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있을 때도 나는 선을 넘지 못한다. 하지 말라는 건 하지않고, 하면 안 될 것 같은 것은 건드리지도 않는다. 결국 들킬것 같고, 결국 망할 것 같다. 불안한 건 질색이다. 영화를 보다가도 등장인물들이 하지 말라는 행동을 하면 그때부터 엄청나게 불안해한다. 왜 저래. 하지마 좀. 하지만 선을 넘어야 다른이야기가 펼쳐진다. 선을 넘어야 예상치 못한 세상을 마주할수 있다. 선을 좀 넘어야 비로소 인생은 풍성해진다. 20년 만에회사라는 울타리를 넘는 용기를 내놓고도, 여기서 또 고분고분하게 주변만 알짱거리고 있는 내 손을 붙들고 친구가 선을넘었다. 그 순간 나를 찾아온 해방감은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막혀 있는 줄도 몰랐던 마음 구석구석까지 바람길이 나는 것같았다. 내내 접혀 있던 날개가 살짝 펼쳐진 것도 같았다. 자연스럽게 고개를 들고, 숨을 아주아주 깊숙이 들이마셨다. 오늘이 풀밭의 첫 주인공은 우리다. - P139
스타벅스에서 친구가 말한 건 바로 이런 순간이었다. 뭔가또 대단한 것을 찾아 나서려는 나에게, 친구는 이 순간을 더 찬찬히 들여다보고 싶다고 말하고 있었다. 자신을 고객으로 여기지 않길 주문하고 있었다. 너도 여행을 온 거고, 나도 여행을온 거고, 우리 둘의 여행이 이곳에서 문득 겹친 것뿐이니 너무조급해하지 마. 나는 그냥 아침을 좀 더 느긋하게 바라보고 싶어. 그것만으로도 충분해. 친구의 이 말은 김민철여행사에 곧바로 전달되었다. 어려울 게 하나도 없는 고객의 주문이다. 아니, 오히려 나는 한 번도 제대로 보지 못한 순간을 친구와 함께여행할 기회였다. - P141
지나가다 봐둔 예쁜 카페에 들어간다. 한적한 카페에 앉아 카푸치노와 크루아상을 시킨다. 비현실적으로 봉긋하게 우유거품이 올라온 카푸치노를 마시면서 따뜻한 크루아상을 먹는다. 몰랐다. 유명하지도 않은 동네 카페에서 이토록 맛있는 크루아상을 먹게 될 줄은. 이토록 쉽게 만족하는 우리니까 굳이 멀리가지 않아도 될 것이다. 집 앞 빵집의 따뜻한 바게트가 가장 맛있고, 집 앞 카페에서 따뜻하게 내주는 크루아상이 제일 맛있다는 걸 오늘 알게 되었으니. 그리고 우리의 행복은 이토록 간단한 레시피로 완성된다는 사실도. 물론 그 행복은 각자에게아주 다른 모양이다. 내 행복은 자주 미술관에 있었고, 내가 찍는 파리 사진들에 자주 있었고, 덕분에 나는 끝없이 헤매는 여행을 택했다. 친구의 행복은 여유로운 아침에, 편안한 자세에, 햇빛과 바람에 있었다. 파리에 무엇이 유명하든 말든 친구는자신의 행복 앞에 스스로를 데려다주는 법을 알고 있었다. - P143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부터 혼자 도서관에 가던 어린이는, 처음 파리에 왔을 때도 도서관에 반해버렸다. 파리 도서관 때문에 반드시 여기에 돌아와야겠다고 다짐을 했다. 무엇이 되었건 간에 여기에 와서 공부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고전적인 분위기의 따뜻한 조명 아래 나도 있고 싶었다. 오래전 그 꿈도 실패했는데, 그 꿈을 하루치 살아보는 것도 실패라고? 친구앞이라 실망한 마음을 숨기고 아무렇지도 않은 척하고 싶었지만, 쉽지 않았다. 불행은 이미 내 마음속에서 몸집을 한껏 부풀렸다. 친구가 복도 끝으로 가길래 나도 맥없이 친구를 따라 그쪽으로 터덜터덜 걸었다. 무슨 운명이 나를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 채.
놀랍게도 똑같은 타원형 도서관이 하나 더 있었다. 심지어우리가 들어갈 수 있는, 하늘색 조명이 놓인 개인석은 꽉 차 있었지만, 괜찮았다. 마침내 들어왔으니까. 우리는 빈 의자에 앉았다. 카메라를 꺼내서 찍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도서관이니까. 관광지가 아니니까. 카메라 소리로 민폐 관광객이 되고 싶 - P157
지 않았다. 이 공간에 스며들고 싶었다. 일상인 척 가져온 책을읽으려 했다. 하지만 실패. 책을 몇 줄 읽다가 다시 실패. 시선이 자꾸 도서관으로 향했다. 공간 자체가 너무 오랜 꿈의 모양그대로라서 도무지 집중할 수가 없었다. 책을 읽는 척하며 공간을 더 열심히 읽었다. 오래전이었다면 나는 얼마나 질투 섞인 눈으로 여기에 앉은 사람들을 바라봤을까. 하지만 나는 더이상 20대가 아니었고, 이들을 대책 없는 질투심으로 부러워할 나이는 지났다. 다만 이곳에 슬쩍 속해보는 것만으로도 만족할 줄 아는 나이가 되었다. 꿈과 지금 나의 거리를 충분히 알고도 남을 나이라 다행이었다. 친구가 돌아가도 여기에 다시올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기뻤다. - P158
실제로 나는 나중에 혼자 이곳에 와서 책을 읽고 글을 썼다. 그날은 그토록 앉고 싶었던 개인석이 비어 있었다. 하늘색 조명 하나를 내 몫으로 가지고 책을 읽다 보니 불현듯 도서관이어두워졌다. 순식간에 공간은 빗소리로 가득 찼다. 유리 천장은 바깥 날씨를 그대로 공간 전체에 투영했다. 빗소리가 점점거세지며 그 큰 도서관 전체를 두드려댔지만, 나는 괜찮았다. 우산을 안 챙겨왔지만 나는 어둑해진 도서관 안에, 원하는 하늘색 조명 아래 안전하게 자리 잡았으니까. 나는 책 속으로 미끄러지듯 들어갔다. 책이 너무 좋아서 고개를 들면 책보다 아름다운 도서관의 풍경이 보였다. 오래전 후배에게 한 말이 생각났다. 일주일만 내 맘대로 시간을 쓰고 싶다는 내 말에, 후 - P158
배는 그럼 뭘 하고 싶냐고 물었다.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지겹도록 책만 읽고 싶어"라고 말했다. 후배는 그런 대답을 하는나를 지겹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았지만, 다른 대답은 잘 생각나지 않았다. 책만 읽어도 괜찮은 시간을 살고 싶다는 그 소원이 이런 공간 속에서 이뤄지기를 바란 적은 없다. 너무 과한 걸인생에 요구할 생각은 없다. 그런데 무슨 일인가. 어쩌다 나는이곳에서 지겹도록 책만 읽어도 좋을 시간을 보내고 있는가. 좋아하는 것 앞에 ‘지겹다‘라는 형용사를 붙일 수 있는 호사가어찌하여 내 것이 됐단 말인가. 나는 하늘색 구름 같은 질감의꿈속에서 마음껏 뒹굴었다. 마음껏 점프했다. 한참이 지나 다시 유리 천장으로 빛이 들어올 때, 나는 책을 덮고 도서관을 나섰다. 비 온 뒤 말간 세상을 말간 마음으로 걸었다. 그 어떤 것도 부럽지 않았다. 부러움 한 톨 깃들 여지없는 말간 마음이었다. 물론 이건 친구가 한국으로 돌아가고 난 후의 이야기지만.
시간은 봄처럼 야속하게 흐르고 있었다. 하지만 슬퍼할 시간은 없었다. 마지막 순간까지 여전히 수많은 처음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테니. - P159
여기서 우리의 길은 갈라진다. 여기서부터는 각자의 길이다. 우리는 서로의 길을 부러워하지 않는다. 우리는 각자의 길을 잘 걷고 싶은 사람들이니까. 진하게 포옹을 하고 각자의 최선을 다해 각자의 길을 걸어갈 것이다. 서로의 길이 평온할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그만큼 순진하진 않다. 다만 그 길끝에서 우리가 다시 평온하게 만나길 바랄 뿐이다. 우리 각자가 바라는 우리가 되어서. 그러기 위해 저 멀리 근사한 꿈을 세워둔다. 불가능한 꿈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가 가능하게 만들 거니까.
우리는 우리만의 축배를 든다. 19년 동안 같이 즐겼고, 같이 울었고, 같이 웃었다. 인생에 이 이상을 바랄 수는 없다.
안녕, 나의 유일한 동기. - P163
청소부터 했다. 빨래를 하고, 청소기를 돌리고, 이불을 털고, 설거지를 하고, 향을 피운다. 오랜만에 낮잠도 잔다. 언제 나가야 할까 고민하다가, 그래도 나가야 하지 않겠나 생각하다가, 더 이상 가고 싶은 곳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튈르리 정원, 오랑주리 미술관, 팔레 루아얄, 에펠탑, 르봉 마르셰 백화점, 오르세 미술관, 뤽상부르 공원, 마레 지구, 보주 광장, 콩코드 광장, 샹젤리제 거리, 트로카데로 광장, 바토 무슈 유람선, 사마리텐 백화점, 몽쥬약국, 몽마르트르 언덕, 생마르탱 운하, 퐁다시옹 루이비통, 생제르맹, 퐁피두 센터, 로댕 미술관, 지베르니, 오베르 쉬르 우아즈, 옹플뢰르와 몽생미셸 그리고 수많은 음식점과 카페와 술집과 시장과 공원과 성당까지. ‘파리‘라는 단어와 함께 떠오르는 모든 곳에 다녀왔다. 쉽게 떠올리기힘든 곳도 김민철여행사는 쏙쏙 찾아내서 안내했다. 파리원정대는 성공적으로 임무를 마쳤다. 물론 더 이상 파리에 갈 곳이없다는 건 아니다. 파리는 결코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아니, 어떤 곳도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다만 내가 지친 거다. - P165
이제는 애쓰지 않아도 나는 나를 찾을 수 있다. 무리하지 않아도 나를 돌볼 수 있다. 내 마음을 읽어, 내 마음이 향하는 곳으로 발길을 옮기면 된다. 책과 노트를 챙겨서 밖으로 나갔다. 유난히 날씨가 좋은 주말이었다. 덕분에 가는 곳마다 사람들로 붐볐다. 공원에도 카페에도 행복한 사람들로 빼곡했다. 그리고 나는 그 모든 밝음이, 신남이, 웃음이 버겁기만 했다. 그세계엔 내가 원하는 자리가 없었다. 자연스럽게 자꾸 사람들이 없는 쪽으로만 방향을 틀었다. 외로움이 필요했다. 침묵이간절했다. 그러다 발견했다. 작은 선술집을. 텅 빈 그곳을 이토록 반짝이는 날씨에 실내에서 술을 마실 멍청이는 나 빼곤없다. 나는 어둑어둑한 선술집 창가 자리에 앉았다. - P167
파리에서 한 달씩 머무를 숙소를 구하는 나의 기준은 다음과 같았다. 1. 근처에 큰 공원이 있을 것(완성하고 싶은 아침이 있었으므로). 2. 두 개의 숙소가 완전히 다른 지역에 있을 것(아예 다른 도시에 도착한 기분이라면 환영). 3. 너무 비싼 동네거나 너무 한국 사람이 많은 동네는 피할것(편안하게 여행하려면 아무래도). 4. 침실과 다른 공간이 분리되어 있을 것 (나는 20대가 아니므로 이 정도는 누려도 된다). 5. 큰 창문이 있을 것(그 앞에 책상을 놓을 수 있다면 더 좋고).
5월의 집은 그 모든 기준을 통과했다. 숙소는 깨끗한 5구에 있었고, 뤽상부르 공원이 바로 옆이었고, 조금만 걸으면 무프타르 시장에 도착할 수 있고, 침실과 거실과 부엌이 분리되어 있었고, 무엇보다 발 드 그라스 성당을 정면으로 마주 보는 큰 - P175
창문이 두 개나 있었다. 리뷰가 몇 개 없는 점이 매우 마음에걸렸지만, 뤽상부르 공원과 거리가 너무나 가까워서 모험을해보기로 했다. 모험은 아주 성공이었다. 하지만 5월의 숙소와동네가 너무나도 만족스러웠기에 결과적으로 나는 점점 더 쪼그라드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왜냐하면 6월에 내가 예약한 숙소는 파리 20구, 파리의 끝, 위험하다는 평이 압도적으로 많고, 관광객은 도대체 갈 일이 없는 동네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 P176
순식간에 택시는 그곳을 지나쳤지만, 나는 보았다. 도로 옆작은 광장을. 작은 광장 위 무대를. 그 위에서 악기를 연주하고 노래를 하는 사람들을. 그리고 그 아래에서 춤을 추고 있는사람들을. 그 사람들을 아낌없이 비추는 찬란한 태양을. 시간은 이제 토요일 정오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택시는 나를 새로운 숙소 앞에 내려주었다. 숙소 입구에서 무대가 또렷이 보였다. 숙소에 짐을 내려놓고 나오는 그 잠깐에 사라질 무대가 아니었다. 그런 유의 흥이 아니었다. 나는 진정하고 벨을 누른 후 새로운 숙소로 올라갔다. 낡고 잘 관리된 나무 바닥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다. 한쪽벽엔 소파, 맞은편 벽엔 초록색 주방. 옆방엔 커다란 침대와 키가 큰 창문, 그 밖으로 넘실넘실 출렁이는 키가 큰 초록 나무들. 정확하게 사진으로 본 그대로다. 역시나 이번에도 숙소 찾기 대마왕이 성공적으로 일을 해버렸다. 가방을 내려놓고, 작은 테이블부터 창문 앞으로 옮긴다. 노란색 의자도 그 앞으로옮긴다. 이로써 나는 키가 큰 나무를 창밖으로 보며 밥을 먹고글을 쓸 수 있게 되었다. 그것만으로도 이 집은 더 완벽해졌다. 집에 필요한 것들을 체크한 후 나는 곧장 음악으로 향한다. - P188
딱 손바닥만 한 사이즈로, 딱 얇은 지갑 같은 두께로 나의 치즈가 잘려졌다. 이 정도 크기라면 얼마든지 더 사도 된다. 얼마든지 다양하게 사도 된다. 마트에서 포장된 완제품 치즈는 나혼자 다 먹는 데 며칠이나 걸렸지만, 이 정도 크기로 살 수 있는 거라면 나의 치즈 세계는 앞으로 얼마나 넓어질 것인가. 나는 그 세계의 준비된 인재였다. 치즈를 위한 나의 위장은 무한대로 열려 있고, 낯선 치즈를 향한 내 마음의 넓이는 측정 불가이니 말이다. 치즈 가게에서 줄을 서며 나는 새삼 또 배웠다. 누구든 자신의 차례가 오면 그 시간을 충분히 누려도 된다는 것을. 궁금한것을 물어보고, 고민하는 시간을 가져도 된다는 것을. 이곳은 - P192
자리에 앉기도 전에 주문해야 하는 한국이 아니다. 내 뒤에 기다리는 사람들을 지나치게 매려하느라 너무 급한 선택을 하지않아도 된다. 내 시간에 대해 당당해져도 된다. 그것은 나의 권리. 눈치 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심지어 주인장까지도 기다려준다. 고민 끝에 내가 두 번째로 고른 치즈는 겉에 허브가 잔뜩 발린 Al romero 치즈였다(이름도 처음 듣는 치즈였다). 비싸도 어쩔 수 없다 생각했는데 다 합쳐서 겨우 8천 원. 웅장해진 마음으로, 치즈의 이름이 적힌 영수증을 손에 꼭 쥐고 가게를나섰다. 이것은 평범한 영수증이 아니다. 이것은 지금부터 파리 생활이 달라질 거라는 확약서였다. 두고 봐. 치즈계의 만수르가 되어주겠어. - P193
제일 어려울 거라 생각한 치즈 가게 관문을 넘었으니, 나는이제 거리낄 것이 없었다. 치즈 가게 맞은편 마트에 가서 장을봤다. 늘 빵과 곁들일 생채소와 요구르트, 햄과 과일 정도만 샀는데, 새 동네에 왔더니 새 마음이 장착된 건가. 파스타와 파스타 재료를 사고, 신선한 줄기콩과 엔다이브와 오이와 딜 그리고 민트도 다발로 산다. 집 바로 앞에 벨빌 맥주 양조장이 있길래 병맥주도 종류별로 사 왔고, 작은 식료품 가게에서 올리브절임도 포장해 왔다. 양손과 어깨에 먹을 것들을 잔뜩 짊어지고 집으로 돌아와서 텅 빈 냉장고를 꽉꽉 채웠다. 이 모든 것이이 집에서 반경 50미터 안에서 일어난 일이다. 양조장까지는10미터, 양조장에서 코너를 돌면 치즈 가게, 2차선 도로를 건 - P193
너면 커다란 마트. 마트에서 다시 코너를 돌면 축제가 열리는작은 광장. 광장 옆엔 유기농 마트 그리고 낯선 나라의 궁금한식당들까지. 이토록 내게 필요한 것들이 꽉꽉 들어찬 동네라니. ‘동네‘라는 말이 이토록 잘 어울리는 동네라니.
5월에는 멀리멀리 계속 뻗어나가며 우리 동네의 지도를 그렸다. 마음에 드는 곳이 생기면 나는 거침없이 그곳을 우리 동네로 편입시켰다. 동네는 나날이 커지기만 했다. 그러나 6월은아주 다를 것 같았다. 나는 작게, 아주 작게 지도를 그리고 싶어졌다. 그냥 이곳에 살고 싶어졌다. 밖의 파리가 어떻든, 유명한 무엇이 어떻든 간에 그냥 여기에 있고 싶었다. 그래도 될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궁금한 식재료들을 사다가 밥을 해 먹고, 해피 아워에는 집 앞 카페에 앉아 맥주를 마시며 책을 읽고, 매일 다른 치즈를 사다 먹으며 그냥 이 작은 동네 안에 머물고 싶었다. 지도를 작게, 아주 세세하게, 시간대별로, 아주 촘촘하게 그리고 싶어졌다. - P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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