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없는 이야기 - 최규석 우화 사계절 만화가 열전 2
최규석 지음 / 사계절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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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규석의 <공룡 둘리에 대한 슬픈 오마주>를 처음 만났을 때, 책을 읽고 난 다음 작가의 나이를 확인했다.

생각보다 혹은, 생각만큼 젊은 작가였다.

80년대 후반을 대학에서, 거리에서, 공장에서 보냈음직한 작품의 시선에 비하면 턱없이 어린 나이여서 조금 놀랐다. 하지만 식상하리만치 반듯한 시선을 풀어내는 작가의 상상력은 아무리 봐도 그 시대의 것이 아니었다. 그래서 그가 그토록 젊다는 게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한없이 익숙하면서도 더없이 낯선 이 작가가 앞으로 어떤 작품을 그려낼지 무척이나 궁금했다. 앞뒤 설명 없이 딱 한 권의 작품으로 이렇게 깊은 인상을 남긴 작품은 정말 오랜만에 만났기에, 그 뒤에 그가 내는 작품을 빠짐없이 구해보았다.

역시...

이런 작가와 동시대에 살면서 그의 시선과, 상상이 멋지게 성장해나가는 것을 지켜보는 것은 참으로 행복한 일이다.

 

<지금은 없는 이야기>도 예약을 해 놓고 일주일을 기다려 책을 받아들었다.

단숨에 읽어치우고 나서, 잠시 멍하게 있다가, 컴퓨터를 켜고, 이 글을 적기 시작한다.



참 최규석답다.

‘주먹에는 주먹, 이야기에는 이야기’라고 한 작가의 말이 와 닿았다.

그의 작품을 보면서 늘 상상이 빚어낸 이야기의 힘이 얼마나 큰지 절절하게 느껴온 터라 그가 작심하고 터트린 이 이야기의 펀치를 한 대 맞고 나니 정신이 얼얼하다.

 

권력자들의 이야기는 밀랍 인형같이 뽀얀 웃음으로 우리를 구슬러 왔다.

잘잘못을 가리기 전에 용서부터 하라고, 남을 미워하는 것보다 사랑을 먼저 배우라고, 세상이 모두 거꾸로 돌아가도 나만 똑바로 서 있으면 된다고...

하지만 최규석은 용서를 구하지 않는 자들을 섣불리 용서하는 어리석음을 질타하고, 진정으로 미워할 줄 아는 사람이 사랑으로 나아간다는 진리를 역설하고, 내가 똑바로 서 있고 싶다면 내가 디디고 선 발 밑부터 똑바로 다잡으라고 소리친다.



물론 최규석답게 은근히 비꼬아서, 슬쩍 에둘러서. 하지만 조금도 두루뭉술하지 않게...

 

역시 최규석, 최고다!

 

 

* 최규석의 작품은 단 한 번도 나를 실망시킨 적이 없지만, 이번 작품은 그렇게만 말하기엔 미안해서 굳이 리뷰를 남긴다.

나를 감동시킨 작가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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