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은 가파른 낭떠러지인데 까마득한 낭떠러지 아래는 말할 필요도 없이 급류가 바위에 부딪혀 하얗게 부서지고, 뒤는 높다란 절벽이 우뚝 솟아 있는데가느다란 폭포가 절벽을 타고 곧게 떨어지고 있었다. 절벽은 오래전에 형성되었을 것이다. 그 일대를 지금 절정인 단풍이 알록달록 다채롭게 장식하고 있었다. 표고가 높은 한랭지에 적응할 수 있는 나무만뿌리를 내려서 붉은색 단풍을 비롯해 노란색 단풍,
갈색 단풍, 주홍색 단풍이 어우러진 가운데 침엽의 진녹색도 적당히 섞여 있다. 수종은 다양하지만 모두 크게 자라지는 않고 표준 크기보다 작게 자라 분재 형태를 띠고 있었다. 절벽이라는 두려운 조건을 바탕으로, 절벽 위를 장식하는 단풍의 아름다움이란! 절로 탄식이 나오는 수려한 풍경이었다. - P138

내가 지금 서 있는 곳이 어떤 힘에 의해 갑자기 붕괴되어 사라질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며 발밑의 계곡을 내려다보니 섬뜩할 정도로 깊었다. 뒤를 돌아보자 절벽의 단풍은 비단에 수를 놓은것 같았다.
위험 지대를 수놓는 단풍의 아름다움은 각별했다. 위험성을 정확하고 자세히 알고 있는 사람이 옆에있어 가르쳐주었기에 호들갑을 피우지는 않았지만, 만약 아무것도 몰랐다면 나는 역시나 호들갑스레 행동했을 것이다. 나무는 역시 속이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 P140

거대한 목재는 수백 년의 세월에 걸친 그만한 위용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그저 젊은 목수를 압박하고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압박하면서 그와 동시에 젊은 목수의 담력과 기력을 키워주고 있다. 이것이 놓칠 수 없는 중요한 점이라고 설명한다. 그 증거로 한번 거대한 목재를 다뤄본 젊은이는 그만큼 정신이 안정된다고 한다. 나무는 알게 모르게목수를 키워준다고, 나라지로 씨는 말하고 싶어다. 어지간히 나무에게 다정한 사람이었던 것 같다. - P17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