할수없을것이다.
그런면에서 이 책은 사랑을 제대로 표현하는 기술을 알려준다고도 볼수 있을것이다.
사랑해라고 말하는것도 좋지만 행동으로써 말을 완성하는 것도 중요할것이다. 말만 하고 행동이 뒷바침되지 않는다면 그 가정의 행복을 100% 보장할수는 없는 노릇이다.

전체적으로 쉽게 우리가 이해하고 받아들일만한 내용으로 이루어져있다. 특별한 기술이나 방법은 없지만 우리가 평소에 생각하면서도 그냥 지나쳤던 것들을 다시한번 생각하게 해준다는 면에서 의미있는 책이었다.
100가지 글이 하나하나 그리 길지 않아서 제목을 보고 눈에띄는 부분부터 읽어도 좋을꺼 같다.
글의 본문이 시작되기 전에 본문의 글이 요약되어 있고 본문이 끝나고 나서는 통계적인 수치로 본 내용의 신빙성을 확인해주는 형식이라서 보기에도 편하다.

다만, 100가지씩이나 나열되어 있다보니 그 내용이 그 내용 같기도 하고 강력한 주제에 따라서 읽어내려가는것이 아니라서 집중력이 떨어지는 면도 있었다. 내용이 쉽게 읽히는 반면에 아는것들이라서 지루하게 여겨질수도 있다.
비슷한 내용끼리 묶어서 몇개의 소단락으로 나누어서 좀더 집중해서 읽을수 있도록 편집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아무튼 가정이 행복을 위한 방법은 그리 먼데 있지 않음을 이 책은 나타내주었다. 쉽게 실천할수있는 방법부터 하나씩 실천해나간다면 책을 읽은 값은 할것이다.
어느 한 구성원만 읽는게 아니라 가족 모두가 한번씩 읽고 생각해볼만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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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주의 건강하게 사는 법 - 일주일에 두번 마시고 하루에 한갑피우며 원하는 것 맘대로 먹고
황성주 지음 / 웅진리빙하우스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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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우리 역사에서 지난 시절은 그저 하루 세끼 밥먹는게 소원이었었다. 밥만 잘 챙겨먹을수 있다면 그걸로 행복을 누릴수 있던 시절이었다.하지만 이제는 그저 밥먹는것에서 벗어나 어떻게하면 건강하는가에 대한 관심에 집중하는 시절이 되었다.최근의 웰빙,웰빙하는것도 따지고보면 건강하게 잘 살기 위한 것이 아니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새로 나온 이 책은 건강하게 사는것이 어떤것인가에 대한 좋은 조언자역할을 할수있는 책이다.우선 지은이가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름이었다고 생각했는데 저자 약력을 살펴보니 유명 건강식품을 설립한 사람이었다.책에도 적혀있듯이 그 회사 설립자가 의사일줄은 몰랐었다. 혹시나 건강식품을 잘 팔기위한 책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얼핏 든것도 사실이었다.그러나 그런 불순한 목적으로 책을 썼다면 눈 밝은 독자들이 책을 읽지도 않았을것이다.

이 책은 의사로써, 그리고 건강식품회사 설립자로써 건강에 대한 솔직담백한 것을 적은 글이라고 생각된다.전체적인 내용은 사실 그리 특별한것이 없었다. 어찌보면 우리가 다 알고 있는 내용을 적은것이 대부분이다. 어디 특별한것이 없는지 특별한 음식이 없는지 기웃거렸던 사람들은 오히려 실망했을지도 모르는 내용들이다.

그러나 건강이란것이 사실 특별한것이 있을까? 특별하고 비싼 어떤 특정한것으로 건강을 지킬수있다면 건강한 사람은 극소수 부자만 해당되었을것이다. 하지만 건강이란것은 생활속에서 돈 들이지 않고도 쉽게 지킬수 있음을 이 책은 보여주고 있다.

전체가 6개장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전문적인 내용이 아니고 쉽게 쓰여진 글이라서 누구라도 편하게 읽을수 있을것이다. 내용 자체도 우리가 쉽게 일상에서 실행할수 있는것이기도 하다.

본격적인 내용은 2장에서부터 시작되는데 스트레스를 줄이라는 내용이다. 사실 스트레스가 건강의 가장 큰 적이라는것은 알지만 먹고살기 급급한 현실에서 스트레스를 안 받을수가 없을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줄이기 위한 노력을 안하는것도 게으름일것이다. 스트레스라는것은 어떤것인가에 대한 정의부터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한 여러가지 방법, 이를테면 많이 웃기, 긍정적으로 생각하기 등을 제시하고 있다.우리가 쉽게 생각하면서도 좀처럼 잘 실행안하는 것들이다. 하지만 스트레스는 마음의 병이니 약물이나 수술로 없앨수는 없는 노릇이다. 마음의 큰 병으로 크기전에 책에서 제시한 여러 방법으로 평소에 스트레스 관리를 할 필요가 있을꺼 같았다.

3장에서는 한마디로 운동의 중요성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사실 뭐 운동의 중요성이야 누군들 모를까. 하지만 이책에서는 건강의 필수적인 요소로 운동을 이야기 하고 있다. 운동없이 건강할 생각말라는것이다. 그리고 제시하는 운동들 또한 그리 어렵지 않고 쉬운것들이다. 그중에서 걷기를 일순위로 꼽고 있는데 사실 이처럼 돈안들고 부담안가고 쉬운 운동도 없을것이다. 최근 걷기에 대한 캠페인이 일고 있는데 좋은 현상이다. 남들 하니깐 따라하던 스스로 원해서 하던 쉬운 운동부터 시작하자. 돈들여서 비싼 운동할 필요 전혀 없다.

마음과 운동에 이어서 중요한 요소인 먹는것에 대한 이야기는 4장에서 시작된다. 여기서도 가장 기본적인것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내용들이다. 요점은 즐겁게 가리지말고 먹으라는 것이다. 편식하지 말고 고기도 먹을때 먹으라고 하고 있다. 다만 과식을 하면 안될것이다.그밖에 잡곡밥을 먹으라는것과 짜게 먹지 말라는것, 무조건 굶는다고 살빠지는건 아니란것들이 눈에 띄였다. 비싸고 특별한 어떤 음식이 좋다는 말은 없으니 오늘이라도 값싸고 쉽게 먹을수 있는것들로 식단을 짜볼때다.

5장과 6장에서는 그밖에 건강에 도움이 되는 생활습관이나 건강대책에 대해서 여러가지 방안들을 적어놨다. 역시 대체로 그리 어렵지않게 실천할수 있고 돈도 거의 들지 않는 좋은 방법들이었다. 그중에서 낮잠의 효용성에 대한 서술이 눈에 띄였는데 직장 생활 하는 사람들에겐 솔직히 조금 힘든 방안이긴 했지만 생각해놓을만한 방법이었다.

전체적으로 깔끔하게 잘 쓰여진 책이었다. 지은이가 말하듯이 건강을 지키는 법은 아주 단순하다. 좀더 특이한것이 없나 하지만 건강이란것은 생활속에서 지켜지는것이지 특별하게 지켜지는것이 아니다. 다만 그것을 실천하는것이 게으름때문에 잘 하지 못할뿐이다. 지은이의 주장이 쉬운 것들이라서 그런지 내용도 그리 전문적이지 않고 쉽게 잘 읽힌다. 누구나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내용들이라서 술술 읽혔다.

다만, 담배를 하루에 한갑피우면서도 건강할수있다는 내용엔 동의하지 않는다.담배를 피워도 건강하다는 것의 사례로 어떤 사람을 들었는데 그것은 그 사람만의 특별한 예일뿐 일반화시킬수는 없을것이다. 금연하기 위한 스트레스가 안좋으니깐 식생활개선과 운동을 통해서 담배를 피면서도 건강을 지킬수있다는 잘못된 인식을 줄수가 있다. 건강을 위해서는 금연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필수.

그밖에 가끔 오자가 보였지만 책읽기에 거슬릴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역시 책을 좀더 꼼꼼히 만들어야 할것이다. 제본도 튼튼하게 잘되었고 활자도 보기에 편했다.

건강에 대해서, 기본적인것이 참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일깨워주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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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의 밤 기담문학 고딕총서 3
니꼴라이 고골 지음, 조준래 옮김, 이애림 그림 / 생각의나무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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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요즘은 문학성도 문학성이지만 일단 재미가 있어야 무슨 책이던 관심을 받게 된다.
산업적인 면에서도 재미나고 스토리가 탄탄한 원작을 바탕으로 영화나 게임, 드라마, 애니메이션등 여러분야로 응용할수있기 때문에 그런 종류의 책들이 환영받는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붐을 이루다시피 할 정도로 많은 장르 소설들이 나오고 있는데 선택의 다양성이란 측면에서 독자들에게는 좋은일이다.

인기를 끄는 장르 소설들이 추리나 스릴러, 무협쪽인데 이번에 새롭게 생각의 나무에서 나온 장르는 기담문학이라고 한다.
기담이란 뜻은 이상야릇하고 재미난 이야기라는 뜻이라고하는데 기괴하면서도 무섭기도 하고 그러면서 재미난 뭐 그런 이야기들이라고 생각하면 될듯하다.
나이트메어식의 피가 넘쳐나는 그런 종류가 아닌 은근히 오싹하면서도 나중에 생각하면 무서운 느낌이 나는 그런 이야기들을 시리즈로 펴낸다는 말인데 일단 다른 많은 기획물과는 차별된다는 면에서 점수를 얻을만하다.

그 1차분으로 나온 3권의 책중에서 이 책 오월의 밤은 유명한 러시아 작가인 고골의 기담문학 단편선이다.
고골이 이런 글도 썼었나 할지도 모르겠지만 근대 러시아 작가들에게 민화나 설화같은 것은 글을 쓰기 위한 큰 토양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같은 러시아라도 고골의 이 작품들에게서는 어딘지 좀 낯선 느낌이 나는데 그것은 고골이 우크라이나 출신으로 그 우크라이나 민담을 바탕으로 쓰여졌기 때문이다.
영미쪽이나 일본쪽의 소설들을 상대적으로 많이 읽은 탓인지 러시아나 우크라이나쪽의 문학은 쉽게 읽혀지지 않을수도 있다. 뭔가 달콤함이 빠진듯한 느낌이랄까. 상대적으로 거칠고 투박한 느낌을 주지만 시간이 지나가면서 그 질박함과 서정성의 낯선 아름다움이 은근하게 다가오는 느낌이 들었다.

이 책은 고골의 여러 작품중에서 좀 기괴하고 무서운 내용의 단편을 실은 책인데 솔직히 그리 많이 무섭고 오싹한 이야기는 아니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식의 기괴한 이야기, 특이한 설정 등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양과는 색다른 느낌을 주는 이야기들이었다.

전체가 6개의 중편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첫번째로 나오는 '비이'는 그 내용의 독특함때문에 드라마나 영화로도 자주 만들어진 작품이다. 여기서 흡혈귀가 나오는데 특이한것은 인간과 아주 비슷한 존재로 그리고 있다는것이다. 내용은 죽은 수령의 딸이 저세상에서 현세의 권력자들을 움직여서 어떤 사람을 자신에게 오도록 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내용인데 마녀,흡혈귀,신학생등 각기 구분되는 캐릭터들이 나와서 이야기를 이끌어나간다. 시체가 벌떡 일어나는 장면등에서는 이래서 영화화가 많이 되었구나 싶었다. 영상으로 꾸미기에 재미난 장면과 줄거리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두번째인 '무서운 복수'는 과거의 어떤 범죄가 거기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형벌이 끝없이 이어진다는, 생각하기에 따라서 좀 오싹한 설정의 이야기이다. 불교의 윤회설이 언뜻 생각나기도 했지만 이것은 그 끝이 없다는 점에서 더 무서운거라고 할수있을것이다. 잘못을 저지르면 그 벌이 자손대대로 이어지니 착하게 살라는 뜻일까. 그보다는 그 형벌의 무한성이 은근히 무서운 느낌을 주는 이야기였다.

'성 요한제 전야'는 제목에 교회관리원이 들려준 괴담이라고 하면서 이야기꾼의 형식을 빌어서 들려준다.
한 고아가 자신을 고용한 주인의 딸과 사랑에 빠졌는데 그녀와 결혼하기 위해 악마의 힘을 빌리고 그 댓가로 다른 소중한 것을 잃어버린다는 내용이다. 여기서 고골은 카자크인을 묘사했는데 그 표현들이 그들을 능히 상상할수 있을꺼 같았다.
활기차고 시끄러우면서도 강인한 카자크인을 만날수 있었다. 결말은 어떻게 보면 좀 싱거운거 같아서 아쉬운 마음이 든 작품.

'이반 표도로비치 슈폰카와 그의 이모'는 어떻게보면 좀 유머스러운 내용같기도 한 이야기다. 이웃과 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조카에게 생각하지도 않는 결혼을 강요하는데 거기서 느끼는 조카의 생각들을 보여주고 있다. 여기서 고골은 뒤에 설명에서도 나오지만 이모로 대표되는 여성과 결혼이란것을 부정적으로 그리고 있다. 꿈에서 결혼한 여성이 거위가 되어서 앉아있는 장면을 보면 그 뜻을 짐작할수있을것이다. 조카의 선택이 어떻게 될것인가 흥미를 자아낼려는 순간에 이야기가 끝나버려서 역시 아쉬운 마음이 든 이야기였다.

'저주받은 땅'은 교회관리자가 들려준 실화라는 부제가 있는데 성 요한제 전야와 짝을 이룬다고 할만한 이야기이다.
여기서도 악마가 등장하는데 농장의 어느 한 지점에서만 아무것도 수확되지 않는 그런 악마의 땅에 대한 내용이다. 내용자체는 뭐 그리 무서울꺼도 없는데 등장하는 카자크인의 묘사를 보는것이 재미있었다.

마지막 작품인 '오월의 밤 또는 물에 빠져 죽은 처녀'는 한 남자가 물에 빠져 죽은 처녀의 모습을 한 마녀를 찾아줌으로써 촌장의 딸과 결혼하게 되다는 이야기이다. 더 높은 사람의 '지시'에 의해 딸의 결혼을 허락한다거나 높은 사람과 식사를 하는것에 기뻐하는 촌장의 모습은 우리한테도 그리 낯선 모습이 아닌거 같아서 슬쩍 웃음이 감돌았다. 여기에도 역시 악마와 마녀가 등장한다. 제목이 길면서 뭔가 뜻하는 바가 깊을것이라는 생각과 맞지 않았던 작품.

기담문학이 곧 무서운 이야기만을 뜻하는건 아니라는 측면에서 이 책이 별로 무섭지 않다는것에 너무 아쉬워할껀 아니라고 생각하긴 해도 첫시리즈치곤 선명한 인상을 남기는데는 분명 아쉬운 면이 많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우리가 평소에 잘 접해보지 못했던 러시아 문학, 그중에서도 우크라이나의 이야기를 접한거 만으로도 괜찮은 기획이라고 하겠다.
마치 하얀 쌀밥을 먹다가 거친 현미를 먹는 느낌이랄까. 쉽게 소화는 안되지만 씹을수록 그 맛이 살아나는 현미처럼 상대적으로 거칠고 낯선 내용이지만 찬찬히 시간을 들여서 읽다보면 은근한 맛을 느낄수 있는 책이었다.
그리고 우크라이나식의 마녀,악마, 흡혈귀 등의 캐릭터는 기존의 이미지와는 또 다른 느낌을 느끼면서 발랄함과 함께 울적한 느낌도 드는 작품이었다.

책은 생각의 나무 출판사답게 잘 만들어졌다. 제본도 튼튼하고 장정도 좋다. 내용과 관련없이 사람들의 이목을 끌게 하는 겉표지의 독특한 디자인도 좋은 점수를 주고 싶다.
그리고 책 중간중간에 관련 삽화도 넣어서 책 내용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 점이 좋게 보인다.
끝에는 옮긴이의 해설이 있는데 지은이인 고골에 대한 소개도 자세하고 어떻게 이런 작품을 쓰게 되었는지 비교적 충실한 해설을 써 놓아서 책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준다.
다만, 장르의 영속성을 감안할때 책 분량에 비해서 책값이 조금 비싼건 사실이다. 어떻게 보면 낯선 장르의 기획물인데 좀더 독자들이 편안한 마음으로 다가가게 가격을 책정했으면 좋았을꺼란 생각이 든다.

다음 후속작들은 기담문학시리즈에 걸맞는 좀더 강력한 포스를 보여줄 예정이라고 하니 기대를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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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빨간 사랑 - 다섯 영혼의 몽환적 사랑 이야기
슈카와 미나토 지음, 이규원 옮김 / 노블마인 / 2007년 4월
평점 :
품절


 

섬뜻함. 책의 마지막장을 덮으면서 떠오르는 낱말이었다.
아니 책 읽는 내내 그런 생각을 했는지도 모른다. 호러적인 면이 있다는 정보를 갖고
책을 읽었지만 상상밖의 이야기에 오싹한 생각까지 들었다.
역시 일본작가의 작품이다란 생각이 들었는데 기괴하면서도 미스테리한 느낌도 들고
무서운 느낌도 들면서 상상력이 참 탁월하단 생각도 들었던 책이었다.
 
총 5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져있는데 제목에서 느껴지는것처럼 평범한 사랑이기보다는
뭔가 특이하고 보통에서는 볼수없는 그런 사랑들을 이야기해주는데 몽환적이면서도 뭔가를 생각하게 하는 이야기들이었다.
 
첫번째 이야기인 <영혼을 찍는 사진사>부터 강렬한 모습을 보여주는데 처음에는 평범하게 시작하지만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는것처럼 급속 공포를 느끼게 한다.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마음은 그 마음으로 간직해야지 인간의 능력을 벗어난 것에 대해서 욕심을 내면 안된다는 것을 느끼게 해준다고나 할까. 산 사람은 살아야 할것이다.그 사람이 잘 못산다면 저세상에 간 사람도 편하게 가지 못할것인데 남은 사람은 그런 생각을 못하는 것이다. 평범함에서 갑작스런 공포감이 독특한 작품이었지만 결말은
왠지 급하게 끝낸거 같아서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유령소녀 쥬리>는 제목에서부터 어떤 내용일지 짐작하게 하는 이야기다.
어떻게 보면 투명인간이랑 비슷하다고도 할수있지만 차이는 '살아있는것'과 '죽은것'이다. 작지만 엄청난 차이일것이다. 그저 바라볼수밖에 없는 처지에서 느끼는 처절감은 책을 읽는 나도 느껴질 정도였다. 어떻게 생각하면 현실에서도 이루어지지 않는 사랑이 바로 이런 사랑이 아닐까도 싶다. 가까이 다가 가고 싶어도 눈길조차 주지 않는 그런 상황이라면 유령의 처지와 뭐가 다를까.
 
<레이니 엘렌>과 <내 이름은 프렌시스>도 참 묘한 이야기였다. 사람이 가지는 성욕이란게 무엇일까라는 생각을 하게 했다랄까. 성에 대한 생각이 우리나라와는 색다른 일본의 문화를 엿보는 면도 되었다. 밑바탕에 깔린 기본적인 흐름이 있어야 나올만한 이야기라고 생각이 되었기 때문이다.
 
<언젠가 고요의 바다에>는 제일 작은 분량의 작품인데 sf적인 내용인거 같으면서도 묘한 느낌을 주는 이야기다. 우리가 낭만적으로 생각했던 달이 여기서는 기묘하면서도 중요한 배경이자 수단으로 등장한다. 상상력이 돋보이는 작품이긴 한데 이 역시 끝이 좀 밋밋한 감이 있었다.
 
전체적으로 참 특이하면서도 섬뜩하기도 하고 묘한 여운을 주는 작품들이었다.
하지만 사람에 따라서는 받아들이기가 좀 거북한 내용도 분명히 있다. 좀 감동적이고 흐뭇한 사랑이야기도 아니니 그런 스타일의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그리 권할만하지 않다.
좀 기괴하고 특이한 호러물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재미있게 읽어볼만한 책이라 할수 있겠다.
 
책은 깔끔하게 잘 만들어졌다. 번역도 괜찮고 장정도 튼튼하게 잘되었다.
무엇보다 겉표지가 이야기의 방향을 매력적으로 잘 표현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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