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의 수수께끼 - 역사 속으로 떠나는 우리말 여행
시정곤 외 지음 / 김영사 / 200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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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느낌을 떠올리라면 무어가 있을까? 과학적이고도 위대한 글-까닭은 모르지만-, -백성을 사랑한 세종대왕, 주시경선생의 독립정신... 어째 하나같이 국수주의적인 냄새들이 짙다. 그래서일까? 우리글에 얽혀 있는 기억들은 어딘지 모르게 교과서적이고 계몽적인 틀에 묶여있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그 모든 생각들이 깨어졌다. '깨어졌다'는 표현으론 어딘가 모자란다. 마치 삼십여년을 졸고 있는 내 뒤통수에다 고함과, 몽둥이질과, 물벼락을 한꺼번에 내려붓는 듯한 느낌이다.

읽기 전엔 전공자가 아닌 일반인들이 읽어내기 어렵다고 하는 서평을 간간히 만났었는데, '천만에 아니올시다'였다. 아마 국어를 모국어로 쓰면서 성인이 된 사람들에게 이 책이 어려울 정도라면 우리 국어교육이 얼마나 수박 겉핥기였는지 반증하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우리 글이 이렇게 '국어'라는 지위를 가지기까지 한반도에 사는 인류가 얼마나 오랜 세월을 걸쳐서 고민하고 노력해왔던가를 이 책을 통해서느낄 수 있다.

그리고 세종대왕과 집현전 학자들의 고뇌와 노력에 감동을, 그리고 성리학에 갇혀 살았던 그들의 시대적 한계에 연민을 동시에 느낄 수 있을 만큼 객관적인 자료와 해석들을 덧붙인 책이었다. 어디 그 뿐인가. 국어사전이 왜 널리 쓰이지 않는지, 우리 글이 왜 과학적이라고 하는지, 영어와 같은 음소 문자이면서도 왜 풀어쓰기를 하지 않는 것인지... 국어를 늘 쓰면서도 무심코 지나쳐 버렸던 우리글의 역사를 찬찬히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는 지은이들의 노력에 정말 고맙기 그지없다.

우리글에 대해서 이만한 정보와 더불은 감동을 주는 글을 또 만날 수 있을까? 이 책이 특히 돋보였던 것은 처음에 얘기했던 우리 글에 대한 국수주의적 자만을 넘어서는 객관적이고도 과학적인 학자다운 면모와, 인터넷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 세대의 언어적 감각까지 당연한 언어의 사회성과 역사성으로 정당하게 평가하고 있는 열린 자세였다. '과거는 단순한 지난 일이 아니다. 그것은 미래를 예견하게 하는 역사다.' 영화 '사라피나'의 명대사가 다시금 떠오르는 책이다. 우리말과 글의 과거는 우리의 미래를 예견하는 역사다.
이 책은 그 역사 속으로 우리를 떠나게 하는 타임머신이었다. 우리를 살아있게 하는 공기의 고마움이 생물로서 나를 존재하게 한 것이라면, 우리 글은 나를 이 땅에 살아가는 인간으로 존재하게 만든 것이었다. 그 당연한 진리를 잊고 지내온 당신에게 이 책을 간절한 마음으로 권한다. 더 늦기 전에 읽어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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