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을 나온 암탉 (양장)
황선미 지음, 김환영 그림 / 사계절 / 2000년 12월
평점 :
절판


동화에 대한 오해들이 많지만 그 가운데 가장 큰 오해는 이 글을 읽고 있을 바로 당신이 하고 있을 생각입니다. '동화는 아이들을 위한 책이다.' 맞는 말이기도 한 이 생각을 동시에 틀린 생각이기도 합니다. 동화는 아이들을 위한 책이기도 하지만 또한 '한때는 아이였으이 틀림없을' 어른을 위한 책이기도 합니다.

이 책은 아이들에게 권하기에 앞서 이 땅에서 여성으로 고단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당신에게 먼저 권하고 싶습니다.

'마당을 나온 암탉'.

'암탉'이라는 말의 어감이 그리 유쾌하진 않지요? 아마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는 얘기서부터 '알이나 잘 낳으면 그만인 암컷'이란 은유가 떠오르기 때문이겠지요.

이 책에 나오는 암탉도 '알 낳는 일밖에는 할 줄 모르는-사실은 알 낳는 일 밖에는 할 수 없었던'양계닭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을 거스르기 시작합니다.  그가 최초로 한 일은 바로 자신의 이름을 짓는 일입니다. '잎싹'. 그가 스스로를 그렇게 부르기 시작하는 순간, 이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잎싹의 꿈은 마당에 사는 암탉처럼 자기가 낳은 알을 품어서 병아리를 까는 것입니다. 예쁜 병아리를 낳아 기르고 싶어서 그는 마당으로 탈출할 게획을 세웁니다. 그리고 그 계획은 성공합니다. 여기까지는 누구나가 상상할 수 있는 뻔한 전개일 것입니다. 그러나 이 이야기의 제목이 '마당에 나온 암탉'이 아니라 '마당을 나온 암탉'이라는 데에 이 이야기의 철학은 상상력을 타고 날아오르기 시작합니다.

그 비상에 동참하고 싶다면 지금 당장 이 책을 펼쳐드세요. 그리고 읽어보세요. 그리고  자신에게 물어보세요. 나는 양계장 안의 닭인가, 마당 안의 닭인가, 마당 밖의 닭인가?

여성임이 자랑스러워지는 책,  어머니를 부둥켜 안고 울고 싶은 책, 내 아이를 다시금 돌아보는 책, 분노를 넘어서 세상과 화해하는 황선미작가의 '마당을 나온 암탉' 을 당신께 권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라진 손바닥 문학과지성 시인선 291
나희덕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4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십수년 전, 학교 앞 남도서점에서 '뿌리에게'를 사 들던 그 날, 나는 '사랑은 투쟁이다'는 말에 감동받는 20대 초반의 나이였다. 장미화병을 갈며 싱싱하게 피어오른 장미꽃과 그 아래서 썩어들어가는 물을 보며 자본주의를 떠올리던 그 세심하고도 강인한 목소리에 반해서 '나희덕'이란 이름을 기억하게 되었다.

정말이지, 그 이름을 이토록 오랫동안 기억하게 될 줄은 몰랐다.

 당시 즐겨읽던 무수한 시인들의 시들을 나는 이제 더 이상 즐겨 읽지 않는다.  내가 나이를 먹어가는 탓이기도 하겠고, 누구의 말처럼 시가 읽히지 않는 시대 탓이기도 하겠지만, 가장 큰 까닭은 아마 내 삶과 더불어 살아가는 시를 만나는 것이 힘들기 때문이리라.

그러나 그의 시에는 늘 내 삶이 있었다. 누룽지를 긁으며 절망을 희망으로 바꿔내는 그 속에서 나는 뼈아픈 후회와 상처에 허덕이던 내 젊음을 쓰다듬을 용기를 얻었고, 먹어도 먹어도 배부르지 않은 햇빛을 배불리 먹을 줄 아는 지혜를 터득하며 삼십대를 맞았다.

그리고 '사라진 손바닥' 속에서 나는 다시 나를 만났다.

절벽위에서 서로를 견디며 분뇨 위에서 뒹굴고 싸우고 구애하는 것은 새들만이 아니다. 지상의 집들 또한 상처를 널어 말리고 있지 않은가...... 그들을 돌아오게 하는 힘은 파도 위에 북극성처럼 빛나는 저 분뇨자국이다. / '북극성처럼 빛나는' 부분

이제는 적과의 투쟁이 아니라 분뇨자국들이 우리를 살아가게 한다는 것. 시가 얘기하는 그 진실을 나도 이제는 어렴풋이나마 느끼게 되었다.

행복하다. 나희덕 같은 이가 아직도 이렇게 열심히 시를 쓰고 있다는 사실이. 그리고 내가 그 시 속에서 내 삶을 여전히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이.

 


댓글(1)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릴케 현상 2004-11-03 1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천을 했는데 왜 표시가 안되나?
 
소설처럼 - 우리시대의 지성 5-016 (구) 문지 스펙트럼 16
다니엘 페낙 지음, 이정임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4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논술강사로 일하고 있다. 

 '수능대비 필독 소설' , '고등학생이 읽어야 할 한국단편문학', '서울대생이 뽑은 우리 소설' 따위 책들을 사서 시험공부하듯 읽어대는(그나마 읽기라도 하면 다행이지만, 모셔두기만 하는...) 우리 아이들에게 꼭 한번 읽히고 싶은 책이다.

이 책은 다니엘 페나크가 쓴 글이라는 까닭만으로 집어 들었다. '까보까보슈'를 처음 읽고 독특하기 짝이 없는 이 작가의 문체에 반했다. 그 뒤로도 이 작가의 이름만으로 집어든 책들을 늘 즐겁게 읽었다. 근데 이 책은... 상상 이상이다.  

어쩌면 내가 쓴 글이 아닐까 싶을 만치 내가 평소에 가지고 있던 책읽기에 대한 단상들을 활자로 읽는 기분이라니...  철학과 예술의 나라 프랑스에서도 아이들과 어른들의 책읽기와 책읽히기의 모습은 어쩜 이렇게 똑같은지.  아마 교사로서 아이들 눈높이를 맞출 줄 아는 이 경험이 그만의 매력적인 글쓰기를 뒷받침해 주지 않았을까

책을 읽지 않을 권리는 내가 내 아이들에게 책읽기를 권하면서 가장 먼저 해 주는 이야기이다.

책읽기는 권리이지 의무가 아니다. 그 단순한 진리를 잊는 순간 우리는 그 즐거움에서 영영 멀어져버린다. 나는 지금도 책읽기가 가장 행복한 놀이라고 생각한다. 왜? 읽지 않아도 되니까. 그래서 나는 책을 읽는다. 이 책은 바로 그걸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책 따위 읽지 않아도 아무 문제 없다고 얘기해 주는 책, 어찌 읽지 않을소냐. 하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네루다의 우편배달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04
안토니오 스카르메타 지음, 우석균 옮김 / 민음사 / 2004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대학 시절, 김남주 시인이 브레히트, 하이네와 함께 묶어서 번역한 '아침저녁으로 읽기 위하여'라는 시집 속에서 파블로 네루다와 그가 사랑해 마지 않던 칠레 민중의 삶과 역사를 만났다. 혁명이 사랑과 시와 어떤 관계에 있는지 머리로는 그 공식을 달달 외울 수 있었지만 정작 가슴에는 아무런 감흥도 주지 못하던 때였다. 칠레의 혁명시인... 파블로 네루다는 그렇게 내 머리에 낙인찍히고는 잊혀졌다.

'일 포스티노'를 보고 다시 그 이름을 떠올렸다. 하지만 지나치게 잘 만들어진 그 영화는 섬의 아름다운 풍광과 파도 소리를 먼저 기억하게 했다.

'네루다의 우편배달부' ... 안토니오 스카르메타를 통해 만난 네루다. 그리고 마리오, 그리고 칠레는 내가 이십대에 줄기차게 부여잡고 살던 시와 사랑과 혁명을 다시 떠올리게 했다.

번역된 글을 이렇게 재미있게, 또 가슴 저리게 읽어본 기억이 언젠지 가물가물하다. 옮긴이의 실력과 더불어서 이 글에 대한 애정이 매끄럽고 유쾌한 우리말로 되살아나 조금의 껄끄러움도 없이 읽을 수 있었다.

진실한 삶은 원래 유치하기 짝이 없는 메타포의 연속이다. 인간이 가장 진실해지는 순간이 바로 자연 앞에 설 때와 사랑할 때, 그리고 꿈 꿀 때가 아닐까. 그래서 많은 시인들이 그 순간을 노래한 것일 터이다.돌아 보니, 현실보다 오히려 시가 삶과 더 살갑게 맞닿아 있는 것을 느낄 때 내 삶은 정말 행복하였다. 

시가 읽히지 않는 시대라고 한다. 메타포가 필요없는 시대? 혁명의 꿈이 시들어 버린 시대? 사랑이 열정과 유치함에서 멀어지는 시대? 그래서 서글퍼지는 밤이 다시 온다면... 책꽂이에서 다시 이 책을 꺼내 밤을 새워 읽을 것이다. 

인간의 삶이 얼마나 시적인지, 시가 얼마나 인간적인지 느끼고 싶은 독자에게 권하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하 아빠, 호호 엄마의 즐거운 책 고르기 - 책의 달인 199명이 말하는 최고의 어린이 책 256
가영아빠 외 198명 지음 / 휴머니스트 / 2004년 2월
평점 :
절판


이 책 안에 내가 쓴 리뷰가 실려서 읽게 되었다. 기대 이상으로 깔끔한 편집과 배치가 나를 즐겁게 만들어 주었다. 읽고 난 느낌은 '한 가지 만족과 한 가지 아쉬움'이었다.

먼저 다양한 사람들이 쓴 글이라서, 책을 권하는 다른 전문 비평가들의 책보다 다양한 관점들을 즐길 수 있었다는 것이 가장 즐거웠다. 전문가들의 책은 '전문가답게' 말이 많다. 책 한 권을 고르기 위해 그 몇 배나 되는 다른 사람의 감동과 지식을 먼저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 때로는 고역이다. 그러나 이 책은 일단 소개하는 사람들이 별다른 가식없이 '진솔'하게 읽은 대로, 느낀대로 적은 소개글들이라서 마음이 편했다.

그러나 그런 만족감만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아쉬움들이 있으니, 그 첫번째가 새로운 시도에 걸맞는 새로운 '책'들이 없다는 것이다. 새로운 시선과 숨겨진 작품들을 찾아내는 것이 이 책의 본래 의도에 더 맞아 떨어지는 것이 아니었을까 싶은데, 아쉽게도 다른 전문가들의 비평을 거쳐간 책들이 대부분이라는 것이 문제다. 

내 글이 실리지 않았더라도 봤을까?

글쎄... 답하기 힘들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