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은 가파른 낭떠러지인데 까마득한 낭떠러지 아래는 말할 필요도 없이 급류가 바위에 부딪혀 하얗게 부서지고, 뒤는 높다란 절벽이 우뚝 솟아 있는데가느다란 폭포가 절벽을 타고 곧게 떨어지고 있었다. 절벽은 오래전에 형성되었을 것이다. 그 일대를 지금 절정인 단풍이 알록달록 다채롭게 장식하고 있었다. 표고가 높은 한랭지에 적응할 수 있는 나무만뿌리를 내려서 붉은색 단풍을 비롯해 노란색 단풍,
갈색 단풍, 주홍색 단풍이 어우러진 가운데 침엽의 진녹색도 적당히 섞여 있다. 수종은 다양하지만 모두 크게 자라지는 않고 표준 크기보다 작게 자라 분재 형태를 띠고 있었다. 절벽이라는 두려운 조건을 바탕으로, 절벽 위를 장식하는 단풍의 아름다움이란! 절로 탄식이 나오는 수려한 풍경이었다. - P138

내가 지금 서 있는 곳이 어떤 힘에 의해 갑자기 붕괴되어 사라질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며 발밑의 계곡을 내려다보니 섬뜩할 정도로 깊었다. 뒤를 돌아보자 절벽의 단풍은 비단에 수를 놓은것 같았다.
위험 지대를 수놓는 단풍의 아름다움은 각별했다. 위험성을 정확하고 자세히 알고 있는 사람이 옆에있어 가르쳐주었기에 호들갑을 피우지는 않았지만, 만약 아무것도 몰랐다면 나는 역시나 호들갑스레 행동했을 것이다. 나무는 역시 속이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 P140

거대한 목재는 수백 년의 세월에 걸친 그만한 위용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그저 젊은 목수를 압박하고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압박하면서 그와 동시에 젊은 목수의 담력과 기력을 키워주고 있다. 이것이 놓칠 수 없는 중요한 점이라고 설명한다. 그 증거로 한번 거대한 목재를 다뤄본 젊은이는 그만큼 정신이 안정된다고 한다. 나무는 알게 모르게목수를 키워준다고, 나라지로 씨는 말하고 싶어다. 어지간히 나무에게 다정한 사람이었던 것 같다. - P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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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목적지인 쓰러져 죽은 나무 위로 새로운가문비나무가 자라나는 ‘가문비나무의 세대교체‘ 현장에 도착했다. "잘 찾아보세요, 그쪽에 있을 거예요. 저쪽에도 있을 거고요"라는 말에 순간 당황했다. 도무지 짐작도 가지 않는, 일대에는 그저 비슷하게생긴 나무 밑동들만 있었다. 어제부터 내린 비가 오늘까지도 그치지 않아 울창한 숲속은 다소 어두웠고 나무는 흠뻑 젖어 있었다. 위를 쳐다보니 우듬지는 가지가 이리저리 얽혀 우산 모양을 이루고 있다.
지난번에 듣기로는, 가문비나무의 세대교체 현장은아무리 멍청한 사람이라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 P15

일본 홋카이도 후라노의 숲속에서는 ‘가문비나무의 세대교체가 일어나는데 가문비나무들은 한일자로 반듯하게 줄지어 서 있다는 사실이다. 어떻게든 하나는 배워서 만족한다. - P25

아버지는 똑똑한 언니를 몹시 흡족해하며 이것저것 더 가르쳐주려고 했다. 언니는 아버지의 말을 이해하는 것 같았지만 나는 그렇지 못했다. 언니는 언제나 아버지와 함께 걸어갔지만 나는 늘 뒤에 남겨졌다. 하지만 별도리 없으니 홀로 뒤따라갔다. 질투가 낳은 쓸쓸함이 있었다. 한쪽은 선천적으로 총명하다는 타고난 소질이 있는 데다 가르쳐주는 사람을흡족하게 하면서 자신도 즐겁고 화기애애한 상태에서 발전해간다. 그에 반해 다른 한쪽은 멍청하다는 부담이 있는 데다 가르쳐주는 사람을 한숨짓게 하면서 자신도 즐기지 못하고 질투를 맛본다. 그야말로비극적인 전개다. 환경도 부모님의 가르침도 초목과인연을 맺게 된 계기이기는 하지만, 언니를 향한 질투가 그 계기를 더욱 굳게 다져주었기 때문에 상당히 꺼림칙하다. - P29

꽃은 한없이 부드럽고 아름답지만, 발밑은 보기도 무서워 이 뿌리를 보고 나서 꽃을 쳐다보면 꽃의 아름다움에 어찌할 바를 몰라 당황하고 만다. 그러나 옆을 떠나가지도 않았다. 무서운 존재의 짓누르는 힘 때문에 일행이 재촉할 때까지 나는 우뚝 서 있었다.
어떻게 생각해야 좋을지 지금도 잘 모르겠다. 다만 꽃에게 추억과 사죄를 마치고 온 것 같았다. 뿌리의 경우, 이번에 새로 대면했다는 인상이 강했다. 어쨌든 다음에 그 뿌리를 또다시 만나기는 어려울 거란 느낌이 들었다. 이번에는 산과 골짜기에서 자라는, 자연 속의 오래된 등나무, 어린 등나무의 꽃과 뿌리를 보여달라고 할 심산이다. 이런 생각을 하는 이유는, 다리를 놓을 때 쓰일 정도로 질기다는 등나무의 강력한 힘에 묶여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 P44

8월의 편백나무는 기상이 높다. 멀리서 봐도 나무에 활기가 넘친다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었다. 가까이서 보니 모든 편백나무가 의욕적으로 살고 있는모습을 보여주었다.
만약 나무가 떠들기 시작한다면 바로 이때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만큼, 그곳의 편백나무는 적극적이고 왕성한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 더 높이 클 거다. 더 굵어질 거다 그렇게 말하는 듯한 의지를 느꼈다. 나무가 이런 식으로 기를 뿜어내는 존재란 사실을 처음 알았다. 나무의 생명력 혹은 생기, 정기란 바로 이것일까 싶었다. - P45

그러나 너무 우수하면 내가 쓸쓸해진다. 천박한마음은 좋은 것, 아름다운 것, 훌륭한 것 앞에 서면한시도 버티지 못하고 감탄사만 내뱉으며 깊이 감동한다. 거의 무조건 곧바로 감동한다. 민감하다고할 수 있고, 근사한 것에 약하다고도 할 수 있다. 거기까지는 괜찮지만 그 이후가 문제다. 자신의 꼴사나움을 생각하고는 마음이 점점 시들해져서 자신은이런 근사한 것과는 거리가 먼 존재라 여기며 인연이 없다고 생각한다. 감탄사를 내뱉으며 감동했다는말은 사실 그 시점에서 끈끈한 인연이 생겼다는 뜻인데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고, 반대로 인연이 끊어졌다고 착각해 결국 몸을 사림으로써 근사한 것과의 인연을 거부한다.  - P53

평생 한쪽으로 기운 채 살아갈 편백나무의 높은 우듬지에 무성하게 달린 가느다란 잎이 바람에 살랑살랑 흔들렸다. 그 작은 흔들림에도 기울어진 구간어딘가는 인내를 요구받고 균형을 잡으려 애쓰고 있을 것이다. 나무는 말을 하지 않고 살아간다. 몸이 기울어도 아무 말 하지 않는다.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안타까웠다.


인간에게 저마다의 이력이 있듯이 나무에도 저마다의 이력이 있다. 나무는 몸에 자신의 이력을 표시해서 보여준다. 몇 살인지, 별 근심 없이 오늘날까지 살아왔는지, 아니면 고통을 견디며 인내해왔는지, 행복하다면 행복했던 이유가 있을 터이고 고통을 겪있다면 몇 살 때, 몇 번, 어떤 종류의 장애를 만났는지 등을 자신의 몸에 전부 기록한다.  - P57

그렇다면 뿌리, 우뚝 솟은 부분, 나무 또는 줄기로 이루어진 것일까? 아니면 그 모두를 통틀어 나무라고 하는 걸까. 아무래도 상관없지만, 야쿠 삼나무는 그 애매한 부분을 통해 눈에 띄는 강한 힘을 보여주고 있었다. 천 년을 버텨온 인내의 집결과 같은 힘을. 어린 나무는 지면에서 완전한 원형으로 곧고 크게 자란다. 그것은 과거에 인내와 인고를 강요받은적 없는 경사스러운 원형이며 곧음이라 할 수 있다.
야쿠 삼나무는 곧고 크게 자라지 않는다. 원형이라고도 할 수 없다. 굳이 길게 이야기하자면, 부풀어 오른 혈관과 경련이 일어난 힘줄이 서로 다투고 얽히면서 어떤 부분은 기운이 넘쳐 불거지고, 어떤 부분은 반대로 깊게 쑥 들어간다. 자신의 무게를 오랜 세월 지탱해온 과정에서 생긴 거대한 혹을 갖는 변형이라 할 수 있는데 그저 힘, 힘의 작용인 것이다.  - P82

강럭하다면 더없이 강력하지만, 한편으로 보면 참혹한 인내의 집약이기도 하다. 나는 도시에 살며 허약하게 늙어온 터라 가끔씩 자연에 나왔다가 그와 같은 강력함을 보면 곧바로 서글퍼지는데, 야쿠 삼나무는 빗속에서 태연하게 똑바로 서 있어 티 없이 맑아 보였다.
꾸불꾸불한 오르막길이다. 조금 올라가다 멈춰서서 바라보니 이 삼나무의 전체 모습이 비교적 잘보였다. 바람이 희뿌연 비를 몰고 삼나무 사이를 빠져나간다. 그러면서 삼나무에 비를 남겨두고 가는지 비는 옅은 하얀빛으로 바뀌어 지나간다. 그렇구나, 알았다. 여기서 비는 삼나무에게 주는 선물인것이다. - P83

개중에는 꽃보다 신록이 좋다는 사람도 있다. 신선함과 상쾌함 때문일 것이다. 나는 둘 다 좋아하지만 자세히 말하자면 꽃을 피우려는 꽃망울, 잎을 피우려는 신록에 가장 마음이 끌린다. 꽃망울에서 꽃이 싹에서 잎이 되려 할 때 그들은 결코 재빨리 피거나 자라려고 하지 않는다. 꽃은 꽃잎을 서로 스쳐대며 피기 시작하고, 잎은 흔들거리며 피어난다. 조심성이 많다고도, 아니면 필사적으로 노력한다고도 해석할 수 있을 정도로 시간이 걸린다. 감나무 잎은고개를 숙인 자세로 느릿느릿 피어나고, 양귀비꽃은모자를 벗는 데도 시간이 한참 걸린다. 꽃과 잎이 생명을 시작하는 데에는 각각 정체기가 있지만 그 정체기를 지나면 감나무는 초록 잎을 기르고 양귀비는 - P109

붉은 꽃을 피워내며 성숙한다. 나는 꽃과 잎의 시작혹은 탄생을 좋아한다. 그래서 신록이 피어나면 팬지 일단락된 듯한, 긴장을 늦춘 시각으로 보게 된다. 물론 아름다움에 넋을 잃고 바라보기는 하지만, 싹이었을 때는 지켜보던 시선이 신록일 때는 관망하는시선이 되는데 거기에는 약간의 심적 거리가 있다.
이전부터 싹을 유독 좋아하긴 했지만 근래 수년간 그런 경향이 더욱 강해졌다. 아마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레 생긴, 다음 세대로의 계속이나 새로운 탄생에 왠지 모를 희망이 마음속에서 작동하는 것 같다. 내가 꽃도 잎도 탄생 시기를 좋아하는 연유는 틀림없이 그런 은밀한 속마음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신록도 물론 기분을 상쾌하게 해주지만, 잎이 피기까지 아직 정체기에 있을 아베고개 단풍나무 숲의 새싹이야말로 내가 정말 보고싶은 것이었다. - P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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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다 아야幸田文(1904-1990)

"한평생 둘러보며 살고 싶다."

1904년 도쿄 출생. 일본의 근대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고다로한 (1867~1947)과 그의 아내 기미코 사이에서 둘째아이로 태어났다. 그러나 다섯 살 때 어머니를 여의고, 2년후엔 언니를, 그리고 스물두 살이 되던 해엔 남동생마저 떠나보내는 슬픔을 겪었다.
1928년 청주 도매업을 하는 이쿠노스케와 결혼해 이듬해 딸(훗날 작가 아오키 다마)을 낳았다. 그러나 가업이 기울며 10년 만에 이혼하고 딸과 함께 아버지의 집으로 돌아와, 1947년 아버지가 세상을 떠날 때까지 함께했다.
아버지 고다 로한의 삶과 문학을 기리며 그와의 일상을 기록한 『잡기 종언」 「장송의 기 등을 발표하면서 문필가로서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1954년에 발표한 단편집 『검은 옷자락요미우리 문학상을 수으로상하며 널리 이름을 알렸다. 1956년 소설 『흐르다신초샤 문학상과 일본예술원상을 받았고, 1973년 『싸움으로 제12회 여류문학상을 수상했다.
이후 여러 작품을 발표하였으며 특유의 관찰과 섬세한 감성으로 평단과 대중으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1990년 가을, 향년 86세로 생을 마감했다.

나무는 고다 아야가 타계한 후 출간된 유작으로 지금까지도 독자들에게 커다란 사랑을 받고 있다. 그의 작품은 고단사신초, 헤이본사 등 일본 문학을 대표하는 출판사에서 새로운 장정으로 거듭 출판되고 있다.

궁금하던 책을 읽을 수 있게 되어 기쁘다. 영화 퍼펙트 데이즈」의 주인공 히라야마가 헌책방에 가서 고르는 고다 아야의 나무 이야기다. 서점 주인은 그가고른 책을 보고는 "고다 아야 너무 저평가됐죠? 같은 단어도 이분이 쓰면 느낌이 다르다니까"라며 말을 건넨다. 책값을 계산하는 히라야마의 눈은 이미 첫 페이지에 꽂혀 있다. 아마 첫 문장을 읽고 있을 것이다. "이야기는 갑자기 가문비나무의 세대교체로 옮겨갔다."
말년의 노작가가 홋카이도에서 야쿠섬까지 일본의 나무들을 찾아다니며 쓰고 엮은 산문집 『나무는 비전문가의 눈으로 착실하게 초목을 배워가며 그 안에 머문시간 그 자체다. 식물학자가 될 수 있었을지도 몰랐을, 초목에 눈 밝았던 언니는 먼저 세상을 떠났다. 소설가였던 아버지는 그 전에도, 후에도, 꽃 이야기, 나무 이야기를 해주었다. 작가의 아버지에서 딸에 이르는 3대가 등꽃을 둘러싸고 나누는 대화는 다감하게 회고적인데,

그 안에 출렁이는 감상이 「나무』를 각별히 빛나게 한다.
고다 아야는 시종 조바심 내며 발걸음을 옮긴다.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에 오늘의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고 성급하게 쫓아간다. 다음 기회를 기약하던 지금까지의 여유는 사라져버렸다." 여유 없음이 충만함을 부른다. 매 순간이 귀하기 때문이다. 소설가 하야시 후미코가 "한 달에 35일 비가 내린다"라고 쓴 바 있다는 야쿠섬은 훗날 애니메이션 「원령공주」의 모티브가 된 장소로도 알려져 있는데, 고다 아야의 글로 야쿠섬을 방문하면 "신은 높은 나무 꼭대기로 강림한다"라는 말이 절절하게 와닿는다.
나무와 문학이 만나 『나무』가 되었다. 이 책의 탐미주의는 곧게 뻗어 자라는 초목의 힘만큼이나 죽음과 붕괴에 격렬하게 반응한다. 말년의 글쓰기가 갖는 깊은 눈짓이 이런 것 아닐까.

이다혜 작가, 『씨네21』 기자

나는 식물을 ‘종‘ 단위로 이야기할 때가 많다. 내가 그리는 식물세밀화 또한 종을 식별하기 위한 그림이다. 나는 줄곧 종보다 더 촘촘한 단위, 이를테면 북한강변에 선 버드나무, 어느 수목원 박물관 앞 복자기나무처럼 ‘개체‘로서 식물을 이야기하기를 꿈꾼다. 하나의 종 이전에 한 그루의 나무가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저자는 내내 나무를 ‘개체‘로 이야기한다. 도쿄 에도가와의 절에 있는 소나무, 미에현 스즈카의 전원 속에 있는 녹나무, 후쿠시마현의 도로 옆 밭에 있는 삼나무...... 작가의 시선은 눈앞의 나무 한 그루에서 시작해 일본 전역의 나무와 식물계, 더 나아가 환경과 인간에 대한 사색에까지 이른다.
이 책은 에세이 같기도 하고, 도감 같기도 하며, 긴 시와 같기도 하다. 나무 이야기 속에 인간의 삶의 이야기가 흐른다. 가을 숲을 묘사하며 다가올 겨울을 예감하고, 지나온 여름을 기억한다. 그야말로 이 책은 내내

오묘하다.
나는 이 책이 나무를 이야기하는 방식에 완전히 매료되었다.

이소영 식물세밀화가

이야기는 갑자기 가문비나무의 세대교체로 옮겨갔다.
홋카이도 자연림에서 가문비나무는 쓰러져 죽은나무 위로 새로운 나무가 자란다. 물론 숲속의 가문비나무가 해마다 지상에 퍼뜨리는 씨앗은 셀 수 없이 많다. 그러나 홋카이도의 자연환경은 열악하다. 싹이 터도 나무로 자라지 못한다. 하지만 쓰러져 죽은 나무 위에 안착해 싹을 틔운 씨앗은 행복한 씨앗이다. 수월하게 자랄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되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아무 걱정 없이 여유 있게 커갈 수 - P11

는 없다. 쓰러져 죽은 나무 위는 좁다. 약한 존재는버티지 못하고 사라진다. 열악한 조건에 적응할 수있는 정말 강하고 운 좋은 소수의 몇 그루만 겨우 생존을 허락받는데 현재 수령이 300~400년쯤 된 나무도 있다. 이 나무들은 같은 나무 위에 안착해 자랐기때문에 일렬종대로 가지런하고 반듯하게 열 맞춰서있다. 그러니 아무리 뭘 모르는 사람이라도 한눈에
‘아, 이게 쓰러져 죽은 나무 위로 새로운 나무가 자라난 세대교체의 현장이구나‘ 하고 알아챌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야기에서 산속의 차가운 공기가 느껴졌다. 감동이 느껴졌다. 이 얼마나 흥미로운 이야기인가. 이 얼마나 인상적인 이야기인가.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는 부족했다. 내 눈으로 꼭 직접 확인해보리라 결심했다.
- P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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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오늘이 내일을 위한 준비는 아니었으면 해요.
오늘은 오늘의 나를 위한 시작이었으면 해요.


그 어떤 것이든
나를 위한 의미를 두어
지금 나는 특별하다고,
지금 나는 특별한 시간을 보낼 거라고 생각해요.


따뜻하게 보내요.
의미 있게 보내요.
오늘의 나를 위해. - P79

짐작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짐작하지 말고 조건 없이 내어주는 것.
짐작하지 말고 사실만을 바라보는 것.


그렇게 괜한 짐작들로 넘겨짚지만 않아도,
우리의 관계는 더 이상 면역이 필요한 사이가 아니라
나를 잃어버리지 않으면서도 상대를 받아들일 수 있는 방법을 배우는 관계가 될 수 있다. - P102

당신을 진심으로 걱정해주고, 당신이 힘들 때 기꺼이 공감하고 힘이 되기 위해 당신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많다. 생각보다 당신을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다는 사실을 알아주기 바란다.
이제 혼자 슬퍼하지 말고 손을 내밀자.
나는 내가, 아니 우리가 충분히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우리모두가 비슷한 모양의 힘듦을 느끼며 살고 있기에....


행복하자.
행복하자, 우리 모두.


그리고 단 한 사람에게라도
위안이 될 수 있는 사람이 되자. - P126

세상에 혼자인 것 같을 때면 그 감정을 느낄 수 있음에 다행이라고 말해주고, 상처받아 무너졌을 때는 그 상처가 더 큰 성장을 위한 쉬어감이라 용기를 내는 것이 필요하다.
다른 이의 도움을 바란 적도 있지만 스스로에게 도움의 손길을 먼저 내밀어야 한다는 생각을 이제야 한다.
누군가를 도우라고,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라고 배워왔지만스스로를 도와주어야 한다는 건 배운 적이 없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나에게 이야기해주었다면 나도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사람이 되지 않았을까. 나를 도운 만큼 남도 도울 수 있는 여유가 생기지 않았을까. - P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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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들어 어지럽고 부산한 세상에서 책 한 권 읽을 시간이 있다는 것에 감사합니다. 세상 살기가 팍팍하고 건조한 와중에도 자리에 앉아 따뜻한 밥 한 끼 먹을 수 있다는 것에 고맙습니다.
하루의 고마움을 느끼는 것이 사치스러운 일도 아닌데 참 많은 시간들을 그저 흘려보냈더군요. 사람마다의 인생은 각자 생각하기 나름인데 그동안 감사함을 잊고 지냈습니다.


어두운 면만 바라보다 아름다운 세상을 
놓쳤고 - P16

불편한 소음에 집중하다 평온한 음악을 잃었습니다.


거추장스러운 물욕에 사로잡혀 가족의 
온기를 느끼지 못했고
잠깐의 즐거움을 좇다
나를 바라봐주는 소중한 이에게 다가갈 수 없었습니다.


나의 두 눈, 두 귀, 두 손과 두 발
이 모든 것들은 예쁘고 좋은 것들로 향했어야 했는데
좋지 않은 것들로 향하고 있었더군요.


사랑하는 사람의 두 눈을 자주 바라봐주어야 했고
날 필요로 하는 친구의 이야기에 귀 기울어주어야 했으며
어릴 적 항상 잡던 부모님의 손은 내가 더 잡았어야 했고
그들과 함께 새로운 경험을 하기 위해
용기 있는 발걸음을 떼어야 했던 겁니다.


다시 한번 주위를 둘러보아야 합니다.
내가 누리는 것들이 - P17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어둠이 빛으로 바뀌고
슬픔이 환희로 변하며
고독이 행복으로 뒤집히는 경험을 하게 될 테니까요.


세상은 아름답습니다.
다만, 우리는 그것을 쉽게 놓치고 살 뿐이죠.


오늘의 나는
충분히 행복할 수 있음을 기억합니다. - P18

따뜻한 인성을 지닌 사람이 좋다.
자신이 어떤 사회적 위치에 있든 겸손한 사람이 좋다.
상냥한 마음으로 정직하려 애쓰는 사람이 좋다.
성실하고 근면하며 신용을 지키는 사람이 좋다.
나에게 좋은 사람은 선한 사람이었고, 따뜻한 사람이었다.
그리고 내가 그런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할 

행복이 늘 나를 따랐다.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면 좋은 사람이 온다.
당신이 나에게 좋은 사람으로 다가오길 빈다.
나는 당신에게 좋은 사람이 되겠다. - P21

물론 ‘포기‘에도 저마다 기준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안다. 하지만 그 기준이 상대여서는 안 된다. 내가 되어야 한다.
타인에게 좋은 사람이 되기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먼저 좋은 사람이 되는 것. 애쓰기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나를위해 애쓰는 것 원치 않는 관계를 끊기보다는 나에게 편안함과 따뜻함을 주는 사람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모든 포기 속에서도 단 하나 포기해서는 안 될 것이 있다. 세상의 모든 기준이 되어야 할, 나 자신이다.
다른 모든 이가 당신을 포기한다 하더라도 나 스스로를 포기하지 않는 것은 우리가 마지막까지 지켜야 할 일이다. - P24

어쩌면 우리를 힘들게 하는 것은 이해하지 못함으로 인해 벌어지는 문제일 텐데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지 못해 힘들어지게되는 순간을 경험하게 되죠.
존재의 가치를 아는 사람은 알겠죠.
변함없는 것 또한 그 존재만으로 힘이 된다는 것을요. - P45

나는 다양한 곳을 여행하면서 게으름이 때로는 삶을 윤기 있게 해준다는 것을 몸소 깨달았다. 부지런히 이곳저곳을 다니며많은 것을 직접 보고 경험하는 것도 좋지만, 때로는 한곳에서 유유자적 게으르게 다녀보는 것도 좋다.
하나라도 더 눈에 담는다고 무엇 하나 제대로 담을 새도 없이 바쁘게 돌아다니는 여행보다 조금은 게으른 여행을 권하고싶다. 한 나라를 관광하는 여행보다 그 나라에 온전히 속해 생활하는 여행자가 되어보는 것도 좋다. - P49

게으름이라는 건 그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좋아 보일수도 나빠 보일 수도 있다. 그러니 긍정적인 마음가짐으로 바라본다면 게으르게 다니면서 벌어지는 일들이 신선한 재미로 다가오거나 새로운 통찰을 얻을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하기도 할 것이다.
이 모든 것을 경험하려면 가끔은 게을러지는 것도 좋다. - P50

나를 완벽히 알 수 없듯이 상대 또한 나에게 모든 것을 보여줄 수 없죠. 타인의 삶이 완벽해 보이더라도 내면 깊숙한 곳에는결핍이 있을 수 있고, 부족해 보이더라도 마음은 풍요로울 수 있습니다. 어떤 누구도 상대의 행복을 판단할 수 없고 불행의 정도를 가늠할 수 없음을 알아야 합니다.


내가 뱉은 말들은 나를 비추는 거울입니다. 마음을 담지 않는 말들은 그대로 돌아오는 거죠. 많은 사람들이 말 때문에 좌절하고 무너지는 것을 볼 수 있으니까요. 타인을 알지 못한 채 추측하고 말을 만들어 내며 전하는 것은, 결국 나를 낮추는 것입니다. 나의 말이 나를 표현하는 수단이고 그것이 곧 나의 인격일수밖에 없으니까요. - P52

아무 계획 없이 떠난 여행에서 우연히 만난 사람과 진한 우정을 맺거나 애써 찾아간 맛집이 문을 닫아 울며 겨자 먹기로 들어간 옆집 식당에서 의외로 멋진 식사를 하는 것처럼.


그러니 거기,
오늘도 완벽하려고 애쓰는 당신에게 전한다.


하지 않아도 될 일들에 치여 지쳐 있다면,
이제는 그 꼼꼼함을 잠깐 내려놓고
허술함이 선물하는 행운을 맛보는 건 어떨까.


빈틈이 많다고 해서 인생이 허술한 모양으로 흐르는 건 아니기에, 때로는 작은 빈틈 안에서 사막의 오아시스를 발견할 수 있기에, 그런 인생이 나쁘다고 단정 지을 수 없기에.
오늘도 나는 허술해도 괜찮은 당신을 응원한다. - P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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