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명이 넘게 투입되어 채석장을 인위적으로 바꾸었다지만, 이곳에서 인공미는 찾아보기 힘들다. 모든 것은 자연스러운 곡선으로 이루어져 있다. 입구에서 이어지는 넓은 산책로도 자연스럽게 굽어 있고, 나무 사이로 난 오솔길도 마음껏 꼬불하다. 둥근 호수도 있고, 호수 안에는 기암괴석의 절벽도 있고, 절벽 위에는 로마식 건축물의 전망대도있다. 길은 계속해서 몇 갈래로 갈라지며, 영원히 이 안에 머물 수 있도록 배려한다. 가도 가도 끝이 나지 않을 것만 같은이 커다란 공원 안에 가장 많은 것은 바로 잔디밭, 완만한 언덕에도, 가파른 언덕에도 드넓은 잔디가 펼쳐진다. 그 위로는 사람들이 빼곡하다. 물론 ‘빼곡‘이라는 단어를 쓰는 건 뷔트 쇼몽 공원에 조금 각박한 처사라는 생각이 든다. 사람이 아무리많아도, 그러니까 이토록 날씨가 좋은 토요일 저녁 시간에, 파리 시민 모두가 뷔트 쇼몽 공원에 온 게 아닐까 착각이 들 만큼사람이 많아도, 이 공원은 붐빌 수 없다. 여전히 한적한 공간이있다. - P199

자연의 모든 시기엔 제각각의 아름다움이 있는 법이지만, 그래도 부인할 수 없는 전성기가 있는 법이다. 나는 어쩌자고뷔트 쇼몽 공원에, 날씨 좋은 6월의 저녁에, 해가 지기 전 가장빛이 아름다울 때 찾아온 걸까. 천국에 온 게 아닐까 생각했다.
과장이 아니다. 숲의 정령처럼 높다랗게 자란 나무들이 제각각 녹색으로, 갈색으로 몸을 치장하고 잔디밭을 빙 두르고 있다. 모든 나무들이 기분 좋은 바람에 몸을 내맡기고 살랑살랑 - P199

잎을 흔들며 대화를 한다. 호수 옆 나무도 치렁치렁 머리를 수면 위로 드리우고 있다. 그 나무들에 비하면 너무나도 작고 어린 사람들은 나무 밑에, 잔디 위에, 제각각 자리 잡고 앉거나누워 있다. 웃으며 술을 마시고, 웃으며 대화하고, 다시 대화하며 웃는다.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듣는 사람도 많다. 모두가 이빛나는 시간이 사라져버리기 전에 아낌없이 생을 살아버리고있다.
절벽 뒤로 곧 넘어가려는 해는 마지막으로 금가루를 온 세상에 뿌린다. 그 노란 기운을 받아 나뭇잎들이 투명한 형광으로 빛나고, 물은 금빛으로 반짝인다. 사람들의 머리카락은 모두 금발이 되고, 모두의 실루엣에도 금색 가루가 내려앉았다. 그 누구도 아름답지 않을 수 없는 시간에, 눈 닿는 곳마다 아름다운 곳에 도착해버렸으니 어떻게 이곳이 천국이 아니란 말인가. 나는 끝없이 사진을 찍고, 아름다움에 발을 동동 구르고,
한숨을 푹푹 내쉰다. 이것은 카메라 안에 갇히는 자연이 아니다. 천국은 그렇게 쉽게 기록되지 않는다. 기록할 순 없어도 기억할 순 있다. 매일 오면 되니까. - P20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