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장국으로 날아가는 비행접시
곽재식 지음 / 구픽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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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식 작가는 화학을 전공한 과학자인데 최근 몇 년 동안 여러 장르의 글들을 많이 써온 독특한 사람이다. 고등 학교 때는 중국어를 익혔다니 인문과 과학이 결합된 능력을 가지고 있는데 과학자란 특성으로 SF와 관련된 글을 많이 쓰는 편이다. 그런데 이 작가의 진정한 실력은 정말 글 쓰는 속도가 빠르다는 것이다. 다른 작가들이 몇 년에 한 번 책을 낸다면 곽작가는 금세 책을 뚝딱 만들어낸다. 솔직히 그가 쓴 책들 중에서 '명작'이라고 부를만한 책은 없다. 하지만 졸작도 없다. 전체적으로 수준작을 꾸준히 펴내는데 그것이 보통 사람들에게는 잘 없는 능력이다.


무엇보다 곽작가 글의 가장 큰 미덕은 쉽게 잘 읽힌다는 것이다. 어렵게 쓰지 않는다. 사람에 따라서는 심심하다고 여길 정도로 이해하기 어렵지 않게 쓴다. 외국 작품을 우리말로 번역하는 직업을 택해도 잘 될 것 같다. 그렇다고 가벼운 것도 아니고 나름 곱씹을 이야기꺼리가 많다. 가끔 TV방송에서 이야기하는 것을 들어보면 재미난 생각을 많이 하는 것 같다. 남들은 별 것 아니고 넘어가는 것에서 생각 못한 생각들을 만들어 낸다. 아이디어 뱅크라고 해야 하나. 창의력이 남다르다고 해야 할 것이다.


이번에 나온 책은 그의 글쓰기 능력을 잘 발휘한 내용이다. 이른바 '엽편 모음집'. 엽편은 아주 짧은 글을 말하는데 보통 단편보다 짧은 글들이다. 읽어 보니 기존에 알고 있던 엽편 보다는 좀 긴 것 같지만 나름 완결까지 무리 없이 잘 쓰여진 글들이다. 사실 장편보다 단편이 글을 쓰기 어렵다. 짦은 분량 이내에 기승전결을 다 넣으려면 적당하게 내용을 안배해야 하는데 그것이 쉽지 않다. 잘못하면 길어지거나 짧아진다. 그런 면에서 여기 실린 작품들은 어느 정도 완성도가 괜찮은 글들을 모은 것 같다.


표제작인 '해장국으로 날아가는 비행접시'를 보면 해장국에서 외계인을 연상시킨 것이 참 창의적이란 생각이 든다. 아마 어디서 해장국 먹다가 문득 생각 난 것 같다. 긴 장편도 아니니 부담 없이 마음 속의 아이디어를 짧은 글로 만든 것 같은데 제일 인상적인 작품이다. 내용이 그렇게 흘러갈 줄 상상도 못 했는데 역시 난 상상력이 부족한가 하는 느낌도 들게 했다.


'인공지능 때문에 세상이 망하는 이야기'는 인공지능에 관한 기존의 생각들에서 벗어난 작품인데 역시 생각 못했던 내용이다. 이미 많은 영화나 소설에 나왔던 고도로 발달한 기계에 의한 인류 멸망을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생각의 방향을 돌리는 내용이다. 그런데 사실 책 내용대로 인공지능에 빠진 인류보다는 인류보다 진화한 인공지능에 의한 지구 멸망이 더 그럴싸한 것 같다. 


총 13개의 작품이 있는데 엽편모음집 이라는 것에서 볼 수 있듯이 금방 읽을 수 있다. 짧게 시작해서 짧게 끝나기 때문에 하나하나 논평하기도 힘들지만 공통적으로 느낀 것은 참 생각이 다양하고 많구나 하는 것이었다. 우리 주위의 평범한 것들, 작은 것들, 눈여겨 두지 않는 것들에서 이야기를 잘 이끌어 낸다. 그래서 곽재식 작가의 글을 읽고 있으며 좀 더 가깝게 느껴진다. 가깝게 느끼는 대상을 소재로 쓰기에 엉뚱한 것 같으면서도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것이다.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생각의 신선함을 다시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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